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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곧 어두움이 닥쳐온다  And Soon the Darkness

 

영국-프랑스, 1970.  ☆☆☆★

 

An Associated British Production/Anglo EMI Film. 화면비 1.85:1, 1시간 39분.

 

Director: Robert Fuest

Screenplay: Brian Clemens, Terry Nation

Music: Laurie Johnson

Cinematography: Ian Wilson

Producer: Brian Clemens, Albert Fennell

 

CAST: Pamela Franklin (제인), Michelle Dotrice (캐서린), Sandor Elés (폴), John Nettleton (경찰관), Clare Kelly (영국인 교사), John Franklyn (정신나간 노인네)

 

 

앤 순 더 다크니스  And Soon the Darkness (Remake)

 

미국-아르헨티나-프랑스, 2010.  ☆☆★★

 

A RedRum Films/Sandbar Pictures/Abandon Pictures Film. Distributed by Anchor Bay Film/Studio Canal. 화면비 2.35:1, 1시간 31분.

 

Director: Marcos Efron

Screenplay: Jennifer Derwingson, Marcos Efron

Based on a screenplay by Brian Clemens, Terry Nation

Cinematography: Gabriel Beristain

Art Direction: Marcela Bazzano

Costume Design: Marisa Urruti

 

CAST: Amber Heard (스테파니), Odette Yustman (엘리), Karl Urban (마이클), Gia Mantegna (카밀라), Cesar Bianco (칼보)

 

 

듀나님의 리퀘스트 [그리고 곧 어두움이 닥쳐온다] 리뷰를 올립니다만 이런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유럽 스릴러도 작년에 리메이크되어서 극장공개까지 되었었더군요. 이왕 리뷰를 할 거면 리메이크까지도 카버 하기로 했습니다만 이쪽은 좀 암담하군요. (어차피 리메이크를 할거면 차라리 후기 다리오 아르젠토 작품이나 건드리면 어떨지? [페노미나] 나 [스탕달 신드롬] 같은 타이틀은 지금 리메이크하면 더 잘 만들 가능성도 꽤 있다고 보는데…)

 

[그리고 곧 어두움이 닥쳐온다] 는 [캡틴 크로노스 뱀파이어 헌터] 를 만든 [아벤져스] 시리즈의 각본가-제작자 브라이언 클레멘스가 시리즈의 탑 감독이었던 로버트 퓨스트와 함께 극장판으로 만든 심리 호러입니다. 발랄하고 세침떼기고 좋은 의미로 만화적인 [캡틴 크로노스] 와는 달리 의사 소통을 일부러 포기하고 문제를 어렵게 만드려고 작정을 하고 행동하는 것 같은 답답한 캐릭터들이 주도하는 음울한 작품이죠. 지극히 영국적인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쪽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자기들 관점의 ‘내러티브’ 를 이해해주지 않으면 그냥 얘기 하기를 포기하는 영국사람들의 문화적 폐쇄성 (밉게 봐주자면 “섬나라 근성”—일본사람들도 좀 그런 데가 있습니다만)-- 및 프랑스문화와의 같이 살수도 없고 떨어져 살수도 없는 관계 ^ ^-- 이 어느 정도 전제가 되어 있지 않으면 영화가 전개되는 방향을 완전히 납득을 하기 힘들 거든요. 아무리 프랑스어를 못한다고 해도 그렇지, 아주 기본적인 상황 설명도 못하고 저렇게 발만 동동 구르고 아니면 여기저기 핀볼머신 속의 공처럼 가게에서 농가로 또 농가에서 가게로 헤메고 돌아다닌 다는 게 좀 지나칩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옛날 중학생 단발머리 같은 헤어 스타일을 하고 등장하는 파멜라 프랭클린이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하는 주인공인데, 프랑스의 시골을 자전거로 유유자적 여행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사회적이나 성적으로 억압된 심정을 떨쳐버릴 수가 없는 그런 애매한 심리를 잘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금발머리 친구역의 미셸 도트리스가 애써 자기를 섹시하게 비추려고 노력은 하지만 프로 모델 수준의 미인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 캐서린이 실종된 다음에 나타나는 남자 조연들의 표면적인 태도 말고도 뭔가 딱 짚어낼 수는 없지만 제인을 불편하게 만드는 시선, 이러한 캐릭터 묘사의 요소들도 실감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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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스트는 [흉물스러운 파이브스 박사] 와 [악마의 비] 의 감독 치고는 그랑 기뇰의 피갑칠 마당을 과시하는 일이 없이 진득하게 두 여주인공을 따라가면서 조금씩 서스펜스의 강도를 높여가는 수법을 쓰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느긋하게 캐릭터들의 움직임을 따라가면서 점차 숨통을 조여나가는 화법을 싫어하지 않기 때문에, 대충 그 도달점을 짐작할 수 있는 경우라도 바짝 긴장해서 봤습니다만 90년대 이후의 헐리웃이나 한국 상업영화의 리듬에 익숙하신 분들께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어요. 벌건 대낮에 앞뒤로 확 트인 공간에서 주로 일이 진행이 되기 때문에, 서스펜스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구태여 어두움을 이용해서 정보를 차단하거나 분위기 몰이를 할 필요가 없다는 걸 웅변으로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지요. (그렇게 영화를 만들거면 왜 제목을 “곧 어두움이 몰려온다” 라고 정했느냐는 의문이 들기는 합니다. 리메이크작이 이 의문을 어느 정도 해소하려고 노력하기는 하죠: “땅거미가 지기 전에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 라는 식의 시간 제한 위기 설정을 부착해놓고 있거든요. 원작 디븨디의 코멘터리에 의하면 클레멘스나 퓨스트 둘 다 이 제목에는 시큰둥했던 모양)

 

어쨌거나 쓸데없이 다른 이슈에 한눈 팔지 않고 교활하다시피 적확하게 관객들의 심리반응 버튼을 눌러가면서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스킬에 있어서는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캐서린이 햇볕에 쬐느라고 늘어놓았던 팬티가 그녀의 실종을 입증하는 소도구로 사용되는 등, 다른 영화 같았으면 좀 추잡스런 코믹 릴리프 등의 취향으로 나갔을 것 같은 설정도 여기에서는 음험한 성적 새디즘의 기운을 돋구는 자재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탈리아나 스페인 영화 마냥 대놓고 섹스와 폭력 묘사를 적나라하게 밀어붙이는 장면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 쪽의 기대는 버리시길.

 

마지막으로 장르적인 차이점을 준별하고자 할 때 범죄 스릴러와 초자연적인 현상이 나오지 않는 호러와 무엇이 다르냐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면 [그리고 곧 어두움이 닥쳐온다] 가 이것은 “범죄 스릴러” 가 아닌 “호러” 영화다라고 규정할 수 있는 모범적 케이스입니다. 철저하게 주인공 제인의 시점에 맞추어져서 그녀 및 제인과 동일시하는 관객들의 입장에서 극도의 불안, 긴장 마지막에는 극대화된 카타르시스를 동반하는 공포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짜여져 있으니까요. 미스테리의 작극법이라는 기준에서 보면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한 클라이맥스의 “반전” 도 제인의 입장에서 본 상황논리로 따라가기 때문에 어느 정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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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멜라 프랭클린은 당연스럽게도 연기를 아주 잘 합니다. 다른 캐릭터들의 정체를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리액션을 보이는 연기를 하기가 수월하지는 않았을 텐데. 이분은 그런데 어렸을때 모습이 더 고전적인 “대배우” 의 풍모를 과시하는 군요. ^ ^ 아니면 수수한 모습을 부러 강조했기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인지. [헬 하우스] 에서는 어떻게 나오셨던가 잊어버렸습니다. 이것도 디븨디 꺼내서 한번 다시 보아야 겠군요.

 

리메이크에 대해서는 그냥 하지 말았더라면 좋았을거라는 말만 하고 끝낼 수도 있지만, 사실 그렇게 기얌을 할 정도로 후진 건 아닙니다. 단지 구상 당시부터 밑지고 들어가는 아이디어라는 것은 제작진이 파악을 했어야 하는 겁니다. 물론 제작비 당 수익을 기준으로 쿨하게 계산을 하자면 무슨 오스카상 후보에 올라가는 고급 인디 영화 만드는 것 보다는 적당하게 저예산으로 별 볼일 없는 헐리웃 호러 한편 만드는 것이 아마도 훨씬 돈이 남을 거라는 생각은 듭니다. 원래 기획은 주연 배우 앰버 허드가 오리지널을 보고 리메이크 해야지라고 주도를 한 것같은 인상을 줍니다만 그 선택은 나름 이해가 가요. 주인공 여자 배우한테는 어렵지만 잠재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도 많은 역할이니까. 문제는 오리지널 같은 방식의 “자근자근” 서스펜스 양성 호러를 만들기에는 2000년대 붕어빵 헐리웃 제작 방식이 최악의 선택이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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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처자 두 명이 홀가분하게 여행 갈 수 있되 또 예기치않게 문명적인 인프라에서 소외될 수도 있는 그런 지역을 설정하려다 보니 당연히 남미로 귀결이 될 수 밖에 없고, 두 젊은 여성들의 성격상 대비부터 거기서 둘을 쫓아다니는 수상한 선글라스 낀 그링고에 이르기까지 천편일률적인 기성부품이 다 맞추어져 나옵니다. 뭔가 창의적인 발상을 박아넣을 구석이 없습니다. 70년대 같았으면 차라리 여행사 관광장려 필름같은 식으로 아르헨티나 지방의 아름다운 풍광이라도 담아냈을 텐데, 이 영화는 그저 플롯을 따라가느라고 정신이 없어요. 뭐 옹호를 좀 하자면 도중에서 모든 경치가 회색으로 탈색된 폐촌 비슷한 로케이션이 나옵니다만 이 부분의 괴이한 색감은 상당히 멋있습니다. 그러나 그때쯤 되면 영화는 주인공에 집중된 서스펜스 연출을 포기하고 단순한 인신매매 조직과 관련된 전형적인 “미국애들이 외국 관광 갔다가 당하는” 액션 스릴러 (예로 들자면 [투리스타스]) 로 찌그러든 이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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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들의 인상도 오리지널에 비해 미흡합니다. 이 작품을 보고 새삼 깨달은 것인데 오데트 유스트만 정말 예쁘군요… 그리고 연기를 참 못하는군요. [언데드/언본] 때는 워낙 감독이 막가서 그런 줄 알았는데. 하기사 유스트만에게서 리얼한 연기를 빼낼 수 있는 감독도 있기는 할겁니다. 앰버 허드는 “옆집 남자애들을 달아오르게 만드는 수영복 여고생” 역할을 주로 맡아서 해온 텍사스 출신 금발머리라는 이미지를 불식하기 위해서인지 상당히 연기파적인 신을 많이 보여줍니다만 그럭저럭 합격점을 따낸 정도.

 

결론적으로 원작의 압도적인 승리입니다만 원작도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은 음험한 심리 호러적인 취향에 안 맞으시는 분들은 추천드릴 수 없습니다. 물론 파멜라 프랭클린의 팬들께는 (그 중학생 단발 헤어스타일의 짜증스러움에도 불구하고) 강력 추천드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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