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의 내용은 단순합니다. 세상과 벽을 쌓고 살아가던 한 남자가 자신의 유일한 친구였던 옆집 소녀가 몹쓸 범죄 조직에 의해 위험에 빠지자 왕년의 실력을 동원해 소녀를 구하러 나섭니다. 말 그대로 옆집 아저씨가 소녀를 구하러 나서는 얘기죠. 그런데 아저씨가 그냥 아저씨가 아니라 TOP 원빈입니다. 뭐 이 정도면 영화의 내용은 다 요약이 됩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봐왔던 익숙한 내용이죠. 때문에 <아저씨>의 감상에는 <레옹>, <맨 온 파이어>, <테이큰> 등의 영화 제목이 꼭 따라다닙니다. 하지만 <아저씨>의 이야기가 앞의 영화들만큼 매끄럽지는 않아요. 소녀와 아저씨의 관계, 아저씨의 동기와 분노를 이끌어내는 지점. 뭐 그런 것들이 엉성하게 엮어 있어서 이야기로부터 감흥을 얻을만한 구석은 별로 없습니다. 게다가 입만 열었다하면 자신도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는 원빈의 대사는 후지다 못해 웃음이 나올 지경입니다.

그럼 <아저씨>에선 뭘 봐야 할까요? 우선은 당연히 원빈입니다. 뭐 김새론양이 이전에 출연했던 <여행자>에서의 연기로 큰 주목을 받은 아역배우라고 하는데 <아저씨>에선 특별히 주목해야할 이유를 찾기 힘들었습니다. 김새론양의 대사도 너무 후지거든요. 타이틀 롤을 맡은 원빈과 김새론의 대사가 후지다는 말을 벌써 두 번이나 했는데 반면에 조연 배우들의 대사는 꽤 재밌습니다. 58년생 오명규 사장역의 송영창이나 만석, 종석 형제 역의 김희원, 김성오의 대사는 귀에 착착 감기며 그들의 악랄한 캐릭터를 더욱 돋보이게 만듭니다. 이정범 감독이 직접 쓴 각본인데 주연들의 대사는 공중에 붕 떠 있고 오히려 조연들의 대사가 더 맛깔나게 쓰여진 게 의아했습니다. 아무래도 원빈을 너무 멋지게 포장하려는 욕심이 과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닐까 싶더군요. 원빈은 그냥 아무 말 안해도 멋있는데 말이죠.




사실 원빈은 아무것도 안하고 후까시만 잡아줘도 최소 300만 이상의 여성 관객들을 만족시킬 능력이 있는 배우입니다만 이 영화에선 꽤 몸을 혹사합니다. 그런데 그게 단순히 별 성과없이 개고생만 하는 게 아니라 결과물이 꽤 좋아요. <아저씨>는 그동안 우리 영화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색다른 액션을 보여주는데 이게 액션물을 선호하는 남자 관객들도 센세이션을 느낄 정도입니다. 그동안 우리 영화의 액션은 마치 태권도의 격파 시범처럼 동작이 크고 화려한 타격 액션에 중점이 맞춰져 있었죠. 그런 스타일의 액션에 딱히 거부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낡은 8~90년대의 느낌이 들죠. 하지만 <아저씨>의 액션은 그런 보여주기용 액션과는 달리 완전 살벌합니다. '칼리 아르니스'라고 동남아쪽 전통 무술에서 따온 액션이라는데 단검으로 슥삭슥삭 혈관을 베고 관절을 꺾는 모습이 어우... 그냥. ㄷㄷㄷ 게다가 그런 멋진 액션을 원빈이 보여주니 이건 뭐 절로 우와~ 소리가 나오더군요. 

위에서 얘기했듯이 여성 관객들이라면 원빈이 고생해가며 저런 하드한 액션을 보여주지 않아도 감탄사를 흘리곤 합니다. <아저씨>에서도 여성분들의 탄성이 가장 컸던 대목은 원빈의 살벌한 액션 장면이 아니라 셀프 삭발 장면이었죠. 뭐 그때 드러난 원빈의 복근과 배꼽은 엄밀히 말하자면 얼굴에 비해선 예쁜 편이 아니었지만 제가 이런 말 해봤자 의미없는 질투밖에 더 되겠습니까마는 배꼽 만큼은 원빈보다 제 배꼽이 더 나은 것 같기도 하고...뭐 배꼽 잘 생긴 건 어디다 써먹을데도 없지만서도... 제가 복근은 없어서 비교가 안되지만... 아마 헬쓰 전문가들에게 물어도 원빈의 복근이 얼굴만큼은 아니다 뭐 이런 대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 그런데 제가 지금 하려는 얘기는 원빈의 배꼽은 별로다 뭐 이게 아니고, 그냥 가만히 있어도 탄성이 흘러나오는 원빈을 데리고 지금까지 우리 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멋있는 액션 장면을 만들어준 <아저씨>의 이정범 감독 이하 박정률 무술팀, 그리고 원빈느님께 그저 감사하다는 그런 얘기였지요. 굽신굽신. 찬양합니다. ●█▀█▄


배꼽이라도 쫌!





수다

1. 요즘은 본문과 수다가 별 차이가 없네요. 본문에서 뭔가 더 얘기하려고 하다가 그냥 급하게 마무리 짓고 에이 수다나 떨자. 이런 식입니다. -_-;


2. <아저씨>에는 원빈과 송영창을 제외하곤 낯익은 배우들이 거의 안보입니다. 하지만 다들 개성이 있어서 조연배우들 보는 재미가 쏠쏠해요. 특히 노형사 역의 이종필과 만석 종석 형제 역의 김희원 김성오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위에서 얘기했듯이 조연 배우들의 대사도 재밌어요. 하지만 만석 종석 형제의 캐릭터는 어떤 면에선 지나치게 과장된 모습이 좀 거슬리더군요.  




3. <아저씨>에서 또 한 명의 주목해야할 조연은 태국 출신 킬러 람로완 역의 타나용 웡트라쿨입니다. 이 배우도 어우... 포스가 장난이 아니예요. 뽀대도 아주 좋아서 원빈과 투 샷을 잡아도 전혀 꿀리지가 않더라고요. 캐릭터가 피도 눈물도 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킬러. 하지만 대일밴드에는 약한 매력적인 캐릭터였습니다. 특히 람로완이 태식에게 묘한 끌림을 느끼는 것으로 연출된 대목이 괜찮더군요. 그러니까 람로완은 태식에게서 쭉정이만 상대하던 고수가 진정한 상대를 마주했을때 느끼는 희열, 합을 겨뤄보고픈 욕망 그런 걸 느끼는데, 람로완의 표정과 행동에서 살짝살짝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연출이 좋았습니다. 그런 장면에서 이 배우의 표정이 아주 멋집니다. 태국의 국민 배우라는데 필모그라피는 <아저씨> 말고는 2005년에 출연했던 한 편이 전부로 나오더군요. IMDB에서도 마찬가지. 이정범 감독 어디서 이런 멋진 배우를 데려왔는지. 앞으로 우리 영화에서도 자주 봤음 좋겠네요.


4. 원빈의 캐릭터 자체는 해외 흥행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식상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영화에서 원빈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연출은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초반까지 그의 정체를 감춰두었다가 람로완이 전당포에서 총을 쏘는 장면에서 람로완의 눈빛과 대사로 슬쩍 한 번 흘려주고, 경찰서에서 탈출할 때 CCTV에 남겨진 모습을 통해 태식의 후덜덜한 본 모습을 보여주는 연출이 꽤 재밌습니다. 태식의 정체를 알아낸 경찰의 브리핑 장면에서도 태식의 무시무시함을 잘 표현해냈죠. 하지만 태식의 아픈 과거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사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빈의 절규 장면에선 저도 찔끔 눈시울이 뜨거워졌을 정도로 관객의 감정선을 건드리는데는 성공적이었지만 긴 코트 차림의 킬러가 등장하는 장면은 다른 대목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5. 액션 연출과 함께 카메라 워크도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원빈이 건물안에서 경찰의 추격을 따돌리고 창밖으로 몸을 던지는 장면에서 카메라가 그대로 따라서 뛸 때는 우와~ 저런 걸 우리 영화에서도 보다니! 막 이러면서 감탄했습니다. 헐리우드 영화에서도 본 시리즈 정도는 돼야 볼 수 있는 장면인데 말이죠. 마지막 터키탕 액션신도 사실 무대 자체는 끝판 대장과 졸개들이라는 익숙한 설정이었지만 액션과 카메라가 워낙 뛰어나니 다른 생각은 할 틈도 없더라고요. 대머리 아저씨 팔 붙들고 이리저리 질질 끌면서 단검으로 혈관을 슥삭슥삭 벨 때도 어우... 타나용과 대결 장면도 불필요하게 늘어뜨리는 것 없이 좀 짧다는 느낌이 들 정도록 슥삭 끝내버리는 게 좋았고요. 액션 영화 팬이라면 앞으로 박정률 무술감독의 이름을 기억해둬야 할 듯.   


6. <아저씨>는 액션도 쎄지만 영화의 중심이 되는 범죄 드마라도 상당히 하드합니다. 초반에 오명대 사장이 '통나무 장사' 어쩌고 할 때만 해도 그냥 스쳐가는 대사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영화의 중심 소재더군요. '통나무 장사'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는 너무나 끔찍했습니다. 이게 단순히 신체 훼손의 묘사에서 오는 공포가 아니라 사람 몸을 가지고 그런 짓을 한다는 자체가 신경을 곤두서게 하더라고요. 혹시나 해서 영화를 보고 인터넷에 검색을 해봤더니 실제로 그런 범죄가 존재하더군요. 보통 성인 남자 한 명의 몸에서 장기를 적출하면 6억에서 8억원 정도가 된다고. ㄷㄷㄷ 개미굴 설정은 실제 동남아쪽에 존재하는 것에서 따왔다고 하더군요. 이정범 감독의 인터뷰를 보니 사카모토 준지 감독의 <어둠의 아이들>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부분은 너무 끔찍해서 생각만해도 ㄷㄷㄷ합니다.

사실 역이나 터미널 화장실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게 장기매매 전화번호이지만 그걸 보고 어떤 구체적인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거든요. <복수는 나의 것>에서 장기매매 현장이 묘사된 것을 본 적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영화상의 기분 나쁜 이미지로만 생각했을 뿐인데, <아저씨>에서는 그보다 훨씬 끔찍하게 묘사가 됩니다. 요즘 <악마를 보았다>의 잔인한 묘사도 논란이 되는 중인데 최근들어 우리 영화에서 잔인한 묘사가 어떤 경향성으로 굳어져가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뭐 헐리우드 영화중에도 잔인한 신체 훼손 장면들이 포함된 영화가 많긴 하지만 적어도 메이저 규모의 상업 영화에서 대놓고 묘사하는 경우는 무척 드물죠. 그런데 요즘 우리 영화들을 보면 그런 경계도 없이 수백만 관객이 드는 영화에서도 너무나 구체적인 신체 훼손 장면들이 아무렇지 않게 포함돼 있곤 합니다. 우리 영화가 어쩌다가 이렇게 쎄졌을까요.

 

7. 저도 한때는 원빈처럼 셀프 삭발 좀 했드랬습니다.

문제는 제가 원빈과 인종이 다르다는 거죠. 저는 그저 빡빡남. 출가남.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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