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 다이어리 The Moth Diaries

 

아일랜드-캐나다, 2011.  ☆☆☆★

 

An Alliance Films/Samson Films/Edward R. Pressman Production/Mediablitz International/Irish Film Board Co-Production. 화면비 1.85:1, 1시간 22분

 

Directed and written by: Mary Harron

Based on a novel by Rachel Klein

Cinematography: Declan Quinn

Editor: Andrew Marcus

Executive Producers: Edward R. Pressman, Sandra Cunningham

Music: Lesley Barber

 

CAST: Sarah Bolger (레베카), Sarah Gordon (루시), Lily Cole (에르네사), Melissa Farman (도라), Valerie Tian (찰리), Scott Speedman (데이비스 선생님)

 

 

[모스 다이어리]는 IMDB 같은 데서는 아주 후진 영화 취급을 받고 있더군요. 물론 그렇게 인구에 회자될 정도로 훌륭한 작품은 아닌지 몰라도 [트와일라이트] 의 아류 취급을 받으면서 무시당하는 것은 불공평하게 느껴집니다. 문제의 일부는 [모스 다이어리] 를 [트와일라이트] 시리즈때문에 벨라 루고시가 누군지 전혀 관심도 없다가 갑자기 뱀파이어영화의 “팬” 이 된 젊은 관객들이 자꾸 그런 방향으로 나갈 것을 예상하고 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나쁜 친구” 에르네사는 흡혈귀가 맞기는 한 모양인데 그녀가 흡혈귀라는 것은 영화의 주제나 캐릭터의 동기라는 측면에 있어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눈 팔면 놓칠 정도로 후딱하고 지나가는 흡혈/섹스 장면, 면도칼로 손목을 긋는 등의 고어 장면 그리고 얼마 안되는 비속어 사용 때문에 R등급을 받긴 했지만 거의 모든 의미에서 모범적인 영 아덜트 장르 소설의 모습을 갖춘 한편이고 중-고등학생 소녀들 (또는 그 시기를 간신히 넘어서 어른이 되려고 하는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 이 가장 적합한 관객 대상이라고 볼 수 있기도 합니다. 설정은 의식적으로 셰리단 르 파뉘의 [카밀라] 를 [여고괴담] 세팅에 옮겨 놓은 것이고 (영화를 보다 보면 애들이 국면 전환에 딱 맞춰서 담배를 꼬나물고 피우고 하는 것까지 [여고괴담] 시리즈를 닮아서 피식 웃음이 납니다 ^ ^),  흡혈귀라는 존재를 한국 문화에 좀 더 알맞게 대입시킬 수 있는 각본상의 기법이 발달하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한편이지요. “청소년 소설을 그대로 영화로 옮겨놓은 것 같은” 제작 방식은 절대로 좋은 영화를 만드는 선택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물론 계시겠지만, 나는 그렇게까지 영 아덜트 문학을 낮추어 볼 필요가 뭐가 있을까 싶습니다. [해리 포터] 는 위대한 문학이고?

 

[모스 다이어리] 에 대한 제대로 된 접근법은 흡혈귀영화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주인공 레베카의 심리적 동선에 초점을 맞추어서 감상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여러가지 좋은 점이 눈에 들어오죠. 레베카의 자살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조금씩 풀어나가는 전개와 레베카와 루시의 우정이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하는 상황의 묘사 등은 [여고괴담 2]에서 보여준 것 같은 모더니즘적이고 우회적인 수법을 쓰지 않고 정통적인 서사의 전개에 의존하고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공감이 덜 가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연기진이 좋습니다.

 

레베카역의 사라 볼저는 [튜더스] 에서 메리 튜더의 어린 시절역으로 나왔던 친구인가본데 지극히 자연스럽고 개방적인 연기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레베카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감정 상태를 남에게 드러내는 것을 약점으로 여기고 숨기려고 하지 않는 정직한 소녀인데, 볼저 연기자는 자신의 그러한 감정의 기복을 이해하려는 지성적인 면모도 더불어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어요. 음 그리고 무지 예쁩니다. ^ ^ 딸내미 안드로이드 가게에서 사라 볼저 모델을 만들어서 팔면 내가 사서 집에서 데리고 살겠어요 (어째 좀 비유가... 하여간에 내 딸내미로 삼고 싶을 만큼 예쁘고 착해 보인다 이런 의미로 순수하게 받아주십시오들). 레베카에게 자기파괴를 통한 영생을 얻을 것을 종용하는 에르네사 역의 릴리 콜은 딱 보면 길~게 잡아늘인 구체관절인형에 케이트 모스를 합친 것 같은 수퍼모델 타이프의 (그런데 올A 학생에다가 캠브리지 대학 정치학과에서 공부했다는군요 으음 ;;;) 연기자입니다만 오히려 이런 역할에 너무나 어울리는 용모라서 좀 손해를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레베카와 루시보다 덩치가 커서 유혹할 때 보면 가련한 느낌은 전혀 없고 위협적으로 보입니다.

 

 

감독은 [아메리칸 사이코] 의 메리 해론입니다만 전 그 영화 별로였던지라 [모스 다이어리] 가 훨씬 더 좋았습니다. 부정적인 측면을 하나 언급하자면, 해론 감독은 여성 캐릭터들의 심리 전개를 따라가는 서사의 통솔에는 실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장면 하나하나의 공력은 약한 편입니다. 초자연적인 상황의 묘사에도 에너지가 부족합니다. 에르네사가 서슴없이 면도칼로 손목을 자르고 거기서부터 비롯하여 [샤이닝] 에 못지않게 선혈의 폭우가 내리는 환영 신도 다른 감독이 했더라면 더 효과적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맥락은 전혀 다르지만 변영주감독이 [화차] 에 집어넣은 대량출혈장면이 막상 신체 훼손은 안 보여주면서도 결과적으로는 더 강렬했죠).

 

똑 소리나게 부러지는 호러영화를 보고 싶은 분들이나 [트와일라이트] 아류영화를 진짜로 보고 싶으신 분들 이 두 종류 분들께는 별로 추천드릴 수 없지만, 좀 산문적이지만 그런대로 캐릭터와 서사의 임팩트는 있는 서양식 [여고괴담] 같은 영화라면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이 드시는 분들은 보세요. 나한테 국한해서 말하자면 [트와일라이트] 시리즈 전 작품보다 더 재미있게 봤습니다.

 

사족: 영화에 나오는 초록색 나방에 관한 에피소드가 너무 문학적 은유 아니냐고 비판하시면 그렇긴 한데... 사실은 저도 어렸을 때 초록색 나비를 보고 약간 신비스러움을 느꼈던 경험이 있는터라 이 장면을 보고 갑자기 혼자서 감상에 젖었더랬습니다.^ ^

 

사족 2: 나방 여자 흡혈귀라는 괴물이 진짜로 등장하는 [흡혈수의 공포 Blood Beast Terror] 라는 피터 쿠싱 선생님 주연의 (역시 별로 대접을 못 받는) 옛적 영국 호러영화가 있습니다. 요번달에 블루 레이로 출시되었죠. 메리 해론이나 원작자 레이철 클라인이 이 고전 호러가 존재한다는 것을 아시고 [모스 다이어리]를 만드시고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회원 리뷰엔 사진이 필요합니다. [32] DJUNA 2010.06.28 78535
45 [영화] 테이크 쉘터 Take Shelter [4] [223] Q 2013.04.23 6990
44 [영화] 서스페리아 Suspiria <유로호러.지알로 콜렉션> [8] [18] Q 2013.04.15 4547
43 [영화] 조로 Zorro (알랭 들롱 주연) [7] [20] Q 2013.02.25 6716
42 [영화] 레이드: 첫번째 습격 The Raid: Redemption [5] [226] Q 2013.02.24 6694
41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 The Dark Knight Rises (뒷북 리뷰, 스포일러는 후반부에 모아놓음) [7] [33] Q 2013.02.03 6252
40 [영화] 스카이폴 Skyfall (스포일러는 후반부에 집중적으로 배치했음) [1] [24] Q 2012.11.13 7146
39 [영화] 루퍼 Looper (스포일러 거의 없음) [4] [13] Q 2012.10.20 4888
38 [소설] 악의 교전 (키시 유우스케 작가) [3] [3] Q 2012.09.28 4813
37 [애니] 신세기 에반젤리온 극장판 Air/진심을 그대에게 The End of Evangelion (일단 15금적 묘사 있습니다) [7] [10] Q 2012.08.24 5647
36 [영화] 시타델 Citadel <부천영화제> [30] Q 2012.07.29 6027
35 [영화] 익시젼 Excision <부천영화제> (19금: 혐오를 유발하는 비속어표현 포함) [1] [23] Q 2012.07.26 9541
» [영화] 모스 다이어리 The Moth Diaries <부천영화제> [27] Q 2012.07.24 5047
33 [영화] 그래버스 Grabbers <부천영화제> [18] Q 2012.07.23 5765
32 [영화] 굿바이 키스 Arrivederci amore, ciao <유로크라임/암흑가의 영화들 컬렉션> [3] [16] Q 2012.06.16 4396
31 [영화]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백설공주와 사냥꾼 (스포일러 없음) [6] [215] Q 2012.06.12 11463
30 [영화] 데인저러스 메소드 Dangerous Method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 [6] [26] Q 2012.05.12 10086
29 [영화] 존 카펜터의 괴물/더 씽 (리메이크와 프리퀄) [11] [23] Q 2012.03.23 8866
28 [영화] 힛처 The Hitcher (오리지널과 리메이크) [216] Q 2012.03.16 7345
27 [영화] 2011년 최고의 디븨디와 블루레이 열한편씩 스물두편 (15금 사진 있습니다) [5] [10] Q 2012.01.14 19563
26 [영화] 장군들의 밤 The Night of the Generals (피터 오투울, 오마 샤리프 주연) [2] [200] Q 2011.12.04 627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