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 1999년의 킹 오브 파이터즈

2016.07.15 23:00

catgotmy 조회 수:1888

  일어나보니 쌍둥이 자매가 옆에 누워있었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다시 옆으로 돌리고, 불을 켜고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킹오파는 94년에 시작한 대전게임이다. 99년까지 6년간 이 게임에 인생을 바쳤다고 할 수 있는데. 잘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냥 동네에서 얻어터지고만 살지는 않았어.


"난 잘하는 게 하나도 없는데..."

"잃을 게 없다는 건 좋은 거야."


  긴 말하기 싫지만 이 게임은 그냥 이래. 뛰어다니면서 때리다가 죽으면 동전을 넣고 다시 싸우다가 이기거나, 지거나 그러다 집에 갔다가 다시 와서 싸우는 걸 반복할 뿐이지. 그짓을 6년 정도 하고 있으면 그 사이에 어떤 녀석들은 수학의 정석을 독파하고, 토익 만점을 받고,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이라도 읽어대고, 부러운 놈들은 벌써 여자친구가 생겨서 자랑을 하고 다니지

  난 항상 이 게임에서 이기고 싶었는데 하루는 평일 오후 한적한 오락실에서 99를 멍하니 보다가 이었어. 무슨 캐릭터를 했는지 잘 기억은 안나. 아마 교는 했을거야. 쿄라고도 부르지. 아무튼 그날은 이기고 싶지가 않았어. 지고 싶은 것도 아니었고, 그냥 내가 그 게임을 해온 6년간 최고로 집중한 날이었어. 그때까지 해온 플레이에 그날 집중한 방식을 얹어서 상대를 했는데 그렇게 강하진 않았어. 아마 졌던가. 이겼나. 이겼는지 졌는지도 잘 기억이 안나. 한번 이기고 한번 졌나.

  그렇게 하고 있으니 빨간 립스틱을 한 여고생이 어깨에 턱을 얹어오더군. 뭐 그 후로 그런 상태로는 갈 수 없었어. 지면 화가났고, 이기면 기분이 좋았지. 이기든 지든 아무 상관없는 기분이 되지는 못하겠더라고. 지든 이기든 아무 상관도 없는데. 그렇다고 예전처럼 지는 게 그렇게 화가 나지는 않았고, 이기려고 애를 쓰지도 못했지만.

  그냥 그렇다고. 난 왜 핀볼을 처음 했을 때 웃음이 그렇게 났을까. 미친듯이 웃었거든. 공이 막 정신없이 움직이는데 진짜 웃겨서 미치겠더라고. 공이 띵 띵 띵 하다가 정 가운데로 쏙 빠진다거나 그 공의 움직임 같은 거 너무 웃겨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33 [소설, 19禁] 페이지터너 - 4 [1] DaishiRomance 2012.07.15 46331
332 [소설, 19禁] 페이지터너 - 5 [1] DaishiRomance 2012.07.15 45949
331 [소설]옆집 남자. [21] 듀프 2012.02.26 17513
330 [소설, 19禁] 페이지터너 - 7 [1] DaishiRomance 2012.08.02 10422
329 [만들기] 청바지 리폼해서 가방 만들기 [5] [4] 퀴리부인 2010.06.11 10253
328 [그림] 노키아 5800로 그림 그리기 ㅋ [2] [208] 세상에서가장못생긴아이 2010.06.07 8307
327 [만화] 보편적인 노래를 너에게 주고 싶어 -1- [16] [1] 지명 2010.07.01 8246
326 [만화] 그의 아이 1 [9] [207] 꽃과 바람 2010.10.15 7793
325 [2분소설] 순대국 그녀 (19?) [4] [205] 유니스 2010.09.07 7066
324 [웹툰] 축구소녀 제시카 [3] [2] 지명 2010.06.20 6710
323 [연주] 쇼팽 Chopin - Prelude op.28 no.4 (01:56) [2] [211] 프레데릭 2010.08.24 6698
322 [스포츠웹툰] 승리보다 소중한 것 [2] [1] 지명 2010.08.12 6404
321 [소설] Kingslayer or nothing (19금) [214] catgotmy 2013.05.17 6287
320 [그림] 겨울, 불타는 토끼 - 토끼소년의 우울한 자연발화 [1] [2] 루이와 오귀스트 2010.03.22 6012
319 [웹툰] 우리 결혼했을까요? [9] [1] 지명 2010.12.22 5772
318 [그림 ] 아이패드로 스케치 하기. [1] 주근깨 2010.06.10 5708
317 [1분소설] 자리비움 아.도.나이 2010.08.31 5578
316 [시리즈] DAYBREAK : 1. CONNECTED [19] [20] 사춘기 소년 2010.08.03 5341
315 [웹툰] 아이유의 매력 [1] [24] 지명 2011.08.25 5336
314 [소설] 기억은 증오한다 [31] clancy 2012.08.30 520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