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Kingslayer or nothing (19금)

2013.05.17 19:03

catgotmy 조회 수:6287

1. 시작은 언제나 이 장소에서

 

1.1 방에는 문이 하나 있다. 집에서 나가려면 방문을 열고, 대문을 열면 밖으로 나갈 수 있다.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방문을 열고, 대문을 열어도 좀처럼 밖으로 나갈 수 없다. 문을 열어도 나갈 수 없어서 농문을 열어봤다. 의미없는 짓이지만 아무 문이라도 열어보고 싶었다. 남녀 시체 두 구가 있다. 똑바로 보질 않아서 인형일지도 모르겠다. 인형과 사람 정도는 구분할 수 있지만 잘못 봤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난 방에 갇혔고, 나갈 수가 없다.

 

1.11 우리 동아리는 노래하는 동아리다. 운동도 한다. 책도 읽고, 놀러가기도 한다. 뭐하는 동아리인지 모르겠다. 동기인 여학생 두 명과 남학생 한 명이 총 인원이다. 육교 계단을 내려가는데 점프해서 한 번에 내려가겠다고 했다.

 

“죽을 텐데?” “응. 죽을 거야.”

 

“죽을 리가 있냐. 기껏해야 다치는 정도지.”

 

내가 점프할 때 뒤에서 누군가가 밀었고 그대로 병원으로 실려갔다. 다 나아서 같이 길을 걷다 계단을 내려갈 일이 생겼을 때 뒤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죽을 텐데?”

 

1.2 사건 현장엔 동료들이 있었다. 이들 중 몇은 날 배신한다. 그들은 아직 모르는 것 같다. 여형사가 나에게 말을 건다.

 

끝난 것 같은데 집에서 라면이나 먹을래요?

 

무슨 라면?

 

남자라면 먹으러 오라고 해서 집으로 따라갔다. 건물의 엘리베이터는 폐쇄형이 아닌 쇠창살이 달린 엘리베이터였다. 난 먼저 타서 엘리베이터 문을 닫고, 위로 올라갔다. 배신당하는 장소는 여기인 것 같다. 잡히는 건 예정되어 있다.

 

 

 

 

2. 밤하늘은 영원한 맹세

 

2.01 섬에 놀러갔는데 배는 고프고 먹을 게 없었다. 가게에 갔더니 이 지역에서만 나는 과일로 만든 주스를 권했다. 무슨 맛이라고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맛있었다. 바나나우유와 오렌지가 섞인 듯한 색깔이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노란색 맛이 났다.

숲 저편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나고 나뭇잎이 날리고 있었다.

 

2.011 침대 밑을 들여다봤다. 몸통에 다리만 네 개가 있는 아기가 있었다. 다리를 공중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방 옆의 부엌으로 갔다. 불을 끈 상태였는데 부엌은 빨간 조명을 켰다 껐다 하는 것처럼 검붉었다. 커다랗고 빨간 눈이 부엌의 환풍기를 통해 들여다보고 있었다.

 

2.0111 학교 복도를 걸어간다. 고양이 한 마리가 지나간다. 교실 문을 연다. 목을 매달은 여학생이 보이는 것 같다. 여학생이 나에게 다가온다. 사실 아무도 없다. 복도 끝으로 간다. 이 복도는 닫혀있다. 학교에 독가스가 퍼졌고, 도망가지 못한 건 나뿐이었다. 나를 담은 관이 옮겨진다.

 

2.01111 비가 온다. 운동장에서 놀고 싶지만 교실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체육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

 

2.1 죽어서 신 앞에 섰다. 신은 뿅망치를 든 유쾌한 노인이었다.

 

“한 대도 맞지 않으면 천국으로 가고, 한 대부터는 연옥이다.”

 

노인은 리듬을 타듯이 사람들을 때렸고, 한 대도 맞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 경우는 거의 나오지 않는 일이라고 한다. 행렬이 잠시 멈추고 노인은 몸을 풀기 시작했다.

 

“좀 아플 거야.”

 

노인은 뿅망치를 섞고 섞고 돌리고 섞고, 우그러들게 난타하더니 지옥행을 선언했다.

 

 

3. Shooting shiny star

 

3.1 수업시간에 교실을 빠져나와서 여교사가 수업하는 교실로 갔다. 교장선생님이 오라고 하신다고 말했는데 교사는 미심쩍은 눈치다. 난 교사의 눈을 보지 못하고, 뒤의 창문 등으로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귀찮다는 듯이 교사는 교실을 나왔고, 화장실을 지날 때 입을 막고 화장실 안으로 끌어당겼다. 성추행과 성폭행의 경계를 막 넘은 순간에 멈춰서 왜 내가 이러고 있는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멍때리고 있는데 학생들이 모여들었고 마구 밟혔다. 내가 당하는 폭력은 별개니까 이 녀석들을 고소한다면 귀찮은 일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소년원에 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왜 소년원일까. 소녀원은 없는 걸까. 소년점프의 소년은 어린 아이일까. 소년 만화의 소년은 남자아이 같은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다.

 

3.2 방에서 멍하니 있었다. 밖에서 뭐하는 중이냐는 목소리가 들렸다.

 

3.21 ‘왕위를 계승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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