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학교를 좋아하나요? 저는 정말, 정말 좋아해요. 하지만 어떤 것도 변하지 않을 수는 없어요. - 후루카와 나기사  

 

 

 

  누구나 눈이 마주쳤던 그날 아무도 집에서 나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 라이트노벨의 첫 문장을 써봤다. 라이트노벨에 어울리는 문장은 아닌 것 같다. 라이트노벨이란 어떤 걸까. 소설이란 무엇일까. 어느 쪽에도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예 생각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생각을 옮기면 분명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것을 쓰게 될테고, 지금은 그런 것은 쓰고 싶지 않다.

   어쨌든 라이트노벨을 써보기로 했다. 우선 배경을 생각했다. 직사각형의 마을이다. 아파트가 평지에 나란히 있고, 한쪽 끝에는 학교가 있다. 가운데는 주인공의 집, 그 위로는 아파트가 같은 방식으로 있고 작은 수목원을 지나면 교회가 있다.

   마을에는 도서관이 많다. 학교의 지하와 꼭대기 층에 하나씩. 학교와 집 사이에 하나. 학교의 지하층에 왜 도서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책의 구성도 비슷하고, 지하에 있으면 습기가 차서 별로 좋지 않을 테니까. 매점에 작은 서가를 두려고 했지만 취소되었다고 한다. 학교와 집 사이의 도서관은 한가한 편이다. 주변에 나무도 많고, 책 읽기에 괜찮은 곳인데 왜 사람이 없는지 모르겠다.

   도서관이 하나 더 있다. 도서관의 내부에 들어간 적은 있지만 외부에서 본 적은 없다. 마을 가까이에 있는 건 확실하다. 자주 가는 곳의 코너가 둥글기 때문에 원형의 도서관이라고 부른다. 다른 도서관과 다르게 만화책이 있고, 어떤 만화책도 찾을 수 있다. 여신님 만화와 죠죠를 빌렸다. 소설은 거의 읽지 않지만 그런 기분이 들어서 만만한 라이트노벨을 골랐다.

 

 

   -여동생이지만 00만 있으면 상관없잖아-  

 

  이상한 제목이었다. 대충 책을 펴고 읽어봤다.

 

   -사다리를 타고 원통을 올라갔다. 아래를 내려다봤지만 깜깜해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사다리를 타고 내려갔다. 커다란 트리케라톱스가 누워있었다.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었다. 여동생은 죽었다고 했다.

   여동생은 타자기가 얼마냐고 물었다. 모른다고 답했다. 집 어딘가에 처박혀 있다가 처음 발견한 물건이었다. 몇 가지 결함이 있었다. 타자를 치면 종이에 잉크가 바로바로 찍혔지만 키보드 상단에 가려서 한 줄이 지나야 볼 수 있었다. 키보드처럼 생긴 타자기라는 디자인은 상관없었지만 키감도 키보드에 가까웠다. 타닥타닥 소리는 났지만 내장된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였다.

   트리케라톱스가 죽었다는 영어 문장을 타자기로 치고 있었다. 스스로는 알 수 없지만 웃긴 문장일 것이다. 원어민들은 모두 웃기다고 하니까. 분명 웃긴 문장을 쓰고 있을 것이다. 뜻이 통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아니다. 뜻이 통하는지 잘 모르겠다. 근본적인 문제는 스스로 뜻을 알지 못한다는 것에 있다.

  여동생이 뒤에서 킥킥댔다. 아무래도 웃긴 모양이다. 타자를 치는 중에 소리죽여 웃고 있는 것이 조금 기분 나빴다. -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가 키보드로 뭔가를 치고 있고, 여동생이 그걸 보면서 웃는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이게 라이트노벨인가. 어떤 책도 있는 도서관이니까 이런 책이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라이트노벨에선 캐릭터성이 중요하다는데 여동생의 캐릭터가 너무 희미하다. 어디가 재밌는 부분인지도 모르겠고. 작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당연한 일이다. 내가 쓴 게 아니니까.

   도서관에서 나와서 학교로 갔다. 매점과 본관 사이에 농구대가 보였다. 졸업을 앞두고 이 곳에서 동급생과 키스를 했다. 그 날이 헤어진 날이었다.

   후루카와 나기사는 말했다. 이 학교를 좋아하나요? 저는 정말, 정말 좋아해요. 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것은 없어요. 변하는 것이 학교인지 아니면 마음인지 고민하는 나는 나기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매점에 단팥빵을 사러갔다.

   반복되는 무지와 고독 속에서 아름다운 기다림으로 가슴이 설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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