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시젼 Excision

 

미국, 2012. ☆☆☆

 

A BXR Film Production. Distributed by Anchor Bay Films. 화면비 2.35:1, 1시간 21분

 

Written and directed by: Richard Bates Jr.

Cinematography: Itay Gross

Music: Steve Damstra II, Mads Heldtberg

Production Design: Armen Ra

 

CAST: AnnaLynne McCord (폴린), Traci Lords (필리스), Ariel Winter (그레이스), Roger Bart (밥), Malcolm McDowell (쿠퍼 선생님), Ray Wise (캠벨 교장), Marlee Matlin (앰버), John Waters (윌리엄 교목), Jeremy Sumpter (애덤)

 

 

제목의 [익시젼] 은 의학용어죠. 절제 (切除) 라고 번역하면 될까요. 물론 영화가 끝날때쯤해서의 주인공의 정신상태에 대한 언급으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익시젼] 의 주인공 폴린은 어렸을때 수영장에 빠져 죽을 뻔 한 것을 성병에 걸린 아버지가 인공호흡을 하는 바람에 성병에 걸렸다는 망상인지 진실인지 알 수 없는 배경에다가 외과수술이라는 절차에 병적으로 집착하고 있습니다. 사춘기를 맞아서 부풀어오르는 성적인 욕망은 폴린에게는 배를 째고 내장을 꺼내는 울트라 하드 고어가 가미된 화장품 CF 같은 기이한 악몽으로 표현됩니다. 학교에서의 대인 관계는 엉망이죠. 골빈당 여성생도들은 그녀를 문자 그대로 나병환자 취급하고, 남자애들은 물론 자기네들의 물건을 쑤셔박을 성기가 달린 물건 이상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집에서는 또 어떻겠습니까. 엄마는 남부 상류 계층 백인 여편네들한테서 볼 수 있는 “남들 보기 창피한” 짓을 하느니 혓바닥을 꼴깍 삼키고 죽는 것을 선호할 그런 분이고 아빠는 엄마의 엉덩이에 깔려 삽니다. 유일하게 폴린에게 적극적으로 애정과 이해를 보이는 존재는 호흡계 불치병에 걸린 여동생 그레이스 뿐입니다.

 

[익시젼] 의 본질을 이해하는데에 가장 도움이 되는 정보는 이 영화를 찍은 리처드 베이츠 주니어가 보수적인 남부 중상류 가정에서 엄청 소외감을 느끼면서 자랐다는 전기적 일화입니다. 집안에서 나만 혼자 외계인이라는 같은 종류의 소외감을 느끼고 자란 젊은 영화인이라고 해도 뉴욕이나 LA 출신이었다면 전혀 다른 성격의 작품을 찍었겠죠. 그것은 근본적으로 [익시젼] 이 호러영화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지만 실제로 영화의 중심이 되는 부분은 식탁이나 소파에 가족의 멤버들이 앉아서 긴장과 짜증이 가득찬 상태에서 설전을 벌이는 장면들 (실제로 이러한 장면이 폴린이 뭔가 사단을 벌이거나 하드고어적 망상에 젖는 신보다 숫적으로도 적지 않습니다) 라는 데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제액 (諸厄) 의 근원은 가족일지니.

 

아마도 어떤 분들에게는 뜬금없이 삼입된다고 느끼실 지도 모르는 “난 당신 안믿거든요 그래도 고백상대가 필요하긴 하니까...” 라고 주절거리는 폴린을 위에서 내려다보고 찍은 “기도” 장면들도 남부 정서에 맞닿아 있는 거고, 그녀가 피임에 관한 얘기를 하자마자 보는 막 낳은 태아와 오븐에 관한 환영도 남부 출신사람들 보고 토하라고 일부러 삼입한 거라는 필이 납니다. ^ ^

 

베이츠 감독의 스타일은 피터 그리너웨이를 연상시키는 극단적인 형식주의입니다. 직각으로 캐릭터들을 정면에서 찍거나 부감샷을 쓰거나 하는 방식으로 빼낸, 병원이나 소독약품을 연상시키는 비정상적인 명료함과 강박적인 청결함을 내장과 선혈이 질질 흐르는 고어의 질감과 대비시키고 있는데, 그것이 기묘한 매력을 부여함과 동시에 또한 관객들의 정서적 연동을 가로막는 역할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타이 그로스 촬영감독과 아르멘 라 프로덕션 디자이너의 공헌이 큰 영화인데, 저한테는 매력의 일부였어야 할 폴린의 환영 신들이 별로 재미가 없더군요. 자꾸 CF 처럼 느껴져서요. 너무 예쁘다는 얘기는 하니고, 그냥 뭔가 “우와 어떻게 저런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가...” 라는 식의 감명이 없습니다.  폴린이 애덤이라는 훈남애를 꼬셔서 섹스를 하려고 할 때 대놓고 “너하고 섹스를 해보려고 하는데” 라면서 마치 임상실험에 지원자 구하듯이 구는 장면이 크로넨버그 감독님의 [데드 링어스] 의 도입부를 연상시키듯, 크선생님의 작품의 영향은 느껴지지만 후자가 지닌 냉철하고 비범한 오라에는 접근하지 못합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저처럼 느낄거라는 의미는 아니고... 폴린이 화장실에서 막 성기에서 꺼낸 피에 물든 탐폰이 화면 가득히 클로스업되는 그런 영화이긴 하니까 그런 얘기만 들어도 메스꺼운 (남자?) 관객 분들은 적극 피하셔야 되겠죠.

 

일견 이걸 어떻게 투자를 받았나 라는 생각이 들 것 같은 각본으로 장편 제 1호를 만든 친구 치고는 기라성같은 유명배우들을 캐스팅했는데, 말컴 맥다웰, 말리 매틀린 그리고 존 워터스 감독님은 격려성 깜짝출연 정도의 역할 밖에는 못하시는 것 같고, 공화당 대통령 사진을 벽에 모셔놓은 교장 선생님 역의 레이 와이즈 ([로보캅]) 가 그나마 좋고요. 이 영화에서 가장 놀라왔던 배역은 주연인 안나린 맥코드 (이 여성연기자 얼굴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시면 이 영화에 나오는 “못생기게 만든” 얼굴과의 갭에 깜짝 놀라실 겁니다. 연기도 잘했고 메이크업 담당한 분도 잘했고) 를 제외하면 신경증적인 엄마 역할로 나온 왕년의 미성년자 포르노배우 겸 로저 코어먼 발탁 스크림퀸 트레이시 로즈였습니다. 전 로즈인줄 전혀 모르고 봤는데 나중에 캐스팅 리스트에 나오는 거 보고 기절초풍했습니다. 연기를 굉장히 잘하셔요!  최후의 비극적인 결말도 맥코드와 로즈 두 분이서 다 그 내용을 표현해야 하는 것인데 그 부분에서 허무하게 뭉클한 종류의 감동을 느끼시는 분이 계셨다면 전적으로 이 두 분의 훌륭한 연기에 의한 효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한테는 그렇게 감동을 받을 정도로 좋지는 않았습니다만 베이츠 감독은 쓸데없이 괴상한 방향으로 나가지 말고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자기가 젊은 시절의 크선생님과 맞먹는 실력의 소유자라는 따위의 어처구니없는 환상에 빠지지 말고) 제대로 된 고급 각본을 요리할 수 있는 실력을 뭉근하게 쌓게 되면 기대해 볼만한 실력자인 것 같습니다.

 

사족: 대사가 역시 남부출신의 문학청년 이런 친구가 쓸 것 같이 여겨지는 비일상적인 은유와 비꼼으로 가득합니다. 폴린이 자기를 욕하는 친구들에게 되쏘아 줄 때 쓰는 표현같은 것은 한국영화에서도 차마 듣기 힘든 그런 쎈 종류도 있던데 (죄송합니다만 하나 예를 들자면... “도끼로 찍은 상처같이 생긴 Bozi를 달고 다니는 X 이 말이 많아 너하고 샤워실 같이 쓰기만 해도 너 Bozi 에서 감염될 것 같다”) 한국어 자막에서 어떻게 다루었는지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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