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토피아적인 분위기를 풍겼던 <다섯째 아이>가 내겐 도리스 레싱의 첫 소설이었고, 몇 년이 지난 후에 두 번째로

만난 작품은 단편집 <런던 스케치>이다. <다섯째 아이>가 워낙 마음에 들었던지라 기대가 컸었는데, <런던 스케치>는

대체적으로 건조하고, 문장의 흐름이 길어서 몰입의 재미는 덜했다. 런던’ 스케치를 ‘뉴욕’ 스케치나 ’시드니‘ 스케치

혹은 ’서울‘ 스케치나 ’동경‘ 스케치 등으로 바꾼다고 해도, 그 차이를 알 수 없는 내 입장에서는 이 소설을 통해 런던

을 조금이라도 느꼈다는 말은 못하겠다.

 

국가가 다르다고 그 안의 거대 도시의 노동자 혹은 중산층의 삶이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는가. 철부지 10대 소녀는 몰래

낳은 아이를 길거리에 버려야만 하고, 서울 도심을 진작부터 접수 한 비둘기처럼 런던의 참새들은 야외 카페의 손님들

에게 가까운 듯 무심한 존재들이다. 해체된 가족이 재결합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기도 하고, 남과 여는 만나고, 사랑하고,

배신 하고, 헤어지기도 한다. 인간과 사회 간에서 찾을 수 있는 도리스 레싱의 관심사가 하나하나 씩 단편 속에 녹아 있는

느낌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편들은, 관료 사회가 소외시킨 빈민층에게 희망의 손짓을 보여주는 <사회 복지부>와, 이혼한 세

커플이 서로 서로의 파트너가 되어서, 남녀가 만나 이룬 가족 이란 테두리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말해주는 <진실>이다.

특히 <진실>은 굉장히 속 쓰린(?) 코미디로 각색해 영화로 만들어도 괜찮을 거 같다. 시작은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 같은데

이야 기가 진행되면서 주인공 여자가 직면해야 하는 ‘진실’이 점점 실체를 드러내면 모든 이들이 알기를 원하고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진실’이 과연 그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의심까지 들게 된다.

 

 

출판 : 2005년,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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