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나이트 라이지즈 The Dark Knight Rises

 

미국-영국, 2012. ☆☆☆★★★

 

A Legendary Pictures/Syncopy/DC Entertainment/Warner Brothers Production. 2시간 49분, 화면비 1.44: 1 (IMAX), 2.35:1 (보통)

 

Directed by: Christopher Nolan

Screenplay: Jonathan Nolan, Christopher Nolan

Story by: David S. Goyer, Christopher Nolan

Based on characters created by Bob Kane

Cinematography: Wally Pfister

Music: Hans Zimmer

Editing: Lee Smith

Production Design: Nathan Crowley, Kevin Kavanaugh

Costume Design: Lindy Hemming

Produced by: Emma Thomas, Christopher Nolan, Charles Roven

Supervising Sound Editor: Richard King

Special Effects Supervisor: Chris Corbould, Amanda Dyar, Sebastian Foxx, Neil Garland, Alexander Fabre, Alec Muradian, Andrew Smith

Visual Effects Companies: Double Negative, New Deal Studios

 

CAST: Christian Bale (브루스 웨인/배트맨), Joseph-Gordon Levitt (블레이크), Gary Oldman (고든 청장), Anne Hathaway (셀리나 카일/캣우먼), Michael Caine (알프레드), Matthew Modine (폴리), Tom Hardy (베인), Marion Cotillard (미란다 테이트), Morgan Freeman (루시우스 폭스), Alon Aboutboul (파벨 박사), Tom Conti (늙은 죄수), Burn Gorman (스트라이버), Cillian Murphy (조나산 크레인 박사/허수아비), Uri Gavriel (지옥굴 감옥 의사), Juno Temple (젠/캣우먼의 파트너), Ben Mendelsohn (대거트), William Devane (미 대통령), Hines Ward (고담 로그스 쿼터백)

 

 

이즌 님의 리퀘스트 [다크 나이트 라이지즈] 리뷰 씁니다. 대문 제목에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 라고 썼지만 그건 한국에서 검색하시는 분들 편의를 위해서 붙인거고 글 안에서는 [라이지즈] 라는 표기를 고집하겠습니다. 이미 이렇게 시작하는 걸로 보아서 제 글 처음 읽으시는 분들께서는 저의 유별남과 편향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으시리라고 봅니다만, ^ ^ 매사에 정직한 게 좋죠.

 

이 시점에서 이 한편에 대해서 쓴다는 것은 소개글로서의 의미는 거의 없다고 봐야 되겠지요? 고백하자면 이 작품에 대해서는 한편의 영화의 내용과 함의의 분석에 관해서 할 수 있는 양의 최대치가 아닌가 여겨질 정도의 수많은 얘기들이 나왔기 때문에 제 입장에서 무엇을 더 새로 더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그러나 좋은 영화라는 게 역시 보면 볼수록 이전에는 몰랐던 것들이 눈에 띄이고, 가볍게 넘어갔던 것들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그러한 “지속적인 발견” 의 경험을 해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므로 이 리뷰는 단지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3부작이라는, 젊고 뛰어난 장군의 혁혁한 무공에도 비할 수 있을 만한 영미권 상업영화의 금자탑 중 하나와의 계속되는 대화의 한 편린으로 받아들여 주시면 되겠습니다. 2018년 정도 된 시점에서 다시 [비긴스], [다크 나이트], [다크 나이트 라이지즈] 를 동시에 극장에서 연속으로 보고 나면 아마도 현재 시점에서는 여전히 놓치고 있는 무엇인가를 더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블루 레이로 다시 보고 나서 새롭게 가다듬은 감상은 아이맥스로 봤을 때와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라이지즈] 는 [비긴즈] 와 [다크 나이트] 에서 벌려 놓았던 갖가지 사안들을 확장시킴과 동시에 수습하는 “완결편” 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당초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그런 작품이 되지는 못했다는 것이 결론이긴 합니다. 그러나 스토리텔링의 수완이나 완성도나 기타 우리가 상업영화에서 기대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요소에 있어서 최고의 수준을 자랑한다는 사실도 역시 부정할 수 없겠지요.

 

극장에서 볼 때에는 관객들의 혼백을 쑥 빼놓을 정도로 긴박하게 벌어지는 고담 시티 내의 시가전과 블레이크경관이 고아들을 구하려고 노력하는 장면의 교차 편집이 오히려 이 한편의 스토리텔링의 공력을 약화시키고 단순한 스펙타클로 치닫지 않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었는데, 블루 레이로 다시 보니까 그건 공정한 비판이라고 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한 스펙타클이라는 것은 놀란의 배트맨 3부작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습니다. 본 시리즈가 되었건 [스타 워즈] 가 되었건 뭐가 되었건, 실제로 존재하는 건물이 무너지고 폭발하고 사람들의 육체가 맞부딛히고 그 캐릭터들이 지닌 포스가 전격 (電擊) 처럼 서로를 강타하는 실감과 박진감에 있어서는 다 [라이지즈] 의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루시우스 폭스와 미란다 테이트가 핵융합로가 설치된 비밀공간으로 내려가는 단순한 “캐릭터들이 여기에서 저기로 이동” 하는 신 하나에도 CGI 로 그려넣는 대신에 집 한채가 엘레베이터처럼 웅 하고 지하로 밀려 들어가는 장치를 실제로 뚝딱하고 만들어서 촬영하는 영화인겁니다. 60-70년대 전성기의 제임스 본드 영화나 되어야 도전장이라도 내밀 수 있는 파워죠. 어디서 감히 뎀벼요 뎀비기는.  이런걸 무슨 CGI3-D 로 넘어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영화인들 및 영화에 대해 의견 많으신 분들께서는 대오각성하시기 바랍니다.

 

맨 마지막에 영화 끝날 시점에서 지나가면서 툭 던지는 대사를 통해 그 “정체” 가 드러나는 블레이크 경관 (조셉 고든 레빗) 과 “고양이 도둑 cat burglar” 이라는 표현을 만화적인 외피와 의외로 현실적인 내용을 합성해서 구현한 것 같은 캣우먼 셀리나 카일 (앤 하서웨이) 도 극장에서 볼 때보다 훨씬 안정감이 있고 무엇보다도 잘 쓰여진 캐릭터라는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특히 캣우먼의 경우 제가 앤 하서웨이에 대해 좀 편견이 있어서 그런지 처음에 볼 때는 별로 신경을 안 썼습니다만 사실 [다크 나이트] 의 조커에 해당하는 [라이지즈] 의 캐릭터는 베인이 아니고 캣우먼인 것 같습니다. 더블 마이너리티 (여성이고 경제적으로 궁핍한 배경 출신) 에다가 그 철학과 행동 양식에 있어서 현대 여성이라기 보다는 1930년대의 팜 파탈을 연상시키는 셀리나 카일이야말로, 고담시티를 둘러싼 미국정부와 자본권력에 대해 시니컬하고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고, 사회적인 딜레마에 대해 개인주의적인 해결책을 선호하는 “거리의 지성” 을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커의 요란한 보라색 자켓과 광대 메이크업이 그러했듯, 캣우먼의 섹시한 겉포장 밑에서는 붕괴하는 제왕적 대통령제하의 미국 금융자본주의 사회를 벗어나고 싶어하면서도 구조적인 개선책을 모색할 생각은 별로 없는 “보통 사람” 의 고뇌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클린 슬레이트” 프로그램을 손에 넣고 싶어하는 것 등, 계급 상승 욕구보다는 가라앉는 배에서 도망가는 쥐들처럼 불안감에 바탕을 둔 도피성 욕망이 더 강하게 느껴집니다). 고든 레빗은 말할 것도 없고 앤 하서웨이도 미묘한 감정표현의 차이를 잘 살리는 좋은 연기를 피로하고 있는데요.

 

그러나 [라이지즈] 에서는 셀리나와 브루스 웨인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에 대해 웨인 캐릭터의 포물선을 완벽하게 착지하도록 유지하기 위해 장착된 메카니즘들이 훼방을 놓고 있는 듯 합니다. 둘의 “동류의식” 에서 파생된 매혹의 감정은 팀 버튼의 [배트맨 리턴즈] 의 마이클 키튼과 미셸 파이퍼 커플이 더 감동적으로 묘사해 줬다고 생각합니다.

 

 

(이 스크린샷만 아이맥스 비율 아님)

 

나아가서 저도 베인과 미란다 테이트 캐릭터가 [라이지즈] 의 상대적인 약점이라는 비판에는 동감합니다만, 그건 막판의 “반전” 이 상대적으로 시시하다는 점을 포함해서, 3편에 걸친 서사를 깔끔하게 완결지으려는 강박에서 나왔다는 측면이 큽니다. 베인 캐릭터가 원래 만화에 등장했을 때부터 조커나 투페이스가 지닌 심리적인 풍성함이 부족했다는 것도 지적 가능하겠죠.

 

그러나 구구히 여러가지 말을 늘어놓을 것 없이 진실을 말하자면, [라이지즈] 의 캐릭터들에게 가장 불리하게 작용한 요소는 히스 레저의 예기치 않은 죽음이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만일 레저가 죽지 않았다면 [라이지즈] 에서는 어떤 형태로던지 조커가 등장했을 것이고 [비긴즈] 와 [다크 나이트]의 갖은 문제점의 변증법적 해소라는 아젠다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이 이루어졌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톰 하디의 뛰어난 발성 연기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베인의 강렬하고 문학적인 대사에도 불구하고) 베인은 대타로 등장한 캐릭터라는 한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죠. 그리고 제 개인적인 선호도로 본다면 전 라스 알굴과 “그림자연맹” 이라는 악당들이 밋밋하게 느껴지는 편이라서, 베인을 그들에게 무리하게 연루시킨 것도 좀 김을 빼는 측면이 있습지요.

 

[스카이폴] 이 대니얼 크레이그 본드 3부작 (으로 상정하고 본다면) 에 과격하면서도 논리적이고 또 감동적인 결말 (및 새로운 시작) 을 가져다준 것처럼 [라이지즈] 도 시도를 멋지게 하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결과는 미흡한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아까워요. 한스 지머의 음악과 월리 피스터의 촬영, 리 스미스의 편집처럼 [다크 나이트] 를 능가하지는 못할지라도 충분히 그것과 맞먹으면서도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주는 초일류스탭의 능력의 과시가 거의 과잉으로 넘쳐나는 한편인데 말씀입니다.

 

잠깐만 시각적 모티브에서 대해서 얘기를 하자면, [다크 나이트 라이지즈] 에서는 상승과 하강 (추락) 이 되풀이해서 등장합니다. 브루스 웨인이 가두어진 지옥굴이 그 대표적인 예이고, 그 안에서 웨인은 자신이 박쥐가 가득찬 동굴에 떨어졌을 때 아버지가 구해준 경험을 되새기면서 “왜 우리는 추락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집니다만, 그 외에도 결말부 배트맨의 정체성이 계속 계승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부분에서 영화가 암전으로 바뀌기 직전의 라스트 샷이 부주인공이 물속에서 솟아오르는 배트맨의 “옷장” 이라는 것, 그리고 아이맥스 화면을 활용한 비행 장면, 등등에서 [다크 나이트] 의 “추락을 막는 배트맨” 이라는 모티브에 대한 [라이지즈] 의 “바닥에서부터 솟아오르는 배트맨” 의 이미지를 확인 할 수 있지요. 그런 면에서, 이 3부작을 자신의 “그림자” 와 투쟁을 벌이는 우리 자신의 모습에 대한 은유가 담긴 우화 (fable) 로 해석할 수 없는 것도 아닙니다. 대놓고 우화내지는 동화의 시각적 형상을 하고 있었던 팀 버튼 작품들과 달리 (버튼-놀란 이외의 배트맨 영화들은 별로 언급도 하고 싶지 않네요. 너무나 정크 푸드고 영양가 없는 일편들이라) 겉으로는 리얼한 범죄 드라마나 근미래 하드 SF 의 외양을 지니고 있는 놀란 작품군에 오히려 이러한 심리분석이 더 잘 먹힐지도 모르지요.

 

 

그런데 이 작품에 대해서 이루어진 많은 (영어냐 한국어냐에 상관없이) 비판글들중 일부에는 동의를 하기 어렵습니다. 가장 찬성하기 힘든 것은 [라이지즈] 의 정치적 해석에 관한 글들입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베인이 이끄는 의사 (擬似) 프롤레타리아트의 혁명적 운동을 보수적이거나 심지어는 파시즘적인 시각에서 “악” 으로 규정하고 거기에 대한 “자본” 과 “국가” (경찰) 로 상징되는 “선” 의 승리라는 공식을 이 한편이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는 투의 해석을 자주 봤는데요.

 

찬성할 수 없네요.

 

이렇게 주장하시는 분들은 고담 시티라는 세팅의 맥락과 놀란감독과 각본팀들이 브루스 웨인을 포함한 “좋은놈들” 캐릭터들을 어떻게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는가라는 점을 개무시하고, 오로지 악당들이 사회의 부유층 (월 스트리트, 고급 아파트의 거주자 등) 을 공격한다는 점에만 초점을 맞추고 계시는 걸로 보입니다. 그러나 “악당들이 자본을 공격한다” 라는 명제가 고대로 “자본을 공격하기 때문에 악당으로 규정되어 있다” 라는 명제로 치환이 되지는 않거든요? 베인이 월 스트리트를 공격하고 프랑스 혁명때의 바스티유 감옥 해방과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를 연상시키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은 사실인데, 그렇다고 해서 베인이 “악” 인 이유가 이런 행동을 하기 때문에 그런 건 아닙니다.

 

결정적으로 놀란의 배트맨 3부작이 벌어지는 미국은 뉴딜 이후의 지속적인 민주당의 좌파사회정책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고 상정되어 있는, 그런 (공화당 백인들 중심의) 가상역사의 노선을 따라가는 세상이고, 이 한편에서는 그러한 사회가 베인이나 캣우먼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미국이 다른 나라에서 벌이고 있는 전쟁에 가담했다가 완전히 인격이 망가져서 귀환한 인물이라는 심증이 드는-- 조커) 을 만들어낸 근본적 원인이라는 것이 거의 무성영화의 타이틀 카드 수준의 명료함과 함께 제시되고 있습니다. 놀란이 경찰과 국가권력의 편을 든다고요? 미국의 국가권력이 그렇게 믿을만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미국 대통령으로 [마라톤 맨], [롤링 선더] 그리고 [패밀리 플롯] 의 독이 오른 코브라 같은 성격배우 윌리엄 드베인을 캐스팅합니까? ^ ^ 풋.  막판에 가서는 브루스 웨인 자신도 뺃드맨질 그런거 하느라고 고담시티의 빈곤계층의 어린 구성원들을 내팽개치고 살았었고, 그런 월스트리트에서 돈놓고 돈버는 짓 그만하고 노블레스 오블라주나 제대로 실행해라 하는 메시지조차 나옵니다.

 

아 그래요, [라이지즈] 는 “계급혁명” 을 로맨틱하게 찬양하는 그런 ([레 미제라블] 을 빅토르 위고의 원작과는 반대 방향으로 그렇게 해석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만) 태도는 취하고 있지는 않죠. 그걸로 까야 되겠다면 까시기 바랍니다. 요즘에는 프랑스혁명을 기념하기 위해 본고장에서 제작한 영화라도 그런 식의 일면적인 묘사는 안 할겁니다만.

 

 

그리고 브루스 웨인이 지옥굴에서 탈출한 다음에 “다른 죄수들은 감옥에서 썩어가도록” 내버려두고 가버린다고 쓴 리뷰어분은 영화를 제대로 보지 않았습니다. 화면에서는 확실히 웨인이 굴에서 지상으로 나온 다음에 로프를 바닥까지 늘어뜨리는 것을 보여줍니다. “미쿡 헐리웃” 영화에 대한 편견 때문에 이런 디테일들은 다 놓쳐버려도 문제 안되고, 외국 평론가/관객들이 “한쿡 충무로” 영화 보고 중요한 “문화적 디테일” 들을 놓치는 것은 부아가 나는 못된 짓이고 그렇습니까? 하여간에 브루스 웨인/ 배트맨을 “자본” 과 “공권력” 의 챔피언으로 보는 시각들은 이념적 순수성을 고집하면서 사실은 얄팍하지 않은 영화를 얄팍하게 해석하는 데 고집을 부리고 있는 걸로 저한테는 보입니다. 애초에 반공영화 비슷한 수준의 천박한 캐릭터 디자인을 가지고 놀 거 였으면 3부작을 멋있게 끝내느라고 이렇게 고생 할 일도 없을 거였지 말입니다 (웁스, 군대생활체 문장... 쏘리).

 

언제나처럼 기술적 성취도 성취지만 캐스팅이 삭막한 작품입니다. 지옥굴 속에서 브루스 웨인을 도와주는 늙은 죄수는 젠틀한 코메디 영화출연을 통해서 명성이 있는 톰 콘티 입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이분을 캐스팅한 이유는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 를 너무나 감명깊게 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후와. ㅜㅜ 오만하고 비겁한 (나중에는 줏가를 올리지만) 경시감 폴리로 나오는 매튜 모딘도 여러편의 훌륭한 영화에 출연하신 상당히 잘 알려진 연기파 배우. 한국의 모 시리즈가 영제를 (아마 내용도 좀?) 빠꾸리한 [마피아와 결혼했어요 Married to the Mob] 에 미셸 파이퍼와 같이 나오시는데 절대 추천작입니다.

 

여기 밑에부터 강력 스포일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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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질구레한 영화의 전개에 대한 비판도 많은 요즘 상업영화들이 피치 못하게 겪어야 할 건틀렛 중의 하나가 되었는데, 그러한 비판에도 납득이 가는 종류도 있고 안가는 종류도 있습니다. 왜 경찰관들이 나중에 떼로 몰려올때 총들을 안 쏘고 마구 달려가느냐 하는 비판도 있는데, 글쎄요, 총 쏘긴 쏘죠. 근데 뭐 몇발이나 가지고 있겠어요 몇개월씩 터널에 갖혀 있었는데. 배트맨이 원자폭탄이 터지는 순간에 분명히 오토파일럿이 안되는 더 뱃을 타고 있었는데 어떻게 살아남았느냐 하는 의문도 제기된 것 같은데 그건 나중에 루시우스 폭스가 더 뱃의 프로토타이프를 점검하면서 “오토파일럿 프로그램 패치” 가 되어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는 신이 나옵니다. 진짜 몇 초밖에 안되는 신이더군요 그래서 놓칠 분들은 놓치셨겠어요.

 

제가 유일하게 각본상의 정리가 제대로 안되었다고 느낀 설정은 핵융합로에 관한 설명 부분이었는데요. 처음에 파벨 박사는 자신이 핵융합로를 4메가톤 원자폭탄으로 바꾸었다고 주장합니다만 베인이 죽이기 직전에는 또 반경 6마일 이내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 중성자폭탄 (?) 이라고 말을 합니다. 먼저 4메가톤의 폭발력이면 배트맨이 초음속 전투기로 날아가서 대서양 한가운데 버리지 않는 이상 (그것 자체로도 끔직한 환경파괴행위지만 그 이슈는 그냥 넘어가고) 고담 시티에 막대한 손실을 끼칠 수 있는 위력이고 (나가사키에 투하한 원자폭탄이 약 20 킬로톤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2만톤의 TNT 의 폭발과 맞먹는 위력-- 베인이 만든 핵폭탄은 아주 대충 계산해도 나가사키 원폭의 2천배의 위력이 있다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런게 고담/맨하탄 베이에서 터지면 도심에서 터지거나 어쩌고 할 것 없이 고담시티가 있는 주/뉴욕주 상당부분은 궤멸됩니다.  열풍에 직접 닿지 않는다 해도 상상을 하기 힘든 미증유의 쓰나미가 고담을 엄습하겠죠.  핵융합로를 뭘 어떻게 했길래 중성자폭탄으로 변하는지 그것도 이해가 잘 안되고요. 그게 설명이 되었다 하더라도 “4메가톤” 이라는 수치는 여전히 문제로 남습니다. 누구 핵폭탄 집에서 만들어 보신 분 계시면 (크크 ^ ^) 코멘트 환영합니다.

 

브루스 웨인의 죽음을 가장한 은퇴로 마무리짓는 엔딩이 [스카이폴] 의 애초에 악을 만들어낸 "선"의 최소한 일부가 그 책임을 지고 죽어버리는 “양심적인” 엔딩과 달리 약간 얄밉지 않느냐 하면 좀 그렇긴 합니다. 저는 이것은 아무리 펄프고 대중영합성이라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문학작품의 캐릭터로 등장한 제임스 본드와 코믹북의 히어로의 정도를 가는 배트맨의 차이점이기도 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만, 그건 코믹을 내가 덜 사랑해서 그렇게 보이는거다라는 비판을 하셔도 별로 반대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일단 마무리를 짓는 데 있어서 너무 조급하지 않았느냐 하는 영화 만듦새에 대한 비판에는 별로 동의할 수 없고요. 그게 아니라 [다크 나이트] 와 마찬가지로 코믹 북 히어로라는 존재의 울타리를 그냥 완전히 깨부시고 막나가는 그 일선까지 도전했다가 역시 깨부시기 반 보 전에서 멈추는, 좋은 의미로 관객들을 의식한 행보가 조금 덜 급진적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것이겠죠.

 

스포일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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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 레저가 조커로 복귀해서 그 캐릭터를 마무리지을 수 없었다는 점은 정말 아쉽지만, 한때는 저의 최고 프랜차이즈 시리즈였던 [스타 워즈] 의 최고 캐릭터인 다스 베이더도 [제국의 역습] 의 오장육부가 다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는 반전 이후 [제다이의 귀환] 에서 저으기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것을 생각하면, 어쩌면 조커는 그냥 [다크 나이트] 에만 나오고 말았던 것이 더 나았을지도 모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이지즈] 는 코믹 북 히어로의 영화화라는 데서 단순히 그치지 않고 “상업영화의 탈을 쓴 영상예술” 이라는 20세기 고유의 예술장르에 한 획을 그으면서 21세기로 넘어서는 일군의 작품의 마지막편으로서 앞으로도 오랜 세월을 회자될 훌륭한 한편입니다.

 

배트맨이여. 그대야말로 최고의 코믹 북 히어로일세.

 

이제 또 누군가 크리스토퍼 놀란을 능가하는 영장 (英將) 이 나타나서 그대를 다시 불러 일으켜 세울때까지 편히 쉬시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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