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플라이스   Splice 


캐나다-프랑스-미국, 2009.   ☆☆☆★★★ 


A Gaumont/Copperheart Entertainment/Dark Castle Entertainment Co-Production, in association with Senator Entertainment. Distributed by Warner Brothers. 1시간 44분, 화면비 1.85:1

 

Costume Designer: Alex Cavanagh. 

Set Decorator: Liesl Deslauriers. 

Production Designer: Todd Cherniawski. 

Cinematography: Tetsuo Nagata 

Special Makeup Effects: Greg Nicotero, K.N.B Effects Group. 

Executive Producers: Guillermo Del Toro, Susan Montford, Don Murphy, Christophe Riandee, Frank Chorot. 

Screenplay: Antoinette Terry Bryant, Doug Taylor, Vincenzo Natalie 


media.jpg  


[스플라이스] 역시 조금도 기대하지 않고, 사전 지식 없이 봤습니다만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점수를 얼마나 매길까 좀 고민을 했는데 75점 주기로 했습니다.  크선생님의 [브루드] 나 [디스트릭트 9] 정도의 실력은 있다고 여겨지니까요.  75점이면 아마 2010년 통털어서 가장 좋았던 영화 15편 정도에는 넉근히 들어가리라고 봅니다만, 앞으로도 두고 두고 영화팬들 사이에서 회자될만한 그런품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단 SF 영화사라는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신기축을 마련까지는 안되더라도 이제까지의 유전자 조작 담론에서 유추된 영화적 설정을 한 단계 넘어선 결과물로서의 가치는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단 어떤 영화라도 보시는 분들에 따라서 선호도에는 편차치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특히 [스플라이스] 의 경우는 저명 평론가들도 포함해서 싫어하는 분들이 많을 거라고 예상됩니다.  이 영화의 일면 불건전스럽고 (?) 정치적인 공정성을 밟아버리는 설정들, 묘사들이나 극작술의 정도 (正道) 를 포기하고 기이함을 애써서 추구함과 동시에 (인간 드라마를 희생시켜 가면서까지) 과학적 설정의 논리를 극한까지 밀어붙이려는, 일견 모순적으로 읽힐 수 있는 과격한 태도 등의 특색들은 아마도 적지 않은 수의 분들께 껄끄럽게 느껴질 것이고, 결과적으로 [박쥐] 나 [M 버터플라이] 에 쏟아부어진 부정적 평가와 비슷한 패턴으로 "결국은 별볼일없는 몬스터/호러영화다" 라는 폄하론 또는 "이상하게 뒤틀어지게 보이는 부분은 그냥 못 만든 거다" 라는 실력 저평가론이 득세하지 않을까 싶네요.

 

뭐 그건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일단 명언해놓고, [스플라이스] 는 미국과 프랑스 자본이 들어가긴 했지만 캐나다 장르 영화의 아주 우량한 모범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구조적으로 가장 유사한 유명작을 고르라면 크로넨버그선생님의 [더 플라이] 리메이크를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만 분위기상으로는 크선생님이 섹스기생충 영화 [놈들은 안에서 나왔다/오한] 등의 저예산 호러를 만드실 적의 작품들과 유사합니다.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웬만한 사람들은 징그럽고 황당해서 어떻게 이런 얘기를 풀어나가야 할 지 모르겠다 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만한 내용을 가지고 아주 깔끔하고, 냉정하고 예리하게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는 활동사진이라는 것입니다.


오스카 수상자 애드리언 브로디는 말할것도 없고 캐나다 인디영화계의 공주님이라고 해도 괜찮을 정도의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인 (아직 서른 한살밖에 안돼셨는지라 “여왕님” 이라 불러드리긴 좀 뭣하고 ^ ^) 사라 폴리가 오랫만에 씹을 거리가 있는 역할을 맡아서 강렬한 연기를 보여주고 계신데, 이 두 사람이 연기하는 과학자 커플도 상당히 흥미있는 캐릭터였습니다. 물론 에고도 강하고 엘리트 의식도 강하고 해서 이러한 위험한 실험의 결과에 대해서 윤리적인 고민을 조금 하는 척 하다가 곧바로 인간의 유전자를 섞은 신생명체를 창조하는 데 몰두합니다. 단지 보통 이런 영화에서는 “아버지” 역할을 하는 과학자가 자신의 “아버지” 에 대한 심리적 권력 관계 이슈가 있는 데 반해서 여기에서는 철저하게 폴리가 연기하는 엘자 ([야성의 엘자] 에서 따온 이름일까요? 그녀의 캐릭터의 경우 “인간을 사랑할 수 없기 때문에 동물을 사랑하는 여성” 이라는 전형의 투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가 프로젝트의 중심에 서있고 창조된 “인간이 아닌 딸” 드렌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엘자의 어머니와의 이지러진 관계가 간섭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각본에 여성의 시각이 강하게 느껴지지요). 이 두 사람이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하게 드렌을 보통 여자 아기 취급하면서 꼬까옷을 입혀놓고 놀고 하다가 정수리를 망치로 얻어맞듯이 드렌의 “비인간성” 을 확인하게 되는 그런 과정의 묘사가 수일합니다.


[엑시스텐즈] 나 [더 플라이] 와 마찬가지로 [스플라이스] 의 특수효과와 디자인은 신빙성과 타당성이 있어보이는 부분과 완전히 기괴스런 판타지로 날라가버리는 반대 부분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습니다만 최근에 본 영화중에서는 가장 성공적인 예 중의 하나에 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콩나물 대가리처럼 둘로 갈라진 머리통하며, 인간보다 훨씬 간격이 벌어진 두 눈, 새처럼 뒤로 꺾어지는 발 등 비인간적인 면모와 오히려 매력적이고 이국적인 여성상을 구현하는 면모가 적절하게 배합되어 있을 뿐 아니라 그 비인간적인 면모도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들로 하여금 기괴함과 사랑스러움을 (새? 고양이? 햄스터? 등을 연상시킴으로써) 동시에 느끼게 해줍니다. 이러한 특수효과로 이루어진 새로운 생명체의 존재감은 기술만 발달하면 누구나 이루어낼 수 있을 것 같지만 결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애초부터 비데오 게임의 세계에 한 발을 담그고 있고 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은 [아바타] 같은 예외를 제외하면 감독과 배우들과 기술팀의 코디네이션을 잘 맞추지 않으면 어설프게 보이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런 작업에는 캐스팅을 잘 해야죠. 델피느 샤네악 (발음 맞나?) 이라는 아름다운 연기자분이 열연을 해주신 덕택에 캐릭터가 살아난 것이지만 마치 아방 가르드 댄스를 추듯이 드렌의 움직임을 “비인간적으로” 해석해낸 빈첸조 나탈리 감독의 수완도 제대로 평가받아야 마땅할 것입니다 (SF 영화라는 것은 그 “룩” 만 제대로 갖추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일반 액션 영화보다도 훨씬 더 힘들고 고단수적인 연기자들의 “움직임” 의 “감독” 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셔야 할텐데 말입니다). 이 캐스팅의 우수함과 감독의 냉정한 필치 덕택에 보수적 SF 에서는 힌트만 주고 넘어가는 생식에 관한 타부를 마구 깨고 넘어가는 데도 (이점에서 상당량의 이 영화에 대한 부정적 평론들의 불편함의 진정한 의미가 있는 것도 같습니다) 피식하고 헛웃음을 흘리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40_7.jpg

 

마지막으로 “스토리” 에 대해서 한마디 하자면 이왕 복잡한 캐릭터를 만들어 놓고는 클라이맥스에 가서는 그냥 몬스터 영화로 굴러떨어졌다 라는 해석이 있는 가본데 전 찬성할 수 없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드라마투르기상 작위적으로 보이더라도 그 생명체에 프로그램된 유전적 생태의 논리를 충실히 따라가자면 그런 결말이 될 수 밖에 없죠. 드렌이 정말 엘자와 클라이브를 사랑했느냐고요? 자식과 부모들은 동반자살도 이해가 갈 정도로 딱 붙어사는 사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께는 도저히 사랑이라고 볼 수는 없으시겠지만, 전 충분히 드렌의 입장에서는 엘자와 클라이브에 대한 애정과 증오가 섞인 미묘한 그러나 진실된 감정을 드러내 보여주었다고 여겨집니다. [큐브] 와는 달리, 크선생님이 이혼과정을 겪느라고 가장 고통스러울 때 만들었다고 하는 [더 브루드] 와 마찬가지로 나탈리 감독의 (아드리엔 캐릭터의 이름은 “니콜리” 입니다. 우연같지는 않아요) 사적인 고통이나 희열, 죄책감의 경험이 투사된 영화가 아닐까 지레짐작을 하고 싶어지는 한 편이었습니다. 필립 호세 파머의 [기이한 관계] 의 크로넨버그판, 그런 화가닥 심각하게 맛이 가버린 기똥찬 SF 영화를 실제로 브로디와 폴리라는 탑 배역으로 보게 되다니! 통쾌합니다.

 

SF 팬들이라면 절대로 보셔야 하겠고, 약간 한심한 예고편에서 예상할 수 있는 [에일리언] 빠꾸리 영화는 아니니까 괜히 그런 수준 낮은 찌라시 사진을 예상하시고 놓치시는 일이 없도록 하세요. (이렇게 경고를 해도 [박쥐] 싫어한 분들 많았듯이 이 작품 적극적으로 싫어하시는 분들이 상당수 나오실 것 같기도)

 

PS: 드렌이 높은 데 올라가서 위태위태 해지는 장면 (영화 보신 분은 제가 무슨 말 하는지 아실 건데) 막판에 가서 저랑 같이 영화보던 관객들이 다 “허걱” 하고 숨을 일시 멈추더군요. 정말 과장 좀 보태서 신비스러운 신입니다.

 

PS 2: 진저와 프레드라는 생명체가 나오는데 얘네들은 너무나 노골적으로 남성의 성기처럼 생겨서 드렌 자신과는 달리 볼때마다 웃음이 나오더군요. 그런데 나중에 생각을 해보니 남자 zazi의 귀두와 쏙 닮은 그 머리 생김새를 그대로 확대 재생산한것이 드렌의 콩나물 대가리 머리 모습…. 아 그 이상은 별로 연상을 하고 싶지 않아지는 군요.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회원 리뷰엔 사진이 필요합니다. [32] DJUNA 2010.06.28 78243
705 [영화] 2011년 최고의 디븨디와 블루레이 열한편씩 스물두편 (15금 사진 있습니다) [5] [10] Q 2012.01.14 17371
704 [영화] 블랙 스완 Black Swan (나탈리 포트만, 마일라 쿠니스 주연- 스포일러 없음) [12] [33] Q 2010.12.05 14102
703 [만화] 셀프 - 사쿠 유키조 [5] [18] 보쿠리코 2010.11.05 13614
702 [영화] 새로운 딸 The New Daughter (케빈 코스트너, 이바나 바케로 주연) [34] Q 2010.06.22 13348
701 [만화] Peanuts, 짝사랑 대백과 [9] [26] lonegunman 2010.07.22 12959
700 [영화] 마루 밑 아리에티 [8] [20] milk & Honey 2010.09.10 12311
699 [영화]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백설공주와 사냥꾼 (스포일러 없음) [6] [215] Q 2012.06.12 11410
698 [영화] 아저씨 (The Man from Nowhere, 2010) [5] [22] 푸른새벽 2010.08.18 11188
697 [영화] 2010년, 각별히 기억에 남는 영화 [4] [201] oldies 2011.01.08 10943
» [영화] 스플라이스 Splice (사라 폴리, 애드리언 브로디 주연- 약간 15금 적 글쓰기 표현 있음) [5] [23] Q 2010.06.23 10440
695 [드라마] 프로듀사 감동 2015.06.21 10332
694 [소설] 도리스 레싱 - 런던 스케치 [3] 푸케코히 2010.07.06 10282
693 [책]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 서영은, 산티아고 순례기 [12] [206] 어둠의속 2010.08.24 10177
692 [영화] 데인저러스 메소드 Dangerous Method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 [6] [26] Q 2012.05.12 10033
691 [영화] 설국열차 Snowpiercer (봉준호 감독) [12] Q 2013.07.25 10008
690 [영화] 2010년 최고의 디븨디/블루 레이 각 열한편씩 스물두편 [9] [21] Q 2011.01.03 9930
689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 the dark knight rises [15] [2] lonegunman 2012.07.21 9908
688 [애니메이션, 만화책] 방랑소년 - 여자아이가 되고싶어하는 소년의 이야기 - 등장인물열전과 1화 이전의 이야기들 [2] Ylice 2011.01.23 9873
687 [영화] 2012년 최고의 디븨디 열편- 블루레이 열한편 (북미 리전코드 1 및 A 중심) [19] [21] Q 2013.01.03 979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