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것 It (2017)

2017.09.13 14:31

Q 조회 수:2274

그것 It


미국, 2017.         


New Line Cinema Presents A Lin Pictures/KazSmith Productions/RatPac-Dune Entertainment/Vertigo Productions Film, distributed by Warner Brothers. 2시간 15분, 화면비 2.39:1


Director: Andy Muschietti

Screenplay: Cary Fukunaga, Gary Dauberman, Chase Palmer

Based on a novel by Stephen King

Cinematography: Chung Chung-hoon

Music: Benjamin Wallfisch

Production Design: Claude Paré

Costume Design: Jaine Bryant

Editor: Jason Ballantine

Special Makeup Effects: Damon Bishop, Jeff Derushie, Michael J. Walsh, Steven Kostanski, Shane Zander

Special Effects: Warren Appleby, Rodeo FX, Cubica, Atomic Arts, Image Flux, Creature Design: Daniel Carrasco


CAST: Jaeden Lieberher (윌리엄 덴브로), Sophia Lillis (베벌리 마쉬), Jeremy Ray Taylor (벤 핸스컴), Chosen Jacobs (마이크 핸런), Finn Wolfhard (리치 토지어), Jack Dylan Glazer (에디 카스프랙), Wyatt Oleff (스탠리 유리스), Bill Skarsgård (페니와이즈), Nicholas Hamilton (헨리 바워스), Owen Teague (패트릭 헉스테터), Stuart Hughes (바워스 경관), Katie Lunman (베티 립섬), Steven Williams (르로이 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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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그것] 은 1986년에 출판된 장편소설로, 페이퍼백 에디션이 1천페이지를 넘어간다는 엄청난 대작이다. 킹 작가는 60년대부터 꾸준히 집필 활동을 해왔지만, 1974년에 [캐리] 가 압도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80년대 초반에는 이미 그의 당대뿐 아니라 전 미국 출판의 역사를 통해서 가장 많이 팔린 작가로 회자되는 상황에 직면한다. 80년대에 들어서면서 [다크 타워] 시리즈를 발족시키고, 리처드 스트로브와 호러라기 보다는 영 아덜트 판타지에 가까운 소설의 합작을 시도하는 등 갖가지 실험에 매진하게 되는데, 작풍도 "작가" 로서의 창작 프로세스를 다분히 의식적으로 천착한 [미저리] 나 [다크 해프] 등 내면적인 방향으로의 전환이 감지된다. "고전적인 몬스터와 호러 장르의 공식들을 현대 미국의 일상생활에 접목시킨다" 는 기본적인 접근 방식은 킹에 관한 한 이미 70년대 말까지 범인이 결코 접근할 수 없는 초인적 마력 (馬力)과 지구력에 힘입어 할 수 있는 데까지 다 해보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더 스탠드] 에서는 이미 세계의 종말까지 다 소설로 그려낸 그가 그 다음에는 자아의 내부를 탐사하고자 하는 것은 어떻게 보자면 당연한 일이겠다. [그것] 은 킹 작가의 이러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소환하는 자기 반영적이고 내면적인 요소가, [기어다니는 눈 (트롤렌버그의 공포)] 같은 B급 괴물영화를 포함한 미국 대중 문화라는 재료를 거리낌없이 채취하여 활용하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공장 같은 그의 상상력과 정면으로 결합된 한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한 면에서 [그것] 은 킹이 40년이 넘는 세월을 걸쳐 집필한 모든 주요 작품들을 가로지르고 있는 하나의 거대한 주제라고 할 수 있는, 50-60년대 미국에 대한 애증이 담긴 노스탈지어에 대한 하나의 완결판을 구축하려는 시도로 볼 수도 있다. 킹 자신은 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로 발돋움했던 시절의 미국이 유토피아가 아닌 부패와 위선이 가득 찬 사회였으며, 지금 트럼프하의 미국과 마찬가지로 스스로가 갖게 된 세계를 파괴할 수 있는 가공할 힘을 쓸 적격자가 되기에는 한참 멀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셀름즈 롯] 에서 나오는 한 대사-- "세상이 내일 풍비박산이 돼서 없어질 지도 모르는데 흡혈귀가 존재 할 수 있다 없다 가지고 시비를 걸고 지랄이냐 씨X넘아?!"-- 가 그러한 인식을 극명하게 전달해준다. 킹의 소설에 나오는 장르적인 몬스터들-- 뱀파이어, 늑대인간, 외계인들, 초능력자들, 심지어는 저주받은 자동차까지도-- 은 말하자면 핵전쟁, 환경파괴, 대량 살육 등의 "진정한 현대사회의 공포" 를 독자들에게 매개해주는 은유로써 기능함과 동시에, 우리의 어릴 적부터 친근하게 지내왔던 그들이 사실은 우리 자신의 내부로부터 양생된 존재라는 것, 결국 문제는 "우리 (중산층의 평균적인 미국인들) 안에 내재된 사악함" 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아바타들이기도 한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지니고 킹 소설들의 영화화를 다시금 검토해보면 과반수의 각색작품들은 이러한 킹의 주제 의식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는 결론이 도출되지 않을 수 없다. 언젠가 할란 엘리슨이 예리하게 지적했듯이, 킹의 작품들은 플롯의 창의성이나 설정의 참신함 때문에 성공한 케이스는 거의 없으며, 그의 작품들의 시놉시스를 떼어다가 놓고 보면 그야말로 한 시간짜리 저질 미드 한편에도 적합한 내용도 나오기 힘든 경우가 많다. 생각 좀 해보시라. 킹의 대히트 소설들의 "내용" 은 대개 어이없을 정도로 한심한, 한 줄의 문장으로 요약이 가능하다. [쿠조] 는 "우리 집 개가 광견병에 걸렸어요!" 고, [파이어스타터] 는 "임산부 인체 실험의 부작용으로 찰리라는 애가 째려보기만 하면 다 불을 지르는 초능력이 생겼어요!" 고, [크리스틴] 은 "내 친구가 산 중고차가 귀신이 들렸어요!"고… 이하 동문, 무수히 반복이다.


 킹 자신이 누차 말한 바 있다. 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캐릭터라고. '보통 사람들' 이 압도적으로 공감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결코 도덕적 흠결에서 자유롭지 못한 주인공들과, 익히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피부로 느끼지만 애써서 의식의 깊은 곳에 묻어놓고 지내는 '악'을 표상하는 악당들과 몬스터들, 그들이 엮어내는 세계의 박진감과 진정성 이야말로 킹 소설의 진정한 공력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것] 의 영화화라는 작업은 어려운 도전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지금도 R등급을 받았지만, 현존하는 버전보다 훨씬 더 쎈 (원작의 가장 쇼킹하다고 해야 할까, '실험적' 인 부위인 12세 남짓의 소년 소녀들의 그룹 섹스 신을 언급하는 것은 아님을 밝혀둔다. 어디까지나 호러 묘사의 수위와 성격을 놓고 볼 때) 호러 장면들을 나열하는 것도 가능했겠지만, 그러한 접근 방식은 '수박 겉핥기'로 빠져버릴 위험성이 아주 컸다. 추측건대 호러 장르와는 별 관련이 없는 케리 후쿠나가가 기본 방침과 주인공 캐릭터들을 개발하고, [아나벨] 시리즈의 각본가인 게리 도버먼과 신인 체이스 파머가 호러 영화적인 요소를 강화한 것이 [그것] 의 최종 각본인 듯 하다. 나에게는 역시 극한상황에 말려들어간 어린이들을 다룬 영화들인 [Sin Nombre] 와 [Beasts of No Nation] 의 작가인 후쿠나가의 의향이 강렬하게 느껴졌다. 그가 맡은 덕택에 [그것] 의 주인공 캐릭터들이 원작에 지극히 충실하면서도 전형적인 호러영화의 공식에 휘둘리지 않고 살아났다고 여겨진다. [그것] 의 각본은 먼저 40대로 넘어가려는 나이가 된 주인공들의 '어른' 시절의 모습과, 12세 때의 어린 시절의 삶을 교차편집으로 전개하는 (어떻게 보자면 최근의 영화적 유행과 잘 맞아 떨어지는) 소설의 서사 방식을 과감히 폐기하고, 어린 시절에 집중하며, 또한 무한 가지치기적인 방식으로 뻗어나가는 조역 캐릭터들에 대한 정보를 적절한 수순에서 생략하고 삭제하였는데-- 예를 들자면 헨리의 일진 갱 중 한명인 패트릭 혹스테터는, 원작에서는 '그것' 의 영향하에서 연속 살인범으로 성장해서 데리 시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데, 이 한편에서는 '그것' 에 의해 소집된 좀비들에 의해 잡혀 죽는 것으로 끝난다-- 그 결과, 원작에 대한 충실도가 높으면서도 또한 그 강점과 주제를 잘 살려주는 방향성을 획득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각본의 우수성에 비하자면, 아르헨티나산 호러영화 [마마]를 내놓은 바 있는 앤디 무시에티 감독의 접근법은 좀 더 정통적인 라틴-스페인계 호러 (특히 주인공들의 친족에 대한 죄책감과 성적 수치심에 파고든 다는 점에서) 의 그것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결과 빌 스케스가드의 절제되고 멋진 연기에도 불구하고, 악마의 피에로 페니와이즈의 러브크래프트적인 배경 (힌두 전설을 연상시키는 '거북이' 와 '거미' 의 전쟁으로 표상되는 선과 악의 우주적 규모의 투쟁을 포함한) 이 미약해진 것은 유감이다. 박찬욱이나 기예르모 델 토로 같은 감독들이라면 제한된 범위 내에서라도 어떻게 해서든 이러한 '코스믹 호러' 의 단서를 관객들에게 보여주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베벌리의 영혼을 빨아먹는 장면에서 킹 작가가 '죽은 빛 deadlights' 이라고 부르는 페니와이즈의 진정한 모습이 잠시 드러나긴 하는데, 임팩트는 약한 편이다) 후편에서는 좀 뭔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대단한 것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그리고 주인공들의 개인적인 공포에 바탕을 둔 '그것' 의 변신이라는 기본 접근 방식에 약간 안주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상상력의 나래를 좀 더 뻗치면 안될까? 그냥 "무서운 피에로" 나 "썩어가는 시체" 말고도 우리의 상식을 완전히 전복시키는 그런 몬스터의 등장을 기대할 만 한도 한 기획인데 말이지. (개인적으로는 예산의 한계, 구식 기술 등의 문제점 때문에 원안의 구상 고대로 강렬하게 구현되어 본 적이 없는 '기어다니는 눈알' 같은 괴물들이 후편에 꾸역꾸역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캐스팅은 일류 '미드' 수준으로 좋다. [그것] 과 주제와 설정에서 겹치는 부분이 많은 인기 미드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 Stranger Things] 와 비교가 자연스럽게 되는데, (심지어는 핀 울프하드는 두 작품에서 비슷하게 말빨좋은 녀석 캐릭터로 겹치기 출연하고 있다) 나는 [기묘한 이야기] 보다 [그것] 의 캐스트와 캐릭터가 더 마음에 든다. 진짜 스티븐 킹과 짝퉁 스티븐 킹의 차이점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킹 작가는 뚱뚱하다고 온갖 구박을 받지만, 사실은 정말 배려심이 넘치고 지성미를 갖춘 벤저민 핸스컴처럼,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막상 '틴에이저' 의 스테레오타이프에서는 소외된 캐릭터들을 다루는 그런 개소에서 소설가로서의 뛰어난 역량을 발휘한다. [그것] 이 벤의 '뚱뚱함'을 코메디의 재료로 울거먹는 따위의 뻘짓을 저지르지 않고 그의 배려심과 지성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것은 칭찬해 줄 만한 선택이다. 또한 홍일점인 베벌리의 괴로움과 강인함, 그리고 어린 소녀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정할 수 없는 섹시함 (본인이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자의식도 포함해서) 도 소피아 릴리스의 훌륭한 연기와 더불어 잘 전달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베벌리의 아버지가 너무 대놓고 성적으로 위협적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 모양인데, 원작에서처럼 육체적인 폭력을 가하는 방식보다는, 개저씨들한테는 "애정"으로 통용될 수 있는 구역질 나는 "간접폭력" 이 나에게는 훨씬 더 호러스러웠고, 감정 이입의 정도를 증폭시킨다는 측면에서 더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베벌리가 도중에서 페니와이즈에게 잡히는 것이 그녀의 캐릭터를 "약하게" 만든다는 비판에도, 어느 정도는 공감하지만, 캐릭터들의 동선을 따라가보면 두 사람에게 동시에 애정의 대상이 되는 그녀를 페니와이즈가 이용하는 것이 작극법상 효율적인 선택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한편의 촬영감독은 [올드보이] 의 정정훈기사인데, 페니와이즈가 벌건 대낮에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들의 색감 (빨간 풍선… ;;;) 과 구도가 출중할 뿐 아니라, 가히 "빛의 마법사" 적인 실력을 여실히 과시하고 있다. 그에 비하면 요즘 뜨는 작곡가인 벤저민 월피쉬의 음악은 지나치게 얌전했다. 아마도 너무 비쌌겠지만 한스 짐머나 하워드 쇼어 같은 작곡가가 맡았더라면 끝내주는 결과물이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좀 아깝다.


결론적으로, 정공법 호러영화로서, 그리고 스티븐 킹 소설의 핵심을 잘 이해한 각색물로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고, 추천한다. 2부에서는 이 한편에서 잘 구축해 놓은 토대가 있으니만큼, 좀 더 상상력을 크게 발휘해서 대대적인 '몬스터 쇼' 를 펼쳐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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