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쟈니 기타 Johnny Guitar

2013.10.28 09:46

Q 조회 수:2523

쟈니 기타 JOHNNY GUITAR.

 

United States, 1954.     

 

A Republic Pictures Production. 1 hour 50 minutes. Aspect ratio 1.37:1. 

 

Directed by Nicholas Ray. Written by Philip Yordan, Nicholas Ray, Ben Maddow. Based on the novel by Roy Chanslor. Cinematography by Harry Stradling Jr. Art Direction by James Sullivan. Costume Design by Sheila O'Brien. Music by Victor Young. Special Effects by Howard and Theodore Leydecker.

 

CAST: Joan Crawford (비엔나), Sterling Hayden (쟈니 기타/로건), Mercedes McCambridge (엠마 스몰), Ward Bond (존 매카이버스), Scott Brady (댄싱 키드), Ernest Borgnine (바트 로네건), John Carradine (톰), Royal Dano (코리), Ben Cooper (“칠면조” 랄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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쵱휴여님의 리퀘스트 [쟈니 기타] 갑니다. 다른 분들의 리퀘스트도 속히 리뷰 진행하겠습니다.

 

[쟈니 기타] 는 시놉시스를 풀어놓고 보면 그야말로 영화의 발명기부터 무수히 존재해왔던 뻔한 서부극 이야기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아니, 뻔하다기보다는 황당스럽다고 해야 되겠지? 실제 역사상의 미국“서부” 와는 연관이 없는 어떤 존재, 예를 들자면 극화로 들어선 시기의 일본의 한 만화가가 소년-소녀 만화 시장의 크로스오버를 노리고, 자기 딴에는 (영화와 TV를 통해서만 알고 있는) 고전 서부극에 대한 오마주를 겨냥하고 단숨에 써내려간 극화라고 해도 그럴싸하게 들릴 정도로 “이상한” 물건인 것이다.

 

남자 주인공의 이름이“쟈니 기타” 고 그를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로컬 갱의 우두머리의 이름은 “댄싱 키드” 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좀 그렇지 않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쟈니 기타]는 당대의 대스타 존 크로포드의 최고작의 하나로 손꼽히는 “정통” 서부극일 뿐 아니라, 헐리웃영화는 이래야 할 것이라는 어떤 표준적 이미지에 갇혀서 답답하게 미국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에게는 지대한 충격을 줄 수 있는 “괴이한”한편이기도 하다.

 

물론 많은 고전 명작들이 그렇듯이 옛날 영화에 대해 마음을 닫고 보면 그저 허접하고 괴상하게 다가와서 실소를 흘리게 될 뿐, 무엇이 좋다는 것인지 인식하기 힘든 한편일 수도 있지만, 글쎄올시다, [쟈니 기타] 는 그래도 60년이나 버티면서 여러번의 “재발견” 을 거쳐 명성을 쌓아온 영화다. 지금부터 한 30년 후에 신세대의 한국문화 사용자들이 [엽기적인 그녀] 를 보면서 “와! 당시의 코리안들은 이런 신기한 캐릭터들이 벌이는 괴이한 행위를 코메디라고 또는 목이 메이는 멜로라고 인식하면서 살았구나”라는 반응만 보이는 게 아니라,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감동”을 먹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약간이라도 믿는다면, [쟈니 기타] 의 위대성도 조금만 마음을 열고 보면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인 시각을 가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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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니 기타] 는 무엇보다도 니콜라스 레이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에 의해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통제되어 있다. 레이 감독의 필치는 적절한 수위의 (그 맥락을 조금만 벗어나면 완전히 의도치 않았던 코메디로 전락할 위험을 항시 지니고 있는) 과잉과 과장을 두려워 하지 않지만, 감독의 손길이 닿지 않아서 느슨하고 불안정한 상태로 떨어지는 (많은 이들이 위대한 작가라고 숭배하는 유명 감독들, 예를 들자면 샘 페킨파 감독의 영화들에도 이런 “느슨한” 지점들은 많이 나타난다) 지점은 이 한편에는 거의 없다. 모두의 위로 올려 찍은 말에 탄 쟈니의 영상에 겹쳐지는 뇌성 (雷聲) 을 연상케하는 폭발음부터, 바에서 무심히 놓은 술잔이 바닥에 떨어지려고 하는 일개 샷에 이르기까지 [쟈니 기타]는 완벽하게 통솔되어 있다. 이 한편의 (과격하게 로맨틱하고 오페라틱한) 스타일과 취향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이 있다는 얘기다.

 

주점의 여주인 비엔나부터가, 자기가 원하는 대로 배역을 뜯어고치고, 특히 경쟁 상대인 다른 여배우들에게 온갖 불리한 상황을 꾸며내기로 유명했던 존 크로포드가 맡았는데도 불구하고, 서부극에 나왔던 어떤 여자주인공과도 다른 유니크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으며 이것이 레이 감독과의 긴밀한 협력하에서 이루어진 성취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비엔나라는 캐릭터에는 30년대 올드스타들에서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매력과 나이가 든 고전 헐리웃여성 스타에서 우리가 부지 불식간에 예상하는 지극히 인공적인-- 카부키극에서 여성 역할을 맡은 중년 남자들이 발산하는 것 같은 그런 종류의-- “여성성”이 혼존하고 있을 뿐더러, 크로포드라는 스타가 원래 지녔던, “갸날픔” 이나 “부드러움” 과는 거리가 먼, 일종의 선이 굵은 (“남성적” 이라고 부르면 해결될 만큼 단순하지 않은) 박력까지도-- 구태여 바지 입고 권총을 휘두르는 신을 삼입하지 않더라도-- 배태되어 있다. 나에게는 존 크로포드가 그의 작품 속에서 젊은 시절이나 40대 이후나 ([쟈니 기타] 출연 당시 49세였다) “절세미인”으로 다가와본 경험이 없지만-- 40대 이후의 바바라 스탠윅이나 데보라 커는 그에 비하면 여전히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 [쟈니 기타] 의 그의 연기는 가히 압도적이다. 네이버 웹툰 연재하는 작가들도 쪽팔려서 혓바닥을 깨물고 자살할 것 같은 레벨의 “로맨틱”한 대사를 스털링 헤이든과 읊으면서도 하나도 부자연스럽지가 않은 것이다.

 

스털링 헤이든이 연기하는 쟈니 기타도 비엔나에 못지 않게 특이한 존재이다. 본래 서부극에서 이런 역할은 과거의 악행이나 실책에 대한 속죄의식을 짊어진 “과묵한 사나이”캐릭터로 넘어가기 십상인데, 쟈니는 그런 예상을 멋지게 배반하고, 맛이 간 것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로 신경증적인 행동양식을 보여준다. 이러한 서사의 구도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비엔나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외부에서 영입된 남성성에 의존해서 결말을 맞이한다는 전개가 아니라, 쟈니 자신이 비엔나에 매달리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결손된 존재인 것이다. 따라서 쟈니 기타가 등장하는 모든 장면에는 그의 불안정한 사이킥 에너지가 넘쳐나며, 관객들도 긴장하여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자기와 대치하는 댄싱 키드에게“왼손 오른손으로 다 총을 쏠 수 있다” 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거대한 덩치의 헤이든이 권총을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또 다시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휙! 척! 하고 던지고 받는 신이다. 이 장면에서 헤이든의 연기는 입이 딱 벌어지게 경악스럽고, 마루바닥에 데굴 데굴 구를 정도로 웃기고, 동시에 광기에 휩싸인 사람에게 양미간에 바로 응시당하는 것처럼 공포스럽다. (스탠리 큐브릭은 아마도 [쟈니 기타]를 염두에 두고 헤이든을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의 잭 D. 리퍼 장군역에 기용하지 않았을까?) 이런 장면은 다른 서부극 영화에서는 커녕 아무리 병맛으로 쩔었다는 일본 만화에서도 난 본 일이 없다.

 

여기에 그야말로 존 크로포드/비엔나를 믹서에 갈아서 호르르 태워서 한줌의 재로 만들어서 다시 지지고 밟은 뒤 10층 콘크리트 건물싸이즈의 무덤에 파묻어버리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을 것 같은 혐오와 질투심을 방사능처럼 발산하는 머세데스 맥캠브리지가 연기하는 엠마 캐릭터가 더해지면 이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융합반응이 다른 남자 캐릭터들을 모두 팬케이크처럼 납작하게 눌러버리기에 족하다.  엠마는 부득 부득 기다란 치마를 입고 그 위에 권총 허리띠를 둘러메고 다시 말을 타고 달리는데, 그 복장의 위화감하며, 그 앙칼진 모멸감에 가득찬 눈빛하며, 그 하는 짓하며 (비엔나 한명 때려잡기 위해 마을 자체를 완전 파괴하는 것도 불사하는 집념!) 진짜 꿈에 볼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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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스토리는 뻔한 얘기라고 했는데 [쟈니 기타] 를 일종의 정치적인 알레고리 (남성성과 여성성의 정치학은 말할것도 없고!) 로 읽으려는 시도도 많이 이루어져 온 바 있다. [쟈니 기타] 에 등장하는 린치 몹 (사형 [私刑] 을 통해 정의를 구현하려는 군중 떼거리) 의 파괴성은 오페라적으로 과장된 수사에 의해 묘사되는 데 그치지 않고, 심리적으로 억압된 인간들의 불만이 어떤 위선적인 방식으로 터져나오는지에 대한 적나라한 표현으로서도 가치가 크다. 맥카시즘의 악랄함과 파괴성이 사실은 (성적인 그것도 포함된) 욕구불만과 “잘나가는 자들” 에 대한 시기심과 질투에 기반하고 있다는 [쟈니 기타] 의 성찰은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쟈니 기타]는 “내용이 없는” 영화이긴 커녕 “(해석가능한) 내용이 과잉으로 넘치는” 한편이다.  거기에 더해서 (현대적인 페미니즘이 아닌 시각에서) 이렇게 여성 주인공 (및 여성 악당) 의 강인함이 전면에 부각되는 서부극은 정말 드물지 않은가 싶다. 그 점만 따지더라도 역사에 길이 남을 이색작이라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겠다.

 

그밖에 할말이 더 없나? 1.37:1 이라는 화면비에도 불구하고 (요즘 이 화면비를 쓰는 작품들을 볼 때는-- 물론 팬&스캔이 아닌 제대로 된 구도의 경우의 얘기지만--  “천장” 이 없이 머리위로 공간이 한없이 올라가는 것이 영화에의 몰입을 방해하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해리 스트래들링 주니어의 촬영은 강렬한 색채와 음영을 구사하는데, 특히 불에 타는 건조물 안에서의 조명이 휘황찬란하다. 빅터 영의 음악도 1950년대기 서부극이나 액션영화의 주류적 모드에서 벗어나 약간 음울하게 로맨틱한 멜로디를 선보인다. 근사한 음악이다. 물론 요즘 분들께는 좀 찐득거리게 들릴 지 몰라도...

 

좀 샛길로 나가는 코멘트이긴 한데, [쟈니 기타]는 내가 본 고전 미국영화중에서 모든 남성 역할을 여성이 맡아서 하는 타카라즈카 극단의 뮤지컬로 리메이크했으면 가장 근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 거의 유일한 한편이다. 남장을 하고 권총을 팡팡 쏘는 비엔나와 입을 비쭉하니 일그러진 미소를 지은채 기타를 연주하는 쟈니 기타를 다 타카라즈카의 여성 연기자들이 맡아서 해준다면... 생각만 해도 무릎이 후들거린다. 증말 보고싶다! ^ ^

 

마지막으로 할말은 이거다: 서부극 함부로 논하지 맙시다. 샘 페킨파, 세르지오 레오네 (왜 레오네가 여기 끼어야하는지 생각하면 일면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순혈주의”를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타이완 출신의 리안도 위대한 서부극 만들었으니까), 안소니 만이 만든 서부극들을 몽조리 다 봤어도 여러분은 이제까지 만들어진 대단하고 뿅가는 서부극의 1% 도 카버 못했다는 사실을 아셔야 한다.

 

여러분들이 이름도 들어본 일이 없는 대단하고 뿅가는 서부극이 어딘가 단체로 굴러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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