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구조를 기다리며

2012.08.26 01:44

clancy 조회 수:2031

구조를 기다리며

clancy

우리말이 좀 그래.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획 하나, 점 하나 잘못 찍으면 남이 님이 되고 내 거가 네 거 되고 그러거든. 디지털 시대가 되고 너도 나도 하나씩 최신식 스마트폰 들고 다니기 시작하더니 실수들은 더 많아졌지. 나만해도 예전에 사귀던 여자한테 칭찬으로 ‘너 완전 개념이다’ 카톡 날린다는 게 ‘너 완전 개년이다’라고 오타내서 싸움 날 뻔 했거든. 그런데 사람이란 게 참 게을러, 그렇게 경험적으로다가 학습을 했으면 조심을 해야 하는데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니까 말이지. 이번 일만 해도 그래 애초에 내가 긴급문자를 보내면서 ‘상리동’을 ‘상이동’이라고 오타만 내지 않았어도 지금 쯤 무장헬기 타고 안전구역으로 이동하고 있었을 텐데 말이지. 미안, 미안해. 그렇게 화내지 말라고. 내가 실수했다고 이렇게 인정하잖아. 걱정 마, 레스큐 애들도 개념이 있으면 상이동 가보고 아니다 싶어서 여기로 오지 않겠어. 여차하면 어떻게든 문자를 다시 보내볼 수도 있고. 잠깐...... 무슨 소리 나지 않았나? 못 들었어? 난 들은 거 같은데. 아닌가. 미안, 내 목소리가 너무 컸지. 나도 알아 그 놈들이 소리에 민감하다는 거. 한쪽 감각이 약해지면 다른 쪽이 발달한다더니 시각하고 후각은 젬병인 놈들이 귀 하나는 엄청나게 밝으니까. 우리 올라오면서 통로 확실하게 막아두고 왔지. 여기로 올라오려면 저 계단을 통하는 수밖에 없으니까 여기서 지키고 있으면 확실해. 떼거지로 몰려들기 시작하면 방법이 없긴 하겠지. 여튼 바퀴벌레 같은 놈들이라니까, 한 놈이랑 마주치면 이미 주변에 수 십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뭐라고? 아, 문자. 그래 다시 보내야지. 하지만 알잖아 여긴 오염지역이야 도시처럼 블록마다 중계기가 달려서 어디서나 전화기가 터지는 일 같은 건 기대하지 마. 괜히 벽돌만한 위성전화기가 기본 장비에 포함되어 있는 게 아니잖아. 아니야, 널 탓하자는 게 아니라고. 그래, 물론 너가 위성전화를 잃어버린 건 사실이지만 어쩔 수 없었잖아. 사방에서 산송장들이 덤벼들고 머리 위로 총알이 빗발치는데 일일이 장비 챙길 여유가 있었겠어. 내 것도 유탄에 박살 난 거 봤잖아. 너나 나나 재수가 없었던 거야. 하긴 그 상황에서 살아남았으니 아주 재수가 나쁜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아까만 해도 그래, 혹시나 해서 확인했는데 핸드폰 신호가 터졌으니까. 이유야 모르지, 아직 살아있는 중계기가 어디 있었던 거 아니겠어? 거기로 다시 돌아가자고, 미쳤어, 아까 봤잖아. 까맣게 몰려들던 새끼들. 가봤자 좀비밥 신세야. (좁밥이 아니고 좀비밥 말이야) 그럼 어쩌냐고? 글쎄 신호가 터지는 곳이 있는지 다시 찾아봐야겠지. 가능성은 낮겠지만, 아직 작동되는 기계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잖아. 그런 곳이 또 없으란 법 있어? 아, 근데 춥다. 확실히 가을이야 해 떨어지면 추워진다니까. 불이라도 피워볼까, 라이터는 있으니까. 말했잖아, 저 자식들 시력은 엉망이야. 너도 봤을 거 아냐, 허옇게 불어터진 동태눈깔들. 제대로 볼 수 있을 리가 없지. 밝은 빛을 보고 모여들 거라고, 불나방처럼, 맞아 벌레들도 빛을 보고 모여드는 거지. 하긴 놈들도 밝고 어두운 정도는 구분할 거야. 쳇, 그래도 이래선 너무 추운데. 아 맞다. 출출한데 MRE라도 까서 먹자. 거기에 발열팩 있잖아. 음식 데우면서 몸도 덥히는 거야. 배를 채워야 나중에 이동할 때 힘도 낼 수 있을 거고. 어디보자, 뭘 가져왔더라. 뭐라고? 당연히 B형이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몰라. 사람고기 맛보겠다고 달려드는 놈들을 상대하는데 하다못해 닭고기라도 뱃속에 집어넣어야 든든하지 않겠어. 야, 미트볼이구만. 제대로 가져왔네. 이건 내가 찜! 고기는 별루라고, 사람 참. 여러 가지로 독특한 친구야. 알았어. 그럼 여기 파스타 먹으면 되겠네. 

깼어? 괜찮아, 별일 아니야. 그냥 건물 무너지는 소리라고. 우리가 왔던 방향에서 들린 거 같은데. 클레이모어 때문이 아닐까? 막판에 그 새끼들 몰려드니까 곽 하사가 터뜨렸잖아. 여기 빌딩들이야 원래 상태가 좋지 않았으니까 폭발 때문에 결국 끝장이 난거 아니겠어. 건물들도 죽어가고 있는 거 같아. 사람 손이 닿질 못하니 여기저기 조금씩 병이 드는 거지. 그렇게 점점 약해지다가 어느 순간 마지막을 맞는 거야. 우리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야금야금 우리 세상을 좀먹더니 결국 이 지경이 된 거라고. 난개발이니 환경오염이니 문제라고 다들 떠들어댔지만 그러려니 신경도 쓰지 않았잖아. 처음 녹조가 생겼을 때도, 여름이니까, 더워졌으니까, 전에도 그랬으니까 결국 나아지겠지 생각했다고. 수질개선이네, 수자원 확보네 떠들어대면서 윗대가리들이 여기저기 삽질했던 걸 뻔히 알면서도 그거랑 녹조랑 연결할 생각은 못했지. 다들 그랬어. 국민들도 건설 회사들도 전문가들에다 담당 공무원도, 심지어 처음 공사를 벌인 윗대가리들도 관심이 없었지. 다들 자기 생각만 하기 바빴거든. 일자리가 생기면 나도 수입이 생기겠지, 공사가 시작되면 우리 회사가 참여하겠지, 참여하게 되면 이래저래 삥땅칠 기회도 많겠지 (큰 공사들은 언제나 그래왔잖아) 그렇게 되면 회사들은 나에게 돈 좀 찔러주겠지, 나중에 그럴듯한 그림이 만들어지면 다 내덕이다 치적비라도 세울 수 있겠지라고 말이야. 씨팔, 그런데 이렇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던 거야. 하긴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대한민국 땅 밑에 그런 지랄 맞은 게 묻혀 있을 거라고 말이야. 평범한 녹조라고 생각했던 게 정수시스템으로도 걸러지지 않는 치명적인 역병 덩어리일 거라고 생각할 놈이 몇이나 되겠어. 처음 식인 사건 뉴스가 떴을 때 기억하나? 모르겠다고? 왜, 그때도 난리였는데. 네이버 검색어 1위도 하고 그랬어. 강변북로 식인사건. 정확히는 도로변 수풀에서 벌어진 거지만. 확인된 중엔 최초의 역병 감염자에 의한 식인 사건이었지. 그때 난리도 아니었데. 차들이 구경한다고 속도를 줄이는 바람에 도로가 마비되다시피 했었거든, 그도 그럴 게 사건 당사자가 20대 남녀였어. 감염자가 남자였고 상대방은 애인이었고. 대낮에 도로변에서 젊은 남녀가 부둥켜 뒹굴고 있었으니 엉뚱한 상상들을 했던 거지. 찾아보면 그때 촬영된 사진들도 꽤 있을 거야. 멀리서 찍은 거 보면 영락없이 애무하는 꼴이더라고. 나중에 신고 받은 경찰들이랑 차에서 내린 구경꾼들 몇몇이 접근했다지. 이미 그때 도로는 1차선 제외하곤 주차장이나 다름없었어. 그리고 예상했겠지만 그 감염자 놈이 달려들면서 2차 감염 당첨. 뭐 흔한 케이스지 신기한 구경거리라도 있는 줄 알고 사람들이 몰렸다가 무더기로 물려서 감염되는 거 말이야. 수돗물 마시고 걸린 1차 감염보다 그 감염자한테 물려서 2차로 감염된 경우가 더 많다는 거 알아? 정말이야, 통계로 증명된 거라고. 요즘 수돗물 그대로 마시는 사람은 별로 없어도 뭔 일 터졌다 싶으면 구경한답시고 핸드폰부터 들이미는 인간이야 널리고 널렸잖아. 기하급수. 이럴 때 써먹는 말이지. 감염자 하나만 떨어뜨려 놓으면 3시간 안에 10명이 추가로 감염돼. 쇼핑몰이나 출퇴근 지하철처럼 사람 많은 곳이라면 예측할 수도 없지. 지루한가. 하긴 다 아는 얘기 가지고 너무 아는 척 했네. 그러니까 내 말은 이건 도미노 같은 거란 말이야. 적절한 순간에 제대로 막지 못하면 계속해서 다음 도미노를 넘겨서 결국엔 모두 무너져 버리는 거지. 저 건물들처럼. 잘 들어봐. 또 뭐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지. 아까 무너진 잔해 때문에 옆 건물도 망가지고 있어. 도미노지. 아이고, 배가 살살 아픈 게 큰놈이 나오고 싶은 모양이네, 잠깐 실례 좀 할게. 

아이고, 화장실 가봤어? 말도 마, 말 그대로 똥통이네. 단수 된 후로도 여기 살던 놈들이 있었나 봐. 변기는 기본이고 소변기며 세면대도 모자라서 바닥에까지 똥밭이더군. 문 여는 순간 냄새가... 하이고 정신이 번쩍 들더라니까. 여기선 냄새 안 나던가, 난 아직도 냄새가 나는 거 같은데. 그나저나 식수는 가능한 아껴야겠어. 이 건물 안에서 마실 물 구할 곳은 없을 거 같으니까. 구조요청? 그래, 맞아. 전화기 터지는 곳을 찾아 봐야지. 그래서 말인데 옥상에 한 번 가보자고. 근처에 중계기가 없어도 높은 곳에선 신호가 터지는 경우가 있다고 들은 거 같거든. 여기서 죽치고 있어봐야 뾰족한 수도 없고 한 번 시도나 해보자는 거지. 어떻게 올라갈 거냐고, 물론 걸어서... 그야 계단으로. 걱정 마 놈들이 있었으면 벌써 쳐내려왔겠지 이렇게 조용하겠어? 뭐, 혹시 모르니까 호신 도구 정도는 갖춰야겠지. 어이고, 총은 넣어 둬. 전투 요원도 아니면서 송장들 대가리에다가 제대로 쏴 넣을 자신 있어, 없잖아. 자기 발이라도 안 쏘면 다행이게. 그리고 이런 곳에서 총 쏴대는 건 놈들한테 ‘나 여기 있어요~’라고 광고 하는 거야. 아까도 말했잖아 소리에 가장 민감한 놈들이라고. 내가 봐둔 게 있어 저기 조립식 진열장 말이야. 분해해서 기둥 끝에다가 날카로운 걸 붙이면 어설프게나마 창처럼 쓸 수 있을 거라고. 그래, 이제 기억 나? 생존훈련 받을 때 교관이 알려 준 내용이잖아. 이해해, 이런 상황에서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는 게 신기한 거지. 나도 똥 누고 오면서 저기 부딪히는 바람에 떠올린 거야. 분해? 그거야 여기... 누구나 가슴 속에 맥가이버 칼 하나쯤은 있는 거 아니겠어. 짐은 다 가지고 올라가자고. 여차하면 아예 옥상에서 진을 치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정도 건물이면 옥상에 헬기 착륙할 공간 정도는 있을 테니까 구조될 상황을 감안하면 역시 위쪽이 좋을 거 같아. 혹시 필요하겠다 싶은 거 있으면 가능한 챙겨 가자고. 나? 난 요놈부터. 아까 저쪽 책상 서랍에서 찾았어. 사무실 서랍에 이슬이를 쟁여두다니 대체 뭐하는 놈이었을까 저 책상 주인은?

휴, 냄새 한 번 지독하구만. 이 문 계속 닫혀 있었나 봐. 저쪽하고 여기하고 공기부터 다르네. 이것도 다 사람 손을 못 타서 그런 거야. 비상계단이란 게 워낙 퀴퀴한 곳이라 정기적으로 청소하고 환기도 시켜주고 그래야 하거든. 백날 그렇게 해 줘도 오래 된 건물은 냄새가 나기 마련인데, 하물며 여기야. 어찌 이렇게 잘 아느냐고? 내가 이래 뵈도 비상계단의 스페셜리스트야 예전에 회사 다닐 적에 이런 건물에 사무실 입주해 있었거든. 그때 경리일 보던 아가씨랑 사내 연애를 했는데 일과 중엔 비상계단이 데이트 장소였지. 처음에야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 자꾸 시간을 보내다 보니까 냄새가 신경 쓰이더라고. 그래서 청소 하는 아줌마랑 비상계단 냄새와 해결책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눈 적도 있었고 말이야. 좋은 시절이었지. 이렇게 어둡고 침침하고 습한 곳에서도 아무런 걱정 없이 노닥거릴 수 있었으니까. 한 번은 야근하다 말고 비상계단에서 장난치다가 짝짜꿍이 맞아가지고 거기서 바로 빤스 내리고 말이야. 알지? 혹시나 누가 올라오진 않을까 잔뜩 경계하면서 떡을 치는데 스릴이 이만저만이 아니더라고. 그러고 보면 고 가시내도 보통이 아니었어. 아무리 내가 하잔다고 졸라도 그렇지 거기서 그럴 생각을 하다니 말이야. 잘 살고 있으려나. 어디서 동태 눈깔하고선 사람 잡아 먹으려 서성대고 있는 건 아닌지 몰라. 미안 내가 너무 혼자 떠들었지. 이해 좀 해줘. 긴장하면 말이 많아지는 스타일이라. 뭐라고, 하하 그런가? 계속 나만 말한 것 같기도 하네. 계속 긴장이 되었나 보지 뭐. 그나저나 이제 몇 층이지? 18층. 하이고 대체 몇 층까지 있는 거야. 급하게 들어온다고 제대로 확인도 못했는데 꽤 높은가 보네. 휴우. 잠깐, 이 냄새. 그쪽도 냄새나지. 곰팡내가 아니야 이건. 뭐가 썩고 있다고. 아니야, 설마 그럴 리가. 그냥 쥐새끼겠지. 우리가 저 아래서 얼마나 떠들었는데 가만히 있었을 리가 없잖아. 그치. 손전등 좀 제대로 비춰봐. 안 보이잖아. 저기, 저거 뭐지? 저기서 뭐가 움직인 거 같았는데. 쉿, 조용히. 조또... 설마 아니겠지. 아닐 거야, 그치. 합! 아이 씨 뭐야. 왜 여기에 마네킨 같은 게 있는 건데. 사람 간 떨어지는 줄.... 으악! 저거 뭐야, 문 뒤에. 피해! 피하라고. 이 개새끼!

이봐, 괜찮아? 괜찮으냐고, 내 말 안 들려? 그래 괜찮냐고 물었어. 다행이네. 이야 니미럴, 진짜 뒈지는 줄 알았네. 저 새끼들도 숨바꼭질을 하나 문 뒤에 숨어 있을 줄은 몰랐어. 그래도 이게 효과가 정말 있네. 봤지. 내가 반사적으로다가 찔러 넣는 거. 가슴에다 박고 밀어버리니까 더 오질 못하잖아. 그래도 우리 둘이었기에 망정이지 혼자였으면 그 상황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가 골로 갈 뻔 했어. 소화전 안에서 또 한 놈 기어 나오는 거 봤을 땐 정말 오줌 지리는 줄 알았다고. 내가 잘못 판단했어. 우리 기척을 느꼈으면 진작 쳐들어 왔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왜냐고? 나도 모르지. 무슨 좀비 전문가도 아니고 놈들 습성을 일일이 꿰고 있을 순 없잖아. 미안, 나도 너무 흥분해서 큰 소리를 내버렸네. 애초에 올라오자고 한 건 나였으니 뭐라고 말할 자격도 없는데. 어쩌면 퍼석하니 마른 것도 그렇고 비실비실 하던 것도 그렇고 움직일 힘이 없었던 게 아닐까? 이전에 겪은 놈들보다 동작이 굼뜨고 힘도 약한 거 같고. 생각해 봐, 여기 올라오는 사이에 방화문인지 뭔지 철문으로 막혀 있던 층이 있었잖아. 우리야 문고리 돌려서 열었지만 저 자식들은 매몰식 문고리를 찾아서 문을 열 지능은 없다고. 맘대로 문을 열지 못한다면 거기부터 옥상까지 비상계단은 밀실이나 다름없었어. 사람이라면 아무 층이나 문 열고 나가면 될 일이지만 말이야. 그 동안 쭉 그 안에 갇혀 있었던 걸지도 몰라. 얼마동안? 모르지, 누가 알겠어. 일주일일 수도 있고 한 달, 반 년, 아님 여기가 격리된 이후로 계속일지도 모르지. 그 사이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채 숨죽이고 있었던 거야. 겨울잠 자는 곰처럼. 죽지 않는 괴물이라지만 결국 뭐가 있어야 움직이지 않겠어. 수분, 영양, 공기 같은 거 말이야. 아무리 변했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사람 몸뚱이라고. 저 자식들도 오래 방치되면 서서히 말라붙어서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고 그랬잖아. 이것도 생각이 나질 않는다고. 지난 주 집체교육 할 때 틀어준 비디오에 나왔던 거야. 그때 졸았나? 그게 격리 구역을 설정하는 이유라고 그랬잖아. 인력을 투입해서 일제 소탕 하는 것보다는 완전 격리 시켜서 감염 경로를 막고 먹잇감을 차단해서 서서히 굶겨 죽이는 방식. 그래, 그래서 그런 거야. 놈들도 여기에 격리되어 있었던 거라고. 잠깐, 그렇다면 옥상에 아직도 숨어있는 놈들이 더 있을지 몰라. 우리가 잠이라도 들면 슬그머니 기어 나올지도 모르지. 출입문 확실히 잠갔지. 그럼 창 들라고. 여기 한 번 싹쓸이를 해야 할 거 같으니까.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 그러잖아. 확실하게 해 두어야지 대충 넘겼다가 나중에 당하고 나서 후회해 봤자 늦어버린다고. 도미노, 그래 도미노야. 지금 도미노 말이 간당간당 하는 순간이야 확실히 잡아주지 않으면 우르르 다 무너진다니까. 야, 이 새끼들아. 어디 숨었냐? 나와 봐. 나 여기 있으니까 나와서 잡아먹어 보라고! 소리 지르지 말라고? 걱정 마, 20층 옥상인데 지 놈들이 아무리 귀가 밝은 들 아래에서 제대로 들리기나 하겠어. 여기 숨은 놈들만 걱정하면 될 일이야. 이리 와, 이번엔 우리가 저 자식들 사냥 한 번 해보자고.

그쪽 들어, 그래. 셋에 던진다. 하나, 둘, 셋! 영차! 휴우, 20층이 높긴 높구먼. 한참 떨어지네. 저거 봐. 저 아래. 놈들이 모이고 있어.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나? 아니, 여기까진 못 올라올 거야. 계단도 막아 놨고. 올라오면서 방화문도 다시 닫아 두었잖아. 우리가 여기 있는지도 모를 걸. 이제 좀 쉬자고. 하도 찔러 댔더니 어깨가 뻐근하네. 어디보자 이슬이가 어디 있더라. 이리 오라고, 같이 한 잔 해. 노동 후에는 한 잔 걸쳐줘야 한다고. 뭐, 아 맞다. 핸드폰. 그래 그거부터 확인해 봐야지. 어디보자. 전원부터 켜시고. 쳇, 여전히 먹통인데. 한 바퀴 돌아보자고 다른 데선 잡힐 지도 모르니까. 제발 좀 잡혀라. 그나저나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건지. 솔직히 격리지역이라고 해도 이런 상황이 벌어질 거라곤 생각 못했거든. 간단한 임무였잖아. 지정된 장소로 가서 관측 장비 체크하고 데이터 회수하고 복귀하면 끝. 거기다가 특수부대 애들이랑 같이 움직이니까 걱정할 이유가 없었어. 처음에 그 꼬마 좀비가 나타났을 때만 해도 얼른 치우고 지나가자는 생각뿐이었다고. 나야 이번이 처음이지만 지난번 외근 나갔던 동료 얘기론 좀비 몇 마리쯤은 군인들이 깔끔하게 처리해 준다고 했거든. 헤드샷 날려서 원 샷 원 킬에 소음기까지 사용하니까 더 몰려들 일도 없고. 이번에도 그러려니 했지. 아마도 꼬마 자식이라 문제가 되었던 게 아닐까. 어른들보다 대가리가 작으니까 빗맞을 가능성이 높았던 거지. 아무리 특수 애들이라고 해도 실수할 때도 있으니까. 거기까진 이해해 그럴 수 있어. 그런데 난데없이 폭발이라니. 뭐, 수류탄? 아니야 어느 미친 작자가 꼬마 좀비 하나 잡겠다고 수류탄을 날렸겠어. 빗나간 총알이 어디 엄한데 가서 맞은 거겠지. 여긴 별에 별게 다 굴러다니니까. 휘발유 통이나 LPG 통 같은 거 아니었을까. 부탄가스라고 하기엔 폭발이 좀 컸으니까. 아님 군인 애들이 떨구고 간 불발탄이었을 수도 있고. 그게 뭐 중요한가, 확인할 방법도 없고. 그냥 뭐가 터졌다는 게 문제였지. 내가 그때 200장갑차 위에 앉아 있었거든. 안에 타고 있으려니 덥기도 하고, 멀미도 살짝 올라오려고 그랬고. 덕분에 폭압에 밀려서 아래로 떨어졌어. 그게 오히려 전화위복이었지. 좀비들이 떼거지로 몰려오고 총격전이 벌어지기에 아예 장갑차 아래로 기어 들어갔거든. 처음에야 다들 원형진으로 둘러서선 적절히 응사하는 거 같더라고. 반자동으로 탁탁 끊어 쏘는데 조준사격 하는 게 티가 났으니까. 나중에야 난사를 해대더군. 간간이 수류탄도 터지고 그 와중에 어떤 놈이 잘못 쐈는지, 아니면 물어뜯기면서 오발한 건지는 몰라도 장갑차 아래로 총알이 날아들데, 위성전화도 그때 박살이 난 거 같아. 이대로 있다간 송장들 기어들어오기 전에 총에 맞아 죽겠다 싶어서 밖으로 나왔는데 곽 하사가 있더라고. 솔직히 곽 하사 그때까진 여자라서 별로 미덥지 않았는데 확실히 군인은 군인이더라 그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나보고 괜찮으냐고 물어보고는 퇴로를 지정해 주더라고. 그래서 헐레벌떡 뛰어갔더니 거기서 너를 만난 거 아냐. 둘러보니까 병력 절반은 당한 거 같더라. 장갑차 옆에 사병 하나가 좀비들 밑에 깔려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어. 조금 전까지 내가 숨어있던 옆에서 말이야. 팔 한쪽이 떨어져나가고 배가 찢어져서 내장이 튀어나왔는데도 정신은 멀쩡해 보였어. 좀비들이 자기 살점을 물어뜯고 내장을 씹어 먹는데도 계속 우릴 보면서 살려달라고 울고 있었지. 곽 하사가 머리에 총알을 박아줄 때 까지도 계속 소리를 질러댔어. 하아, 그때 생각하니까 지금도 후달리네. 정말 그렇게 죽긴 싫어. 행여 좀비들한테 잡히면 곽 하사 같은 사람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그러고 나선 이 소위던가 그 사람하고 같이 도망치기 시작했지. 곽 하사가 뒤에서 엄호하고. 몇 명이던가 더 따라온 거 같은데 나중에 정신 차려보니 우리 넷 밖에 없었지. 응, 세 명이 더 있었나. 어떻게 그건 나보다 더 잘 기억하고 있네. 아이고 난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앞사람 궁둥짝만 보고 따라갔었어. 그러다가 그 빌어먹을 골목길로 들어갔지. 이 소위 그 인간도 병신이지. 골목으로 피할 땐 숨을 곳이나 빠져나갈 곳 정도는 확인하고 들어가는 게 군인 아닌가. 그 상황에 막다른 골목이라니. 그 자식이 새파랗게 질려선 길이 막혔다고 하는데 난 진짜 장난치는 줄 알았어. 그때 곽 하사가 자기 배낭서 클레이모어 뽑아 들더니 골목을 돌아 나갔지. 그리고 이 소위가 허겁지겁 쫓아갔고. 폭약 설치하는 동안에 엄호라도 하려고 그랬던 걸까. 역시나 병신 짓이었지. 10m도 안 되는 거리에서 놈들이 몰려드는데 각 잡고 클레이모어 설치할 시간이 어디 있겠어. 곽 하사는 애초에 죽을 생각으로 뛰어 나갔던 거야. 난 그렇게 생각해. 폭발 후에 나갔을 때 너도 봤잖아. 곽 하사 시체. 무슨 걸레짝처럼 벽에 눌어붙어 있었어. 거길 중심으로 클레이모어 탄들이 퍼져나가 있었고. 고정할 시간이 없으니까 자기 가슴에 안고 터뜨렸던 거야. 나도 군대 있을 때 클레이모어 터뜨리는 거 멀리서 본 적이 있거든. 바로 뒤쪽은 앞에 서있는 거나 다를 게 없어. 교본에도 후방 16m 거리는 확보하고 설치하라고 나와 있지. 우리도 골목에 멍하니 있다가 자빠졌던 거 기억나지. 아, 곽 하사. 예쁘장하니 괜찮았는데 그렇게 가다니. 덕분에 우리가 살아남은 거긴 하지만. 아쉬워. 역시 미인박명인가. 어, 잠깐. 잠깐만. 요기던가, 요기 요기쯤이었는데. 아싸! 당첨. 떴어. 하나 떴어. 아아, 건들지 마 건들지 마. 움직이면 또 먹통 된다. 문자는 저장해 뒀으니까 이렇게 불러내설라무네 전. 송. 걱정 마 이번엔 확실히 상리동이라고 썼으니까. 간다, 간다, 간다. 어라. 또 먹통이야. 씨발. 이러지 말자 우리. 아오, 젠장! 잡혔다고. 분명히 방금 신호가 잡혔는데. 미치겠네. 모르겠어. 전송 버튼 누를 때까진 막대가 떠 있었거든. 전송이 된 건지 어쩐지 모르겠네. 아오, 빡쳐! 

그만하고 앉아서 좀 쉬어. 벌써 세 시간 째 그러고 있다는 거 알아. 그만큼 돌아다녔는데도 소득이 없으면 안 잡히는 거야. 아까? 모르지, 핸드폰이 오작동 한 건지도. 그럴 때 있잖아. 멀쩡하게 터지는 장소에서 갑자기 먹통 되는 경우. 그 반대라고 없으란 법 있어? 몰라, 나도 모르겠다고. 여기 올라오면 뭔가 방법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이젠 모르겠어. 송신탑, 저거 말이야? 저게 송신탑인지 TV안테나인지 내가 어떻게 알아. 나 문과생이라고 경영학부. 회사에서 펜대 굴리고 장부 정리하다가 차출 된 거야. 그런 거 알 리가 없잖아. 빌어먹을. 너한테 화내는 거 아니야. 그냥, 상황이 그렇잖아. 너 걱정되니까 하는 소리야. 자기 꼴을 못 봐서 그렇지. 무슨 폐병 환자마냥 죽을상이야. 계속 하는 것도 좋은데 좀 쉬어가면서 하라는 거야. 그 사이에 충전도 좀 해놓고. 그리고 상리동이나 상이동이나 한 끝 차이니까. 처음에 보낸 문자보고 여기로 올 가능성도 아직 있어. 그때까지 버틸 수단부터 강구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란 말이야. 소리? 무슨 소리가 들린다는 거야. 아래서. 끄응. 아래에서 무슨 소리가 난다는 거야. 어, 뭐야 저거. 너 말이 맞네. 새까맣게 몰려 왔어. 대체 뭐 때문에 저러는 거야. 우리 때문인가. 여긴 20층인데. 아니야. 그건 아닌 거 같아. 건물 주변에 몰려있지 들어오는 놈은 별로 없어. 다른 이유가 있는 거 같아. 맞다. 쌍안경, 쌍안경 있었지. 그거 줘봐. 뭐지, 뭣 때문에 그렇게들 몰려 있는 거냐, 이 망할 것들아. 잠깐, 저거야. 저기 몰려있는 가운데 좀비 새끼 손에 뭐가 들려있어. 움직이지 좀 말아라, 썩을 놈들아. 저게 대체 뭐지. 우욱! 우웨액. 망할, 망할 놈들. 몰라, 뭔지 궁금하면 직접 확인해. 후우. 침착하자. 침착하자고. 안 보인다고? 잘 찾아봐. 몰려있는 가운데에 있으니까. 왜 그걸 못 찾아? 아니 됐어. 됐다고. 괜히 눈으로 확인할 필요 없겠지. 사람 시체였어. 아니 사람 몸뚱이. 발기발기 찢어서 처음엔 뭔가 싶었네. 군복 차림이었으니까 아마 우리 일행 중 하나겠지. 또 생존자가 있었나 봐. 아직 피가 흐르는 게 당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보였어. 어어, 나한테 토하지 마. 그 사람 기어이 확인했구만. 캬아. 여기 소주로 입가심이라도 해. 좋은 쪽으로 생각하라고, 적어도 우리 때문에 몰려든 건 아니었어. 저러다가 곧 흩어질 거야. 휴... 끔찍하네, 어서 여기서 나가고 싶어. 안전지역으로 가게 되면 제일 먼저 샤워부터 할 거야. 그리곤 방에 짱 박아둔 조니 워커를 따야지. 블루 라벨, 어렵게 구한 거라고. 기쁜 날 따려고 아껴 두었는데 여기서 살아 돌아가는 것 보다 기쁜 일이 어디 있겠어? 그러고 나면 씹촌으로 갈 거야. 3지구 뒤쪽 말이야. 거기가 물이 제일 좋거든. 괜찮은 애 하나 골라서 하루 지명해버리는 거지. 돈 좀 깨지겠지만 그럼 좀 어때. 이번에 깨달았어, 아득바득 사느니 그 순간 최선을 다해 즐기는 게 맞아.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데 후회를 남겨서 뭐 하냐고. 산송장들이 내 골통 빠개려 드는데 ‘아, 그때 걔하고 떡을 쳤어야 하는데.’ 후회해 봤자 늦는다고. 응? 뭐라고 그랬어. 그래 우리 일행 같아. 옷 봤잖아. 특수 애들이 입는 방탄복이야. 그치 저 놈들이 질질 끌고 다니면서 먹는 스타일은 아니니까 저기 어디쯤에서 잡혔던 거겠지. 어디서 죽은 게 뭐가 그리 중요해 결국 뒈졌다는 게 중요... 어라. 그러네. 너 말이 맞아. 위성전화. 기본 장비라서 개인지급 했으니까. 저 사람도 가지고 있었겠지. 맞아. 그래서 여기로 왔던 거야. 둘러 봐. 이 근처에선 이 건물이 제일 높잖아. 고지대를 확보하고 구조요청을 하려 했던 거야. 그럼 저 아래 어딘가 아직 전화기가 있을 지도 몰라. 야, 너 좀 천재이신 듯. 아니, 지금은 불가능하지. 저렇게 몰려 있는데 무슨 수로 찾겠어. 하지만 다 먹고 나면 다시 흩어질 거야. 그게 놈들 습성이니까. 그때까지 기다리자. 지금이 오전 10시니까. 오후 즈음엔 내려가 볼 수 있을지도 몰라. 그게 안 되면 내일 아침까지 기다려야지. 잠깐 눈이라도 붙이자고. 거의 밤을 새다시피 했잖아.

일어나, 일어나라고. 저거 봐. 놈들이 사라졌어. 몇 시냐고? 오후 네 시. 일몰까진 아직 여유가 있어. 그보다 좋은 소식이 있는데 뭔지 알아. 자 이거 받아. 저기 길 가운데 서 있는 버스 보이지? 왼편 뒷바퀴 옆을 보라고. 그래 조금 옆에. 벽돌 사이에 있는 거. 그래, 사람 손이야. 아니 그게 아니고. 거기 들린 걸 보라고. 그치, 맞는 거 같지? 입구에서 버스까지 직선거리로 기껏해야 50M 정도야. 저 거리면 한 달음에 갈 수 있을 거야. 어떻게든 내려가기만 하면 금방 회수할 수 있다고. 내려갈 준비해. 총도 챙기고. 이번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20층을 계단으로 왕복해야해. 채비 단단히 하자고.

헥, 헥, 계단 내려오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네. 아이고 숨차. 괜찮겠어? 아주 죽으려고 하네. 평소에 운동 좀 해야겠다, 우리 둘 다 말이야. 그런데 여기선 버스가 잘 안보이네. 장애물이 많아. 내가 보기엔 저기 카렌스 옆으로 돌아가는 게 제일 빠를 것 같긴 한데 말이야. 그치. 그럼 일단 버스 있는 곳 까지는 천천히 이동해도 좋으니까 가능한 조용히 움직이자고. 지금은 안 보이지만 그 놈들이 어디 숨어 있을지 모를 일이니까. 일단 위성전화 확보하고 나면 무작정 뛰는 거야. 비상계단 따라 올라가면서 문이란 문은 죄다 걸어 잠그면서 올라가는 거지. 오케이? 이거 진짜 살 떨리네. 준비됐지. 그럼 가자고. 

조심! 조심해 하마터면 돌무더기를 쓰러트릴 뻔 했잖아. 이런 게 넘어지면 소리가 엄청나다고. 거의 다 왔으니까 조심 좀 하자고. 힘든 거 알아. 나도 미칠 지경이야. 그래도 이제 저거만 챙겨오면 이 지긋지긋한 상황도 쫑이라고. 헬기타고 룰루랄라 컴백홈 하는 거야. 제길 뭐래는 거야, 조용해야 하는데 자꾸 나불거리네. 말했지, 내가 긴장하면 말이 많아진다고. 이봐 괜찮아? 안색이 안 좋은데. 알았어, 그럼 여기 있으라고 이제 코앞이니까 내가 얼른 가서 집어올게. 그 동안 망을 봐줘. 젠장, 저만 힘든가. 나도 죽고 싶을 지경이라고. 왜 이렇게 조용하냐.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하잖아. 저 자식 제대로 망은 보고 있는 거야. 됐다. 도착. 으으 미치겠네. 정말 만지기 싫은데. 어떻게 이렇게 됐지. 전화기를 쥔 채로 손이 뜯겨 나간 건가. 뭐가 이렇게 단단해. 제발 좀 펴져라. 그래도 전화기는 무사한 거 같네. 감사합니다. 하느님이던 부처님이던 알라건 간에 상관없으니 앞으로도 좀 보우하사... 으왁! 뭐야, 저 미친 자식이 갑자기 왜 총질...... 흐읍, 좀비야. 버스 안에 숨어 있었나. 전화기 때문에 전혀 모르고 있었어. 고마워, 고맙다고. 고마운 건 고마운데. 아무래도 좆된 거 같다. 씨발, 어디에 저렇게 짱박혀 있었던 거야. 야, 일어나. 뛰어! 전화기 찾았으니까 건물로 돌아가!

뛰어, 뛰라고. 죽고 싶어!

쏴, 어차피 들킨 마당에 총이던 창이던 막기만 하면 된다고. 빨리, 비상계단 쪽으로.

이 개새끼들아. 뒈져! 뒈지라고! 안되겠다. 이 문은 포기해. 다음 층 문으로!

제길. 놈들이 너무 가까워. 문을 닫을 시간이 없어.

총알이 다 떨어졌어. 쏴, 어떻게든 놈들을 늦춰야 해. 벌써 16층이야, 옥상까지 밀리면 도망갈 곳도 없어. 그 전에 막아야 한다고.

먼저 올라가. 힘든 거 아니까 젖 먹던 힘이라도 짜내! 여기서 개죽음 당하고 싶지 않으면.

수류탄 투척! 귀 막아!

됐어, 성공이야 놈들이 주춤대고 있어. 어서 이리 와, 이 문을 닫자. 같이! 어서!

하악, 하악, 씨발 진짜 잡히는 줄 알았네. 하하하. 방화문이라 오래 버티진 못하겠지만 그걸로 됐어. 전화기가 있으니까. 그 전에 구조헬기 올 거라고. 옥상문 닫아 줄래 나는 본부에 전화 걸어볼 테니까. 아싸, 이거 들려? 신호가 간다고. 아, 예. HQ 여기는 3J4, 3J4. 긴급구조 요청합니다. 여기 위치는... 네, 뭐라고요. 헬기가 와있다고? 그게 무슨, 예 그래요 연결해 주세요. 이게 뭐야, 우리 완전 헛고생 한 모양인데. 벌써 여기로 헬기가 오고 있데.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정말 상리동 갔다가 혹시나 해서 여기로 와본 건가. 아니면 아까 보낸 문자가 전송 되었었나. 씨발, 뭐가 중요해. 어쨌든 오고 있어. 우린 살았다고. 여보세요. 레스큐, 네 여기는 3J4. 현재 위치? 건물 이름은 모르겠고 상이동 2구역, 주변에서 제일 높은 건물. 요구조자 2명. 아 보인다. 보여 헬기가 보여. 신호연막을 피워서 유도하겠음. 들었지? 우린 살았어! 살았다고! 이봐 내말 안 들려 우린 이제 탈출할 수... 악, 뭐야, 이게 뭐하는 짓이야. 놔, 이거 놓으라고. 씨발 죽어!

이게 무슨 개 같은 경우야. 대체 언제부터, 그래, 그런 건가. 잘 보지도 못하고, 냄새도 못 맡고, 기억도 흐릿해지고 판단력도 떨어진다. 뻔한 증세들이었는데. 보고도 몰랐어. 바보 같긴. 진즉에 눈치 챘어야 하잖아. 이게 뭐냐고. 이런 개좆같은. 하아... 여보세요. 여기는 3J4. 레스큐, 회항하라. 못 들었어, 돌아가라고. 17시 현재 생존자 감염 확인, 요구조자 없음. 오케이? 

어디보자, 총 좀 빌릴게. 나는 탄약이 떨어졌거든.

‘탕!’

-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73 [1분 소설] 픽쳐걸 [25] liece 2012.12.19 2322
272 [그림] 자이언트 팬더를 그렸습니다 [2] [1] 침엽수 2012.11.30 2187
271 [단편] 제목 없음 [10] 비밀의 청춘 2012.11.24 1664
270 제목 test [1] DJUNA 2012.11.21 1369
269 [연주]Isaac Shepard - Gentle [1] [19] 헤일리카 2012.11.07 2381
268 [엽편] 그놈이야 [3] clancy 2012.10.14 2098
267 [2분 소설] 이 노란 리본에 약속을 [2] [2] catgotmy 2012.10.07 1489
266 [그림] 새끼 침팬지를 그렸습니다. [5] [1] 침엽수 2012.09.26 2356
265 [1분 소설] Song Curry [2] [210] catgotmy 2012.09.21 3795
264 [엽편] Dead or Undead [2] [194] clancy 2012.09.17 4104
263 [연주]A guest at table No.3 - Galetta.(toy piano song) [19] 헤일리카 2012.09.12 1795
262 [만화] 고양이를 다루는 기술 - 요술 [1] [12] 시소타기 2012.09.01 2457
261 [소설] 기억은 증오한다 [31] clancy 2012.08.30 5206
» [소설] 구조를 기다리며 [1] clancy 2012.08.26 2031
259 [1분 소설] 마리아 미스코리아(15금) [23] catgotmy 2012.08.21 3046
258 그녀를 꼬시기 위한 노랫말 4 [1] 라인하르트백작 2012.08.17 1392
257 그녀를 꼬시기 위한 노랫말 3 [1] 라인하르트백작 2012.08.16 1378
256 [소설, 19禁] 페이지터너 - 8 [14] DaishiRomance 2012.08.15 4783
255 그녀를 꼬시기 위한 노랫말 2 [1] 라인하르트백작 2012.08.15 1283
254 [만화] 고양이 로봇 (프로메테우스 바이럴 패러디) [3] [203] 시소타기 2012.08.14 495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