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드나잇 스페셜 Midnight Special

2016.04.25 17:41

Q 조회 수:2426

미드나이트 스페셜 Midnight Special 


미국, 2016.   

 

A Faliro House/Tri-State Pictures Production, distributed by Warner Brothers Pictures. 화면비 2.35:1, Arriflex, Panavision 35mm, Dolby Digital. 1시간 52 분. 


Director and Screenplay: Jeff Nichols 

Producers: Sarah Green, Ben Kavanaugh-Jones 

Cinematography: Adam Stone 

Production Design: Chad Keith 

Concept Art Director: Vlad Bina 

Concept Artist: Till Nowak 

Special Visual Effects: Hydraulx, Proof Music: David Wingo 


CAST: Michael Shannon (로이), Joel Edgerton (루카스), Kristen Dunst (사라 톰린), Adam Driver (폴 세비어), Jaeden Lieberher (알튼), Sam Shepard (캘빈 메이어), Paul Sparks (밀러 요원), Bill Camp (도크), Scott Haze (리바이), David Jensen (엘든), Sean Kaplan (경찰), Sharon Garrison (사라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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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드] 와 [테이크 쉘터] 를 감독한 제프 니콜스의 신작이다. 아마도 그 전의 두 편보다도 훨씬 관객들의 의견이 갈리게 될 한 편이라고 여겨진다. 평론가들은 대체적으로 호평이지만, 비슷하게 호의적인 리뷰라 할지라도 영화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는지에 대해서는 따리를 붙이는 부위가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어떤 이들은 스티븐 스필버그를 연상시켜서 좋다고 하고, 또 다른 이들은 스필버그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좋다라고 하는 식이다 (내 의견이 궁금하시다면 난 후자의 그룹에 속한다). 


[미드나이트 스페셜] 은 노래 제목에서 따왔다고 하는데, "칠흑처럼 어두운 한밤중에 비추이는 불빛" 이라는 가사가 묘사하는 이미지의 강렬함 때문에 가져온 듯 하다. 말하자면 노래의 주제라던가 맥락이 은유적으로 쓰였다기 보다는 영화를 관통하는 시각적인 모티브를 즉물적으로 표상하기 때문에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 많은 훌륭한 장르 변주들이 그렇듯이, 이 한편을 구성하고 있는 서사와 캐릭터의 요소들에는 새로운 것이 거의 없다. 


총기로 무장하고 남부 억양의 영어를 쓰는, 세파에 닳고 해쓱해 보이는 중년 남자 로이 (니콜스의 장편영화에 모두 출연한 협력자 마이클 섀넌) 와 그보다 약간 젊은 루카스 (조엘 에저튼) 가 어린 제이든 리버러가 연기하는 알튼이라는 소년을 "납치" 하여 고속도로를 통해서 남부 깊숙한 늪지대 어디론가로 이동하고 있다. 조금씩 밝혀지는 정보를 통해 우리는 로이가 알튼의 생부이며, 전처인 사라 (크리스틴 던스트) 와 함께 "목장" 이라고 불리우는 (제칠 안식일 예수재림교회의 브랜치 데이비던 유파를 연상시키는) 컬트 조직의 멤버였다가, 목숨을 무릅쓰고 알튼을 "구출" 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알튼은 "특별한 존재" 이며, 컬트 조직의 리더인 메이어 (극작가 샘 셰퍼드)뿐만 아니라 FBI, NSA (국가보안국) 로 대표되는 미국 정부도 그를 추적하고 있다. 이 정도면 SF 팬이 아닌 관객 분들이라 할지라도 벌써 [클로스 엔카운터] 나 [E.T.] 그리고 존 카펜터의 걸작 [스타맨] 의 잔영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니콜스의 연출과 접근 방식의 독창성은 소재의 선택이 아니고 그것을 요리하는 셰프의 스킬과 스타일에서 나타난다. 전작 [테이크 쉘터] 에서도 그랬지만, 니콜스의 작품에서는 우리가 보통 보는 영화 또는 드라마에서 너무나 자주 나오기 때문에, 그냥 하나의 "자연스러움"으로 받아들이는 투의 멜로드라마적 공식이 없다. 모든 것이 미국 남부적인 느릿하고, 일상적인 리듬에 의해 진행되다가, 갑자기 우리가 다른 작품에서 아예 본 적이 없는 유니크한 형태의 초자연적인 현상이 벌어지는 데, 그 현상 자체를 미적으로 구현하는 방식도, 그 현상이 서사와 캐릭터와 연계를 맺는 방식도, 우리의 예상을 까마득히 벗어나는 놀라움을 선사한다는 것이 니콜스의 특기다. 알튼이 일행이 잠깐 차를 세운 주유소에서 스파이 인공위성과 "접속" 하는 시퀜스를 그 예로 들 수 있겠다. 이 장면은 나중에 설명을 통해서 들으면 너무나 평이하기 이를 데 없는 "현상" 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통해서 직접 보고 있으면, "어여 저게 뭐지…" 하고 화면을 바라보다가, 순식간에 간이 콩알만해지는 충격을 받게 되는데, 단순하리만치 직설적인 묘사에도 불구하고 그 임팩트에 있어서는 스필버그가 정말 영화쟁이들에게 알려진 거의 모든 기교를 다 동원해서 펼쳐내는 [클로스 엔카운터] 의 "교차로에서 UFO 만나는" 명장면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물론, 니콜스의 독특한 필치가 이 한편의 매력의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그의 영화의 본질을 다 파악했다고는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 난 한국 관객 분들의 경우 [미드나이트 스페셜] 을 "훌륭한 SF영화" 라고 소개 드리고 싶은 생각이 없다. 10년전에 비하자면 여러 세대의 또한 다른 접근 방식의 SF가 소개되었다는 사정도 있고 해서 좀 나아진 편이지만, 여전히 SF 라고 하면 현대 과학이 밝혀놓은 자연법칙이라는 답답한 틀에 꽁꽁 갇힌 채, "과학지식" 의 사변적이고 설명적인 나열을 자유로운 상상력의 구사 대신에 선호하는 그런 물건들을 연상하는 분들이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기준으로 보자면 [미드나이트 스페셜] 은 [스타 워즈] 나 다를 바 없는 판타지고, [2001년 우주 오딧세이] 같은 냉철한 "예술작품" 들과는 대극적인 위치에 존재하는 "헐렁한" "공상과학" 영화임에 틀림없다. 거기다 더해서, 이 한편은 "기독교적 구세주 서사" 라는 주제를 웬만한 다른 영화들처럼 우의적으로 카무플라쥐할 생각도 없이 만천하에 드러내놓고 보여주고 있기까지 하니. 알튼은 [E.T.]처럼 체면치레로나마 외계인의 모습을 하지도 않은 채 눈과 손바닥에서 광선을 뿜고, 라디오를 뇌로 수신하여 "방언"을 읊는다. 주요 캐릭터들의 성경스러움--특히 "루카스" 와 "폴"-- 은 너무나 노골적이라서 천연덕스럽기까지 하다. 


재미있는 것은 니콜스의 접근방식은 이러한 북미 관객들 일부의 골수에 박힌 정형적 (定型的) 인 "구세주 서사" 를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힘을 지녔다는 것인데, 이것은 캐릭터들의 디자인,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들의 판단을 유보하는 열린 마음과,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현실적 생활에 기초한 적절한 정서적 반응에서 발생되는 매력인 듯 하다. 이걸 특히 느낄 수 있는 캐릭터들이, 준 주인공인 루카스와 정부측 추적자인 폴 세비어다. 비윙윙하고 광선을 뿜고 인공위성에서 전파를 수신하고 하는 초능력을 지닌 알튼의 존재를, 자신의 제한된 세계관에 어거지로 끼어맞추려고 하는 대신 시종 터프하게 거리를 유지하는 루카스의 자세는 처음에는 믿음직스럽지만, 후반부에서 알튼이 "난 내가 누군지 알았다고 생각해요" 라고 루카스에게 자신의 존재를 "설명" 하는 장면에서 "난 네가 말하는 거 믿어" 라고 "신앙고백" 을 하는 에저튼의 연기는, 드라마적인 과장이 일체 배제되어 있기 때문에서도, 나의 가슴을 크게 울린다. 마침내 객관적인 진실이 무엇인지 확답을 얻게 된 "신봉자" 의 행복감이 눈물이 가득찬 그 두 눈에 어려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숨을 멈추게 하는 서스펜스를 줄곧 유지하는 이 한편에서, 종종 아주 진지한 표정을 하고 코믹 릴리프를 담당하고 있는 폴 세비어 역의 아담 드라이버의 출중한 연기에도, 영화가 진전될수록 우리는 공감을 느끼게 되고, 알튼이 폴을 딱 "적측" 의 대표자로 골라서 대면하는 시퀜스에서는, 그가 이 조그마한 소년의 모습을 한 불가사의한 존재에 대해 느끼는 호기심, 경외감과 불안감을 공유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 그리고 세비어가 나중에 쭈빗거리면서 알튼의 부모들에게 "음 내가 당신들 좀 따라가면… 안되겠소?" 라고 앵겨붙는 장면에 이르러서는, 그 캐릭터의 진지함은 강렬한 공감의 장력으로 승화되고, 관객들은 세비어가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다 (그리고 정말 훌륭한 영화작가들이 그러하지 않듯이, 니콜스는 결코 관객들을 대변하는 그런 캐릭터를 냉소적으로 내쳐버리지 않는다). 


물론 이러한 조역들의 멋진 연기를 언급함은 마이클 섀넌, 크리스틴 던스트 그리고 제이든 리버러 등 주연 가족들을 맡은 배우들에게 모자람을 느낀다는 얘기는 전혀 아니다. 예를 들자면, "아빠 이제는 내 걱정을 안해도 돼요." 라고 말하는 아들에게 "난 너 걱정하는 걸 좋아하는데. 우리 사이는 원래 그런 거지 (That's the deal)." 이라고 차분하게 대답하는 섀넌의 눈매가 표현하는, 안으로 안으로 가라앉았어도, 주류사회가, 권력이, 지식인들이 아무리 괴롭히고 짓밟아도 결코 마모되지 않는 강인한 사랑, 이러한 연기는 섀넌이 [맨 오브 스틸] 같은 주류 영화에서 보여준 일이 없는 니콜스 영화 고유의 어떤 것이다. 던스트의 경우 또한 마찬가지. 


이 한편의 엔딩 (정확하게 말하면 클라이맥스) 에 대해 간단하게 언급하겠다. 물론 스포일러는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바는, [클로버필드 10번지] 보다도 더 열심히 이 영화의 엔딩에 대한 정보를 차단하고 보러 오시기를 추천드린다는 것이다. [클로버필드 10번지] 의 엔딩은 나는 (내가 쓴 리뷰를 보시면 납득하시겠지만) 철저히 논리적이고 미셸 캐릭터의 포물선의 착지점이라는 점에서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보지만, 여전히 "장르적 기대"를 비틀어서 관객들을 "가지고 노는" 서사의 기교라는 점에서는 [미드나이트 스페셜] 의 엔딩과는 그 성격이 현격히 다르다. 이 한편의 엔딩 시퀜스가 스크린 가득히 펼쳐졌을 때 "아 너무나 좋다…" 라는 즐거움의 감정이 내 뇌를 압도했다는 것만 써두고 싶다. 


고생고생해서 빚어낸 캐릭터들을 불행과 오해와 질시의 구렁텅이로 빠뜨려놓고, 서로 죽고 죽이고 헐뜯고 비하하게 만들면서 그것이 우리의 "리얼리티" 라고 바락바락 소리지르는 한국영화들이 가치있는 예술작품들이라고 믿는 분들에게는 그야말로 전형적으로 "황당무계한" "쓸모없는" 내용이겠지. 


공상 좀 해보세요. 헬조선의 개혁까지는 바라지도 않을 테니, 거기서 도망가는 "공상" 이라도 해보세요, 한국서 영화 만드시는 분들. 내가 그대들을 이렇도록 사랑하고 아끼는데, 그 정도는 해주실 수 있지 않아요? [미드나이트 스페셜] 정도 수준으로, "공상" 을 통해 "진실" 을 말하면서, 작고 힘없는 사람들의 꿈을, 그리고 그들의 꿈이 "과학적" 이 아니라고 "역사의 왜곡" 이라고 짓밟아버리는 벌레같이 못난 기성세대의 뻘짓을 되풀이 하지 않고, 옹호하는 작은 영화라도 만들어 주시길 기대합니다. 


[미드나이트 스페셜] 은 2016년에 내가 본 중에서 가장 영혼을 맑게 해주는 "공상과학" 작품 중 하나가 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나만큼 좋아할 분들이 한국어 사용자들 중에 얼마나 계실 지 모르겠지만, 그런 분이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단 한 사람 이라도 계시다면 이 아름다운 한편을 놓치시면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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