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

2015.07.11 17:17

Q 조회 수:4844

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 


미국, 2015.      ☆☆☆☆


A Pixar Animation Studios-Walt Disney Pictures Production. 화면비 1.85:1, Color, 35mm, Dolby Digital/Atmos. 1시간34분.


Director: Pete Docter, Ronaldo Del Carmen
Screenplay: Meg LeFauve, Josh Cooley, Pete Docter, Ronaldo Del Carmen
Producer: John Lasseter, Mark Nielsen, Jonas Rivera
Production Designer: Ralph Eggleston
Art Direction: Bert Barry
Special Visual Effect Directors: Amit Baadkar, Chris Foreman, Andrew Jimenez, Leon Jeong-Wook Park
Music: Michael Giacchino


CAST: Amy Pohler (기쁨이), Phyllis Smith (슬픔이), Richard Kind (빙봉), Bill Hader (소심이), Lewis Black (버럭이), Mindy Kaling (까칠이), Kaitlyn Dias (라일리), Diane Lane (엄마), Kyle MacLachlan (아빠), Dave Goelz (무의식의 동굴 수위 1), Frank Oz (무의식의 동굴 수위 2)


프랭크 카프라, 프레스턴 스터지스, 존 포드나 하워드 호크스 같은 영화인들이 만들었던 (이들은 "영화작가" 가 아니다) 연령과 시대를 초월해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신비스러울 정도로 재미있고 감동적인 고전 영화들을 21세기의 미국에서 누가 만들고 있는가? 이런 질문을 던져봤을 때 스티븐 스필버그, 제임스 카메론, 크리스토퍼 놀란, 샘 멘데스 등의 이름들이 떠오르시는가? 아니다.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의심의 여지없이 픽사일것이다.


픽사의 작품들이 고전기의 월트 디즈니 아니메이션과 (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른 아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작품들과) 어떻게 차별화되는지, 또한 왜 이들의 (픽사 회사자체는 서부의 IT메카에 설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상상력의 세계가 스터지스, 카프라, 포드, 호크스의 영화들에 조응하는 즐거움과 감동을 가져다 주는지, 제대로 논의를 전개하려면 몇 편의 연구서를 집필해도 모자랄 것이다. 몇 가지만 부언하자면, 한국의 관객 여러분들이 막연히 생각하실 것처럼 픽사의 영화들은 "족보없는" 코스모폴리탄한 작품들이 아니다.  [토이 스토리] 부터 [인사이드 아웃] 에 이르기까지 픽사의 "공식" 이 있다면, 미국 중산층 중서부지역의 정서에 깊이 뿌리내린 코믹한 인생드라마에 기초를 두고, 그 다음에는 절대로 실사영화로는 건드릴 수 없는 (실제로 만들려면 10억달러는 때려부어야 할 수준의) 원대하고도 치밀한 상상력의 세계를 폭발적으로 구현한다는 것이다. [인크리디블스] 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최고의 극장판 수퍼히어로 영화이자 (끄응… [다크 나이트] 를 제외하면…) 수퍼히어로물의 정석과 웃기는 설정에 대한 기상천외한 패러디이기도 하다. [네모를 찾아서] 는 어항속에서 헤엄치는 관상용 물고기들의 세계에 좁은 자신의 세계관을 벗어나지 못하는 (미국인) 소년의 넓은 세계를 향한 선망과 공포를 투영한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부모님들 속의 동심을 울리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라는 따위의 상투적 문구를 실제화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믿을 수 없는 사실을 다른 영화제작자들에게 일깨워준다 (그럼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쥐구멍을 찾고 싶게 만든다). [라따뚜이] 와 [벌레의 인생] 그리고 수많은 단편들은 "인간이 아닌 것들의 의인화" 라는 목표를 향한 실험정신을 풀로 가동시키면서 거기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간적인 스토리를 접목시키려는 경악스러운 시도들이다. [월-E] 에 이르러서는, 그냥 딴말 할 필요 없이 무릎을 꿇어야 하는 최고의 SF 영화이고, [Up] 도 마찬가지. 딴말 할 필요 없이 무릎을 꿇어야 하는 고전적 모험영화이다. (물론 [카] 나 [몬스터 주식회사]처럼 "보통 월트 디즈니에서 만든 수준의 재미있는" 작품들도 있다. 회사인 이상 모든 타율이 홈런일 수는 없는 것이니까)


그리고 여기서 다시 한번 우리는 픽사 앞에서 감동과 희열의 눈물을 흘리면서 무릎을 꿇어야 한다. [인사이드 아웃] 을 보고 내 대뇌의 어떤 부분도 그 막대한 예술적 파워의 자극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 내 머리속의 까탈스럽고 젠체하는 "평론가" 는 KO 펀치를 맞고 납작하게 뻗어버리고 만다. [인사이드 아웃]을 봤을 때 우리가 느끼는 경악과 충격의 감정을, 단순명쾌하게 규정되었음에도 (우리가 평상시에 만나고 사는) 실제 인물들의 복합성을 지닌 캐릭터들에게서 얻어낼 수 있는 포근하면서도 가슴이 떨리는 공감, 그 스토리와 캐릭터화의 기가 막히게 영악하고 지능적인 화술과 전개, 그리고 그 모든 "인간적인" 요소와 결코 충돌하지 않으면서 우리의 대뇌피질을 일거에 몇백배로 확장시키는 어마어마한 상상으로 구축된 세계의 표현이라는 삼위일체적인 층위의 "재미" 가 서로 조화롭게 맞물려 돌아가는 신비스럽고 거대한 기계장치의 엄습에나 비교할 수 있을까? 이걸 어찌 보통 우리가 "감동적인 영화" 라고 일컫는 작품들을 보고 "다 클리셰 인줄 알지만 어쩔 수 없이 눈물샘이 자극을 받아 흘려주는 눈물"과 비교할 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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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가 [인사이드 아웃] 의 설정이 기발하다는 것은 인정을 할 것이겠지만, 나는 이 라일리라는 중서부 출신 미국 소녀의 머리 속의 세계를, [인터스텔라] 의 우주공간과 맞먹을 정도의 경외감을 던져주는, 솔직히 말해서 공포스러운 공간으로 묘사한 픽사팀의 선택, 그 무지막지한 실험정신과 상상력의 외연에 가히 구둣발에 밟힌 바퀴벌레 같은 정신상태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라일리 소녀의 뇌내는 항상 즐거움과 (얄팍한) 현재 중심의 사고가 지배하는 유아적 사고의 표상화 대신에, 대도시 마천루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수억, 수백억의 "기억의 구슬" 이 들어찬 산등성이, 역시 한도 끝도 없이 펼쳐지는 어두움의 세계인 "망각의 골짜기" 그리고 산더미만한 진공청소기와 생일파티 한답시고 애들에게 트라우마를 선사하는 괴물 피에로가 선잠을 자고 있는 "무의식의 동굴" 이 들어찬 문자 그대로 비경 (秘境) 이다. Awesome 이라는 영단어는 이런 걸 표현할 때 써먹는 말이다. 니가 기르는 강아지가 재주넘었다고 awesome 이라고 써붙여서 인스타그램에 올리지 마라 챙피하다!


이 비경을 넘어서 기쁨이와 슬픔이가 어설프게 "리얼리즘" 을 추구하는-- 그 자체로서 헐리웃에 대한 너무나 아프게 정곡을 찌르는 풍자이다--  "꿈" 을 만드는 영화 프로덕션 (주인공들이 언뜻 지나치는 장면에 보이는 히치코크의 [현기증] 을 연상시키는 [나는 아주 아주 아주 오랫동안 떨어지고 있었다] 라는 "히트 꿈" 의 포스터를 보라 ;;;) 을 지나서, 여러가지 잡다한 구상의 기억들을 "추상적인 사고" 로 변형시키는 "쓰레기 처리장" 을 돌파하는 시퀜스까지 이르면 이게 지금 월트 디즈니 사에서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를 내가 보고 있는게 맞지? 라는 자문자답이 자연스럽게 머리속을 오고간다. 그러나 물론 이러한 상황들과 그 초현실적이라는 말 이외에는 언급할 수 없는 기막힌 표현들은 실사로는 도무지 불가능하고 오로지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이기 때문에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픽사가 [인사이드 아웃]의 캐릭터들-- 칼러 코디가 된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소심이, 까칠이-- 에게 대표적인 "감정"들을 부여하기는 했지만 그들은 기능적으로 이러한 감정들을 비주얼화하는 데에서 그치거나, 또는 (아마도 최고 수준의 일본 아니메이션이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싶듯이) "개인적 성향"을 배제하고 "약자 (슬픔이)" 를 배려하면서 "공동체의 조화"를 추구하는 스토리라인으로 밀고 갈 의도가 전혀 없다 (행여나 이런 "뻔한 해석"을 [인사이드 아웃]을 보고 내리는 분들이 많이 있을까 봐 걱정된다). 이 사실은 각 "감정" 들이 실제사회의 인간들처럼 희로애락의 감정을 다 느낄 수 있는 개성화된 존재들이라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실제로 영화에서 가장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슬픈" 시퀜스는 슬픔이가 아닌 기쁨이가 잿빛으로 흉하게  잊혀져버린 기억의 구슬들을 끌어안고 "난 라일리가 행복하길 원했을 뿐인데" 라고 울먹이는 장면이다. 이 한편에서는 기쁨이도 울면서 슬퍼할 수 있고, 슬픔이도 즐거움이 넘치는 미소를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캐릭터들은 단순한 "감정의 의인화" 라는 측면을 훨씬 넘어서서 하나의 독립된 인격을 부여받고 있다. 감정 자체도 한 사람의 어리지만 분명히 두 땅에 발을 딛고 존재하는 인격에서 나온 존재인 이상, 그 인격이 받아야 할 모든 존중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런 설정의 튼튼함이 있어서야만이 비로소 "슬픔이" 는 잉여도 아니고 약자도 아닌, 라일리의 인격에 있어서의 주체성을 행사할 수 있는 주인공으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사실은 그녀에게야말로 모든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기쁨이에는 그 능력이 없다는 것이-- 슬픔을 모르는 인격은 기억이 얼마나 소중한지, 현재의 자그마한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는 것이-- [인사이드 아웃] 의 단순한 것 같지만 사실 대다수의 "어린이용 미디어 산물" 들이 완벽하게 놓치고 있는 급진적인 메시지다.


그래서 [인사이드 아웃] 의 스토리라인은 라일리가 자신의 좌충우돌하는 감정을 추스리고 어른으로서의 성장에 발돋움하는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것과는 또 다른 층위에서 관객들 중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그 아름다운 기억들을 다 잊어버린" 어른들의 마음을 아프게 건드리면서, 자신들의 감정 (그리고 어린 세대들이 표현하는 감정들) 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면서 "우리들" 이라는 인격을 구성하고 유지하는지, 그 노고에 감사하고 그들의 노력을 치하할 것을 넌지시 말해준다. 이것이 단순히 "감정을 통제해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어린 소녀"라는 디즈니 (실사) 영화의 공식에서 얼마나 앞서 나간 모델인지 새삼스럽게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위에서 지적했듯이 무한대를 지향해서 뻗어나가는 픽사의 상상력 (이것이야말로 "공상력" 이라고 부르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닌가? 대한민국의 부모들이여 그대들은 자식들의 "공상"을 그렇게 짓밟아 놓고도 밤중에 잠이 오는가? 얼마나 수많은 어린이들이 그렸던 빙봉 "고양코끼리" 가 학원 다니고 입시 공부하느라 잊혀진 기억의 나락으로 버려졌던 것일까? 이렇게 인터넷 공간에서 아무나 보고 물어뜯으면서 "짜증" 과 "분노"를 방사능처럼 발산하는 대한민국 "어른" 들로 자라기 위해서 그렇게 당신 자식들에게 미친듯이 권위적으로 굴면서 인생을 기획해 온 건가?) 에 대해서는 더 이상 첨언하기가 바보같지만, 쓸데없이 "짜잔" 하고 관객들에게 무언가를 과시해 보이려는 제임스 카메론적 태도가 눈을 씻고 봐도 없는 깐에는 캐릭터들의 머리칼과 스웨터 기지의 한 올까지 놓치지 않는 픽사의 기술적 성취에는 그저 감복할 따름이다 (기쁨이와 슬픔이의 옷자락과 머리칼이 지닌 특이한 질감을 잘 관찰해보면 빛을 머금은 원색의 "입자" 들로 구성되어 있음을 보실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디테일들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대여섯번은 감상해야 될 듯싶다).


[인사이드 아웃] 에 대해서는 더 할 수 있는 말이 많지만, 이만 하겠다. 우리가 인생에서 그 업계 사람들이 "넘사벽" 이라고 일컫는 것들이 많은데 넘기를 불가능한 벽이라는 것은 사실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 얼마 안되는 진짜 넘사벽중의 하나가 바로 픽사다.  픽사를 아무리 기술적인 수준에서 따라마셔도 (그것 자체도 힘이 쪽 빠지게 어려운 일이지만) 이 중층적이고 복합적인 스토리텔링의 파워는...  염두가 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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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이 영화 보시는 분들께 한마디. 그냥 아기자기하고 알콩달콩한 솜사탕 먹는 것 같은 "재미" 를 추구하는 이유로 이 한편을 보실 분들께서는 조금, 아주 조금이라도 좋으니 "머리를 쓰셔서" 이 한편이 지향하고자 하는 "사상성" 에 주의를 기울이셔서 관람하셨으면 좋겠다. 나는 아직까지도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관객들과 수입관계자들은 일본의 "극화" 독자처럼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으응 우리 애기가 그래쩌? 하는 혓바닥 짧은 "유아성" 을 발현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라는 편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애니메이션이면 픽사라도 더빙판을 만드는 것이 그 증거이다. 픽사의 목소리 연기도 더빙판으로 들어도 아무런 퀄리티에 영향이 없다면,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 나 [터미네이터 2]도 더빙판으로 못 볼 이유는 무엇인가? (더빙판을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논의 아니니까, 또 말꼬리 붙잡고 늘어지지 마시라)


그저… 이 [인사이드 아웃] 의 지적 레벨은 [코스모스] 시리즈에 나오는 닐 디그래스 타이슨의 과학 강의보다 하나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만 명심하고 관람하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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