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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n with a Cloak 망또를 두른 남자

 

미국, 1951.  ☆☆☆★

 

A Metro-Goldwyn-Meyer Production. 화면비 1.37:1, 1시간 24분.

 

Director: Fletcher Markle

Writer: Frank Fenton

Based on a short story by John Dickson Carr

Music: David Raksin

Cinematography: George J. Folsey

Costume Design: Giles Steele, Walter Plunkett

 

CAST: Barbara Stanwyck (로나 바운티), Joseph Cotton (뒤팽), Leslie Caron (마들렌 미노), Joe De Santis (마틴), Louis Calhern (테브르네), Jim Backus (플래허티)

 

제목은 정확하게는 “외투를 입은 남자” 라고 번역해야지 되겠지만—망또는 보통 cape 의 번역으로 쓰이는 듯 합니다만—도무지 폼이 안 나서 “망또를 두른 남자” 로 옮겼습니다. 영문학 잘 아시는 분들의 의견 환영합니다. 워너 아카이브에서 손에 넣은 고전 사극입니다만 1951 년이라는 기준으로 봐도 저예산이고 아마 “미스테리 극장” 식의 에피소드 자체 완결형 “고전 미드” 의 에피소드로 내보내면 딱 맞을 정도 규모의 소품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바바라 스탠윅을 위시해서 대스타 (레슬리 카론의 경우는 미래의 대스타) 들이 출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만, 현대의 영상물에서는 거의 맛볼 수 없는 구시대식 추리소설/사극적 분위기가 넘칩니다.

 

먼저 원작이 밀실살인의 대가 존 딕슨 카가 쓴 소설이라고 하니 바싹 흥미가 당깁니다만, 유감스럽게도 밀실살인의 트릭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 대신에 엉뚱한 사람이 특정한 인물 대신에 독살을 당하는 등 구식 추리소설에서 볼 수 있음직한 취향이 여러가지 나오죠. 역사상의 실제 인물이 아마추어 탐정으로 등장해서 사건을 해결한다는 설정입니다. 이 실제 인물이 바로 “망또를 두른 남자” 입니다만 이사람이 누구냐 하는 것은 너무나도 쉽게 맞출 수 있습니다. 먼저 무대는 1848 년 뉴욕입니다. [시민 케인] 의 조셉 코튼이 연기하는 이 주인공은 술을 너무 좋아해서 거의 알콜중독 비슷한 처지에 있고, 만나는 사람마다 “배우 하시오?” (비속한 표현을 쓰자면 “딴따라요?”) 라고 핀잔 비슷한 코멘트를 합니다. 그러나 본인은 자기를 “시인” 이라고 일컫고 읊는 대사도 은근히 풍자와 자기 비하적 독설이 섞인 시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고 있자면 커다란 까마귀가 등장하고 모종의 “서류 실종사건” 이 클라이맥스의 미스테리를 장식합니다. 뭐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정체를 가늠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잘 모르실 분을 위한 결정타가 주인공이 짐짓 가명으로 쓰는 이름이죠: 바로 “뒤팽!” ^ ^  젊었을 때부터 점잖은 아저씨역으로 어울린다는 인상이 강한 조셉 코튼 선생이 이 역할을 맡은 것은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거의 미스캐스팅에 가까울 정도로 이미지가 다릅니다만 의외로 역사상의 이 분은 코튼 선생처럼 점잖은 분이었을 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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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스토리나 미스테리 자체는 대단한 내용은 없습니다. 바바라 스탠윅이 연기하는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도 안 나오는 미녀 로나 바운티 (이름이 완전히…;;;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욕심이 하늘을 찌르는 캐릭터의 존함이 “다 내거” 여사님이다 뭐 이런 수준) 와 집사 마틴 그리고 마귀할멈같은 요리사 할머니 이렇게 세사람이 나폴레옹 밑에서 장군인가 였다가 이제는 뉴욕의 아파트빌딩에서 칩거한 채 사는 프랑스인 테브르네 (미국식으로 “테버네” 라고 발음들 합니다만) 영감을 모시면서, 빨리 죽고 유산을 물려주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런 험악한 분위기의 아파트에 아무리 봐도 열 다섯살? 그 정도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 소녀 마들렌이 제 2 공화국을 설립하게 되는 반오를레앙 혁명에 가담한 테브르네 영감의 아들의 메시지를 가지고 옵니다. 뭐 메시지의 꺼풀은 근사한 혁명의 열정에 넘쳐나는 그런 거지만 진짜 내용은 돈 좀 부쳐주십사죠. 아직도 나폴레옹 흉상을 서재에 모셔두고 있는 구닥다리 영감은 처음에는 심술을 드륵 냅니다만 도도하지만 귀여운 마들렌의 설득에 점차 넘어가서 유산을 아들에게 물려주는 방향으로 유서를 새로 작성하려는 쪽으로 기울어집니다. 자아, 로나 바운티 여사 이하의 “가족” 들은 큰일이 났습니다. 이제 한 1, 2년만 있으면 영감택이는 자연스럽게 저세상으로 갈 꼬라지였는데 난데없이 프랑스에서 글쟁이 나부랭이를 하고 있는 후래자식 아들놈한테 전재산을 다 물려주면 그동안의 “고초” 가 다 물거품이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써놓으면 엄청 신파조의 멜로드라마가 될 것을 예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렇게 나가지는 않습니다. 그런 방향으로 나갈 정도로 에너지가 넘쳐 나지도 않아요. 가볍게 저칼로리로 두뇌 운동을 하는 레벨의 미스테리를 펼쳐 놓고 나머지는 일급 연기자들의 연기 싸움을 즐기면 딱 이 영화 한편분의 에너지가 됩니다. 화면에 나올때마다 입가에 완전히 상대방을 깔아뭉개는 희미한 미소를 띄고 등장하시는 스탠윅 여사의 매력과 박력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만 (특히 집사 마틴이 자꾸 날 이렇게 무시할거냐 이 나쁜 년 하면서 달겨들자 마지 못해 키스를 허락하는 척 하면서 동시에 “크하하하하” 하고 못난 놈들에 대한 경멸이 가득 담긴 홍소를 터뜨리는 그런 시퀜스의 카리스마는 정말 황홀합니다), 이 작품에서 의외로 제일 강한 인상을 남기는 연기자는 [파리의 미국인], [지지] 와 [릴리] 등에서 뮤지컬 대스타로 활약한 레슬리 카론입니다. 숙녀 정장 드레스에 폴랑 빠진 조그맣고 아담한 소녀라는 인상의 카론 여사가 이국땅에서 적의가 넘치는 “친지” 들과 악전고투하면서도 고집 세게 물러서지 않는 투지를 보이는 그런 또랑또랑한 여주인공 역할을 멋있게 해내고 있습니다. 솔직히 조셉 코튼- 스탠윅 커플보다도 카론-스탠윅 간의 아우라 싸움이 더 긴박감이 넘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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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도 말했다시피 별로 대단한 일은 벌어지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일단은 좋은 캐릭터 묘사 있지, 청산가리 독살과 실종된 유언장이 연루된 고전적 미스테리도 있지, 나름 흥미를 유발하는 드라마전개도 있지, 엔터테인먼트로서의 기본 조건은 훌륭하게 갖추고 있습니다. 바바라 스탠윅과 레슬리 카론 두 대 여배우분의 팬들께 먼저 강력 추천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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