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프랑켄슈타인 Victor Frankenstein 


미국, 2015.    

 

A Davis/TSG/Moving Picture Company Co-Production, distributed by 20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화면비 2.35:1, Arri Alexa (2.8K), 35mm, Dolby Digital 7.0. 1시간 50 분. 

Director: Paul McGuigan 

Screenplay: Max Landis, based on the characters created by Mary Shelley 

Cinematography: Fabian Wagner 

Production Design: Eve Stewart 

Set Decoration: Michael Standish 

Music: Craig Armstrong 

Special Makeup Effects Artists: Dan Frye, Jose Mora-Perez. 


CAST: James McAvoy (빅터 프랑켄슈타인), Daniel Radcliffe (이고르), Jessica Brown Findlay (로렐라이), Charles Dance (프랑켄슈타인의 아버지), Andrew Scott (터핀 경부), Alistair Petrie (경시총감), Freddie Fox (피네간), Guillaume Delaunay (프로메테우스/인조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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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지난 3,4 년간 중에서 내가 볼 기회가 있었던 영어계통의 프랑켄슈타인 캐릭터의 재해석 중에서 가장 고퀄리티의 (화질 얘기가 아님. 내용면에서) 그것은 [페니 드레드풀] 의 1시즌에 나오는 박사님과 '칼리반' 이라는 이름의 괴물에 관한 에피소드군이었을 것이다. 프랑켄슈타인의 이야기는 여성작가 메리 셸리가 창조한 SF 문학의 고전임에도 불구하고, "남성이 여성의 자궁을 사용하지 않고 차세대를 만드는/낳는" 얘기라는 서브텍스트가 강렬하게 어필해서인지, 게이 크리에이티브들이 많이 영상화를 시도한 바 있고, -- 가장 유명한 예를 들자면 유니버설 [프랑켄슈타인] 의 감독인 제임스 웨일이겠다만 (그의 일대기 [신과 괴물들 Gods and Monsters] 는 고독한 게이 예술가의 전기 영화로서 강력하게 추천한다)-- [페니 드레드풀] 의 제작총지휘이자 각본팀의 총수 존 로건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개중에는 메리 셸리 원작자를 무시하다시피 여성혐오주의의 농도가 짙은 각색물도 있는데, [캬바레] 의 원작인 베를린 연작소설과 최근에 아름답게 영화화된 [싱글 맨/독신남] (1964) 의 저자인 크리스토퍼 이셔우드가 각본을 쓴 TV 미니 시리즈 [프랑켄슈타인, 진짜 이야기] (1973)-- 한국에서도 TV에서 공개되어 많은 화제가 되었었다-- 를 꼽을 수 있겠다. 


따라서 이 [빅터 프랑켄슈타인] 이란 한편의 주인공 둘의 묘사를 두고 게이 조크가 남발되는 것은, 이 버전이 다른 프랑켄슈타인 이야기들의 영상물 버전들에 비해서 특별하게 게이스럽다는 증거는 되지 못한다. 문제는 이러한 게이 서브텍스트가 캐릭터들의 고뇌와 환희의 표현을 통해서 문학적으로 고상하게 승화되지 못하고, 중딩 애들이 서로 꼬추 만지겠다고 투닥거리며 머리끄댕이 잡고 싸우는 것 같은 민망스러운 꼬라지로 표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두에서 제임스 매커보이가 연기하는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조수 삼기로 작정한 대니얼 래드클리프가 연기하는 "꼽추" 의 등의 혹속에 가득찬 체액을 입으로 빨아내고는 척추를 교정시키기 위한 "코르셋" 을 강제로 입히는 묘사를 보고 있자니, 내 머리속에 떠오른 다른 영화의 장면이 있다… 바로 [목포는 항구다] 에서 조재현씨가 차인표씨의 손가락에 감긴 꿈틀거리는 산낙지를 개고생을 하면서 포식을 하는 동안, 후자가 게슴츠레 눈을 감고 "음미" 하는 시퀜스다. 물론 두 작품 다, 겉으로는 내 조수 또는 건달훼미리의 아우, 그렇게 부르고 데리고 다닙니다만, 속내는 얘 사랑합니다, 우리 섹스도 합니다, 이렇게 진짜 게이관계다 라고 정직하게 얘기할 용기는 없다. 그렇다고 이런 관계를 관객들의 편견과 무지에 도전하는 방식으로 서사를 통해 표상할 실력도 없는 경우, 선택지는 "웃으라고 함 해본거여 ㅋㅋㅋ 왜 심각하게 받아들여?" 라는 식으로, "코메디" 라고 강변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튼 내가 보기엔, 각본가이자 이 버전을 기획했다고 보여지는 맥스 랜디스가 게이 서브텍스트를 의도하지 않았거나, 또는 홀라당 모르고 넘어갔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놓고 따지자면 [크로니클] 에서도 이미 그 성향이 농후했지만 그것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따지지는 말기로 하자) 


랜디스의 각본이, 이 참말로 오랜 기간 동안 여러 형태로 많은 사람들이 울거먹은 스토리에 최소한 흥미있는 접근 방식을 시사해준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서사의 주인공이자 너레이터를 프랑켄슈타인의 조수인 이고르로 설정하고, 프랑켄슈타인 박사를 이론적으로는 뛰어나지만 실제 해부학과 외과적 기술에 있어서는 이고르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으며, 또한 나르시시즘과 편집증에 의해 자신의 연구 결과의 함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인격적 한계를 부여한 점도 일단은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이고르가 박사에게 탄원하듯 말하는 대사, "이런 식으로 밀고 나가시면 장래 누구도 박사님을 기억하지 못할 거에요. 오로지 프랑켄슈타인이 만들었다는 괴물만 기억하게 될 겁니다," 에서 랜디스가 추구하려고 했음직한 본편의 주제의식을 유추해 볼 수 있겠다. 문학작품으로서의 [프랑켄슈타인] 과 유니버설 영화로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세월 동안 축적되어온 "프랑켄슈타인 박사와 그의 괴물" 이야기와의 괴리를 아이러니칼한 관점에서 풀어나간다는 접근 방식은 제대로만 해낼 수 있었다면 매력적임에 틀림없다. 좀 상궤를 벗어난 괴팍한 유머감각도 도움이 될 수 있었겠지. 이미 "오토, 생명의 신비를 알려면 담낭에다 Zazi를 삼입해서 Ssip해 봐야 돼!" (추잡한 표현 죄송한 말씀 드린다. 이거는 내가 쓴 게 아니라 폴 모리시라는 미국분께서 쓰셨으니까 비난은 그분께…) 라는 대사까지 나오는 앤디 워홀의 [프랑켄슈타인] 이라는 한편까지 존재하는데, 웬만한 블랙 유머 정도는 다 소시적에 겪어본 캐릭터 아니겠는가. 


그러나 실제 영화는… 특히 후반부에 가서는, 폭망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는 결과로 귀결되고 말았다. 아깝도다! 폴 맥기건 ([푸쉬] 와 세기의 망작 [럭키 넘버 슬레븐] 의 감독) 감독은 위에서 말한 랜디스 각본의 가능성을 전혀 살려주지 못하고 있다. 가이 리치판 [셜록 홈즈] 를 연상시키는 꼴로, 계속 쓸데없는 액션 장면과 불꽃 튀기는 특수 효과 장면들이 남발되고, 그 와중에 제임스 매커보이는 저러고도 괜찮겠나 싶을 정도로 상대방 연기자들에 침을 튀기는 오버액팅에 혼자서 열중한다. 대니얼 래드클리프가 이 괴연을 적당히 받아줘서 영화의 톤을 재정비할 수 있었더라면 좋았겠지만, 맥기건 감독은 아예 그런 연기상의 과제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 너무나 명백하다. 둘이서 같이 수다 떨고 연구 같이하다가 갑자기 박사님께서 조수가 연애한다고 신경질을 빠락빠락 내고 어쩌고 하는 수작들이, 무슨 노비타가 시험공부 않고 시즈카와 논다고 난리치는 도라에몽 같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을 해도 "프랑켄슈타인 박사" 와 "그의 조수" 로는 보이지 않는 걸 어쩌겠나. 오히려 기계손 의수를 부착한 보수적 캐릭터 피네간 경감역의 앤드류 스캇 ([스펙터] 에서는 아무런 인상도 남기지 못했지만) 잦아들은 연기가 훨씬 납득이 갈 정도니.


그나마도 모든 것이 핵폭탄 레벨의 대환란으로 마무리 지어지는 과잉스러운 헐리우드적 엔딩으로 가면서 막장드라마적인 재미라도 추출해내기를 기대했으나, 어쩐 일이냐, 갈수록 점점 배짱이 줄어드는 듯 하더니, 영화의 클라이맥스였어야 할 인조 인간 창조의 시퀜스에 이르러서는 솔직히 평균적인 한국영화보다도 못한 (!) 미적 감각과 서사 통솔력을 시전한다. 뭐냐, 저 대머리까진 "프로메테우스" 는 (그런 함의가 담긴 이름을 또 왜 메리 셸리의 원작에서 가져온 것인지… 제대로 살릴 수도 없는 주제에)? 이탈랴 합작 [레이디 프랑켄슈타인] (1971) 에 나오는 대머리 아저씨 괴물이랑 호형호제하는 사이인가. 여기까지 왔으면 당연히 예상하셨겠지만, 괴물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나쁜 의미로서의 70년대적인 널널함이 지배적인 분위기가 돤 채, 그리고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캐릭터는 아무것도 배운 것도 없고, 새로운 통찰을 얻은 것도 없이, 스토리는 허공에 붕 뜬 채로 끝나버린다. 


감독의 통제력이 이러할 진대 [레 미제라블] 의 프로덕션 디자이너 이브 스튜어트, [스카이폴] 의 의상 디자이너 재니 테마임, 작곡가 크레이그 암스트롱의 심포닉 스코어 등도 제 값을 다 하지 못하고 어수선한 서사에 휩쓸리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매커보이는 이제 이런 역할 (및 이런식 연기) 을 전문으로 하기로 결심을 한 모양이니 그런가 보다 하지만, 대니얼 래드클리프는 각본 고르기에 좀 신경을 쓰셔야 할 것 같다. 30대 넘어서 오버액팅 내지는 괴연에 몰두하는 주역 스타에 츳코미 넣는 "캐릭터 액터" 상대역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사족: 70년대 중반쯤에,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프랑켄슈타인 박사역을 맡고 도널드 서덜란드나 그런 분이 이고르 역을 맡아서 이 맥스 랜디스 각본으로, 누구던지 한 때 잘 나갔지만 새 진로를 모색하는 영국 감독 (마이크 하지스? 피터 예이츠?) 을 수주해서 실제로 만들었더라면 아마 [프랑켄슈타인] 영화의 역사상 상당히 이색적이고, 당연히 지금 논하는 이 작품보다는 무게 있는 뭔가가 나왔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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