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페티고어  Perempuan Tanah Jahanam


인도네시아-한국, 2019.   ☆☆☆★


An Ivanhoe Pictures/CJ E&M/Base Entertainment/Rapi Films/Logika Fantasi Co-Production. 화면비 2.35:1, 1시간 46분. 


Director & Screenplay: Joko Anwar 

Cinematography: Ical Tanjung Special Makeup Effects: Darwyn Tse Special Visual Effects: Abby Eldipie Music: Aghi Narottama, Bemby Gusti, Tony Merle Executive Producers: Jerry K. Ko, Yeonu Choi, Justin Kim, Michael Hogan, Willson Cuaca, John Penotti, Gope T. Samtani, Sunar S. Samtani, Sunil Samtani, Edy Suwarno. CAST: Tara Basro (마야), Marissa Anita (디니), Ario Bayu (키 삽타니), Christine Hakim (냐이 미스니), Kiki Narendra (밤방), Zidni Hakim (키 도노웡소), Asmara Abigail (라티), Mian Tiara (시티), Faradina Mufti (냐이 신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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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영화제는 종결되었지만 영화제에서 틀어주었던 [임페티고어] 와 [부적 Amulet] 이 최근 미국의 스트리밍서비스에 입하되었길래, 뒷북 리뷰긴 하지만 아마 한국에서도 곧 개봉 (온라인 개봉일 가능성이 농후하겠지만서도. 그래도 한번 생각해보세요. 코로나로 궤멸상태인 세계 극장가에서 한국 관객들은 백만명 단위로 티켓을 사고 있다는 거… 전 한국사회가 세계 영화계의 발전과 유지에 이바지하는 공헌도를 얕잡아 보는 분들은 정말 이해가 안갑니다. 무조건 “난 뭔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거지같애” 식으로의 폄하는 “공자도 우리나라 사람이다” 식 국뽕 질알과는 대척점이 아닌 동전의 이면인 경우가 많더군요) 될 것을 예상해서, 먼저 [임페티고어]부터 쓰겠습니다. 


이 제목은 인도네시아어가 아니고 (인도네시아어 제목은 [지옥의 여인] 뭐 그런 의미라고 합니다. 구글 번역기에서 영어로 돌려보니까 “Goddamn woman” 이라고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 ^;;; 참 내…) 영어의 impetigo 와 gore 를 합친 신조어라고 하네요. Impetigo 는 농가진 (膿痂疹) 이라는 어린 영아들이 주로 걸리는 피부병이라고 합니다. 영화를 보면 대충 그 제목이 이해가 되기는 하는데, 역시 별로 정확한 제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갓난아기들의 상태는 피부병 정도의 레벨이 아니니까요. 조코 안와르는 이 신조어를 그냥 영화 찍을 때의 가제로 썼다고 하는데, 제가 봐도 그런 정도의 상징적 연관성 정도가 딱 잘 맞는 수준이네요. 


[임페티고어] 는 안와르의 초기 호러 작품처럼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강조한 한편입니다. 감독을 키모 삼비엘에게 맡긴 [흑마술] 처럼 명쾌하게 호러 셋 피스들을 준비한 다음, 관객들 앞에서 지루할 틈 없이 신속하게 풀어내는 방식을 쓰는 대신에, 두 여자 주인공들이 진상에 가까와 질수록 관객들과 더불어 공포감과 서스펜스의 점진적인 증폭을 느끼도록 안배하고 있습니다. 호러의 핵심은, 역시 평균적 미국인이나 한국인 관객들에게는 잘 와닿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스케일을 훨씬 넘어서게 무성하게 자란 자바섬의 원시림의 한가운데 자리잡은 한 외딴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근대화” 에서 소외되었고 “봉건적” 인 규율과 음습한 인습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공동체가 숨기고 있는 비밀이지요. 


먼저 기본적인 접근 방식이 굉장히 고전적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영미영화사의 정전이라고 할 수 있는 호러영화의 문법, 주제와 구도를 완정하게 소화한 다음에 인도네시아 로컬 맥락에 맞는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감상하는데 도움이 되는 두 명작 호러영화를 언급하자면, 히치코크 감독의 [싸이코], 그리고 토비 후퍼의 [텍사스 전기톱 학살사건] 을 들 수 있겠습니다. 두 작품 다 구체적인 오마주 장면들이 삼입되어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는 마야가 잘못해서 변기에 버린 정체를 알 수 없는 주문이 쓰여진 종이조각이 그녀의 상처에서 흘린 붉은 피와 함께 떠내려 가는 샷, 그리고 후자의 경우는 희끄무레한 새벽의 빛을 배경으로 마야가 광기에 휩싸인 비명을 지르면서 질주하다가 트럭에 가까스로 올라타는 샷이 그러한 오마주라고 보여집니다. 조코 안와르는 이 두 명작을 기본적인 주형(鑄型) 으로 삼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과거에 있었던 끔직한 사건들의 기억에 짓눌려 살면서, 외부인들을 희생양으로 삼아서 자기들에게 내려진 “저주” 를 벗어나려고 하는 비겁하고 잔인한 “마을 사람들” 을, 극단적인 전근대적 생활방식과 도회적 세련됨이 공존하고, 흑마술과 무슬림 신앙이 공존하는 인도네시아의 복합적인 문화라는 프리즘을 통해 관조하고 있습니다. 


이 한편을 감상하면서 의외스러웠던 것은 기본적으로는 모더니스트고 도회적인 안와르의 평소 작가적 성향과는 약간 다르게, 인도네시아 하면 뭇 외간사람들이 떠올리기 십상인 그림자 인형극 (와양 Wayang) 을 플롯의 중요한 요소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인데요. 영화에 나오는 것만 가지고 판단하자면, 사람 가죽으로 만든 그림자 인형이라는 흉칙한 설정을 써먹기 위한 도구적인 의미가 큰 것 같고, 마을의 권위를 지닌 남자들 (하나는 빈한한 마을에서 거의 맨션 사이즈의 거대한 저택을 소유했던 갑부고, 다른 한 사람은 촌장에 해당되는 위치에 있으면서 마을 사람들의 행동거지를 좌지우지 하고 있는 권력자입니다) 이 지역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인형사들이라는 배경도 이 인형극이라는 예술 형태에 대해 그다지 긍정적인 해석을 내리고 있는 것 처럼 보이지는 않아요. 확실히 이 그림자 인형극에는 무언가 관객들의 불안과 경외심을 자극하는 유현 (幽玄) 의 요소가 존재하고, 판소리나 그런 한국의 전통 예술들은 이 와양만큼 고전적인 호러 장르의 구현에 적합하지는 않다고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만, [임페티고어] 에서는 그 한껏 유려한 스테이징에도 불구하고 소도구적인 요소가 더 강하다고 여겨집니다. 주인공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어린 소녀들의 귀신 (이것도 [샤이닝]의 레퍼런스로 간주할 수도 있습니다만) 이 촛불을 위시한 흔들리는 미약한 빛에 비추어진 으슥한 그림자로 등장하는 장면 등에서 미적인 원용이 보이는 정도인데, 이 한편을 통해서 심도있게 다루었다고는 말할 수 없겠네요. 


[임페티고어] 의 주제는 비교적 명확한 편입니다. 스티븐 킹의 [Thinner] 에서 집시 할아배가 읊었던 한 대사가 건드린 내용이죠: 저주를 건다는 것은 어린애를 낳아서 세상에 데리고 오는 것과 비슷해서, 어린애를 엄마 뱃속으로 다시 돌려넣을 수 없듯이, 저주를 “물릴” 수는 없다는 그런 내용이라고 기억합니다. 옳지 못한 확집에서 나온 저주는 복수심에서건 그 저주의 효과를 막기 위해서건, 또 다시 다른 종류의 (아마도 원래보다 더 끔직한) 저주를 낳게 되고, 그런 식으로 몇 세대와 몇 공동체를 거쳐가면서 “악의와 살육의 싸이클” 이 계속되는 동안에 원래의 원한과는 별 연관성도 없는 현대의 주인공들까지도 말려들게 된 다는 것이지요. [임페티고어] 에서는 그 사적인 확집의 원천을 히치코크의 [싸이코] 처럼 원초적인 가족 관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문제에서 찾고 있습니다. 그런 결과, 영화의 정서적 클라이맥스에 해당되는 부분이 피치 못하게 과잉으로 표현되는 멜로드라마로 귀결되기는 합니다만, 그것은 최소한 저라는 관객에게는 그다지 큰 허물이 되지는 않았고요. 단, 덕택에 마지막 3분의 1 의 부분이 더 평면적이고 통속적인 색깔을 띄게 되었다는 것은 사실이긴 한 듯 하네요. 결국에 가서는, 와양의 지역공동체적 공연에 얽힌 참상이나 이러한 가족 멜로드라마적인 호러의 진상 등 보다도, 그들 자신도 짓눌려서 고통을 받고 살아가면서도 가부장적이고 촌락공동체적인 권위에 굴복하여 외부인들을 끔직하게 살해하는 데 동조하고, 그나마 열린 마음을 지닌 젊은 여성을 성적으로 박해하는 마을 (남성) 주민들의 울굴되고 위선적인 행태가 더 큰 공포로 다가옵니다. 이것은 분명 안와르 감독이 의도한 바이겠죠. [임페티고어] 는 근사하고 잘 빠져나온 호러영화이고, 인도네시아의 전통 문화에 대한 한 편인것 같지만, 그 내실은 [싸이코] 나 [텍사스 전기톱 학살사건] 같은 고전적 걸작 호러들을 착실하게 공부해서 그 주제와 화술의 기법을 천착하는 근대성 호러라고 생각합니다. 조코 안와르 감독의 팬들 (저도 이제 그 클럽의 멤버라고 할 수 있겠네요 ^ ^) 및 동남아시아 호러영화에 관심 있으신 장르 팬들에게 일차적으로 추천드립니다.


PS: CJ 에서 적극적으로 제작에 참여한 한국 합작영화입니다만, 영화에 한국에 관계된 내용은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혹시라도 의문을 지니셨다면 해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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