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묘지 Pet Sematary 


미국, 2019. ☆☆☆★ 


An Alphaville Pictures/Di Bonaventura Pictures Co-Production, distributed by Paramount Pictures. 1시간 41 분, 화면비 2.40:1. 


Directors: Dennis Widmyer, Kevin Kölsch. 

Screenplay: Jeff Buhler, Marc Greenberg. Based on a novel of the same title by Stephen King. 

Cinematography: Laurie Rose. 

Production Design: Todd Cherniawsky. 

Music: Christopher Young. 

Special Makeup Effects: Adrien Morot, Kathy Tse, Shane Shisheboran, Vague Vartanian. 

Costume Design: Simonetta Mariano. 


Cast: Jason Clarke (루이스), Amy Seimetz (레이첼), John Lithgow (저드), Jete Laurence (엘리), Hugo & Lucas Lavoie (게이지), Obssa Ahmed (빅터 파스코), Alyssa Brooke Levine (젤다). 


photo PET SEMATARY 2019- KOREAN POSTER_zpsaxmpwpsu.jpg


1922   1922


미국-캐나다, 2017. ☆☆☆★★ 


A Campfire Production, distributed by Netflix. 1시간 42분. 화면비 2.35:1 


Director & screenplay: Zak Hilditch. Based on a novella of the same title by Stephen King. 

Cinematography: Ben Richardson. 

Production Design: Page Buckner. 

Costume Design: Claudia Da Ponte. 

Special Effects Makeup: Joel & Agnieszka Echallier, Michael Nickiforek, Kiana Beth Jones. 

Music: Mike Patton. 


Cast: Thomas Jane (윌프리드 제임스), Molly Parker (아알레트 제임스), Dylan Schmid (헨리 제임스), Neal McDonough (할란 커트리), Kaitlyn Bernard (섀넌 커트리), Tanya Chmapoux (샐리 커트리), Brian D'Arcy Jamese (존스 보안관), Bob Frazier (앤드류 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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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미국: 요번은 스티븐 킹 원작 두 편 묶어서 가는군요. 

닥터큐: 사실 [제럴드의 게임] 도 넣고 싶었지만 쓸데없이 길어질 것 같아서 두 편으로 줄였습니다. 아마도 고금을 통틀어 영미권에서 가장 많이 책을 팔은 현존 작가일 스티븐 킹은 70년대 말부터 꾸준히 다른 장르로 각색되어 되어왔고, [It] 가 역대 호러영화 중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하지만 새삼스럽게 그 작품 때문에 킹의 각색이 유행을 끌게 된 건 전혀 아니죠. [It] 자체도 1990년에 TV 미니시리즈로 이미 제작되었었고, 팀 커리와 존 리터, 아네트 오투울 등 당시의 공영방송 TV 수준으로는 스타 급인 연기자들이 캐스팅 되었었더랬죠. 

연미국: [옥수수밭의 아이들] 시리즈처럼 작자의 마이너 단편의 마이너한 각색부터 시작해서 끝없이 증식되는 C- D 급 작품들도 있고, [스탠 바이 미] 나 [쇼생크 탈출]처럼 호러는 고사하고 스릴러 장르와도 별 관계가 없는 킹 각색작품들도 만들어져서 일세를 풍미했습니다. 여러 문학적 장르를 초월해서 영상화가 이루어졌고, 또한 최저예산, 최악의 퀄리티의 착취성 호러부터 아카데미상에 자동적으로 고려될 정도의 A리스트의 크리에이티브들의 야심작까지 영화-TV계의 등고선을 다 훑어왔다는 점에서, 추리소설 이라는 장르에 국한된 아가사 크리스티, 아서 코난 도일, 심지어는 에드가 앨런 포보다도 폭넓은 영향력을 자랑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닥터큐: 그러고 보니 [낸터켓 출신 아더 고든 핌의 이야기] 는 영화화된 적도 없군요. [라이프 오브 파이] 가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한다면 아주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것도 다른 문학 작품을 통한 간접 영향이고. 


연미국: 예 아무튼 오늘 모처럼 불러내셨으니-- 또 호러영화 리뷰이긴 하지만 ^ ^-- 속행해보죠. 한국에서는 [공포의 묘지] 라는 타이틀로 공개된 [Pet Sematary] 입니다. 이 소설은 출판 당시에 암묵적으로 터부시하던 설정과 주제-- 어린이의 죽음, 그리고 좀비화-- 를 대놓고 다루었고 화제를 불러 일으켰었죠. 그 과격한 소재 때문에도 영화화가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여겨졌던 작품인데, 출판 후 6년이 지난 1989년에 메리 램버트 감독으로 만들어졌죠. 당시의 영화화는 상당히 킹 소설에 충실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닥터큐: 아니 저… ;;; 호러영화와 연루되는 게 그렇게 억울하시다면, 다음 번에는 [낸시 드류와 숨겨진 계단] 리뷰할 때 꼭 호출해드리겠습니다. 

연: 독자 여러분들께서는 닥터큐가 저렇게 이거 리뷰 하겠다 말겠다 떠드는 거 다 공수표 쓰는 건 줄은 아시죠? ^ ^ 


큐: 어흠. 아무튼, 1989년도판은 저드 역의 프레드 그윈을 제외하면 캐스트가 많이 딸렸었죠. 지금 보면 그래도 그렇게 허망하게 후진 한 편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연: 요번 각색본은 스티븐 킹 자신은 마음에 드셨던 모양입니다. 원작과 캐릭터들의 운명에 대해 크게 달라지는 부분이 있는데… 

큐: 그건 그냥 스포일러로 가죠. 예고편에서도 다 뽀록내고 있더만요. 

연: 알겠습니다. 원작에서 죽는 것은 유치원 나이도 안된 아들 게이지 입니다만, 2019버전에서는 아홉 살이 된 딸 엘리가 죽습니다. 그 부분도 킹이 미리 각본을 읽고 승인을 내렸다고 하는군요. 아마 킹이 완전 반대를 했더라면 굳이 수정주의적 각본을 밀고 나갈 기 어려웠겠죠. 

큐: 사실 그 변화는 킹 자신이 언급했듯이 전체적인 플롯과 설정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가져다 주지는 않습니다. 단지 엘리 역의 소녀 쥬테 로랑스 (프랑스식 발음이 맞는 거겠죠? 캐나다 출신인 듯 한데) 가 오싹하면서도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연기를 할 수 있도록 조정이 된 점은 좋네요. 원작에서 게이지가 좀비화 된 후 마치 삥뜯는 양아치 중학생 같은 식의 대사를 읊고 그런 부분은 좀 그렇긴 했어요. 


photo PET SEMATARY 2019- THE FUNERAL WITNESSED_zps76hyazoq.jpg


연: 킹 소설은 사실 설정이나 플롯의 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취약합니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는 줄 뻔히 알면서도 설움과 절망, 그야말로 실낱보다도 더 가는 희망을 놓치지 못하고 자연과 신의 섭리를 거스르고 마는 미국 중산층 캐릭터들을 무척 실감이 가고 공감이 되게 묘사함으로써, 독자들을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서스펜스의 올가미에 가두어버리는 작자의 필력이 소설의 파워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어요. 

큐: 동감입니다. 그런데, "죽은 사람을 묻으면 살아 돌아오는 비밀의 묘지가 우리 집 바로 뒤에 있다" 라는 설정은 사실 그렇게 명당 자리를 가지고 난리를 쳤던-- 이조시대 역사를 보면 묫자리를 얻기 위해 남의 집 무덤을 파헤치고 시체를 유기하거나 자신들 조상의 유골을 암매장하는 일까지도 심심찮게 벌어졌었고요-- 한국어 문화에서 왜 먼저 써먹지 않았는지 모르겠어요. 이왕 이조시대 좀비를 역병과 민중봉기 메타포로 써먹는 척 하면서 결국은 왕과 그 새끼 (litter)들의 궁중 권력투쟁 이딴 걸로 빠질 요량이었으면, [공포의 묘지] 설정이 훨씬 조상놈들 제사에 문자 그대로 목숨을 거는 조선 양반들의 정신세계와 부합할거라고 여겨집니다만. 

연: 대한민국에서는 "역사"를 소재로 다루는 동안에는 "고증" 이라는 바보천치 같은 족쇄의 억압에서 벗어날 수 없을뿐더러, 한국 사극에서는 그런 "양반들의 멘탈리티" 를 제대로 인식하고 비판한 적이 없으니까요. 그저 "좋은 양반들"을 "나쁜 양반들" 에 대치시켜서 진보-보수 (또는 애국자- 빨갱이/민족 반역자) 대립구도를 재생산할 뿐이지. 


큐: 아무튼 [공포의 묘지] 의 강점은 보스턴에서 메인으로 이사온 4인 가족의 캐릭터들을 공감이 되도록 그려냈다는 점입니다. 스티븐 킹 소설의 대사의 강점도 전반부에서는 제대로 파악이 되고 있어 보이고요. 이것은 구체적으로는 각본가 마크 그린버그-제프 뷸러의 공헌인지 감독팀인 케빈 쾰쉬와 데니스 위드마이어의 작당인지 확실치 않지만요. 

연: 닥터큐는 쾰쉬-위드마이어의 전작인 [Starry Eyes] 는 그저 그러셨던가 본데. 

큐: 풍자적 호러인데 뭐랄까, 영리하지만 지혜는 부족한 그런 한 편이었다고 기억합니다. 그러나 [공포의 묘지] 에서는 전작에서 볼 수 있는 헐리웃 시스템을 겨냥한 풍자적이고 냉소적인 시점은 없어요. 단지, 마이크 플라나간이 캐릭터 묘사에 가져오는 공감도와 비교하면 약간 기술적인 측면에 치우쳤다고 볼 수 있겠죠. 개인적으로 중반부의 인디언 무덤에 고양이 처치를 묻고 그 결말이 벌어지는 부분, 그러니까 본격적으로 끔직한 상황이 벌어지기 이전의 상황이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까지 정교하게 원작의 으시시한 묘사를 옮겨놓을 필요는 없었을 텐데, 벤 위틀리 감독의 조력자였던 로리 로즈의 멋진 촬영에 힘입어서 마치 30년대 고전 유니버설 호러에 나오는 장면들을 스코프 사이즈 와이드스크린으로 보는 것 같은 매력이 충만하더군요. 베테랑 크리스토퍼 영이 맡은 음악도 모처럼 듣는 중후한 호러영화 스코어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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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나는 전반적으로 실망스러웠던 것이, 그 캐릭터들의 실감나는 묘사와 킹 소설의 주제에 대한 진지한 천착의 흔적에도 불구하고 살 떨리는 슬픔과 감동과 더불어 다가오지 못하고 있는데, 감독들이 닥터큐도 말씀하셨다시피 지나치게 기술적인 이슈에 정신이 팔려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큐: 나는 미국이 보다는 더 몰입해서 보긴 했지만, 진정한 일류 작품이 지닌 정서적 움직임을 잘 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동의합니다. 뭐 이 정도 성취라면 누가 이 한편을 "일류 호러영화" 라고 호칭한다면 딱히 반대하지는 않을 겁니다만. 전편도 좋은 점이 많았지만 나는 2019버전을 더 높이 쳐주고 싶네요. 연기자들도 다 호연이고-- 존 리스고우가 맡은 저드는 원작보다 약간 지적이고 덜 "시골 할배" 적이지만, 이것도 굉장히 훌륭한 캐릭터의 해석이라고 생각하고요. 아 그리고 고양이 처치의 "연기" 도 이 한편이 훨씬 더 좋아요. 1989편에서는 분명히 메인주가 배경인 소설인데도 굳이 고양이를 검은색 짧은 털 친구를 데려다가 연기를 시키는 뻘짓을 저질렀었죠. 


연: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엔딩은 어떤가요? 저는 별로였습니다. 특정 한국 영화에서 막 목에 힘주고 "이것 봐라 무섭지? 끔직하지?" 라고 과시하는 "반전" 같았고요. 그런 반전에 대한 나의 반응은 보통 "그런데 그게 뭐? 이 영화의 주제나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이랑 무슨 연관이 있는데?" 죠. 

큐: 각본가들은 나름 원작의 팬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주려고 했던 것 같아요. 나로서는 그 무척 비관적이라고 할 수 있을 내용보다도 감독들이 강렬하게 툭 잘라서 끝맺는 결말이라고 생각하고 연출한 방식이 더 문제라고 여겨지네요. 


연: 여러모로 모범적이고 할 일을 열심히 하는 호러영화이지만 아주 특출하다고 여길 만한 성취는 아니다… 그런 정도 수준에서 정리가 가능하겠군요. 

큐: 예, 나는 여전히 호러영화의 팬들에게 추천하겠습니다. 아낄 만한 부분이 많고, 실제로 극장에서 봐도 꽤 무섭고요. 


연: 그러면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1922년] 으로 가보도록 하죠. 

큐: [1922년] 은 스티븐 킹의 중편 모음집 [Full Dark, No Stars] ([별도 없이 꽉 찬 어두움] 이라고 번역해야 할까요) 에 수록된 동명의 "역사소설" 의 각색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역시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마이크 플라나간의 [제랄드의 게임]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기는 했죠. 

연: [공포의 묘지] 와 비교하고 나니까 오히려 평가가 높아진 것 같군요. 

큐: 바로 보셨습니다. 물론 완벽한 작품은 아니지만, 원작에 대한 충실도도 아주 높고, 무엇보다 영혼을 좀먹는 (우리 모두가 지니고 있는) 사악한 욕구 (여기서는 자신의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는 "도회 여자" 아내에 대한 질투심과 여성혐오가 섞인 증오) 에 의해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자식의 인생까지도 파괴하는 한 시대 전의 남자의 뒤틀어졌지만 모른 체 하고 넘어갈 수 없는 영혼의 타락의 궤적을 극명하게 그려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모로 공포스럽다기 보다는 불안과 불쾌함을 동반한 기시감을 불러 일으키는 한편입니다. 

연: 나는 이 [Full Dark, No Stars] 에 실린 중편들은 죄다 영상화가 무척 어려울 것처럼 보였고요. [좋은 결혼 A Good Marriage] 도 일단은 영화화가 되어있는데 사실 보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습니다. 원작은 주인공 여성의 심리적 단초를 따라가면서 거의 위험할 정도로 그이의 정신적 굴곡과 행위에 대한 독자의 공감을 부추기는 전략을 취하는데, 이것을 허투루 영상화하면 그냥 여주인공이 히어로로 등장하는 슬래셔 스릴러의 변주곡 정도로 귀결될 가능성이 아주 크죠. 그 점에서는 [1922년] 은 원작도 훌륭하거니와 각색도 의미 없는 플롯의 확장이나 사회경제적 비판 따위 요소를 도입하는 오류를 저지르지 않은 것 같고요. 


큐: [더 미스트] 에서도 주연을 맡아서 스티븐 킹 소설과 인연이 있는 토머스 제인이 네브래스카의 한 농부 윌프레드 역으로 훌륭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결국 거의 모든 농사 관련된 트러블이 그렇듯이 땅을 사고 파는 문제로 아내 알레트와 의견이 대립되고, 가뜩이나 서로의 인생관이나 성격의 차가 심했던 것이 윌프레드 안에서 살의로까지 발전됩니다. [1922년] 의 작자들과 제인은 알레트 (몰리 파커가 역시 인생의 무의미함과 권태가 독기로 갈무리되고 있는 여성을 정치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를 구태여 도덕적으로 변호하는 식의 편파적인 접근방식을 배제하고, 그러나 윌프레드의 마음 속에서 곰팡이가 번지듯이 퍼지고 있는 사악함을 극명하게 보여주죠. 

연: 제인의 남부 억양은 조금 과다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큐: 나는 윌프레드 역의 해석의 일환이라고 여겨지는데, 제인의 이 연기를 보면서, 존 휴스턴이 [왕이 되려고 했던 사나이] 의 피치 역을 맡았던 마이클 케인에게 "마이클, 말을 더 빨리 해. 피치는 정직한 놈이야." 라고 말했고, 그 덕택에 케인 연기자가 캐릭터를 해석하는 데 크게 깨달음이 있었다는 일화가 떠올랐습니다. 자기의 의도가 남에게 어떻게 비추일 것인가 계산을 일일이 해서 말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 생각나는 대로 머리 속에 든 것을 대사로 옮기는 연기를 휴스턴 감독은 원했던 거죠. 그런 면에서 제인의 보통 수준보다 훨씬 더 느릿느릿한 대사의 굴림은 오히려 그 배후에 숨겨져 있는 사악한 의도와, 자기 안의 내면적인 투쟁을 가까스로 찍어누르는 억제의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연: 여기서 잠깐 사족적인 코멘트를 넣자면 원래 알레트의 땅이었던 농장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에요. 영화에서 주는 인상은 빈한하게 보이는데 100 에이커면 어마어마한 사이즈죠. 평수로 계산을 해보면… 

큐: 아따, 호러 영화 리뷰를 하는 와중에 뭘 그런 것 까지?! 

연: 가만 좀 계셔 보쇼. 1 에이커가 43,560 제곱피트라고요. 그런데 1 제곱피트가 0.028평이니까, 100에이커면 대충 12만 2천4백평이네요. 

큐: 헉… ;;; 계산 잘못한 거 아닌가요? 만 2천 240평이 아니고? 

연: 뭔 얘기세요. ^ ^ 100 에이커면 비행기 안타면 전 면적을 한 눈에 절대로 볼 수 없고요, 자기 땅 간수하려 해도 트랙터나 차 타고 하루 죈종일 다니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합니다. 비교할 예가 필요하시다면, 안암동 고려대학교의 건물연면적만 따진 게 아니라, 캠퍼스 다 합쳐서 33만평이에요. 이 사람은 고려대학교 캠퍼스 부지의 3분의 1에 해당되는 땅을 놓고 파느니 마느니 한 거니까, 한국 사람들 기준으로 하면 살인도 할 만 하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큐: (충격 받고 잠잠해짐);;; 

연: ㅋㅋㅋ 닥터큐는 네브래스카나 네바다 같은 데 가서 한도 없이 끝도 없이 펼쳐지는 평평한 대지의 중압감을 직접 경험한 일이 없으니까… 그런 데서 일가족만 덜렁 살고 그런 짓 하면 최근 호러 서부극 [The Wind] 에서도 보여줬듯이 정신건강에 큰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그나마도, 온갖 끔직한 일들을 겪은 뒤 어쩔 수 없이 헐값에 팔았다고는 할지언정, 그 거대한 땅을 팔아버린 대금을 술 마시고 뭐하고 써버리는 데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나중에 대사로 나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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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 아, 아무튼 스포일러를 심하게 늘어놓지 않고 쓰자면, 윌프레드의 잔인하고 자기 중심적인 결정이 파국에 파국을 불러오고, 아들 헨리는 이웃집의 소녀 케이틀린과 함께 은행을 터는 보니와 클라이드 같은 범죄자 신세가 되어 버립니다. 이 부분의 킹의 소설의 묘사는 역사 소설적인 풍미가 있어서 좋은데 영화는 조금 급하게 지나가 버리더군요. 

연: 제작비상의 문제도 있었을 지 모르고, 화자의 시점을 윌프레드에서 다른 캐릭터로 옮기는 선택지를 배제하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네요. 

큐: 윌프레드 본인이 상상 속의 존재일 수도 있는 쥐떼들에게 고통을 받는 장면은 전형적이면서도 효과적입니다. 


연: 반면 [공포의 묘지] 와 마찬가지로 캐릭터들의 정서적인 일관성이랄까, 휴매니티를 희생시키면서까지 장르적으로 강렬한 엔딩을 취한 것은 좀 불만입니다. 

큐: 나는 [공포의 묘지] 보다는 이 쪽이 더 킹 소설의 주제 의식에 잘 연결된 엔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에드가 앨런 포에 대한 간접적 오마주로서도 좋았고요. 


연: 총괄하자면, 두 작품 다 닥터큐가 저보다 약간씩 더 재미있게 보셨다고 할 수 있겠고, [1922년] 이 [공포의 묘지] 보다 우위라는 것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별 하나를 더해줄 정도인지 까지는 모르겠지만. 

큐: 나는 [1922년] 과 [제럴드의 게임]이 넷플릭스로 공개되는 바람에 [공포의 묘지] 보다 최소한 명성에 있어서는 손해를 본 케이스라고 믿습니다. 셋 다 비주얼의 스케일과 촬영의 정교함 등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에요. 두 작품들도 아마 극장 공개를 했으면 [공포의 묘지] 의 무덤 장면이 관객들을 장악할 수 있었듯이, 충분히 더 나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으리라 생각해요. 

연: 넷플릭스는 진짜 블루레이로도 출시 안하고 왜 저려죠. 저렇게 스트리밍 서비스에 목을 걸 하등의 이유가 없는 데 말이죠. 작품을 보여주는 경로는 다양하면 할수록 좋은 것 아니겠어요? 

큐: 두고 보죠 어떻게 되나… 부천 같은 데서 왕년에 스타즈의 [Masters of Horror] 심야 상영으로 대박 쳤듯이 넷플릭스와 거래를 해서 제대로 마스킹된 대형 화면에서 이런 작품들을 틀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연: 재미있었습니다. 그럼 또 불러 주세요. 

큐: 예 그럼 [낸시 드류와 숨겨진 계단] 의 리뷰를 쓰게 되면… 

연: ㅋㅋㅋ 횡설수설하지 마시고요. 또 호러 영화겠죠 보나마나. 그래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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