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Mad Max: Fury Road  


미국-오스트레일리아, 2015.   ☆☆★★


A Kennedy Miller Productions-Village Roadshow Productions Film. 화면비 2.35:1, Arri Alexa, Arri Alexa Plus, Panavision Lens, ARRIRAW Digitial 2.8K, Dolby Digital. 2시간.


Director: George Miller 

Screenplay: Nico Lathouris, Brendan McCarthy 

Based on characters created by: George Miller 

Cinematography: John Seale 

Production Design: Colin Gibson 

Costume Design: Jenny Beavan 

Music: Tom Holkenborg (Junkie XL) 

Stunt Coordinator: Keir Beck, Glenn Chow, Marius Botha, Guy Norris, Anna Wood 

Fight Coreographer: Greg Van Borssum 


CAST: Tom Hardy (맥스), Charlize Theron (임페라터 퓨리오사), Hugh Keays-Byrnes (조 임모르탄), Nicholas Hoult (눅스), Nathan Jones (릭투스 에렉투스), Zoe Kravitz (토스트), Rosie Huntington-Whiteley (앙가라드), Riley Keough (유능이), Abbey Lee (대그), Courtney Eaton (치도), Megan Gale (발키리), Melissa Jaffer (밭 가꾸는 할머니), Quentin Kenihan (콜로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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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과거의 시리즈 리부팅 트렌드를 고려하면 [매드 맥스] 시리즈가 멜 깁슨 이외의 다른 연기자를 고용해서 새로운 백스토리를 통해 리부팅 되는 것은 시간의 문제였다고 할 수 있겠다. 로보캅은 물론이고 저지 드레드처럼 이미 영화화에서 한번 실패한 캐릭터까지도 리부팅의 손길이 뻗치는 판국에, "일세를 풍미했다" 라는 표현이 이렇듯 들어맞을 수 없을-- 멜 깁슨을 글로벌 탑 스타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오스트레일리아 (액션 및 장르) 영화의 존재를 세계 만방에 알리고, 더 나아가서는 쫄딱 망한 세상에서 온갖 야만스런 부족들이 말 대신 오토바이와 트럭을 타고 종횡무진 난리를 친다는 설정을 기본으로 삼는 "황무지" 포스트 아포칼립스 서브장르를 온전히 창조해낸-- 매드 맥스 시리즈와 같은 보물단지를 그대로 놔 둘 수는 없었을 것이다. 


오리지널 매드 맥스를 창조해낸 조지 밀러 감독에게 리부팅을 맡겼다는 것은 어떻게 보자면 지극히 놀라운 선택지라고도 할 수 있지만, 다르게 보자면 현대의 헐리웃 영화계의 큰손들이 이러한 오리지널 매드 맥스, 특히 그 속편 [로드 워리어] (나는 [이블 데드]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매드 맥스 시리즈의 서사적 연속성을 부정하는 쪽에 속하기 때문에, 이 속편을 [매드 맥스 2] 라고 부르기 싫어한다. 마찬가지 이유로 본편도 [매드 맥스 4] 라고 부르고 싶지 않고 여러분들께서도 그렇게 어거지로 시리즈의 연속성을 강조하는 호칭을 쓰지 마시기를 권고한다) 에 대한 경외감의 발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감히 누가 [로드 워리어] 같은 앉은채로 턱뼈가 땅바닥에 곤두박질 치는 작품을 CGI 로 뭉개지 않고 만들어낸대? 오리지널 감독분이 하셔야죠 역시. 그런 정서가 장르영화 전문가 빌리지 로드쇼 프로덕션과 배급을 맡은 워너 브라더스의 결정에 다소나마 개입했지 않았을까 싶다. 뭐 헐리웃 판도에서 노털들의 세력 얘기를 하자면,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 단테가 벌써 68세고 존 랜디스가 64세다. 밀러 감독이 이제 겨우 (!) 70세인데, 한국이야 50대 후반부터 불연성 쓰레기 취급을 할 지 모르지만 미국에서는 영화계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60대 후반이면 아직도 팔팔하다. 물론 영화가 영화이니만큼, 엑 이 미친 한편의 감독님이 70대?! 라는 탄성이 나오는 것도 일면 이해가 가긴 한다. 


아무튼, 오리지널 감독님을 다시 영입한 덕택에 리부트로서는 예외스럽게도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는 [로드 워리어] 의 기본 골격에 충실하면서도 당시로서는 예산과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찍을 수 없었던 확장판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 영화의 맥스는 제 1편 [매드 맥스] 의 주인공처럼, 망하기 직전의 (또는 망한 직후의) 세계에서 경찰관 (또는 경찰에 준하는 직업을 지닌 자) 였었고 어린 딸을 위시한 가족을 비극적으로 잃어버렸다는 전력을 공유한다. 영화의 시작은 [로드 워리어] 의 시작과 거의 동일한 배경으로, 서부극의 성채를 공격하는 인디언 부족 이라는 고전적 서부극을 연상시키는 구도로 들어가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서부극 안에서도 백인 기병대보다 인디언 부족들에게 관객들의 공감이 기울어지게 된 것처럼, 성채 (영화 안에서도 "씨타델" 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를 지배하는 "법과 질서의 세력" 이 거꾸로 그로테스크한 죽음 숭배를 교리로 삼는 컬트를 신봉하는 "악" 으로 묘사되고, 대신 추장의 소유물이자 씨받이로 인생을 살 것을 거부하는 젊은 여성들과 그들을 탈출시켜서 여성들이 다스리는 유토피아로 후송하려는 여전사 임페라터 퓨리오사가 "선" 으로 그려지도록 세력 균형이 바뀌었다.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를 보기 시작할 때 무엇보다 먼저 느낄 수 있는 것은, 조지 밀러 감독이 자신의 상상력과 고집을 돈 대는 세력들의 간섭에 전혀 개의치 않고 마음껏 펼쳐 보일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마른 하늘에 방전 (放電) 하는 벼락 같은 자유스러움의 에너지이다. 조금이라도 관객들이 이게 마음에 안들 까봐, 저게 신경에 거슬린다고 할 까봐, 이걸 빼고 저걸 더하고 하는, 대규모 스튜디오 기획작품에서 볼 수 있는 "배려심" 이 [분노의 도로] 에는 없다. 관객들이 거품을 물건 말건, 두통을 호소하건 말건 그냥 밀고 나가는 것이다. 영화의 내용뿐만 아니라 밀러 선생의 이 연출자로서의 기백이 통쾌하기 그지없다. 


조지 밀러 감독은 내가 생각하기로는 마초 액션영화 만드는 기질의 영화작가가 아니다. 오히려 여성이지만 [제로 다크 써티] 의 캐스린 비글로우 감독 (이분도 올해로 예순 세살 이시다. 이분의 데뷔작인 뱀파이어 웨스턴 [니어 다크] 가 벌써 28년전 영화다) 이 이런 기질을 다분히 지니고 계시다. 밀러 감독의 성향은 내가 보기로는 아니메이터에 가깝다. 그가 헐리웃에서 만든 [이스트윅의 마녀들], [로렌조 오일], [해피 피트] 등에 공통된 터치는 오페라적이라고도 일컬을 수 있을, 리얼리티에서 한 발 벗어난 과장된 (좋은 의미로 "만화적인") 성향이며, 그것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밀러 감독 특유의 기법 중 하나가 경악한 캐릭터의 팽창한 눈알이 안과에서 튀어나오는 모습을 실제로 찍어서 (영화 안에서는 몇 프레임 정도의 그야말로 1초도 안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리액션 샷으로 삼입하는 것이다 ([매드 맥스] 의 토커터의 최후 장면, 그리고 스필버그, 랜디스, 단테와 공동 작업을 한 [트와일라이트 존] 극장판에서 존 리스고우가 비행기에 매달린 괴물을 다시 목격하는 장면에서 원용되고 있다). 또 다른 하나의 기법은 필름을 빨리 돌려 찍어서 액션이 빨리 보이도록 착각하는 것으로, 실제로 헐리웃 영화의 위험한 스턴트 장면에서는 자주 쓰였지만, 보통 갑자기 멀쩡하던 배우들이 무성영화 잘못 돌린 것처럼 뽀로록 하고 잽싸게 움직이기 시작하면 관객들에게는 실소만 선사하고 말기 때문에 이제는 잊혀진 기술이 되었는데, 밀러 감독은 니네들 웃으려면 웃어라 아이돈 케어! 하는 식으로 태연자약하게 "필름 빨리 돌리기"를 여기저기서 구사한다. 무슨 얘긴고 하면,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는 몸으로 때운 아날로그 스턴트 액션을 더할 나위없이 실감에 가득차게 보여줌과 동시에, 그 액션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태도는 워너 브라더스 만화처럼 동적 에너지를 최고도로 발산시키는 "비현실주의" 라는, 일견 자기 모순적인 "작가적 지향"을 가지고 만들어졌다는 말이다. [로드 워리어] 와 [분노의 도로] 가 지닌, 어딘지 모르게 펑키하고 유머러스 하면서도 쇠 녹 냄새와 더불어 기침을 독하게 불러일으키는 모래먼지에 휩싸였을 것 같은 "박진성" 을 지닌 독특한 질감은 이 감독의 비전에서 나온다. 


이 한편의 스턴트 액션의 퀄리티야 두말할 필요도 없이 현대 액션 영화의 최고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나는 여전히 [로드 워리어] 의 편을 들어주고 싶다. 물론 30년전의 작품이니 80년대 이후에 출생한 관객들에게는 [분노의 도로] 보다 덜 유난스럽고 화려하게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은 잘 알겠다. 그러나 그런 시각의 차이를 고려에 넣더라도 [로드 워리어] 는 캐릭터와 액션의 융합이라는 측면에서 각별한 한편이다. [분노의 도로] 는 어쩔 수 없이 그 확장판일 수는 있으되, 그것을 뛰어넘는 업그레이드판으로는 난 인정하지 못하겠다. 물론 탄력있는 장대를 이용해서 달리는 자동차에 무기를 든 스턴트맨들이 차례로 난입하는 액션의 설계 등 보고 있노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후자의 액션장면들의 고퀄리티를 인정하고서 하는 말이다. 그 차이점을, [로드 워리어] 에서 "타이어를 쏴!" 라는 지시를 듣고 팔에 매달은 석궁으로 맥스가 모는 탱커 트럭의 타이어를 쏘려고 바이크를 몰고 접근한 멍청한 악당녀석이 앗 하는 사이에 타이어에 자기 팔부터 바이크까지 통째로 말려들어가서 뭉개져버리는 장면의 묘사가, 똑같은 아날로그 액션이지만, 영화를 보는 순간 마치 스턴트맨이 진짜로 저렇게 타이어에 말려들어간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분노의 도로] 에도 그런 순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로드 워리어] 가 주는 날것의 흥분을 대체할 만한 그런 수준은 아니다. [로드 워리어] 와 같은 액션영화는 아마도 다시는 만들 수 없을 것이라는 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캐릭터에 대해서 언급하자면, 톰 하디는 맥스 역으로 적절하게 터프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지만, 재미있는 것은 맥스는 멜 깁슨이라는, 뛰어나게 아름답게 생기고, 슬픈 연기를 보여달라고 하면 눈물 콧물 질질 짜는 "감성적 연기" 밖에는 할 줄 몰랐던 나이어린 오스트레일리아 배우가 맡았기 때문에 비로소 그 "감정이 메말라버린 서부의 방랑자" 역할에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질감의 휴머니티를 더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분노의 도로]에서 매드 맥스 시리즈의 깁슨에 대응하는 연기자는, 하디가 아니고 샬리즈 테론이다.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머리를 깎아버리고 팔 하나까지 잘라버리고 먼지 구뎅이에 담가서 관객들에게 제시했어도, 테론이 연기하는 임페라터 퓨리오사는 완벽하게 아름답다. 아니 오히려 "여성적인" 장식이 거둬지면서 그녀 본연의 순수한 아름다움이 더욱 빛난다고나 해야 할까. 임페라터 퓨리오사는 지금까지 헐리웃 대작에서 나온 여전사 캐릭터 중 최고봉에 해당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녀의 캐릭터가 매력적이면 매력적일수록 막상 주인공이어야 할 맥스의 인상은 엷어진다는 것이 문제다. 그녀의 엄청난 매력 때문에, 그녀와 맥스가 서로 못 믿어하면서 치고 받고 하는 전반부가 나한테는 짜증스럽게 정석적으로 다가왔으니까. 


[분노의 도로] 는 오랜만에 숨통이 탁 트이는 자유스러운 활극의 에너지로 넘쳐나는 좋은 영화다. 조지 밀러가 다시 메가폰을 잡든 말든, 맥스의 스토리가 계속되건 아니면 다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아서 계속되건, 이 프랜차이즈가 계속될 것이라는 것은 사막에서 모래알 보듯이 명백한 일이니, 일단은 리부트의 성공에 축하를 보내야 할 일이겠다. 바라건대 후속편에서도 그 페달에서 발을 떼기 싫어하는 작가적 태도는 유지하시길. 


PS 1: [로드 워리어] 도 여러모로 [7인의 사무라이]를 생각케 하는 작품이지만 본편 [분노의 도로] 에는 후자를 한 번 이상 본 영화팬 이라면 놓칠 수 없는 아주 직설적인 [7인의 사무라이] 오마주가 나온다. 난 그거 보고 눈물이 핑 돌았음. 


PS2: 나미비아에서 로케이션했다고 하는데, 피터 위어 감독과 [위트니스], [죽은 시인의 사회] 등을 작업했던 존 실 촬영감독의 사막의 여러가지 모습을 바뀌는 표정처럼 다양하게 보여주는 작업은 실로 멋들어지다. [스카이폴] 의 경우도 그렇지만 어째서 코엔형제 영화의 사진이 아름다운 것은 보이는 인간들이 액션영화, 장르영화의 사진이 아름다운 것에는 청맹과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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