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생령  Twin Spirit 


중국, 2015.      

 

1시간35.    

 

Written and directed by: Qin Zhen

Production Design: 박제현

Cinematography: 김성환, Ding Xiao

 

CAST: 차예련(류 선생님), Chong Yilan.

 

먼저 영화에 관한 자료가 하나도 없는데 대해 면구스럽다는 말씀을 읽는 분들께 드린다. 솔직히 차예련씨가 나오는 줄도 모르고 보고 가서, 막연히 인터넷에서 찾을 있겠지 라고 따로 캐스트 이름도 적어놓지 않고 왔는데 (보통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 주요 스탭의 이름 정도는 메모를 하는 편이다 구세대라서 그런지 IMDB 로튼 토마토등의 정보도 오십프로 이상 신용은 하지 않는다) 이렇게 정보를 얻기 힘든 최근작은 처음 본다.

 

여감독 진진 (이것도 한자가 맞는지 퍼센트 확신은 못하겠지만, 秦臻 이라고 크레딧에 올라간 같다. 틀렸으면 죄송하다) 이라는 분은 한국의 중앙대학교에 유학했던 경험이 있으시다고 하는데, 가장 좋아하는 한국영화로 [장화 홍련] 꼽는다고 보도자료에 써있다애고차예련씨가 방에 틀어박혀서 나오지 않는 칭닝이라는 소녀의 미술 선생님 역할로 나오는, 제목이 "쌍생령" 호러영화의 감독이 [장화 홍련] 을 좋아한다고 대놓고 말했으니, 그 결과물이 어떻게 나왔을런지는 가히 짐작이 가시리라 믿는다. 간단히 말해서 [장화 홍련] 의 소녀 페티시 취향, 미닫이문이 여기 저기 잔뜩 들어선 이상한 무국적 인테리어 테이스트, "골 때리는" 반전 등의 여러 각별한 요소들이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드셨던 분들께서는 [쌍생령] 을 보시기가 괴로우실 것이다.  이 영화에도 못된 계모가 나오는데, 헤어스타일과 화장, 심지어는 블라우스의 색 코디까지도 [장화 홍련] 의 염정아씨를 고대로 따라하고 있다이 한편이 따라하지 못한 것은 둥둥 떠다니는 벽지의 디자인 정도보고 있으면 쓴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사실 나처럼 [장화 홍련] 을 좋게 평가하는 "명품 호러" 애호가의 입장에서는, 오리지널의 변주와 번안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지 순수하게 궁금한 심정도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흥미있게 감상한 측면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겠다제목이 [쌍생령] 이지만 일란성쌍둥이에 관한 얘기는 아니고, 생긴 것은 전혀 다른 (그렇지만 아마 나이는 같은?) 두 자매가 등장하는데, 각본은 "원작" 보다 훨씬 서스펜스 스릴러에 가까운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나름 논리적인 추리를 하면서 스토리를 따라 갈 수 있다. 엔딩의 반전에 관한 단서도 제대로 주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클라이맥스에서 보여주는 "유령" 즉 정신적 트라우마가 발생하게 된 상황이 약간 막장 드라마적 과잉으로 달리는 것을 제외하면, 비논리적인 전개 때문에 관객들로 하여금 어이를 상실케 하거나, 도중에서 딴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런 기초적인 실책은 면했다고 볼 수 있다. "반전" 의 내용을 히치코크 감독의 [싸이코] 의 결말처럼 의사 선생님이 일부러 등장해서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은 아마도 중국 일반 관객들을 위한 배려인지도 모르겠다


photo TWIN SPIRIT- DINNER TABLE_zpsuqvu1he9.jpg

 

호러 효과는 그저 그런 수위. 긴머리 귀신 이미지를 남용하지 않은 것은 칭찬해 줄 만하지만, 공간의 이용법이 명료하지가 못해서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구석이 있다 (내가 본 상영판본이 포스트 프로덕션이 덜 끝난 버전이었는지, 자꾸 채도가 떨어지고 화면이 어두워지던데, 이런 전개도 별로 영화에 도움이 되지 못한 듯 하다).  [쌍생령]의 집은 미닫이문은 아니고, 울퉁불퉁한 유리 격자로 만든 여닫이 문이 너무나 많은데, 차예련씨, 이 문들 열고 닫고 도망치고 갑작스런 돌풍에 날려가고, 하여간에 고생이 많아 보인다.

 

유감스럽게도 연기자들의 매력은 풀로 살렸다고 하기 힘들겠다. 차예련씨 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중국 여배우분 (이름을 몰라서 죄송) 이 예련씨한테서 미술 개인교수를 받는 칭닝을 연기하고 있는데, 이 신경 거슬리는 나이상의 갭은 각본상으로 설명이 어느 정도 되기 때문에 크게 문제 삼을 것은 없지만, 그 이슈를 따로 놓고 보더라도, 이러한 "귀신 들렸을지도 모르는 소녀" 역에 적절한 연기자 분으로는 보이지 않았다차예련씨의 경우는 원래 목소리를 쓰지 못하고 중국어 더빙으로 연기를 하는데, 원래 독특한 개성의 소유자라서 그런지, 이런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잘 끌고 나가는 주연급 여배우로서의 견인력은 발휘를 하고 있다. 단지, 중국어 더빙을 한 성우가 "아 음…" 이런 식의, "망서리는" 또는 "힘들어하는" 숨소리를 대사와 함께 녹음해 넣어놓는 등의 "성우적" 연기를 하고 있어서, 괜히 차예련씨 자신의 연기실력을 깎아먹는 측면도 있는 듯 하다. 하여간에 차 연기자님은 누가 나스타샤 킨스키가 맡았던 [캣 피플] 의 주인공 같은 역에 캐스팅 좀 해주었으면 좋겠다


photo TWIN SPIRIT- DAD AND ME_zps77us9nuo.jpg  



사족: 음악이 단순히 호러영화의 공식을 따라간다는 정도가 아니라, [살인소설] 의 크리스토퍼 영의 스코어 등 아주 최근에 나온 호러영화들의 음악들을 대놓고 표절해서 짜집기하고 있던데, 한 무렵 전의 홍콩영화도 그런 식이긴 했지만, 2015년인데 이래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오리지널의 작곡가들에게서 다 허가를 받았을 것 같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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