프롬 비욘드/ 지옥 인간  From Beyond   


미국-이탈리아, 1986.    ☆☆☆★★


An Empire Pictures/Brian Yuzna Production.  화면비 1.85:1, 35mm. 1시간 26. 

 

Directed by: Stuart Gordon

Screenplay: Dennis Paoli, Brian Yuzna, Stuart Gordon

Based on a short story, “From Beyond” by H. P. Lovecraft

Cinematography: Mac Ahlberg

Special Effects Makeup and Mechanical Effects: John Buechler, Mark Shostrom, Joun Naulin, Anthony Doublin

Additional Makeup Effects: Mechanical an Make-up Imageries, Inc.

Music: Richard Band

 

CAST:  Jeffrey Combs (크로포드 틸링가스트), Barbara Crampton  (캐서린 맥마이클스 박사), Ken Foree (버바), Ted Sorel (에드워드 프레토리우스 박사), Carolyn Purdy-Gordon (블로크 박사), Bunny Summers (이웃집 여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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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좀비오] 라는 이상한 타이틀로 알려진 [리아니메이터] 를 만든 스튜어트 고든 감독- 브라이언 유즈나제작자 콤비의 색기 [色技, 아니면 戀技 연기 선생이라 불러드릴까요? 의견 있으시면 알려주시면 반영하겠음] 선생 (H. P. 러브크래프트 작가) 소설의 두번째 영화화작품이다. 이 [프롬 비욘드 (저 너머에서)] 라는 단편에서는 레조네이터 (공명기 [共鳴機]) 라는 인간의 뇌 속 송과선 (松果腺) 을 자극하는 기계를 만들었더니 이차원에 우글거리는 괴생명체들이 보이게 되었는데 이쪽에서만 그들이 보이는 게 아니고 저쪽에서도 우리들이 보이더라, 후덜덜, 그런 지극히 기본적인 설정만 빌려왔다. 원작에서는 물론 이 이차원의 괴생명체들은 색기선생 특유의 대뇌피질이 가려워지는“말로 설명할 수 없이 기괴한...” 어쩌구 하는 묘사 아닌 묘사로 카버되어 있으니 그대로 써먹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각색을 하는 과정에서 소설의 주인공이자 레조네이터의 발명가 틸링가스트의 역할은 프레토리우스 박사라는 매드 사이엔티스트로 바뀌었고, 틸링가스트는 [리아니메이터] 의 허버트 웨스트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을 제대로 탑재했지만 공포에 시달려서 반쯤 미쳐버린 프레토리우스의 조수로 격하되었다.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금발미인 여자 과학자 (!) 인 맥마이클스 박사고, 레조네이터로 위험한 실험을 거듭한 결과 온갖 등장인물들을 괴물들의 먹이감으로 몰고가는 역할도 이 처자분께서 다 떠맡아 이고 가신다. [리아니메이터] 에서도 그 고생을 하시더니...


[프롬 비욘드] 는 어떤 영화인지 정확하게 알고 보는 팬들에게는 잡소리가 필요없는, 한시간 반의 순수한 장르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훌륭한 수작이고, [식스 센스] 정도가 “잘 만든”호러영화의 기준인 분들께는“뭔 이딴 추잡스럽고 애들 장난같은 영화가 다 있냐 돈이 아깝다” 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는 괴작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설마하니 이제와서 [프롬 비욘드] 를 새삼스럽게 블루 레이나 HD 파일로 복원판을 찾아 감상하시려는 분들 중에서, “러브크래프트처럼 직설적인 묘사를 배제하고 완곡한 분위기와 시사를 통해서 공포를 전달하려했던 예술적인 작가의 소설을 이렇게 (솔직히 바바라 크램턴처럼 아름답거나 멋있는) 배우들이 빨가벗고 피범벅, 끈적끈적한 점액 범벅이 되어서 소리소리 지르고 나가떨어지고 폭발하고 하는 오프 브로드웨이 촌극 같은 동영상으로 만들어놓다니, 괘씸하기 이를데 없도다” 하는 식의 반응을 보이시는 분들은 없으시리라 믿지만, 혹시 모르니까 이 한편은 “고상함” 이나 “숭고함” 과는 거리가 아주 아주 멀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인식시켜드리겠다. 주인공을 붙잡은 괴물이 주인공의 어깨에 두 발을 딛고 머리를 턱에 꽉 잡아물고 360도 비틀자, 그의 머리통이 걸레 짜는 것처럼 우지지직하고 꼬여서 몇 바퀴 돌아가는, 그런 모습을 굳이 특수 메이크업 효과로 보여주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만든 영화거든. “왜 저렇게까지 해서 보여주어야 하냐” 라는 의문은 고든-유즈나 콤비에게는 대답할 가치도 없는 우문 (愚問) 일지니.


[리아니메이터] 보다 더 세련된 프로덕션 디자인과 특수효과에도 불구하고 그 컬트영화의 전범만큼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면, 전작에서 극한까지 밀어붙인 사실적 고어묘사와 그 극단적인 표현의 어처구니를 뿅 날려버리는 황당함이 가져다주는, 호러와 유머의 공존이 [프롬 비욘드] 에서는 덜 두드러진다는 점이 하나 있겠다. 그리고 50년대 영화적 매드 사이엔티스트와 수상한 발명품에 의해 괴물이 등장한다는 도식이 너무나 뻔하게 느껴진다는 점도 한몫 하지 않았겠나 싶다. 그러나 웬만한 SF 호러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과격하거나 황당한 설정이나 아이디어를 모든 꼼수를 배제한 자연주의적인 필치로 밀고 나가는 박력에 있어서는, 이 한편도 [리아니메이터] 보다 떨어지지는 않는다. 레조네이터의 영향으로 부풀어오른 송과선이 무슨 벌레처럼 미간을 뚫고 꼬물거리며 뇌 바깥으로 나다니지를 않나, 송과선이 부어오른 틸링가스트가 블로크 박사의 눈구멍을 통해서 박사의 뇌를 쭉쭉 빨아먹고는 (!) 시신경이 달린 눈알을 퉤 하고 뱉어내지를 않나... (블로크 박사, 표본실의 뇌를 뜯어먹는 크로포드에게 “우웩, *_* 크로포드, 그거 먹지 마요!” 크로포드: “맛있는데요.”) 원작에 충실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레조네이터로 그 모습이 보이는 괴물들도 한 종 (種) 으로 국한되어 있지 않고, 떼로 인간을 습격해서 순식간에 뼈만 남기고 먹어치우는 벌레들이나 허공을 날라다니는 이빨 달린 네온색 해파리 같은 하등종류부터, 인간의 뇌를 먹어치우고는 그 인격과 기억을 흡수해서 다른 사냥감을 찾아다니는 데 써먹는 (영화에서는 그냥 프레토리우스 박사가 다시 살아난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지만) 부정형 (不定型) 의 고등종류 ( 맘대로 팔 다리 입등의 각종 기관을 만들어내는 걸 보면 쇼고스에 바탕을 둔 형상인 듯 하지만, 나중에 날개를 펴고 날라다니는 것을 보면 유고스에서 온 균류의 디자인도 반영이 된 것 같다) 까지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양상을 보여준다.


마크 알버그의 조명과 촬영은 다채롭고 매력적이며, 리처드 밴드의 고전적이고 유려한 스코어가 영화의 퀄리티를 높여주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러브크래프트 문학의 영화화로는 어떠냐라고 굳이 물으신다면, 당연한 얘기지만 “충실한 각색작품”은 아니다. 러브크래프트 소설의 기본적 아이디어를 따와서, 지극히 80년대적인 영화적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해서 만들어놓은 기발하고 기괴한 컬트 엔터테인먼트고, 그걸로 충분하다. 원래 극장공개판은 위에서 묘사한 “뇌를 눈구멍으로 빨아먹기” 묘사를 위시한 익스트림 호러 장면들이 몇 군데 삭제된 R 등급 판본이고, 디븨디 출시작중에서도 이 R등급 판본이 실린 곳이 있으니 주의하실것. 샤우트 (스크림) 팩토리에서 작년 (2013년) 에 내놓은 무등급판 미국제 리전코드 프리 블루레이를 우선적으로 추천드린다. 영국의 세컨드 사이트에서도 거의 같은 내용의 서플이 첨부된 블루 레이가 나왔지만 이쪽은 리전 B 므로 블루레이 코드프리가 안되면 한국에서는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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