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가의 사람 Deux hommes dans la ville


프랑스-이탈리아, 1973.    

 

An Adel Productions/Medusa Distribuzione Co-Production, 화면비 1.66:1, 1시간 40 분. 


Director: Jose Giovanni 

Writer: Jose Giovanni, Daniel Boulanger 

Producers: Alain Delon, Andre Mucchielli, Hercule Mucchielli 

Cinematography: Jean-Jacques Tarbé 

Costume Design: Hélène Noury 

Makeup Artist: Jean-Pierre Craco, Yvonne Gasperina 

Music: Philippe Sarde 


CAST: Alain Delon (지노 스트라블리지), Jean Gabin (제르맹 카즈누브), Mimsy Farmer (루시), Victor Lanoux (마르셀), Michel Bouquet (그와트로 경감), Ilaria Occhini (소피아 스트라블리지), Christine Fabrega (주느비에브 카즈누브), Cecil Vassort (에블린 카즈누브), Robert Castel (볼티에), Gerard Depardieu (젊은 건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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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호러영화의 문제작들의 리뷰를 연재하는 한편으로, 호러만큼 오래된 전통과 빛나는 성과를 구가한 (물론 호러나 유럽산 웨스턴과 마찬가지로, 거지떡다리 같은 십류 십이류 작품들도 부지기수로 양산되었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유럽산 범죄/수사/탐정영화 장르도 한 번 건드려보고 싶었지만 기회가 잘 닿지 않았었는데, 이제 [시실리안] 이나 이 [암흑가의 두 사람]처럼 한국관객들에게도 잘 알려진 (그리고 60-80년대의 한국 극장가에서도 분명히 많은 관객을 동원했던) 고전 작품들이 2K 나 4K 리마스터를 거친 블루 레이로 출시되는 것을 보니 더 이상 늦장을 부릴 이유가 없는 듯 하다. 


한국 대중문화의 배급과 지식 네트워크가 일본의 헤게모니에 장악된 채 "입으로는 일본을 씹고 욕하고 하는 짓은 열심히 일본을 베끼기만 하는 (2010년대는 그렇지 않죠 여러분들? 물론이죠 하하…)" 위선이 하늘을 찌르던 시기에 일본에서 대스타 취급을 받는 바람에 한국에서도 덩달아 대스타 취급을 받았던 알랭 들롱은, 그 불우한 출신배경에도 불구하고 60년대 초반에 이미 많은 프랑스 및 유럽의 감독들의 주목을 받았던 젊은 재원이었다. (심지어는 [아라비아의 로렌스] 의 로렌스 역에까지 물망에 올랐었다.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의 총애를 받기도 했는데… 뭐 이건 워낙 생기신 거시 아름다우셔서 그랬을 거라 믿셤…) 자신이 총수인 아델 프로덕션에서 진두지휘한 [보르살리노 (한국에서는 [볼사리노] 라는 알과 엘이 거꾸로 된 발음으로 알려짐. 일본어 중역 땜시 이런 일들이 빈번히 생겼었음)] 가 프랑스 영화 사상 역대 최고의 히트를 치면서, 프랑스에서는 빼도 박도 못하는 수퍼스타로 등극한 들롱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기획에는 출연할 필요도 없고 또 자신이 연루된 프로젝트의 캐스팅이나 스탭의 고용에 관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서게 된다. 


그는 연기가 뻣뻣하다는 비난을 평생 감수했지만, 다행스럽게도 프로듀서로서의 감과 끼는 괜찮아서, 장 피에르 멜빌, 조르주 로트넬, 두치오 테사리 등의 감독들과 흥행적으로 좋은 성적을 낸 장르 엔터테인먼트들을 계속 제작했다. (반면 헐리웃 진출은 사무라이 서부극 [레드 선] 같은 흥미로운 사례에도 불구하고 잘 풀리지 않았다. 이 한편과 [아듀 라미] 에서 공연한 미국의 성격배우 찰스 브론슨이 같은 시기의 유럽과 일본에서 괴상하게 인기가 있었던 톱스타였던 것을 생각하면, 왜 안 풀렸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개중 들롱이, 전쟁 중 실제 살인범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가 가까스로 사면을 받은 후, 범죄 스릴러 장르에서 소설가와 각본가로 이름을 떨친 조세 지오반니를 기용해서 만든 세 편의 작품 ([암흑가의 두 사람], [르 지탕], [부메랑]) 은, 좌파와 우파의 통상적 프랑스 사회의 정치사상적 대립과는 조금 다른 위상에서, "범죄자를 만들어내는" 프랑스 사법-공안제도를 혹렬하게 비판하는 "억울함이 뻗친" 일군의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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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가의 두 사람] 이 다른 두 작품들보다 더 명성이 뛰어나다면, 그 대부분의 이유는 아마도 주인공 지노의 선의를 어디까지나 믿어 의심치 않는 교도관 (정확하게는 "훈육원" 이라고 불러야 하나?) 역을 맡은 쟝 가뱅의 중후한 연기에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시실리안] 에서는 가부장적인 이탈리아인 갱스터 보스 역할을 맡아서 영어 연기까지 선보였던 가뱅선생은 (73세에 세상을 뜨신 분이시라 "가뱅 옹" 이라 부르기에는 저항이 느껴진다. 요즘 세상에서는 80이 안된 분들은 노인 취급하기도 뭣하다), 이 한편에서는 애교가 담긴 미소 한 번 짓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씨가 고대로 전달이 되는, 그러나 그 동시에 시스템의 모순과의 끝없는 투쟁에 지치고 고달픈 노장의 우수 (憂愁) 에 찌들은 모습을 적확하게 보여준다. 영미의 베테랑 연기자들이 이러한 역할을 통해 피로하기 쉬운, 연극적 기술에 바탕을 둔 "드라마틱" 한 연기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자연주의적이면서도 내면의 갈등과 복잡한 심경을 뚜렷하게 표현하는 장 가뱅의 연기력은 정말 특출나다. 가뱅이라는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구심점이 있기 때문에, 알랭 들롱도 그를 중심에 놓고 자유롭게 자신의 캐릭터 구축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눈에 보인다. 유로호러의 연작에서는 가장 신경질적인 금발머리 여주인공 (혹은 악녀) 역으로 항상 인상을 남기기 일쑤인 밈지 파머까지도 이 한편에서는 한껏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줄 정도니, 가뱅의 존재감이 프로젝트 전반에 "안정제" 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겠느냐는 가설은 확실히 신빙성이 있다. 


[암흑가의 두 사람]은 분명 일반 관객들에게 전과를 지닌 시민들에게 주어지는 부당한 사회의 편견과, "교도" 라는 이념과 모든 전과자를 범죄예비군으로 취급하는 권력체계의 모순을 비판한다는, 넓게 보아 정치적인 아젠다를 밀어붙이는 한 편이 맞다. 그렇기 때문에 범죄 스릴러적인 요소는 의도적으로 깎아낸 구석이 보이는데, 보통 헐리웃 영화 (나 일반적인 유로크라임 영화) 같았으면 지노의 옛 동료들이 그를 자기들이 기획하는 은행강도 계획에 끌어넣으려는 행위와, 실제 은행 강도의 실행에 관한 묘사가 서사의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겠지만, 이 한편에서는 모든 일이 끝난 후 일당이 경찰에 잡히는 장면에 순발력 있는 폭력묘사를 보여주는 정도에서 마침표를 찍고 있다. 그러나 캐릭터들의 강박과 편견에 바탕을 둔 드라마의 전개는 이러한 폭력묘사나 스타일리스틱한 방점의 난발이 없이도 충분히 관객의 관심을 잡아 끈다. 


이 한편에 대한 선호가 갈릴 수 있는 캐릭터는 지노나 제르맹 교도관보다도, 지노를 철저하게 불신하고 어떻게 해서든지 범죄와 연루시켜서 감옥으로 되돌려 보내려는 그와트로 경감이 아닐까 싶다. 이 인물은 기능적으로는 [레 미제라블] 의 자베르 형사에 해당되기는 하지만, 내면적으로 격렬한 갈등과 씨름해야 했고, 스스로의 출신성분에 대한 자기부정이라는 동기를 지녔던 자베르와는 달리,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유발하기 어려운, 적지 않게 졸렬하고 위압적인 인간으로 그려져 있다. 그런 결과 막판의 지노의 돌이킬 수 없는 행위가 충분히 정서적으로는 이해가 가는 반면에, 사상적인 측면에서 캐릭터들의 대칭적 관계가 한쪽으로 쏠리게 되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으리라. 


고백하자면, 아마 이 한편을 70년대 공개 당시나 또는 90년대 초반까지도 포함해서, 내가 비교적 젊은 시절에 보았더라면, 그와트로의 아무리 보아도 아무런 현실적인 이득이 없는 "주인공 괴롭히기" 의 양상이 상당히 부자연스러운 작극술의 발현이라고 여기지 않았을 까 싶다. 이 나이가 된 지금 다시 보자니, 그와트로 정도의 "까닭없이 강박적인 개색기" 들은 해변가의 조개 껍질 같이 여기저기 널려 있을 뿐 아니라, 그보다 더한 예도 얼마든지 내가 실제로 경험하는 현실 사회에서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고로, 그와트로의 캐릭터가 입체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인정할 진대, 현실성이 없다는 의견은 받아들일 수 없다. 프랑스뿐 아니라 웬만큼 복잡한 인간사회에는 이런 놈들 천지라는 것이 불행한 "리얼리티" 라고. 


[로 앤 오더] 시리즈처럼 서사의 3분의 1 정도는 심리와 재판의 묘사가 차지하고 있으나, 위에서 말한 것처럼 연기의 다이나미즘 덕택에 전혀 늘어지는 구석은 없다. 단지, 영화의 사상적 입장에서 본다면 장 가뱅 캐릭터의 "증언" 과 여성 변호사의 "소위 세계 문명의 지도자라는 프랑스에서 개발 도상국에나 적합한 야만적인 사형제도를 자랑스럽게 여기다니…" 어쩌구 하는, 평균 한국인 입장에서 반드시 듣기에 편하지는 않은 "변론" 이, 현실적인 재판의 입장에서는 지노에게 도움이 별로 되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 명백한데, 이것도 "리얼리즘" 을 관철시키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사형제도 척결이라는 아젠다의 발현의 통제에 약간 실패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비판이 가능할 듯 하다. 


특히나, 영화의 끝판에 10분이라는 굉장히 긴 시간을 소요해서, 대사나 설명이 거의 없이 무대극적으로 벌어지는 사형 집행의 정밀하면서도 거의 초현실주의적인 표현이 모든 웅변적인 대사의 언설을 완전히 넘어서는 공력을 발휘하는 데서야. 아마도 당시의 관객들 (프랑스 얘기다. 한국 관객들이 이 무거운 돌로 짓눌린 것처럼 압도된 채로 봐야만 하는 시퀜스를, 박통정권에 검열당하지 않은 채 1970년대에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고는 믿기 어렵다) 에게 큰 충격을 가져다 주었을 것이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실제역사에서는, 목 자르는 기계 기요틴의 사용은 1981년의 사형제 전면 폐지와 더불어 비로소 프랑스에서 금지되었다. 


각본가-감독 조세 지오반니는 나찌 부역의 혐의가 계속 따라다녔고 실제 행동거지에 있어서는 극우에 가까운 인물이었으며, 알랭 들롱도 늙어서는 브리짓 바르도 마냥 극우로 기울어진 모양이지만,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만년의 커리어와는 상관 없이, 1973년도작 [암흑가의 두 사람] 은 모처럼 성실하고 휴머니즘적인 아젠다와 튼튼한 연기에 바탕을 둔 드라마, 그리고 마력 넘치는 서사 장악력이라는 요소가 고루 갖추어진 수작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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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엔 미디어 그룹에서 새로 4K 스캔으로 출시한 북미판 블루 레이는 압도적인 화질과 사운드의 명료함을 자랑한다. 그 전에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등장인물 들 (특히 들롱) 의 눈가에만 빛을 비추는 특이한 조명 테크닉, 필립 사르드의 애수에 가득찬 음악 등 여러가지 요소를 재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블루 레이에는 또한 쟝 가뱅의 전기작가인 찰스 지그먼이 가뱅의 커리어 중심으로 프로덕션에 대한 설명을 전개하는 코멘터리 트랙이 수록되어 있다. 코엔에서는 [리오의 사나이] 등 유명 프랑스 영화들을 'Classics of French Cinema' 시리즈를 통해 점차 내놓을 계획인 가 본데, 알랭 들롱 주연작중 상기 [부메랑] 과 [지탕] 을 비롯해서 자크 드레이와 콤비 맺은 [보르살리노], [세명의 살륙의 대상 Three Men to Kill] 등도 북미판 블루 레이로 출시해 주었으면 좋겠다. (프랑스와 일본에서 유로나 옌 지불하고 주문하기 싫어요. 비싸기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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