힛처 (오리지널) The Hitcher

 

미국, 1986. ☆☆★★★

 

A HBO Pictures/Silver Screen Partners Production. 1시간 37분, 화면비 2.35:1

 

Directed by: Robert Harmon

Screenplay: Eric Red

Music: Mark Isham

Cinematography: John Seale

Production Designer: Dennis Gassner

Editor: Frank J. Urioste

 

CAST: Rutger Hauer (존 라이더), C. Thomas Howell (짐 헐시), Jennifer Jason Leigh (내쉬), Jeffrey DeMunn (에스트리지 경부), Henry Darrow (핸콕), Billy Green Bush (도너), Jack Thibeau

 

힛처 (리메이크) The Hitcher

 

미국, 2007. ☆☆★★

 

A Platinum Dunes Production in association with Rogue Productions/Intrepid Pictures/Michael Bay. 1시간 24분, 화면비 2.35:1

 

Director: Dave Meyers

Screenplay: Jake Wade Wall, Eric Bernt

Based on the original screenplay by Eric Red

Cinematography: James Hawkinson

Music: Steve Jablonsky

Production Design: David Lazan

Special Makeup Effects: K.N.B. EFX

Producers: Michael Bay, Andrew Form, Brad Fuller

 

CAST: Sean Bean (존 라이더), Sophia Bush (그레이스 앤드류스), Zachary Knighton (짐 헐시), Neal McDonough (에스트리지 보안관), Skip O’Brien (브레머 경부보), Travis Schuldt (할란- 브레머 경부보 아들)

 

익명을 선호하시는 한 듀게회원분의 리퀘스트 [힛처] 오리지널과 리메이크 리뷰 갑니다. 이제는 쪽지 기능이 없어진 것 같은데 과거에 쪽지로 리퀘스트도 받고 했으니 듀게 및 한국영화 관계용 전용 이메일계정을 따로 만들던지 해야 겠군요.

 

기본적으로 서서 글을 써야 하는데 다리에 심한 통증때문에 뭉근하게 오래 일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일단 빨리 써놓고 말이 안되는 부분은 점차 고쳐나가도록 할테니까 너그러이 봐주세요.

 

오리지널 [힛처] 는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미국 영화에 한정해서 볼 때 70년대의 고딕 호러의 쇠망과 도시 호러 및 새로운 리얼리즘, 사회파계통의 호러영화의 대두, 그리고 80년대 초반의 특수메이크업 효과의 중흥과 거기에 따른 슬래셔영화의 융성을 거쳐 돈은 많이 벌지만 과거의 최고급 호러에서 기대할 수 있는 철학적 성찰이나 심층심리에 파고드는 공포감은 별로 기대할 수 없는 작품들이 ‘호러’ 장르의 주류가 되는 시대에 만들어졌습니다. 개봉 당시에는  일부 평론가들의 칭찬을 받은 작품입니다만 25년이라는 세월을 거쳐서 다시 음미해 보면 당시에 평론가들에게 두들겨 맞았지만 이제는 걸작의 반열에 오른 다른 호러의 명작들 (대표적인 예는 존 카펜터의 [괴물]) 에 비하면 한참 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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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긍까 지가 안죽였다는데 자꾸 그러시네요.

 

당시에 칭찬을 받은 이유는 그렇게 파악하기 어렵지 않아요.  먼저 공포의 구심점이 되는 존 라이더라는 (‘승차자 [乘車者]’라는 의미로 지은 거겠죠)  캐릭터가 언뜻 보자면 다른 맨탕한 연속살인범과는 달리 뭔가 현실에서 벗어난 상징적인 존재로 기능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 한참 물이 오를 시절의 루트거 하우어가 땀을 삐직삐직 짜내면서 히로뽕 중독말기환자 같은 광기어린 미소를 비시시 흘리는,  소위 말하는 ‘약먹고 뿅가서 연기하는 것 같은’ 종류의,  영화내의‘현실’과 현격하게 유리된 채 혼자서 성층권을 날라다니는 ‘연기’ 를 보여주고 계신데 이것도 일부 평론가들에게는 뭔가 보여주는 걸로 받아들여졌겠죠. 그리고 영상적으로 피가 튀기고 내장을 꺼내고 난리를 칠 뿐이지 내용면에서는 (주로 백인) 남자 애색기들이 머리는 빼고 몸만 자라서 엽총으로 작은 동물들을 사냥하고 다니면서 “우쒸! 우리가 가시내가~ !” 하면서 어깨동무하고 맥주 마시고 “우리 으메리까는 좋은 나라여!” 하고 기염을 토하는 그런 Zazi중심 세계관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의 호러영화의 내실이라는 문맥을 이해하면, 이 영화의 무의미한 잔인함 (특히 제니퍼 제이슨 리가 연기하는 내쉬 캐릭터의 끔직한 운명) 이 예술적 도전… 까지는 안 가더라도 일종의 신선함으로 비쳐졌을 공산이 크지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처음 이 영화를 VHS 로 이십 몇년전에 봤을 때는 ‘이렇게 쪽팔리게 자뻑하는 활동사진은 오랫만에 본다!” 라는 아주 부정적인 인상을 가졌었습니다. 그 가장 중요한 요인은 ‘주인공’ 역할로 나오는 C. 토마스 하웰의 연기죠.  이제 다시 돌이켜보면 하웰 자신의 잘못은 비교적 적습니다 (물론 여전히 연기 실력이 없긴 마찬가집니다만). 각본가 에릭 레드와 감독 로버트 하몬이 그렇게 이 캐릭터를 구상하고 연기지도를 한 탓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금발머리의 ‘비’ 미국인) 싸이코에게 온갖 고충을 당하고 그 주위의 사람들 (특히 영화 전체를 통털어 가장 매력있고 정상적인 여성) 이 무참하게 학살당하는 꼴을 본 남자 아색기가 갑자기 담배를 척 꼬나물고 파~ 피우고 나더니 이마에 후까시를 착~ 잡고 갑자기 쿨~ 한 살인자로 탈바꿈해서 코를 자른 산탄총을 거머쥐고 금발 싸이코와 대결한다니, 참 ^ ^ 이런 으메리까 깡촌 마초 판타지를 어떻게 이렇게 쪽팔림에 대한 인식이 1 밀리그램도 없이 잘도 찍어 낼 수 있었나 하고 일종의 감탄사를 발하지 않을 수 없지요. 이런 상황에서는 무슨놈의 스릴이고 공포감이고 그런 걸 찾는 다는 것은 우동집에 가서 흑진주 찾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이 영화의 C. 토마스 하웰을 본 다음에는 최근 한국영화에 나오는 무슨 아이돌 출신의 어쩌구하는 어린 배우들은 그냥 귀엽게 봐주고 싶지 이게 무슨 놈의 발연기냐 꺼져라 하고 박대하고 싶은 생각이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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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루 와바 맛있는 과자 줄께 짜슥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다시 보니까 그런 대로 주의를 흐뜨러트리지 않고 볼수는 있더군요. 로버트 하몬 감독도 각본가 에릭 레드도 똥폼 재는 재주는 뛰어나고 다른 면에서는 별로 내세울 게 없지만 (그래도 에릭 레드는 자기가 감독한 작품들— [코엔과 테이트], [바디 파츠]— 에서는 그렇게 대놓고 똥폼을 재지는 않는 걸로 보아서 하몬 감독의 ‘공헌’ 이 더 크지 않을까 추측합니다. 하몬은 요즘은 IMDB 에 의하면 왕보수 연기자 톰 셀렉이 각본쓰고 제작한 ‘제시 스톤’ TV 영화 시리즈의 전속 감독으로 일하고 있나 봅니다. 전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네요) 다른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잉글리쉬 페이션트] 를 비롯한 여러 명작들을 차후에 담당한 존 실 촬영감독이 멋지게 뽑아낸 화면빨을 위시해서 괜찮은 꼬라지를 갖추고 있습니다. 역시 인디 도큐나 저예산 호러의 음악을 담당하고 있던 재즈 뮤지션 마크 아이셤의 전자음악 스코어도 80년대풍이긴 하지만 지극히 효과적입니다. 이 분의 음악이 빠졌더라면 클라이맥스의 총격신은 너무나 맥빠지는 장면이 되었을 겁니다. 그냥 한 놈이 다른 놈을 온갖 똥폼을 재면서 째려보다가 총으로 뿡빵 몇번 쏘고 그게 끝이니. 결론적으로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호러 팬보다는 차라리 80년대 호러 영화사 연구자의 관점에서의 가치가 더 큰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시절의 브래드 피트나 그런 친구가 주인공 역을 맡았더라면 확실히 몇 배 더 긴박감 넘치고 만족감을 주는 영화가 되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만… (이건 진짜 쓸모없는 한마디입니다만 ‘빵’ 은 영어로 ‘브레드’ 고 피트는 ‘브래드’ 입니다 ^ ^ 말해놓고 보니 정말 쓸모없는 한마디구먼).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과거 호러/SF 유명작의 리메이크는 그야말로 시멘트공장의 모래알처럼 수없이 널려 있는 상황입니다만 원작의 근처에라도 접근하는 리메이크를 보기는 엄청 힘듭니다. [힛처] 의 경우는 제가 원래 원작의 평가를 높이 하지 않는지라 리메이크의 입장에서는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만 결과는 여전히 별로입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원작의 약먹고 패션쇼하는 것 같은 막장 잘난체 분위기를 잃어버린 대신에 정신없이 굴러가는 액션 연출과 21세기식 리얼한 신체 훼손 고어가 가미되었죠.

 

캐릭터들은 더 상식적인 방향으로 업데이트 되었고 숀 빈이 연기한 존 라이더도 원작의 루트거 하우어처럼 히로뽕 맞은 록스타같은 식의 괴연은 배제하고 좀 더 지상에 발을 디디고 있는 종류의 싸이코로 구상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일상’ 적 가공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닙니다만 에릭 레드 각본의 스토리나 설정은 80년대 버젼의 기묘한 상징적이고 초현실적인 분위기가 빠지고 나면 갖은 종류의 문제점을 노출시킵니다. 최근에 만들어지는 중급 이상의 미드 제작진한테 이런 각본을 가지고 가면 첫미팅에서 문전박대를 받고 쫒겨날 정도로 허술한 내용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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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먼저 쏠거야 아냐 내가 먼저 쏠거야

 

라이더의 캐릭터가 Modus operandi 고 동기부여고 뭐고 없이 리얼리티의 장벽을 맘대로 넘나드는 ‘초현실적’ 행동을 태연히 저지르는 것도 리메이크의 경우가 훨씬 껄끄럽게 느껴지고, 자동차가 꾸당하고 떨어지고 그런 장면은 왜 삼입하는 걸까요? 보나마나 젊은 관객들이 텍스트질하고 여친남친이랑 잡담하고 그러다가 에그머니나 하고 화닥닥 놀라라고 집어넣는 거죠. 이런 식으로 어거지로 놀래켜야 비로소 영화에 집중하는 시늉이라도 하는 관객들의 비위를 일일이 맞춰 주면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면 참 그것도 사람 할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경찰쪽의 사정을 복잡하게 하고 보안관 캐릭터의 역할을 강화한 것은 그런 대로 좋다고 치고, 원작에서는 아예 이러한 문제는 언급도 하지 않지만 새로 업데이트된 각본에서도 경찰들 하는 짓이 멍청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여주인공이 경찰에게서 뺏은 총으로 한 경관을 겨누고 있다가 라이더가 발포한 M16에 그 경관이 맞아서 죽자 다른 경찰들이 이 여주인공이 쐈다고 지레 짐작을 하고 추격전이 벌어지는 전개를 하나 예를 들자면, 그때 당시에는 여자애가 쐈다라고 단정할 수는 있어도 나중에 탄상 등의 forensic evidence 를 조사하면 경관을 죽인 총알이 얘가 쏜 총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금방 알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상황이 너무 많아요.  피를 철철 내고 살가죽을 찢는다고 수갑에서 손을 쑥 빼낼수 있다는 설정도 그렇고... 하여간 이 영화보다 5-6년전에 만들어진 미드의 에피소드라 하더라도 이런 식의 대충 수습하는 전개는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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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맘에 드십니까? 더 크루컷으로 해드려요?

 

마지막으로 원작의 유명한 잔혹신은 리메이크에서는 이상하게도 남녀 성별이 바뀌어서 나옵니다만 (이것은 추측이지만 리메이크의 제작팀도 아마 원작의 급진적 마치스모 [?] 가 여성관객들에게 불편할 뿐 아니라 맨정신으로 만들기에는 한참 쪽팔린다고 생각을 했는지도 모릅니다) 원작의 간결한 묘사에 비해 나아진 점은 하나도 없습니다. 리메이크판의 경찰들이 얼마나 개떡같이 멍청한가를 다시 한번 보여주고 여자 주인공도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최소한 하나 이상 있었는데 왜 징징 울고만 자빠졌는지 답답하기만 할 뿐이죠 (영화 보신 분들께만-- 총으로 쏴서 죽이면 시체의 무게 때문에 자연적으로 엑셀이 밟히므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레드 각본의 설정은 말도 안되는 거짓부렁입니다. 맥 트럭의 액셀이 그렇게 간단히 밟히는 줄 아십니까?  그리고 그놈을 죽이는게 그렇게 겁나면 무릎이나 정강이뼈를 쏘지? 아무리 그래도 35 내지는 45구경 경찰용 권총으로 근거리에서 쏘는 건데 총맞은 다리는 아마도 액셀하고 한참 떨어진 거리에 뼈가 박살이 나서 뒤틀려 박힐 것 같은데요? 하여간 현실감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원작이나 리메이크나 웬만한 초자연적 호러에 못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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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놈이 내가 가스를 배출하는데 뒤에서 담배피웠냐?

 

일반적인 장르영화의 수준으로 보면 그렇게 눈을 가리고 싶을 정도로 못만든 영화는 아닙니다만 돈 주고 극장에서 보기에는 솔직히 돈이 아까운 수준이죠. 비교하기에는 뜬금없지만 그래도 [샤크 나이트] 같은 헛웃음이 실실 나는 최근 극장 공개작보다는 낫습니다. 주류 상업영화의 사정이 이러니 으메리까의 젊은 배우들이 요즘은 TV출연을 선호할 수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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