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스 코드 Source Code

2011.05.06 01:02

Q 조회 수:6124

 

소스 코드 Source Code

 

미국, 2011.  ☆☆☆★★

 

A Mark Gordon Company/Vendome Pictures Production. 화면비 1.85:1, 1시간 33분

 

Directed by: Duncan Jones

Screenplay: Ben Ripley

Music: Chris Bacon

Cinematography: Don Burgess

Production Designer: Barry Chusid

Editor: Paul Hirsch

 

CAST: Jake Gyllenhall (콜터 스티븐스 대위), Michelle Monaghan (크리스티나), Vera Farmiga (굿윈), Jeff Wright (러틀리지 박사), Michael Arden (데릭 프로스트), Cas Anvar (하지즈), Russell Peters (데노프), Craig Thomas (금시계를 찬 사업가), Gordon Masten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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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 코드] 는 최근 “액션 영화들” 의 “코드” 와는 명백하게 안맞는, 딴 종류의 영화입니다. 브루스 던이나 브래드포드 딜먼 같은 근육맨이나 이마에 후까시 새기고 다니는 액션 스타들이 아닌 성격배우들이 주인공으로 나오고, 존 프랑켄하이머나 ([만주인 후보] 에 대한-- 특히 “스페이드의 여왕” 카드의 은근슬쩍 등장이라는 측면에서-- 오마주라고 생각되는 신도 나옵니다) 돈 시겔 같은 타이트한 내러티브와 결코 꼼수를 쓰지 않는 진짜배기 서스펜스를 양성할 줄 아는 실력파 감독들이 중화요리 면발 뽑기의 달인이 즉석에서 짜장면 국수를 빵빵 쳐서 뽑아내듯이 만들어낸 70년대풍 SF 스릴러의 현대판이라고 하면 대충 감이 오실런지요. 무슨 초호화 액션 대작 이런 것은 전혀 아닙니다. 던컨 존스의 전작 [문] 만큼 싸구려는 아닙니다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배역진에 비하면 딱 봐도 저예산이고 (퀘벡주 몬트리올과 시카고에서 로케이션을 한 모양입니다만) 폭발신이나 “의식 리부팅” 장면의 CGI 같은 것은 [전우치전] 같은 한국영화보다 떨어졌으면 떨어졌지 전혀 우월하지 않습니다.

 

아이디어요? 아이디어는 이미 여러 군데서 수십번 써먹은 기성품이죠. 주인공의 “시간 이동” 방법은 [퀀텀 리프] 라는 TV 시리즈에 쓰여진 그것과 완전히 동일하고, 주인공에게 주어진 제한된 시간이 무한 반복되고 그 반복 과정에서 여주인공과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빌 머레이의 코메디 명작 [사랑의 블랙홀 Groundhog Day] 에서 이미 거의 완벽하게 요리된 바 있습니다. (심지어는 한국 TV에서 보이는 산업안전공단에서 만든 공익광고에서도 매 아침 7시에 일어난다, 사고가 난 다음에 시간을 돌려서 다시 7시, 이런 식으로 이 아이디어가 원용되고 있지요) 그러니 [소스 코드] 의 경우,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이러한 진부하다는 표현을 쓸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써먹힌 설정을 가지고 과연 어떻게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느냐라는 점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각본가 벤 리플리와 감독 던컨 존스는 썩 훌륭한 성취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쓸데없이 최신식 기술을 선보이기 위한 과시성 액션도 없고, 솔직한 내용을 기대를 했던 관객들에게 쓴웃음을 짓게 만드는 예의 “막판의 반전” 도 없고, 캐릭터들이 순전히 각본상의 편의를 위해 갑자기 자기들의 성향을 뒤집는 일도 없지만, 영화는 스토리의 팽팽한 긴장을 막판까지 유지하면서, 주인공의 딜레마와 그 해결책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을 틀어쥐고 놓지 않습니다.

 

존스 감독의 전략은 영화의 편집을 [캐리] 와 [천국의 환마 Phantom of the Paradise] 부터 시작해서 거의 모든 브라이언 드 팔마 작품을 담당했고 [스타워즈] 로 오스카상을 받은 대 베테랑 폴 허쉬에게 맡겼다는 데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영화의 만듦꼴은 카메라가 재주를 넘을 때마다 “우~ 쉬” 하고 음향효과가 들어가는 그런 과시형 스타일이 아니고 철저하게 기능적이고 스토리텔링에 복속된 양상을 띄고 있지만, 실제로는 콜터가 8분의 “제한 인생” 을 다시 살때마다 관객들에게 슬쩍 보여주고 싶은 정보와 이목을 집중시키고 싶은 볼거리를 섬세하게 배합해서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비춰주는 방식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상당히 세련된 영상과 편집 기법들이 관객들에게 새삼스러이 그들의 존재를 과시함이 없이 동원되고 있단 말이지요.

 

사실 콜터가 스스로가 처한 상황을 파악해나가는 과정과 폭탄테러범에 대한 단서를 얻기위해 동서 분주하는 추리소설적인 서사를 평행전개하나가는 전반부는 여느 액션영화보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는 좋지만 그다지 차별성을 부여하는 데 성공했다고는 볼 수 없지요. 각본-감독 팀의 색깔이 확연히 드러나는 부분은 오히려 콜터가 어느 정도 자신이 실제로 놓인 상황을 이해하게 된 연후에 벌어지는 후반부의 전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폭탄을 찾아내서 시카고의 수백만명의 목숨을 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것보다도 더 큰 비중으로 콜터 자신의 생지옥이라면 생지옥이라고 간주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진솔하고도 가슴을 치는 반응과 그와의 유일한 연락처라고 할 수 있는 통로를 제어하는 굿윈 (베라 파미가- 어떻게 보자면 이 영화에서 가장 어려운 역할을 맡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만 대단히 좋습니다… 김윤진씨가 이런 역할을 맡으시면 너무 잘 하실듯) 과 매드 사이엔티스트라기 보다는 “내가 당하면 억울하고 남이 당하면 어쩔 수 없는 운명” 이라는 지잘난 사고방식에 몰입된 과학자 러틀리지 (제프 라이트- [악마와 말을 달려라] 나 [카지노 로얄] 에서 나왔던 중후한 모습과는 달라도 너무나 다른 쫌팽이 전문가 역을 어찌나 멋있게 연기하는지!) 의 대조적인 심경의 묘사에 무게를 둡니다. 그런 결과, 액션영화의 플롯에 해당되는 부분이 일단락이 되어도 영화의 감정적 포스는 흐트러짐이 없이 클라이맥스까지 고대로 유지될 뿐 아니라, 주인공의 실존적이고 합리적인 마지막 선택이 진한 감명을 불러 일으키는 데까지 도달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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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말이지만 과학적 설정에는 허점이 있고 (그러나 존스는 [더 박스] 의 리처드 켈리처럼 리처드 매시슨같은 대가의 원작을 자기가 SF 적으로 뛰어넘어 보겠다는 무모한 시도를 하는 등의 무리수를 두지도 않을 뿐더러, 최소한 자기도 잘 모르는 것을 아는 것처럼 시치미를 떼는 짓은 하지 않습니다. 뭔지 대단한 형이상학적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으니 자꾸 논리를 따지지 말고 고맙게 구경이나 해라라고 관객들에게 사기를 치고 넘어가는 “2001년 우주 오디세이병” 에는 걸려있지 않은게 확실하죠), 마지막 8분이 끝난 다음에 벌어지는 에필로그는 없었더라면 더 큰 여운이 남았지 않을까라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듀나님께서도 지적하셨다시피 “숀 펜트리스” 는 도대체 어떻게 된건가요? 그의 존재는 최후의 평행우주에서는 아예 말살당한 걸까요? 후덜덜~ (이 논리상모순은 사실 “위치 바꾸기” 라는 이것도 시간여행 SF 의 고전에서 한번 이상 써먹은 트릭으로 일단-- 도덕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지만 최소한 논리적으로는-- 해결이 가능합니다만, 미처 여기까지는 생각이 못 미친 것인지)

 

이러한 문제점이 [소스 코드] 를 [인셉션] 이나 [메멘토] 같이 관객의 넋을 쏙 빼놓는 괴물같은 영화의 영역에 도달하지는 못하게 끌어내리고 있긴 합니다만, 최근 들어서 본 지적 스릴러 중에서는 최상급에 속하는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아, 제이크 질렌홀의 팬들에게도 강추합니다.  얘는 급박한 상황에서 좌절감에 휩싸였다가 다시 평정을 찾을 때의 내면과 싸우는 그런 연기가 육체적으로 드러나는 연기보다 더 좋은 그런 타이프인데 그런 연기자들에게는 아주 좋은 역이죠. 본인이 하고 싶어서 감독 물색했다는 얘기도 이해가 됩니다.

 

사족: 이 작품의 테러리스트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종군한 군인들의 묘사는 무척 재미있습니다. 로버트 레드포드나 그런 분들이 만든 소위 말하는 미국의 중동 전쟁 비판 리버럴 영화들이 쪽을 못쓰는 데 비해 이러한 장르영화들에서 오히려 관객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알아챌 수 있는 방식의 우회적이지만 뼈아픈 비판과 언급을 볼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이건 각본가 벤 리플리의 공적이겠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테러리스트의 논리는 아주 단순 명쾌하죠. “새 세상을 짓기 위해서는 헌 세상을 허무러뜨려야 하는데 헌 세상이 이렇게 멀쩡하니뚜드려 부셔서 폐허를 만들어야죠. 그래야 신세계가 도래하지 않겠어요 그렇죠? (순수한 미소 방긋 ^ ^)” 후덜덜덜~ 그리고 마지막에 드러나는 콜터의 “진상” 에 대한 묘사는 유명한 반전영화고 “빨갱이” 달턴 트럼보가 만든 [쟈니는 총을 잡았다] 를 연상시킵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주인공이 진상을 파악하는데 마지 못해 협력하는 간호원이 월터 리드 병원에서 일한다는 설정으로 나오는데, 관심있는 분들께서는 한번 구글에다가 Walter Reed Army Medical Center neglect scandal 이라고 쳐보시기 바랍니다.

 

사족 2: 크리스 베이컨이라는 작곡가분은 신진인 모양인데 완전히 제리 골드스미스필이 팍팍 나는 70년대풍 스코어입니다.  멋집니다. (미국영화의) 70년대는 역시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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