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푸트니크 Sputnik (2020)

2020.09.28 14:00

Q 조회 수:381

스푸트니크  Спутник


러시아, 2020.      ☆☆☆★★


A Vodorod Pictures/Art Pictures Studio/Hype Film/National Media Group Studio/ STS Co-Production. 화면비 2.35:1, 1시간 53분. 


Director: Egor Abramenko 

Screenplay: Oleg Malovichko, Andrei Zolotarev 

Cinematography: Maxim Zhukov 

Producers: Alexandr Andryushchenko, Pavel Burya, Fedor Bondarchuk 

Production Design: Mariya Slavina 

Special Visual Effects: Illia Barabash, Agora Studio, Postmodern Digital, Algous Studio. 

Music: Oleg Karpachev 


CAST: Oksana Akinshina (타티아나 클리모바), Fyodor Bondarchuk (세미라도프 대령), Pyotr Fyodorov (콘스탄틴 베시냐코프), Anton Vasiliev (리겔 박사), Anna Nazarova (간호원), Pavel Ustinov (운전병), Alexei Demidov (키릴), Alexandr Marushev (중형수 루벤). 


SPUTNIK_INTERVIEW 


[스푸트니크] 는 원래 미국에서 극장공개되기로 되어있었는데 코로나사태때문에 유감스럽게도 스트리밍 서비스로 직행하게 된 케이스이지만, 정보에 의하면 러시아에서는 그동안 별로 인기 없던 국산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미국산 수입작을 누르고 선전하는 등 나름 각광을 받았다고 한다. 이 한편은 예고편을 보거나 시놉시스를 읽으면 굉장히 허접하거나 전형적인 [에일리언] 의 졸속 표절작을 예상하기 쉽다. 또 영화를 만든 팀에 대해서는 사전 지식이 전혀 없이 보았기 때문에, 만듦새도 [히트맨] 이나 [하드코어 헨리] 같이 정신없는 비데오 게임 스타일인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니고 보았는데, 내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냉전이 종결되기 전의 80년대 구 소비에트 연방의 우주 탐사 프로그램을 배경으로 중후하고 진중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고전적인 풍미의 SF스릴러로 판명되었다. 물론 7, 80년대의 군사독재 시기를 다룬 한국 영화들이 그 시기와 현재 한국 사회와의 연관성에 있어서 복잡한 태도를 취하지 않을 수 없듯이, 이 한편도 현재 러시아사회에의 제 문제들과 소련 시절의 폭압적이고 위선적인 정치권력의 행태 간의 연관성에 대해 은연중에 본국의 관객들에게는 시사하는 바가 많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이런 점들은 외국 관객인 나로서는 대부분 그물 사이로 빠져나가서 놓칠 수 밖에 없는 아쉬움을 어쩔 수 없게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겠다. 아무튼, 영화의 전체상을 오감하고 나니, 제목의 [스푸트니크] (러시아어로 “위성” 을 의미함) 도 단지 구시대의 우주탐사 프로그램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의 중력을 이탈해서 미지의 세계로 날아가버리거나 또는 너무 지구에 근접해서 대기와의 마찰로 불타 없어버리지 않으려면 적정량의 속도와 거리를 유지하면서 궤도를 맞추어 따라가야 하는 “위성” 의, 어떻게 보자면 “지구” 에 구속된 운명에 대해 넌지시 언급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스푸트니크]는 내용상으로는 거의 50-60년대까지 거슬러올라가는, 대기권 밖에 실제로 유인 우주선을 쏴 올리는 것이 첨단 내지는 근미래의 과학이었던 시절에 볼 수 있었던 고전적 SF 의 포맷을 그대로 답사한다. 사실 그 기본적인 골격은 [에일리언] 보다는 우주탐사와 인간에 기생 (정확하게는 공생) 하는 외계생물이라는 요소를 정통적으로 결합한 영국산 걸작 SF호러 [퀘이터매스의 실험] 의 그것과 거의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1983년, 소련 우주 정거장에서 귀환중인 두 코스모노트 (참고삼아 기재하면 1984년이 소련에서 최초로 여성 코스모노트 스베틀라나 사비츠카야가 최초로 우주 유영을 성공적으로 해낸 해였고, 소유즈와 미르 등의 우주 정거장에서 1년을 넘어서는 장기 체제를 시도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가 정체불명의 존재에 의해 습격당하고 카자흐스탄의 오지에 불시착한다. 그 중 한명은 두개골이 뜯겨 열려서 뇌수가 여기저기 흩어진 끔직한 변사체로 발견되고, 다른 한명인 콘스탄틴 ([결투자], [스탈린그라드] 등의 내수용 히트작에 연달아 출연한— 러시아의 송중기나 공유 정도의 위치 아닌가 싶은데— 피오트르 [“폐트르” 가 더 정확한가? 내 귀에는 그렇게 들리던데, 아무튼] 표도로프가 맡아서 연기) 은 겉으로 보기는 멀쩡한 것처럼 보인다. 크레믈린이 보낸 책임자 세미라도프 대령은 국가 기관에서 한 환자를 위해 급진적인 구명 시도를 했기 때문에 퇴출당할 위기에 처한 타티아나 클리모바라는 젊은 심리학자 (스웨덴 영화 [Lilja 4Ever] 에서 열 다섯살의 나이로 주연을 맡아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래, 지난 십칠 년 동안 러시아에서 지속적으로 TV와 영화에 출연해온 옥사나 아킨시나)를 비밀리에 데려와서 콘스탄틴의 “치료” 를 맡긴다. 타티아나가 얼마 되지 않아 알아채듯이, 콘스탄틴은 단순히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스푸트니크] 에 나오는 외계생물은 이것도 여러가지 측면에서 고전적인 아이디어인, 아마도 최근의 대중문화상으로는 마블의 [베놈] 으로 대표되는, 인간과의 공생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그 인간의 이드와 심층심리적인 요소를 반영하는 은유의 기능도 하는 모습과, [에일리언] 처럼 생물병기적인 (biomechanical한) 성질 대신, 비교적 작은 육체에다가 봉준호 감독의 [괴물] 에 나오는 올챙이-가물치 괴물처럼 어딘지 모르게 거미나 민달팽이 같은 지구상의 생물이 혼합된 모습을 보여준다. [에일리언] 의 여러 단계를 거쳐서 변태하는 종족, 또는 제임스 카메론이 H. R. 지거의 디자인을 더 확장 승화시킨 [에일리언스] 의 외계인 여왕 같은 거의 우아하기까지 한 강렬한 용자를 기대하신 분들께서는 실망하실 수도 있겠지만, 원래 고전 SF 시리즈의 에피소드의 확장판 같은 성격의 본편에 걸맞지 않는다고 비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SPUTNIK_THE_SYMBIOTE_1 


어쨌거나, 이 한편의 서스펜스와 박진감은 이 외계생명체가 인류에 대해 던지는 거시적인 위협 그런 것이 아닌, 정련된 정극 연기의 기본을 갖춘 중견 연기자들이 이 외계생명체의 존재의 의미를 놓고 벌이는 드라마틱한 알력과 긴장 관계에서 주로 나오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비로소 80년대 구 소련이라는 정치적 배경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인데, 결국은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 이 외계인을 생물병기로 사용하거나 기타 국가중심적 목적으로 써먹기 위해 애꿎은 사람들을 희생하는 독재국가의 면모를 드러내기는 하지만, 이 한편이 장편 데뷔작인 에고르 아브라멘코 감독은 (이 작품은 2017년에 그가 만든 [승객 The Passenger] 이라는 9분짜리 단편의 확장판인 모양이다) 내가 애초에 예상했던 것 보다는 훨씬 더 사실적이고 복합적인 방식으로 그 편집증적인 음모를 밝혀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전반부에서는 각 주요 캐릭터들— 정부측 대변인인 세미라도프 대령, 주인공 클리모바, 코스모노트 콘스탄틴— 의 백스토리를 적절하게 활용한 캐릭터 구축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타티아나는 “좋은 게 좋은 것” 이라는 식의 곪은 데 건드리지 말라주의가 작동원리로 기능하는 답답하고 위선적인 소비에트 사회의 규범에 도전하면서까지 자신의 직능에 충실하려는 “여성 프로페셔널” 히어로인데, 냉정하고 절도있는 외관 밑에서 보통 영미권의 이런 영화에서 제시카 채스테인이나 케이트 블랜쳇 같은 영미 스타들이 맡았을때와는 다른 풍미의 인간미가 느껴진다. 결혼하지 않고 낳은 아들을 우주비행사로 발탁되는 데에 불리할 까봐 시설에 숨겨놓고 지내왔다는 스캔들성 비밀을 지닌 콘스탄틴역의 표도로프도 스타성 휘광을 일부 소거하고, 관객들로 하여금 공감과 분노를 동시에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적절히 안배하고 있다. 사실 이 한편에서 가장 흥미있는 캐릭터는 세미라도프 대령인데, 보기만 해도 꽉 다문 입과 잔잔한 발성에서 중후함 (gravitas) 이 느껴지는 베테랑 표도르 본다르추크가 맡아서 타티아나역의 아킨시나와 불꽃 튀기는 연기전을 펼치고 있다. 본다르추크는 그 이름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전쟁과 평화] 등의 대작을 만든 구 소련 영화계의 거장 세르게이 본다르추크의 아들인데, 90년대부터 연기자 뿐 아니라 뮤직 비데오 감독으로 활동하다가 프로듀서로 대성공을 거두고— 위에서 언급한 [스탈린그라드], 그리고 소련의 아프간 전쟁 경험을 그린 [제 9연대] 등 러시아에서 대박 터뜨린 장편영화들을 이분께서 제작하셨더구만— 이 한편에도 제작자 중 한사람으로 이름을 올리고 계시다. 분명 자신이 어릴 적 성장한 (이분은 1967년생으로 한국의 “386 세대” 에 해당되는 연령) 70-80년대의 구 소련에 대한 나름의 작가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이러한 장르적인 작품에도 반영되는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겠다. 아무튼 [스푸트니크] 에서는 세미라도프 대령의 “정체” 가 어떻게 밝혀질 것인가, 또한 과연 콘스탄틴과 세미라도프 대령의 캐릭터가 주인공인 타티아나의 국가와 사회의 통속적인 도덕관념을 거스르면서까지 옳은 일을 해내려는 의지를 거스를 것인가, 또는 그것에 협력할 것인가를 가려내는, 말하자면 일종의 “윤리적 서스펜스” 가 상당하다. 


[베놈] 처럼 다소 엉성하건 말건, 드라마적 내실 따위는 지지밟고 앞으로 나아가는 그런 헐리웃 대작 고유의 마력이나, 이제는 웬만한 한국 장르영화에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인 프로덕션 디자인과 특수효과가 빚어내는 칼러풀한 미적 매력은 이 한편에는 상대적으로 적고, 어떻게 보자면 “조촐한” 한편이라고 할 수 있으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는 기대 수준을 알아서 맞추시길 충고드린다. (사실 [에일리언] 도 원천은 그러한 “싸구려” SF 크리처 피처에서 나온 것이지만) 50-60년대적인 고전적 SF— 인간보다도 사이즈가 적은 외계인이 하나 나타났다고 해서 과학자들과 군인들이 온통 삼엄하게 경비하면서 달라붙어서 연구하는 그런 분위기의— 를 보게 되면, 시작부터 좀이 쑤시거나 따분해 지시는 분들께는 추천드릴 수 없겠다. 나는 그런 류의 (흑백 화면이나 구티가 완연히 나는 특수효과도 포함해서) 고전적 풍미가 담긴 작품들을 오히려 선호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이 한편도 재미있게 감상했다. 물론 SF 스릴러의 고전적 위치를 점하는 작품들과 경쟁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나로선 카리스마 넘치는 아킨시나, 과묵한 가운데 눈도 깜박이지 않고 먹이를 노리는 악어같은 인력이 느껴지는 본다르추크, 스타성 과시를 억제하고 겉으로는 국민적 영웅이지만 속내는 나약하고 분열된 소비에트 남성을 묘사하는 표도로프 등 주요 연기자들의 경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관상경험이었다. 


SPUTNIK_DR._KLIMOVA_CONFRONTED


마지막으로, 대충 훑어본 영어권 리뷰에서도 반 이상의 리뷰어들이 착각하는 플롯 포인트가 하나 있어서, 스포일러가 될 것을 무릅쓰고 한마디 하자면, 아브라모프 감독은 영화를 통해 육아원 같은 얼핏 보아도 어린이들의 인권에는 아무런 신경을 쓰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시설에 수용된 채 구박을 받으면서 지내는 한 신체장애를 겪고 있는 소년의 에피소드를 본 스토리와 교차편집으로 보여주는데, 이게 콘스탄틴이 버리고 온 아들 얘기라고 많은 리뷰어들이 착각하고 있다. 편집의 흐름을 자세히 보시고 또 캐릭터들의 묘사되는 모습을 관찰하시면 아실 수 있듯이, 이것은 콘스탄틴 아들 얘기가 아니다. 물론 감독이 관객으로 하여금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도록 유도한 전략적 선택의 혐의는 있지만, 이 소년이 사실은 누구였는가를 깨달으면, 왜 한 캐릭터가 그토록 국가의 폭압과 그에 말없이 눈을 내리깔고 복종하는 “동조자” 들을 거스리고 자신만의 “도덕적 지침” 을 찾아나서도록 형성되었는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새로이 보실 분들을 위해서 자세한 설명은 자제하도록 하겠다. 외연보다 내실을 중요시하는 “구식” SF 영화의 팬들께 일차적으로 추천드린다. 


PS: 후반부에서 콘스탄틴이 상자곽같이 생긴 구식 TV 로 감상하다가 “재미 참 없네, 차라리 전쟁영화나 첩보영화를 틀어주지” 라고 불평하는 SF 영화는 확신하지는 못하겠지만 동독-소련-불가리아 합작영화인 [Eolomea] (1972) 로 추정된다. 최근에 DEFA (Deutsche Film-Aktiengesellschaft) 라는 동독의 국유 영화회사에서 제작한 동독 영화들을 미국 매서추세츠 주립대학에서 복원할 때 무삭제판으로 공개되었고, DVD로도 시판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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