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들의 밤 The Night of the Generals

 

영국-프랑스, 1967.  ☆☆☆ 

 

A Horizon-Filmsonor Co-Production. Distributed by Columbia Pictures. 화면비 2.35:1, 2시간 24

 

Directed by: Anatole Litvak

Screenplay: Joseph Kessel, Paul Dehn

Based on a novel by Hans Hellmut Kirst

Music: Maurice Jarre

Cinematography: Henri Decae

Produced by: Sam Spiegel

 

CAST: Peter O'Toole (탄츠 장군), Omar Sharif (그라우 대령), Tom Courtney (하르트만 대위), Joanna Pettet (울리케), Philippe Noiret (모랑 경감), Donald Pleasence (칼렌베르그 장군), Charles Gray (폰 자이틀리츠-가블러 장군), Corale Browne (엘레노레 폰 자이틀리츠-가블러), Christopher Plummer (롬멜 원수), Sacha Pitoëff (군의관), Gordon Jackson (엥겔 대위), Juliette Greco (쥘리에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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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콜럼비아가 아마도 주문형이 아닌 가게에서 파는 디븨디 시리즈로는 마지막으로 내놓은 것이 아닐지 의심되는 “고전 전투영화 (컴배트 클래식스)” 시리즈의 일환으로 금년에 출시한 작품입니다만, 평소에 말은 많이 들었고 TV 에서도 언뜻 본 기억은 가물가물 있지만 결국 전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본 기억이 없는 작품중의 하나인지라 구입해 보았습니다.

 

[추운나라에서 온 스파이] 와 [골드핑거] 를 집필한 폴 덴이 각색한 각본을 장 르노와르 감독의 제작부터 위시해서 수많은 명작을 담당한 앙리 드카에 촬영감독의 힘을 빌려 바바라 스탠윅 주연의 명작 필름 느와르 [죄송, 잘못 건 전화입니다] 와 잉그릿 버그만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아나스타샤] 의 감독 아나톨 리트박이 영화화했다는 것이니, 이 스탭과 캐스트면 상당히 재미있어야 마땅할텐데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쫄딱 망한 실패작이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고요. 무언가 훨씬 더 의미있거나 또는 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이 넘치는 작품을 만들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실제 보면서 얻는 재미보다 최종적으로는 더 강하게 남는 영화입니다.

 

2차대전 영화 매니아들이 보기에는 어떨지 모르겠어요. “컴배트 클래식” 이라는 표어를 이 영화에 적용하는 것은 사기까진 안 가더라도 정직한 상술의 사례로 들기는 힘들 겁니다. 물량투자는 제대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피터 오투울이 연기하는 탄츠 장군이 화염방사기로 바르샤바의 시가지를 불태우고 하는 그런 대규모 파괴 장면들은 임팩트 있게 묘사되어 있긴 합니다만, 연합군은 커녕 레지스탕스도 거의 코빼기도 안 비추고 철저하게 독일군간의, 또한 독일군과 점령지의 엘리트 사이의 관계에 집중해서 전개되는 스토리에 “전투” 장면이 나올 여지는 별로 없습니다. 물론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한가운데서 전쟁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딴 얘기를 하는 영화가 성공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요. 그거야 뭐 만들기 나름일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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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기본 설정은 범죄 미스테리극입니다. 나찌가 점령한 바르샤바에서 한 성매매 여성이 참혹하게 살해당합니다. 유일한 목격자는 이 여성의 마지막 고객이 독일군 장교일 뿐 아니라 바지에 붉은 줄이 박힌 유니폼을 입은 장군이라고 증언합니다. 점령군 수뇌부는 이 사건을 우야무야하게 처리하려고 하지만 사건의 수사를 담당한 그라우 대령은 목격자의 증언이 진실이라는 것을 확신할 뿐 아니라 레지스탕스와 연줄이 닿아있는 프랑스 경찰 모랑 경감과 흥정을 해서까지도 진상을 밝히려는 무모한 시도를 감행합니다.

 

이러한 자기의 직업정신에 투철한 나머지 자기가 몸담고 있는 조직의 이념이나 정치적 세력균형 따위도 다 뒤집어 엎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외곯쑤 캐릭터와 그 조직의 생리와 구조를 교묘하게 이용해서 개인적 욕망을 달성하는 적대자 사이의 대립이라는 기본 구조는 사실 많은 종류의 필름 느와르나 범죄 영화에서 원용되고 있습니다. 오슨 웰즈의 [악의 터치] 를 이러한 구도의 가장 세련된 변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장군들의 밤] 에서는 그러한 주인공과 범인 사이의 강렬한 대치적 긴장감을 느낄 수가 없을 뿐더러, 장군들 중 누가 범인이냐 하는 미스테리도 미약합니다. 그 이유는 각본상의 미비점도 지적될 수 있겠지만 캐스팅의 문제도 한 몫하고 있습니다.

 

탄츠 장군 역의 피터 오투울이 먼저 문제인데, 이분은 처음 등장하는 순간부터 완전히 맛이 간 인물이라는 것이 너무나 명백합니다. 그렇다고 오투울 선생님이 눈알을 휘번떡 굴리는 안소니 퍼킨스 이후 스타일의 싸이코 연기를 피로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거의 모든 등장 신에서 “무표정 밑의 발광 일보직전” 이라는 정신상태가 그의 전기에 감전된 마네킹 같은 푸뜩푸뜩하는 연기에 어떻게 보자면 코미칼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드러나 보이거든요. 이런 일상적인 탄츠의 모습을 보고 부하들이 “이런 싸이코를 모시고 무슨놈의 전쟁을 하란 얘기냐” 라고 들고 일어나지 않는게 이상합니다만, 너희들은 히틀러라는 왕초 싸이코를 모시고 그 난리를 친 주제에 무슨 이런 마이너 연속 살인범 정도를 가지고 불평이냐 라는 것이 각본팀의 태도인 듯 합니다. 그런데 그게 솔직히 말이 됩니까? 물론 나찌이념이나 히틀러에 대한 개인숭배가 절대악으로 경도되는 인류 사상 드물게 보는 미친질알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이런 식으로 “이상심리 이콜 나찌즘” 이라는 공식을 정해놓고 캐릭터 구상을 거기에 들어맞는 은유적 존재 수준으로 전개하는 것은 좋게 보자면 도식적인 것이고 나쁘게 보자면 상상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아니 할 수가 없겠습니다. [신들러의 리스트] 에 나오는 아몬 괴트 같은 인물은 그 저열함과 사악함에 있어서 탄츠 장군보다 몇 배 강렬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모든 악한 퀄리티가 나찌즘이라는 이념에 수렴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말이지요.

 

그리고 실질적인 주인공인 그라우 대령역의 오마 샤리프가 (독일인역에 이집트분이 캐스팅 되었다는 그런 민족적인 이슈를 떠나서) 이러한 칼같은 프로페셔날 수사관의 역할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분은 [퍼니 걸] 의 바브라 스트라이센드의 상대역 도박꾼 느끼남 같은 캐릭터가 정말 잘 맞는데, 여기서는 십이지장이 만성으로 켕긴 것 같은 욕구불만적 표정을 지으면서 담배를 줄기차게 피우는 이외에는 도무지 심리묘사랄 것도 하는 게 없고 냉철한 전문가적 카리스마도 보여주지 못합니다. 오히려 귀족 출신의 장군의 콧대 센 외동딸 ([카지노 로얄] 에 나왔던 조안 페티트인데 이 영화에 커리어 최고로 예쁘게 나오신 듯) 과 연애를 하다가 어찌어찌 탄츠 장군의 운짱으로 발탁되는 서민 출신의 하르트만 대위에 관련된 전개가 더 신빙성이 있습니다. 이것은 오투울과 샤리프에 비해서 톰 코트니가 더 리얼한 연기를 잘 해냈기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앞의 두 분이 맡은 캐릭터에 발전성이 별로 없다는 데에 진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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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독일이 전쟁에 지고 나서도 67년 당시 현대까지 계속 이어지면서 과연 진실이 규명될 것이냐 하는 질문으로 밀고 나갑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나쁜 영화는 아니에요. 미스터리영화로서의 오리지널리티와 효율성은 크게 떨어집니다만 이정도의 일급 캐스트와 스탭이 모여서 나름대로 실력 발휘를 하고 있는 작품이니만큼 기본적인 재미와 중후함은 갖추고 있습니다.

 

2차대전 영화의 팬들 여러분, 피터 오투울 선생의 팬들께 조심스럽게 추천 드립니다. 천천히 움직이는 “구식” 유럽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졸려지는 분들께서는 관심 끊으셔도 됩니다.

 

사족: 장쾌한 전투 액션과 마찬가지로 잔혹묘사 고어 이런 것도 없습니다. 그러고보니 왜 이탈리아 감독이 만든 “나찌 지알로”는 없는 지 모르겠군요. 이 각본을 고대로 가져다가 푸피 아바티든지 누가 영화화하면 지금 만들어도 통할 것 같은데.  나찌 포르노는 산책로의 개똥처럼 여기저기 널렸는데 말이죠.

 

사족 2: 크리스토퍼 플러머선생이 롬멜 원수역으로 잠깐 출연합니다. 이분은 [용문신을 한 소녀] 예고편에도 대니얼 크레이그보다 더 많이 나오시는 것 같더군요. 마이클 케인 옹처럼 아직도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게 반가운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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