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타크래쉬 Starcrash

2015.10.19 09:09

Q 조회 수:2457

스타크래쉬 Starcrash


이탈리아-미국, 1979.        ☆


A Nat and Patrick Wachsberger Production. Distributed by New World Pictures. 화면비 1.85:1, Technicolor 35mm, Dolby Stereo. 1시간 32 분.


Director: Luigi Cozzi (Lewis Coastes)

Screenplay: Luigi Cozzi, Nat Wachsberger

Cinematography: Roberto D'Ettorre Piazzoli

Production Design: Aurelio Crugnola

Special Effects: Germano Natali, Armando Valcuada, Ron Hays

Music: John Barry


CAST: Caroline Munro (스텔라 스타), Marjoe Gortner (아크톤), Christopher Plummer (은하제국 황제), David Hasselhoff (사이몬 왕자), Robert Tessier (토르), Joe Spinell (자르스 안 백작), Nadia Cassini (여인족 여왕), Judd Hamilton (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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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엑소시스트] 와 [조스] 가 범지구적인 대 히트를 쳤을 때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권 국가들을 중심으로 산더미 같은 양의 아류작들이 쏟아져 나왔다. 마리오 바바 같은 자타가 공인하는 호러영화의 거장조차도, 제작자 알프레도 레오네의 꼼수에 말려들어간 나머지, 몽환적인 예술작품 [리사와 악마] 를 추잡하기 이를 데 없는-- 독일인 미녀 엘케 소머가 시퍼런 뭔가를 토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날 두꺼비를 입에서 뿜어내는 한편이라고 말하면 감이 잡히시려나?-- [엑소시스트] 아류작 [엑소시즘의 집] 으로 재편집해서 미국시장에 공개한다는, 지금 시점에서 보면 맥시멈으로 쪽팔리는 흑역사로밖에는 간주하지 않을 수 없는 행위를 저질렀으니, 다른 수준, 재능 떨어지는 감독들이야 두말하면 잔소리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스타 워즈] 의 경우 위의 두 편을 능가하는 초강렬 히트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아류작은 의외로 많지가 않다.


[스타 워즈] 는 총 제작비로 따지면 결코 대작이라고 일컬을 수 없었던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 제작에 연루된 랄프 맥쿼리 등 산업 디자인의 준예들과 ILM 이라는 역사에 남는 초강력 특수효과 공방을 만들게 되는 직인들의 실력이 당시 최고의 수준으로 발휘된 한편이었으며, 제작 규모 즉 쏟아붓는 돈다발의 양이 아니고 디자인과 기술적 작법의 퀄리티가 영화의 질을 결정한다는 규범을 몸소 시전해 보인 모델과 같은 한편이었다. 랩탑에서 그린CGI 가지고 까불대는 21세기의 범용한 "특수효과" 팀들이 함부로 입에 달고 나불거릴 수 있는 그런 수준의 한편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따라서 존 세일즈가 각본을 쓴 [우주의 7인 Battle Beyond the Stars] (1980) 정도는 되어야지, 연장선상에서 "이런 [스타 워즈] 빠꾸리 영화가 있더라" 라는 언급이라도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차라리 TV에 올렸던 [배틀스타 갤럭티카] (뭔가 허먼 멜빌식으로 고급화된 최근의 리메이크 말고, 로보트 원숭이-강아지가 꿍꿍하고 기어다니던 오리지널) 나 [벅 로저스] (60년대 [배트맨] 처럼 코메디노선으로 나갔더라면 좋았을) 같으면 공짜니까 봐줄 수 있었지만… 하여간 그렇게 열정적으로 헐리웃을 베끼면서 아류 영화를 양산해낸 이탈리아 영화계에서도 [스타 워즈]를 대놓고 베낀 작품은 그렇게 많지 않다. 우주선을 날리고 디자인하고 어쩌고 할 기본 실력이 없는 걸 어쩌겠나.


그 적은 양의 [스타 워즈] 졸속 빠꾸리 중에서 비교적 세계적인 명성 (?) 을 유지하고 있는 한편이 이 [스타크래쉬] 이다. [스타크래쉬] 는, 사실 내용적으로는 [스타 워즈] 라기 보다는 레이 해리하우젠의 스톱 모션 아니메이션으로 유명한 해적 신배드 시리즈의 후예로 보는 것이 더 말이 된다. [스타 워즈] 도 (모두의 "은하 저 너머 옛날 옛적에…" 라는 서문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정통적인 SF 는 아니지만, 그 디자인과 세계관에는 70년대 최첨단의 산업기술, 미래학적 구상과 천체물리학적 지식이 충분히 반영되어 있었다. 본가에 비교하자면 [스타 크래쉬] 는 그것보다 한 세대 전의 [킹콩]부터 내려오는 인형 아니메이션의 기술에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으며, 그 의외의 광학적 특수효과를 다룬 부분은 한마디로 말해서 아마추어적이지 않으면, 그냥 웃기게 허접스럽다. 매트 페인팅의 조악함 (광선총이 쁑쁑하고 "광선"을 뿜으면 그게 제대로 표적에 가서 맞는 신이 별로 없다), 밀레니엄 팔콘이나 제국 순양함의 복잡한 기계적 질감을 살리려다가 거꾸러지고 엎어지는 띨띨한 메카 디자인 (자르스 안 백작의 모선의 사람의 손처럼 생긴 디자인이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데 이것도 일본 만화 어디에서 베껴온건 아닌지 모르겠다) 은 말할 것도 없고, 거기다 더해서 뜬금없이 등장하는 [2001년 우주 오디세이] 의 패러디 (가 아니고 열심히 베낀거겠지. 결과는 코메디지만), "의적 로빈 후드가 우주해적 코브라와 만나다" 적인 녹색 타이츠와 검정색 비키니가 난무하는 의상 디자인, 왠지 모르지만 텍사스주 억양의 영어로 대사를 읊는 거대한 머리통의 로보트 엘 등등 도무지 합리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요소들이 부지기수. 그런데, 이러한 [스타 워즈] 따라가려다가 가랑이가 찢어지는 개소들에 비교하자면, [신배드의 일곱번째 항해] 의 해골 전사와 [제이슨과 아르고호의 항해] 의 청동거인 등의 신을 고대로 가져온 (이런 장면들은 "오마주" 라고 부르기도 뭣하다) 특촬 신들에는 그나마 기합이 제대로 들어가 있어서, 코찌 감독의 진실된 애정의 대상이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스타 워즈] 의 빠꾸리기 때문에 해골처럼 생긴 스톱 모션 아니메이션 로보트와 싸우는 사이먼 왕자는 "광선검" 을 휘두른다! 크아…).


이런 허접스런 퀄리티에도 불구하고 [스타 크래쉬] 는 컬트영화적인 이점을 몇 개 지니고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이 한편의 깜짝 놀랄 정도로 괴이하면서도 격조 높은 (?) 캐스팅이다. 먼저 영화 내내 비키니/ 수영복 점프수트 스타일을 고수하는 여주인공 스텔라 스타를 해머영화를 비롯한 영국 장르영화의 탑 스타중 하나인 캐롤라인 먼로가 맡아주는 바람에 일시에 (80년대부터 지금까지) 남성 팬보이들의 인기리스트에 올라갈 수 있었으리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최근에는 [피라나 3D] 에서 그 괴이한 미중년 (?!) 용자를 선보인 TV 시리즈 [나이트라이더] 의 주인공 데이빗 하셀호프가 루크 스카이워커역에 해당되는 사이몬 왕자역으로 부글부글 볶은 파마머리를 하고 등장하시는데, 먼로의 카리스마에 꼴깍 먹혀버려서 시다바리역으로 전락해버리는 모습이 애교있다. 오비 원과 한 솔로를 합친 것 같은 스텔라의 해적 스승 (?) 이자 파트너 역 아크톤 역으로는 원래 기독교 선교사였던 마조 고트너가 무협소설에 나오는 "장위는 으흐흐흥! 하고 냉소를 터뜨렸다" 뭐 이런 식의 묘사를 영어대사로 재현하는 것 같은 중구난방의 연기를 피로하고 계시고, 여기다 이 모든 설정들과 완전히 분리된 평행우주에서 혼자서 셰익스피어극을 하고 계신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은 황제역 크리스토퍼 플러머와, 그와는 또 다른 평행우주에서 혼자서 뉴욕시티극단 메소드 연기를 하고 계시는 악역 조 스피넬 (코찌 각본의 영어가 너무나 엉망이어서 스피넬이 거의 영어대사를 써주다시피 했다는 풍설도 있다) 을 더하면, SF 영화와는 전혀 삔뜨가 안 맞는 괴연의 찬란한 전시장이라고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또 하나의 요소는 007시리즈는 물론이고 아카데미상을 네 번이나 받은 대작곡가 죤 배리가 맡은 음악이다. 재미있게도, 배리는 이 한편의 한계점이랄까 지향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는 듯, 심포닉 스코어면서도 약간 디스코조의 경쾌함이 지배하는, 의도적으로 경박하게도 들릴 수 있는 그런 음악을 제공하고 있다. 결코 훌륭한 음악은 아니지만 (어차피 괴작에 붙을 음악이라면 [사망유희] 영어판의 스코어가 훨씬 더 낫다), 이런 한편에 오리지널 [스타 워즈] 음악 같은 교향곡이 붙어도 참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는 그런 결과를 초래했을 것이기 때문에,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아무튼 이 음악도 컬트적인 매력을 증폭시키는 데 혁혁한 공헌을 세우고 있다.


저예산 호러영화로 이름을 알린 루이지 코찌 감독은 요즘 SF 판타지계열 팬시 및 기념상품을 판매하는 가게를 운영하고 사신다고 하는데, 아무리 좋게 봐주어도 재능이 넘치는 연출가라고 봐줄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 크래쉬]의 전반에 넘쳐나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같은 영화인들이 분출하는 장르영화에 대한 애정과, 자신의 "비젼" (비록 자신보다 더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이 이미 해놓은 것들을 열심히 베낀다는 그런 한계를 넘지 못하는 비젼일지라도) 을 실현시키기 위해 맨땅에 헤딩하는 "작가적 결기" 에는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을 듯하다. 캐롤라인 먼로가 얼추 누구인지 정도는 아시는 장르적 지식이 있으신 분들, 특히 해리하우젠의 스톱 모션 아니메이션등을 보고 "후진 특수효과"라고 악담을 뱉거나 할 만큼 현대 CGI 에 세뇌가 되지 않은 분들 중 유머감각이 어느 정도 구비된 분들께 추천드린다. 그냥 준수한 저예산 [스타 워즈] 빠꾸리 보시고 싶으신 분들께서는 위에서 언급한 [우주의 7인]으로 방향을 트시기 바란다. (디즈니의 [블랙 홀] 이나 마이크 하지스 감독의 [플래쉬 고든] 등은 그 작품성의 시비를 떠나서 [스타 워즈]의 빠꾸리 상품으로 간주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견해다. 따라서 논외로 친다)


이 한편은 정말 처참한 퀄리티의 디븨디가 여러 레벨에서 출시되었으니 주의를 요한다. 아무래도 보고 싶으신 분들은 조금만 돈을 투자해서 샤우트! 팩토리에서 출시한 북미판 블루 레이를 구입하실 것을 추천드린다.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 수준으로 비까번쩍한 퀄리티의 트랜스퍼로 출시되었는데, 물론 원본의 촌티나는 특수효과의 문제점도 고스란히 까발겨지고 있지만, 그런 것 때문에 재미가 떨어지게 되는 그런 영화가 아니라는 것은 지금쯤이면 감이 잡히시겠지. 루이지 코찌, 캐롤라인 먼로의 귀중한 인터뷰와 더불어 각종 특수 효과 디자인과 테스트 영상 (실제 영화에 들어간 것과의 갭이 눈물겨운 개소도 당연히 존재한다), 삭제영상과 이탈리아판에만 수록된 2분가량의 푸티지, 일라이 로스와 조 단테의 해설이 첨가된 예고편 동영상 등 다종다양한 서플도 따라온다 (서플용 디스크가 아예 따로 하나 있다). 코멘터리는 이 한편이 "위대한 예술작품" 이라고 칭송하는 자칭 세계 제일의 [스타크래쉬] 광팬 스티븐 로마노라는 친구 ([마스터즈 오브 호러] 에 관여한 일도 있는 각본가라고 한다) 가 맡았다. 난 들어보지는 않았지만 듣고 있노라면 두통을 유발하는 그런 나르시시스틱한 주접소리는 아니라는 게 중평이다 (소위 말하는 유명인사 중에서도 그런 주접소리 코멘터리를 하는 인간들이 간혹 있는데, 자기를 두고 "광팬" 이라고 읊는 인간이 코멘터리를 맡으면 불안지수가 당연히 올라갈 수 밖에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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