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오 아르젠토의 드라큘라 Dario Argento's Dracula.

 


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 2012.    ☆☆


An Enrique Cerezo Producciones Cinematograficas S.A./Film Export Group/Les Films de l'Astre Co-Production. 화면비 2.35:1, 1시간 50분


Directed by: Dario Argento

Screenplay: Dario Argento, Enrique Cerezo, Stefano Piani, Antonio Tentori

Cinematography: Luciano Tovoli

Production Design: Cladio Cosentino

Costume Design: Monica Celeste

Visual Effects Supervisor: Sergio Stivaletti

Prosthetic Makeup Effects: Apocalypsis

Music: Claudio Simonetti


CAST: Thomas Kretschmann (드라큘라), Marta Gastini (미나), Asia Argento (루시 하커), Rutger Hauer (반 헬싱), Unax Ugalde (조나산 하커), Francesco Rossini (델브뤼크 대위), Giovanni Franzoni (렌필드), Miriam Giovanelli (타냐)


MV5BMTUwOTg2Mjg1NV5BMl5BanBnXkFtZTgwODAz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한테 [드라큘라] 의 3D 영화화를 맡기자는 기획은 영화의 일부 제작을 담당한 스페인의 엔리케 세레소라는 제작자한테서 나왔나보다. 처음에 밑그림을 그릴 단계에 있어서는 그렇게 나쁜 아이디어는 아니었을 거라는 짐작을 해본다. 다리오 아르젠토 입장에서는 히치코크의 제자뻘로 시작해서 고딕 호러로 브랜치아웃한 자신의 필르모그래피를 고려할 때, 박찬욱 감독이 [박쥐] 를 만든 것처럼 [드라큘라] 에 담긴 고딕적이고 로맨틱한 요소들을 우려먹어서 자기 나름대로의 비젼을 제시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결과물에 대한 유럽 호러영화 전문가들 사이의 입소문은 최근의 아르젠토 작품의 쇠락을 고려하더라도 처참한 것이었다. 간간히 소개된 3D 영상의 “우뢰매스러움” 은 한마디로 아르젠토라는 한때 정말 잘나가던 이름에 거름칠을 하는 창피스러운 수준이었고, 그나마 가뭄에 콩 나듯이 존재하는 “그래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라는 방어적 코멘트들을 읽어보면 그 얼쩍지근하고 계면쩍어하는 모습에 더욱 영화의 질에 대한 기대가 무너져내리는 그런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게 일해서 벌은 쌩돈을 투자하여 3D와 2D 블루레이 버젼을 렌탈해다가 봤으니 (여기서 후유 * + * 하고 한숨을 한번 내쉬고...) , 독자제씨께서는 내 유로호러영화팬으로서의 책임감 (?) 과 집요함 (?) 의 두가지만은 인정을 해주시기 바란다.


다리오 아르젠토의 [드라큘라]는 심각하게 한심한 영화다. 누군가가 말했듯이 위대하고 훌륭한 영화의 위대성과 훌륭함은 위로 올라갈수록 더 경쟁이 심해지면서 그 퀄리티의 격차가 종이장처럼 얇아지는 반면에, 그 반대로 후지고 거지같은 영화들은 밑으로 내려갈수록 그 격차가 점점 심해지고, 함부로 이것이야말로 워스트 무비라고 말하기가 힘들어지는 경향이 있다. “위대한 영화 100편”리스트를 뽑기보다 “가장 거지같은 영화 20편”을 고르기가 훨씬 힘든 이유는 거기에 있다. 아르젠토판 [드라큘라] 의 경우에도“오마이갓... 이렇게 개떡같은 호러영화는 세상 나고 나서 첨봤다!” 라는 분부터 “아르젠토의 최악의 작품이라고 누가 그러더니 [지알로] 나 [눈물의 어머니] 에 비하면 아주 준수한 영화네 뭐...” 같은 반응까지 여러 층위가 가능할 터이다.


그럼 하나씩 뭐가 문제인지 짚어보자.


먼저 [드라큘라] 라는, 서구 근대 문학의 계보에서 그래도 무시할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문학작품의 영화화인데, 보고 있으면 여전히 다리오 아르젠토 이사람은 과연 평생동안 영어로 쓰여진 글을 제대로 읽은 적이 있는지 의심이 불끈 일어난다. 영어 대사의 조야함은 그냥 이탈리아 호러영화니 그렇다 치고, [드라큘라] 라는 한편의 어떤 주제의식과 어떤 부분을 강조해서 재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아무런 생각이 없다. 드라큘라, 조나산 하커, 루시와 미나, 반 헬싱 등의 캐릭터들도 그냥 만드는 사람이 골이 빈 상태에서 이미지만으로 투사된 채 뻣뻣하게 대사를 읊는 꼭둑각시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프란시스 코폴라판 [드라큘라] 에서의 게리 올드먼, 위노나 라이더 그리고 키아누 리브스라는 배역도 헛웃음이 나오는 미스캐스팅이었지만 그래도 뭔가 “참신한 재해석” 을 노렸을 거라는 감독의 의도는 전해져 오지 않는가?


거기에 비하자면 아르젠토판에서는... 먼저 주인공인 드라큘라역 독일인 연기자 (또 독일인! 드라큘라 연기할 배우가 이탈랴와 스페인에 그렇게 없었나? 막스 폰 시도우 영감님께 섭외했다가 거절당한 건 아닐까 ^ ^ 차라리 우도 키어를 시키던지... 아 이분은 이미 했군... 그리고 이런 저질 각본으로는 영어권 사람들과 작업 많이 해본 키어옹한테서도 거절당했을 듯) 토마스 크레치먼은 그나마 지적인 악당 이미지는 수준적으로 표현해주고 있는데 ([아벤저스: 울트론의 시대] 에도 독일계 악당으로 출연하시는 모양), 그 중년후반의 상류층 게이 신사같은 분위기는 아르젠토가 의도한 (것처럼 보여지는) 고딕 소설적 로맨틱 분위기와 완전히 어긋물려나간다 (하긴, 조나산 하커한테 달려들어서 “이자는 내것이다!” 라고 선언하고 피를 꿀꺽꿀꺽 빨아먹는 신 같은 것을 보면 감독의 의도도 어느정도 그랬는지도... 물론 추측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지만).


조나산 하커역의 스페인 배우 우낙스 유갈드는... 하아... 키아누 리브스보다 덜 예쁘게 생겼다는 말밖에... 머리는 왜 또 말꼬리처럼 묶고 나오는지 (퓨우). 루시와 미나역에는 감독의 따님 아시아 아르젠토와 마르타 가스티니인데 이 두사람이 절친이라는 설정도 아무리 좋게 보아주더래도 해괴하다. 박한별씨와 김새론양이 같은 나이의 중학교 2학년 동급생으로 나오는 학원호러영화를 보는 것같다면 이해가 되시려나? 룻거 하우어가 연기하는 반 헬싱은 하염없이 허공을 징~ 하고 응시하기만 하고... 기타 마을 사람들, 희생자들 역 조연들의 앞발연기 뒷발연기들에 대해서는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위에서 지적했다시피 우뢰매팀이 봐도 왜 우리랑 비교하는거여 라고 억울해 할 만큼 어이없이 조잡한 CGI 특수효과가 영화의 수준을 여러단계 떨어뜨리는데 공헌을 하고 있는데, 그나마도 그 조잡하기 이를 데 없는 특수효과의 디자인과 설계 자체가 너무나 할말을 잊게 만들 만큼 황당하다. 드라큘라가 늑대와 부엉이 (?!) 로 변신하는 것은 그렇다 치고, 방 가득히 날라다니는 파리떼로 변하질 않나, 나중에는 거대한 사마귀로 (?!?) 변신해서 사람을 앞발로 찔러죽인다. 아무리 드라큘라가 변신을 잘하더래도 왠 사마귀여... ;;;


그리고 영화의 공간 개념이 너무나 개떡같기 때문에 캐릭터들의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의도치 않은 초현실주의적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조나산 하커의 집과 드라큘라의 성이 바로 옆동네 (?!) 인것처럼 묘사된 것부터 시작해서, 도무지 영화에서 아무런 스케일이나 입체적인 공간성이 느껴지질 않다 보니, 나중에는 모든 비주얼이 다 고등학교 학예회 수준의 너절함을 노정한다. 아무리 미술팀이 공들여서 거미줄을 달고 먼지를 쌓아보여도 감독이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얼기설기 사진을 찍어대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고블린의 멤버였던 클라우디오 시모네티의 음악에 이르러서는 그냥 말을 삼가하는것이 좋겠다. 한마디만 하자면 우윙윙~ 하는 독특한 사운드를 내는 50년대 호러영화 음악으로 익숙한 테레민을 써먹는 데 그 써먹는 꼬라지가 이걸 악기로 쓰자는 것인지, 아니면 지가 그냥 기분 내고 가지고 노는 장난감인지 구분이 안되는 것 같다. 정말 “놀고 있네” 라는 탄식이 저절로 흘러나온다.


그나마도 화질이 깨끗한 블루 레이로 보니까 별 하나 정도는 더해주고 싶은 긍휼함이라도 생기는 것은 다행이다. 루치아노 토볼리 촬영감독은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여행자] 부터 바벳 쉬로더의 [행운의 반전] 까지 수도 없는 영상예술작품을 만든 분인데 다리오 아르젠토와의 인연땜시 이게 무슨 개고생이신가 하는 감상을 떨쳐낼 수 없지만, 그나마 이분이 맡아주셨기 때문에 (말도 안되는 저질 CGI 의 습격에도 불구하고) 준수한 때깔을 유지한 부분이 있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3D 는 내가 이때까지 본 3D 영화의 70% 정도가 3D 로 해서 더 질이 떨어지는 치욕을 겪었는데 [드라큘라] 도 전혀 예외가 아니다. 눈 앞에 확 다가서는 대신에 뒷자리에 푹 박혀서 안나오는 타이틀 시퀜스의 타이틀부터 시작해서... 아주 가관이다.


결론적으로, 유감스럽지만 이 [드라큘라] 는 브람 스토커의 원작과 어느 정도라도 맥이 닿아 있는 각색 작품중에서도 최악의 몇 편에 거뜬히 들어갈 뿐더러,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광팬을 제외한 모든 관객분들께 전혀 추천드릴 수 없다. 뭔가 사마귀 변신 장면같은게 계속 나와서 미이케 타카시 감독의 [고즈] 마냥 삭막하게 미쳐버린 한편이 되었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것도 아니고... 다리오 아르젠토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감독은 아니지만 유럽 호러영화를 수집하게 된 계기를 만들어준 분 중의 하나였는데, 이렇게 노년이 가까워진 무렵에 팬들로 하여금 쪽팔림을 무릅쓰고 실드를 쳐주게끔 만드는 사진이나 찍고 계시니 좀 그렇다. 이제는 이렇게 명백하게 본인의 명성을 이용해서 팔아먹으려는 투의 기획상품은 그만 찍으시고, 소품이나 단편이라도 좋으니 자신의 영화적 세계의 본질로 회귀한 진솔한 한편을 만드시길 기대해본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회원 리뷰엔 사진이 필요합니다. [32] DJUNA 2010.06.28 82388
133 [영화] 서스페리아 Suspiria <유로호러.지알로 콜렉션> [8] [18] Q 2013.04.15 4987
132 [영화] 어스픽스/사령 (死靈) The Asphyx <유로호러/지알로 콜렉션> [1] [16] Q 2011.10.15 4958
131 [소설] 악의 교전 (키시 유우스케 작가) [3] [3] Q 2012.09.28 4935
130 [영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Mad Max: Fury Road [2] Q 2015.05.21 4926
129 [영화] 2014년 최고의 디븨디 다섯편과 블루 레이 열다섯편 [4] Q 2015.01.08 4868
128 [영화] 망또를 두른 남자 The Man with a Cloak (바바라 스탠윅, 조셉 코튼 주연) [3] [2] Q 2011.02.18 4865
127 [영화] 굿바이 키스 Arrivederci amore, ciao <유로크라임/암흑가의 영화들 컬렉션> [3] [16] Q 2012.06.16 4647
126 [영화] 리벤지: 사랑 이야기 復仇者之死 [17] Q 2011.07.23 4595
125 [영화] 혼령의 집 Haunter (애비게일 브레슬린 주연) <부천영화제> Q 2013.07.22 4438
124 [영화] 더 머신 <부천영화제> [24] Q 2013.07.23 4403
123 [영화]엑스/엑스 XX (2017) Q 2017.03.24 4291
122 [영화] 조 JOE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 [2] Q 2014.07.13 4224
121 [영화] 팔로우 It Follows [1] Q 2015.04.12 4190
120 [소설] 퍼시픽 림 (한국어 번역본) [37] Q 2013.09.22 4182
119 [영화] 어둠속의 속삭임 The Whisperer in Darkness <부천영화제> [3] [11] Q 2011.07.20 4151
118 [영화] 인페르노 INFERNO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 <유로호러-지알로 콜렉션> [2] Q 2014.06.18 4137
117 [영화] 고질라 Godzilla (2014) Q 2014.05.18 3978
116 [애니메이션] 데빌맨 크라이베이비 Devilman Crybaby [1] Q 2018.04.23 3922
115 [영화] 덩케르크 Dunkirk (2017) [2] Q 2017.08.01 3892
114 [영화] 더 블롭 (1988년도판) The Blob [3] Q 2015.03.08 387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