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  The Town

 

미국, 2010.  ☆☆☆★★  [* 흰별은 20점, 검은별은 5점으로 환산]

 

A Legendary Pictures/GK Films/Thunder Road Production. Distributed by Warner Brothers Pictures. 화면비 2.4:1, 2시간 5분 (극장판)

 

Directed by: Ben Affleck

Based on the novel “Prince of Thieves” by Chuck Hogan

Screenplay: Peter Craig, Ben Affleck, Aaron Stockard

Music: Harry Gregson-Williams

Cinematography: Robert Elswit

Production Designer: Sharon Seymour

Costume Designer: Susan Matheson

 

CAST: Ben Affleck (더그 머크레이), Rebecca Hall (클레어 키시), Jeremy Renner (젬 코클린), Jon Hamm (아담 프롤리 요원), Blake Lively (크리스타 코클린), Titus Welliver (디노), Chris Cooper (스티븐 머크레이), Peter Postleswaite (퍼기).

 

 

게시판에 하바드대학의 정치이론학자 마이클 샌덜교수의 “정의” 강좌에 대한 얘기가 실렸더군요. 그런데 그 강좌의 내용중 이런 경우에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라는 식의 예문이 몇개 있었는데, 당신이 국립대학의 총장까지 지낸 사회 명사고 정치인인데, 당신의 형이 악명높은 살인강도다, 그럴 때에 가족일지라도 형을 체포하게끔 경찰에 협력해야 되느냐 라는 질문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 예문은 그런데 보스톤 지역 사정을 잘 아시는 분들은 금방 눈치채셨겠지만 픽션이 아니고 실제로 벌어졌던 상황입니다. 이 예에 나오는 정치인 동생분은 이십 몇년 이상 보스톤 남부에서 아일랜드사람들 동네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을 하고 매서추세츠 국립대학의 총장을 지낸 윌리엄 벌저라는 분이고, 이분의 형이 제임스 벌저 속칭 “흰둥이 (화이티)” 라고 알려진 아일랜드계 마피아 동구단 (冬丘團- 윈터 힐 갱) 의 두목이고 FBI 지명수배 리스트에 오사마 빈 라딘 바로 밑인가까지 올라갈 정도로 악명이 높은 갱스터죠. 벌저선생께선 총장 시절에 형하고 전화통화까지 하고서도 FBI 한테 모르는 체 했다는 이유로 미디어와 경찰한테서 두들겨 맞았지만 꺼떡없이 임기 다 채우고 은퇴해서 잘먹고 잘살고 계십니다. (이 동구단에 관한 얘기는 충분히 미니시리즈 열 두시간정도의 분량을 채우고도 남을 굉장한 소스예요. 아마 오래되지 않아 영화화되겠죠?)

 

아무튼 하바드와 MIT 가 버젓이 복판에 존재하고 소아과 병원, 금융 기관등의 고급 인프라와 IT 를 포함한 첨단 기술을 다루는 회사들이 우글우글하는 “잘사는 동네” 매서추세츠/보스톤 지역은 아주 오래전부터 범죄의 소굴이기도 해왔고 특히 아일랜드 갱, 이탈리아 갱, 최근에는 베트남 갱 등의 조직들이 활보하면서 여지껏 우범지역으로 찍혀있는 곳도 있습니다. [타운] 의 배경이 되는 찰스타운이라는 (보스톤 토박이들은 “찰스턴” 이라고 발음하는 줄 알았는데 이 영화를 봐서는 그렇지만도 않은가 봅니다) 보스톤 북부의 한 구역 (정확하게는 도시가 아닙니다: 부천이나 수원이 아니고 여의도나 마포 정도의 거리) 은 바로 그런 “우범지역” 로 찍힌 곳입니다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길거리에 총맞은 시체가 나가자빠져 있어도 주민들이 경찰에 신고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그런 얘기가 공공연하게 떠돌 만큼 무시무시한 곳이었죠. 2000년대 들어와서 경제 발전의 덕을 좀 봐서 많이 나아졌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여전히 범죄율은 엄청 높고 그런 상황인가 봅니다. (참고로 위에 언급한 동구단 갱은 하바드 대학에서 엎어지면 코닿을 데인 아일랜드계 카톨릭-노동계급 구역인 소머빌에서 결성되었고 찰스타운 갱과 몇십명이 죽어나가는 엄청 지독한 세력다툼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타운] 도 역시 아플렉의 감독 전작 [건 베이비 건 (그런데 이 제목이 왜 “가라 아가야” 로 번역되었죠? “없어 아기는 없어” 정도로 되어야 맞는 것 아닌가요? 아니면 소설을 읽으면 begone 과 같은 의미로 쓰여지고 있다던가 하는 납득이 가는 이유가 나오는 지도 모르겠군요)] 처럼 자기네 동네인 보스톤의 길거리 분위기에 푹 물들어 있는 작품입니다. 단지, [건 베이비 건] 처럼 보통 범죄 스릴러의 수위를 벗어나서 훌륭한 인간 드라마의 경지에 도달했다고는 볼 수는 없습니다.

 

미리 말해두지만 이것은 아플렉이 감독을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아플렉하고 맷 데이먼이 처음에 출세한 거는 얼굴이 빤빤한 젊은 스타라서 그랬던 것이 아니고 [굿 윌 헌팅] 의 각본을 기똥차다 이거 영화화 하면 오스카 후보는 따논 당상이다 하면서 캐슬 록에서 적극 지원했기 때문에였죠. 얘네들은 뭐 얄밉고 잘난체하는 구석도 물론 있지만 재능이 없다고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카메라가 씽씽 나르고 편집이 쓩쓩 넘어가는 그런 “재기발랄” 한 영상은 소가 뒷걸음질 치다가 쥐잡듯이 한번 근사하게 이루어낼 거리가 되지만, [건 베이비 건] 처럼 호흡에 흐트러짐이 없이 느긋하게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재능은 그렇게 어쩌다가 우연하게 보여줄 수 있는 종류의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타운] 은 예상과는 달리 [히트] 와 같은 모더니스틱한 범죄드라마의 접근 방법을 따르지 않고 (약간 인공적으로 느껴지는 도덕적인 해피엔딩의 결말과 더불어) 오히려 1960년대 이전의 고전 갱스터 영화에 가까운 방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주인공 더그 머크레이가 자기 팀이 털은 은행에서 일하는 클레어와 사랑에 빠진다는 전개가 리얼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는데 사실 이 두 사람의 계급차나 문화적 거리는 한국의 영화관객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크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클레어 자신이 자기가 자란 “가난한” 동네를 벗어나고 싶어하는 초조한 욕망의 소유자이고 이러한 숨겨진 욕망이 범죄자의 인생을 접고 싶어하는 더그의 욕망과 상호반응을 일으키는 거죠.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존 햄이 연기하는 FBI 요원은 실감있게 계산적이고 냉정하며, 자기가 맡은 직무를 투철하게 수행하는 프로페셔날이 지닌 매력을 발산하고 있습니다. 그에 대비되는 역할의 젬 역의 제레미 레너도 젊은 시절의 제임스 캐그니나 미키 루니를 연상시키는 겉으로 보기에는 현대적인 것 같지만 그 내용은 상당히 고전적이고 장르적인 캐릭터를 과장됨이 없이 잘 연기해주고 있습니다. 사실상 카메오인 고 (故) 피터 포슬스웨이트와 크리스 쿠퍼도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겨줍니다만 포슬스웨이트 선생의 꽃집 주인이자 거물 장물애비인 퍼기 역은 약간 지나치게 고전 갱스터 영화의 모델에 경도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아 그리고 카체이스나 총격전 장면 같은 것은 새삼스럽게 말하면 잔소리겠지만 기술적인 면이나 편집 면에서 최고 수준의 실력을 과시합니다. 경기중인 스태디엄을 털고는 경찰에 포위된 채 도주하려는 긴박한 클라이맥스도 아주 잘 빠져나왔습니다. 젬이 경찰 유니폼을 입은채 권총을 난사하면서 경계선을 돌파하는 시퀜스는 [히트] 를 연상시키긴 합니다만 그 영화의 뮤직 비데오적인 우아함이 결여되어 있는 반면 피로함과 좌절감에 의해 허무하게 뭉그러지는 육체가 보여주는 리얼한 박력이 있습니다.

 

[타운] 정도의 공력이면 벤 아플렉은 충분히 실력있는 감독 소리를 들을 자격이 있습니다. 단지 역시 주연은 자기 이외의 다른 사람이 하는 것도 좋았을 지도 모릅니다. 아플렉이 연기를 못해서 그런 게 아니라, 역할 자체가 내면적인 변화보다는 로맨틱 리딩맨의 무게 때문에 그쪽으로 치우치는 감을 주기 때문입니다. 아플렉의 입장에서 보면 아이씨 그건 당신들의 편견때문에 그렇지 않냐고 볼멘 소리를 낼 법도 한데, 관객들 입장에서는 이제까지 쌓아온 이미지에 아무래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결론적으로 [타운] 은 조금만 더 나아갔더라면 중후한 감동을 주는 명작의 반열에 등극할 수도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간 아쉬움을 줌과 동시에 일류 엔터테인먼트로서 빠지는 점은 별로 없는 잘 만든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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