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비 어프레이드 Don't Be Afraid of the Dark

 

미국-오스트레일리아-멕시코, 2011.   ☆☆☆★

 

A Gran Via/Tequilla Gang/Miramax Production. 화면비 1.85:1, 1시간 33분

 

Director: Troy Nixey

Executive Producers: Stephen Jones, William Horberg

Producers: Guillermo Del Toro, Mark Johnson

Screenplay: Guillermo Del Toro, Matthew Robbins

Based on a teleplay by Nigel McKnead

Music: Marco Beltrami, Buck Sanders

Cinematography: Oliver Stapleton

Production Designer: Roger Ford

Special Effects: Spectral Motion, IIoura

CAST: Katie Holmes (킴), Bailee Madison (샐리), Guy Pearce (알렉스), Jack Thompson (해리스), Garry McDonald (에머슨 블랙우드), Nicholas Bell (정신과 의사), Alan Dale (찰스 자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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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캐스트로 오스트레일리아에서 1973년에 방영된 미국 텔리비젼 영화의 오리지널 각본을 가지고 촬영한 일편입니다만 제작자 및 각본가 기예르모 델 토로의 취향이 마음껏 반영된, 어두컴컴한 맨션같은 대 저택에서 초자연적 존재들이 환기구멍으로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사람들을 혼비백산케 하는 스페인풍 호러영화입니다.  결말이나 이런 것으로 판단하자면 원작에서 연유했을 것이라고 짐작되어지는 70년대적인 비관적 분위기도 그대로 계승하고 있지만, 이것은 원래 헐리웃에서 생각하는 “어른들이 보는 동화” 보다는 훨씬 어두운 델 토로의 성향 ([악마의 등뼈] 의 전반적인 내용이나 [판의 미로] 의 엔딩을 생각해보시면 아실 수 있을 듯) 에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문제될 일은 없었겠죠.

 

전 사실은 처음의 15분 정도는 별로 몰입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 섬세한 프로덕션 디자인과 배우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기는 이미 몇 번이고 와봤던 데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요. 모두의 에머슨 블랙우드가 등장하는 프롤로그는 이 일편에서 가장 마음이 안드는 부분입니다. 예스러운 문학적 고딕 호러의 맛을 내려고 하는 건 알겠는데 너무나 서툴러요.  거기다가 아궁이 속의 지하 터널 속에 사는 정령들이 바로 이빨 요정들이라는 것을 그렇게 일찍 얘기해버리면 어쩝니까. 무섭기보다는 황당한 느낌이 앞설 수 밖에요 (“이빨 요정” 이라는 존재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으실 한국 관객분들께는 이런 느낌이 안 드실지 몰라도). 이빨 요정들의 백스토리는 샐리의 캐릭터와 연계시켜서 찬찬히 소개시켰더라면 더 좋았을 거에요.

 

특별히 무서운 일이 벌어지지 않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중점이 두어진 초반부에서 관객의 주의를 집중시키는 역할은 꼬마 배우 베일리 매디슨이 거의 다 맡아서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행스럽게도 매디슨양이 (얘는 나이보다 동안이군요. 거기다가 이미 12편의 영화에 출연한 베테랑입니다 ;;;) 연기를 잘 해주어서 무난하게 넘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이왕 각본을 새로 썼으면 지나치게 전형적인 캐릭터 배정과 역시 전형적인 서사의 논리 무시 행태에서 벗어나는 점이 좀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가이 피어스가 연기하는 건축가 아버지는 이러한 역할들이 흔히 그렇듯이 바로 눈 앞에서 벌어지는 일에도 반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쑥맥이고, 아니메에 나오는 소녀처럼 거대한 예쁜이 개구리 눈에 물기가 그렁그렁하면서 연기를 펼치는 케이티 홈스도 그렇게 세련되게 구상된 역할을 맡은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킴이 아버지보다 더 능동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좋았지만 샐리의 어머니 노릇을 제대로 못하고 “나쁜 계모” 가 될까봐 망서리는 행동은 솔직히 구태의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중에 정령들이 거의 공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상황에 있어서도 영화는 “귀신 들린 집에 이사온 사람들” 의 정석적 행동거지에다 변주를 할 생각을 안해요. 특히 이동 서가에 치여서 뭉개진 정령과 잘라진 팔 한쪼가리는 어떻게 된 거죠? 난 그렇게 공들여서 관객들에게 인식을 시키길래 “보세요, 이 팔뚝은 어떻게 설명하실 겁니까?” 라는 식으로 정령의 실재에 대한 증거물로 쓰일 줄 알았죠. 아니면 그런 설명조의 부분은 페이스가 늘어지니까 잘라 버린 것인지. 이런 페이스 강박증에 관한 부분은 좀 70년대 호러물들의 느긋함을 닮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동화적인 전형성과 현실적인 심리묘사의 사이에서 약간 우왕좌왕하는 느낌이 있죠. [악마의 등뼈] 는 물론이고 [판의 미로] 의 경우에도 델 토로 자신은 동화적인 전형성을 희생시키면서까지도 현실세계의 고통을 중시했다고 봅니다만, 이 작품은 스페인의 역사가 끼어들 여지가 없어서 그랬는지, 감독이 다른 사람이었어서 그랬는지.

 

그러나 이빨 요정들 자신과 샐리를 이들이 괴롭혔다가 유혹했다가 하는 부분의 묘사에 관해서는 역시 델 토로표 렛떼루가 믿을 만한 상품이라 아니 할 수가 없겠군요. 이빨 요정들은 그림 동화의 삽화에서 그대로 뛰쳐나온 것 같은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만 전혀 귀엽지 않습니다. 늙어서 악만 남고 바싹 말라버린 노친네가 시궁쥐하고 합체한 것 같은 용모가 으헥 하고 거의 본능적인 혐오감을 불러 일으키는 놈들입니다. 이런 것들하고 밤중에 침대 속 이불에서 마주치면 나라도 당장 다음날 이사 갑니다. 생쥐만한 놈들이 멀쩡한 어른들을 때려잡고 심지어는 칼과 가위로 난도질 한다는 설정이 영상으로 보면 웃길 것 같은데, 영화를 보면 웃기기는 커녕 오히려 덩치가 큰 괴물들보다도 더 강하게 ([주라식 파크] 에서 티라노사우루스보다 벨로시랩터가 더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과 흡사하게) 식은 땀이 죽 흐르게 만드는 공력을 발휘합니다.

 

그래서 불만은  (결국 델 토로표 “다크 판타지”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부터 시작해서) 이러구러 있습니다만 호러 장르의 맡은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다는 점에서는 딱히 나무랄 데가 없는 한편이라고 하겠습니다. 호러영화 좋아하시고 캐릭터들의 논리적인 행동이나 리얼리즘의 결여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시지 않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베일리 매디슨양은 앞으로 전도가 양양하군요. 지나치게 어른스럽지 않으면서도 과장된 연기를 안 하는게 솜씨가 보통이 아니에요.

 

(이 밑부분의 문장은 약간 스포일러입니다. 영화를 보신 분께 드리는 질문-- 거슬리시는 분이 많으면 스포일러 란으로 옮기겠습니다)

 

스포일러성 사족:  에머슨 블랙우드와 그의 아들이 아궁이 속 터널 속으로 빨려들어간 이후에 어떻게 되었느냐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지 않습니까?  전 프롤로그만 보고 “잡혀 먹혔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끝까지 다 보고 나니 아닌 것 같습니다.

 

블랙우드와 그의 아들은 이빨 정령으로 탈바꿈 당한 것 같아요. 도중에 걔네들 등장할 때 보면 작은 정령의 머리를 강아지 다루듯이 쓰다듬으면서 나타나는 키가 큰 정령이 있습니다만 이 둘이 에머슨과 그의 아들 아닐까요? 그렇다면 결말에 사라진 캐릭터도... 이렇게 보면 엔드 크레딧 올라가기 직전의 정령들의 대화에서 "우리에겐 시간이 남아 돌아가" 라는 말을 하면서 다른 정령들을 진정시키는 목소리가 왜 특정 캐릭터와 꼭 닮았는지도 설명이 됩니다. 

 

으힉 기분 나뻐 ;;;; 저한테는 이러한 설정이 뼈와 이빨까지 다 먹히는 것보다-- 이 놈들 자신은 그냥 설치류 수준의 치아던데, 이빨을 먹고 살려면 보통 힘든게 아닐텐데... 녹여서 먹기라도 하는 것일까요?-- 훨씬 더 끔직한 것 같습니다만 그렇지 않으신 분도 계실 수 있겠군요.

 

아무튼 보신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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