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Upgrade  


미국,2018.     


A Blumhouse TILT/Goalpost Pictures Co-Production, distributed by OTL Releasing. 1 시간 39분, 화면비 2.35:1 


Director and Screenwriter: Leigh Whannell 

Cinematography: Stefan Duscio 

Production Design: Felicity Abbott 

Costume Design: Maria Pattison 

Fight Choreographer: Chris Weir 

Stunt Coordinator: Chris Anderson 

Special Makeup & Prosthetics Effects: Chiara Tripodi, Vaso Babic, Edward Yates 

Visual Effects: Glen Cone, Edwina Hayes, Van Dyke Visual Effects, Cutting Edge 

Music: Jed Palmer 


CAST: Logan Marshall-Green (그레이 트레이스), Betty Gabriel (코르테스), Harrison Gilbertson (이런 킨), Benedict Hardie (피스크), Melanie Vallejo (아샤 트레이스), Simon Maiden (STEM의 목소리), Richard Cawthorne (서크), Kai Bradley (제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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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7월이 다가오고 바야흐로 부천영화제 모드에 돌입할 때가 되어가는데, 무슨 영문인지 요번의 부천 라인업에는 미국에서 이미 공개되었거나 공개 박두인 작품들이 예년보다 많이 포함되어 있다. 국제영화제의 큰 문제점 중의 하나가 월드 프리미어- 아시아 프리미어 따위의 "시의성" 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다른 요소를 등한시하게 될 위험성이 생기는 것인데, 금년의 부천영화제는 아예 그 쪽은 신경을 덜 쓰기로 한 것 같기도 하다. 나한테야 물론 환영할 만한 조치라 아니 할 수 없겠고 (어차피 영화제 자체에서는 피치 못하게 상영 스케줄이 여러 겹으로 포개지지 않을 수 없고, 그렇게 되면 미국에서 상영하기 힘든 동남 아시아나 라틴 아메리카 쪽 작품들, 또는 한국 작품들을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 나의 평소의 행태였으니까), 덕택에 영화제 시작되기 3주일도 전에 특정 화제작들의 바람잡이를 할 수 있게 되었으니, 결국은 영화제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먼저, 이 리뷰를 클릭하면서 처음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실 분들께서는, 될 수 있으면 예고편을 피하시고 관람하시기를 강력하게 추천 드린다. [유전] 과 [겟 아웃] 의 경우에도 쓸데없이 스포일러가 들어간 예고편이 문제가 되었었는데, 특히 블룸하우스는 예고편을 편집하는 회사 담당자 친구가 누군지 몰라도, 과도하게 영화의 내용을 폭로해버리는 경향이 아주 강하다. [업그레이드] 의 예고편은 무슨 반전을 까 발긴다거나 그런 짓은 하지 않지만, 영화의 핵심인 액션장면을 지나치게 많이 보여주고 있다! 내가 블룸하우스 총수였으면 이런 예고편은 절대적으로 빠꾸시켰을 거다. 나는 예고편도 안보고 영화에 대해 거의 아무런 정보가 없는 채로 에밀리 요시다 평론가의 "초기 크로넨버그 작품을 연상시킨다" 라는 평에 낚여서 관람했기 때문에, 아주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었는데 ([겟 아웃] 이나 [유전]처럼 75점을 줄까 잠시 고민도 했을 정도-- 아 물론 초기 크선생님 작품하고는 많이 다르다), 나중에 예고편을 보고 나니, 이것에 미리 눈을 "버린" 관객 분들에게는, 내가 그랬듯이, 이 한편의 명석함이랄까, 장르적 덕후심이랄까, 그런 것에 놀라면서 즐거워하는 그런 관람경험의 순도가 좀 떨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업그레이드] 의 각본을 쓰고 감독을 한 리 워넬은 [쏘우] 와 [인시디어스] 시리즈의 각본가로 알려져 있는지라 (감독은 [인시디어스] 3편만 제외하면 제임스 완), 나는 직접 보기 직전까지도 영화의 SF 적인 측면에 대해 아무런 기대를 걸 지 않았었다. 그런데, 웬걸, 워넬의 원래 색깔이 이러한 SF 펄프에 대한 애정하는 사람이었던 것인지, 아니면 각본 쓰기 전에 시험공부를 들입다 했는지, 놀랄 만큼 영리하게 사이버펑크적 요소를 적소에 배치하고 있다. 의견이 갈릴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나에게는 [라이프] 나 [에일리언: 커비넌트] 같은 중대여산 헐리우드 형 "SF 호러/스릴러" 는 물론이고, 훨씬 고차원적인 사상을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서던 리치] 보다도 더 SF 로서 높게 평가해 주고 싶다. 


물론 워넬의 각본에서 전개되는 서사와 주제가 독창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거짓말이 되겠다. 낌새로 보자면, [베놈] 영화화 얘기를 블룸하우스에서 듣고, 야 우리도 비슷한 설정으로 뭔가 싹막한 거 하나 빨랑 만들어서 쟤네들보다 먼저 공개하자, 라고 졸속 기획을 세운 것은 아닌지 의심이 약간 든다. 물론 우연의 소산일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심바이오시스 (생물학적 공생관계)를 사이버네틱스 (인간개조 기술) 와 연계시키는 아이디어는 더도 말고 [스파이더맨] 의 닥터 옥토퍼스를 간단히 사례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결코 드물지 않으니까. 그리고 주인공인 그레이 트레이스 (작명 센스도 참… ^ ^ 주인공이 이런 이름이면 여성 경찰 캐릭터는 "Vivi D. Kollar" 정도는 되야 되는 거 아닌가) 가 전신마비로 생활하면서 고뇌를 겪으면서, 처음에는 자신의 의사를 그대로 실행하는 것처럼 보이는 자신의 척수에 이식된 컴퓨터 칩 STEM 과 대화하면서 관계를 발전시키는 장면들의 묘사는, 우연찮게 요번 부천영화제의 회고전에 걸리게 되는 조지 로메로 감독의 잊혀진 수작 [어둠의 사투 Monkey Shines] 와 많이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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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메로의 구작을 구체적으로 참조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공역의 로건 마샬-그린의 연기는 [어둠의 사투] 의 제이슨 베거보다는 약간 더 가볍고 TV 드라마적인데, 물론 쓸데없이 STEM과 농담 따먹기 하고 그런 쑥스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 몸의 통제권을 스위치처럼 켰다 껐다 하는 사나이" 라는 상황의 황당함과 동시에, STEM 의 냉철한 행위에 대해 느끼는 모순적인 감정, 즉-- 자신의 팔이 자기 의사와는 상관 없이 날렵하게 다른 남자의 머리통을 깨부시는 그런 전개에 대한-- 쾌감과 혐오감을 아주 잘 전달하고 있다 (이 분은 사진으로 보면 톰 하디의 동생이라고 해도 꼼짝없이 믿을 정도로 닮았는데, 영화 안에서는 하디보다 덜 육감적이고, 흠, "남부 미국적" --별로 나쁜 의미 아니다. 대사 굴리는 리듬이라던가 그런 게-- 이라는 인상이다. 그래서 검색해보니까 정말로 남부 출신이더라. 둘 다 무척 잘생겼는데 왜 수염을 저리 기르고 나오는지 몰라 ^ ^). 다른 배우들의 캐스팅과 연기도 좋은데, 특히 주인공의 비밀을 수사하는 역할인 경찰관 역에 [겟 아웃]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조연 연기자였던 베티 게브리얼을 발탁한 것은 현안이었다. 


일반적인 호러 SF와는 달리 공들여 설계한 이 한편의 "액션" 이 아마도 보신 분들 사이에서 입 소문을 타지 싶은데, 인간 신체의 움직임의 아름다움과 거창함, 민첩함 등을 어필하는 홍콩이나 그런 나라의 무술영화의 코리오그래피와는 달리, 수압장치의 피스톤 운동처럼, 철저하게 기계적이고 딱 딱 자로 잰 것처럼 맞아 떨어지는 "합" 의 미학을 추구한다. 거기에 더해서 워넬은 카메라를 그레이의 몸에 고정시킨 채, 그의 신체가 중력을 무시하고 물리학 법칙을 거스르는 것으로 보일 정도로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는 동선을 그대로 따라간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보고 있으면, 잘 나가는 부분에서는 비데오 게임의 몰입성과 영화의 객관성을 둘 다 담지하는 근사한 효과를 가져온다. 물론 리 워넬이고 블룸하우스이다 보니까, 그냥 파팍 하고 해치우면 될 것을 굳이 지독한 신체훼손 묘사를 넣고 있는데, 나에게는 그렇게까지 거슬리지는 않았다.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 에서도 주인공 몰리의 손가락에서는 외과수술용 메스가 튀어나오고, 야쿠자가 보낸 자객은 손가락에 숨긴 1 밀리미터도 안 되는 금속 필라멘트로 타겟의 얼굴과 동체를 여러 조각으로 동강내버리곤 하니까 말이지. 이렇게 "말끔" 한 방식으로 막 사람이 산산조각 나는 따위의 과격한 신체 훼손도 이제 와서는-- 원래 경향성은 일본 아니메에서 왔던 말던, Who the F cares-- 사이버펑크 SF 의 미학의 일부분으로 정착된 셈이다. 


검색해보니까 5백만달러가 채 안 되는 저예산 영화인데 (이렇다 할 특수 효과나 미래적인 소도구가 없는 [유전]보다도 확실히 돈을 덜 들인 작품인 것은 명백하다), 그런 깐에는 앉아서 커피 마시는 테이블 탑이 그냥 스마트 폰이자 컴퓨터라는 식의 "인공 지능 가구" 가 일상화되어 있고, 모든 자동차는 셀프 드라이빙을 하며, 특수요원들은 총기를 지니고 다니는 대신에 유기적으로 몸이 총기와 결합되어 있는 구식 개념의 사이보그 ([사이보그 009] 의 004 같은 이미지를 생각하면 되겠다. 단지 훨씬 "육질" 이다. 아마 요시다 평론가는 이걸 보고 초기 크로넨버그 생각을 하신 듯) 라는 등의 다소 디스토피아적인 미래 세계의 질감을 적확하고 맵시있게 전달해 주고 있다. 나는 솔직히 피스크가 총을 겨눈 적을 "마이크로 블레이드" 라고 부를만한 나노 로봇을 사용해서 죽이는 장면에 좀 놀랐는데, 이 암살 테크닉은 윌리엄 깁슨과 더불어 사이버펑크의 창시자로 알려진 브루스 스털링의 [크리스털 익스프레스] 에 실린 단편에서 처음 읽은 기억이 난다. 워넬한테 누가 얘기해 준걸까, 아니면 정말로 자기가 브루스 스털링을 읽은 것일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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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전체적인 SF 필름 느와르적인 질감의 "진정성" 에 비하면 서사 자체는 예측 가능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 않아서, 보시는 분에 따라서는 약간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으나, 모든 영화가 다 [2001년 우주 오디세이] 나 (심지어는) [인터스텔라] 가 될 필요는 없는 것이고, 내가 볼 때 이 정도면 웬만한 마블 영화보다는 훨씬 수미일관하게 하고 싶은 말을-- 적절한 반전과 더불어… 들입다 예상 가능한 반전이긴 하지만… 근데 뭐 [라이프] 의 "반전" 보시고 놀라신 분들도 계신 모양이니까-- 하고 있는 준수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톰 하디의 광팬이니 [베놈]을 보기는 할 거지만 과연 [업그레이드] 보다 더 나은 작품으로 빠져 나올지. [베놈]도 마블 영화치고는 "싸구려" 일 테지만, 아무리 제작비를 적게 잡아도 [업그레이드] 의 열 배는 넘을 것임… 열 배라고 해봤자 5천만달러인데, 요즘 헐리웃 스튜디오 메이져 프로덕션 중에서는 아마도 평균보다 낮을 것이 확실하다). 


너무 과장해서 칭찬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런 스타일의 저예산 SF 펄프-느와르를-- 신체훼손 호러적인 양념도 추가해서-- 선호하는 내 감성에 맞추어 보자면, 딱 근지러운데 고양이 발로 꾹꾹이를 해 주는 한편이었다. 추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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