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19禁] 페이지터너 - 4

2012.07.15 01:19

DaishiRomance 조회 수:46328

※ 경고 : 이 소설은 19세 미만이 읽는 것을 금합니다.

 


승현의 표정은 즐거운 듯 보였다. 마치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엄마에게 이야기하는 어린 아이처럼 무용담을 털어놓았다. 현정은 미쳐 심각할 틈도 없이 승현의 해맑은 표정을 즐기며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승현의 이야기가 끝나자, 현정은 상식적으로 생각하기에 믿기 힘든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약간 화가 난 듯 언성이 높아졌지만 잠시 후 그것이 '화'가 아니라 '실망'이었음을 현정 스스로도 깨닫게 된다.


그날 밤, 승현은 술 취한 자신을 데리고 호텔로 들어왔다. 승현이 현정을 침대에 눕힐 틈도 없이 현정 스스로 옷을 벗고 침대에 누웠다. 승현은 사실 그토록 깊게 취한 여성과 섹스를 할 생각이 없었다. 승현은 섹스에 있어서 한 번의 젠틀함을 보이면 오랜 시간 그 여자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승현은 이미 현정을 만나기 전부터 그녀가 매우 교양있고 돈 많은 '부인'임을 들어왔다. 승현은 이미 그때 살짝 호기심을 가졌었다.

 


"너... 거짓말아냐?"


"에헤이... 내가 왜 누님한테 거짓말을 할까? 최실장 걸고 말하는데 거짓말 아니거든"

 


현정은 일단 승현을 믿어보기로 했다. 사실 그날 밤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그의 말을 믿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 시간에 들어가도 괜찮아?"

 


승현은 현정이 외박을 한 것에 대신 불안해 했다. 이것 역시 섹스 앞에서 할 수 있는 '한 번의 젠틀함' 중 하나다. 승현의 걱정과는 달리 현정은 외박에 대해 별로 개의치 않았다. 현정은 이미 남편이 바람피우고 있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근거 역시 적잖이 확보하고 있었다. 현정은 흔한 '좋지 못한 관계의 부부'가 다 그렇듯이 배우자 외에 불륜상대 하나 정도는 확보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또 만약 자신에게 그 '불륜상대'가 있어야 한다면, 승현이 적절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현정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그녀가 승현과 '사실상' 밤을 보내고 있던 시간, 영훈은 조교 효선과 발가벗은채 모텔 천장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섹스를 막 끝낸 불륜커플'의 흔한 풍경'을 상상하게 될테지만 효선은 영훈과 맞담배를 피우며 그들 관계의 동등함을 강조하는 듯 했다.


영훈은 자신보다 20살 어린 이 여자와의 섹스를 좋아한다. 28살, 적당한 섹스경험, 구차하게 설명할 것 없이 서로의 몸을 탐닉하며 즐기면 된다. 효선 역시 영훈과의 섹스가 갖는 의미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일과 섹스, 그 이상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차 새로 뽑았다며?"


"지루해서요"


"조교가 참 돈이 많아"


"아빠돈이죠"


"넌 참 그게 좋아"


"뭐가요?"


"나한테 뭘 요구 안 하잖아"


"섹스한다고 뭐 요구해봤자 피곤해요... 선생님, 재떨이 좀"


"어, 그래..."

 


영훈은 친구에게 재떨이를 건네듯 효선에게 재떨이를 건넨다.

 


"참, 페이지터너 말야"


"네"


"정승현인가... 그 친구로 하는게 좋겠어"


"정...누구요?"


"정승현"


"정승현... 그런 애가 있었나?"


"이력서에 있던데?"


"그래요? 있다가 사무실가서 보고 연락할게요"


"그래"


"근데 맨날 이렇게 들어가도 사모님께서 걱정 안 하세요?"


"또 친구들하고 놀러 나갔겠지"


"친구요?"


"꼭 나쁜 친구 사귀는 범생이 중학생 같아. 어딜 그렇게 밤마다..."


"풉...걱정되세요?"


"다 늙어서 걱정은..."

 


영훈은 물컵에 대충 담배를 털고 죽부인 끌어안으려는 영감처럼 효선 옆에 안겨서 그녀의 가슴을 어루만진다. 효선은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영훈을 내려다보며 귀엽다는 듯 피식 웃는다.

 


"또요?"


"하고 싶네"


"훗...하필 사모님 얘기하면서 자지가 서고 그래요"


"마누라 얘기 그만하자"

 


마누라 얘기는 그만하길 원했지만 영훈은 다시 한 번 '마누라'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며 효선의 다리를 벌리고 그 위로 올라탄다. 효선은 담배를 어금니에 꽉 깨문채 양 손으로 영훈의 엉덩이를 세게 움켜쥔다. 양 다리는 'O'자 모양으로 오므린채 양 발 뒤꿈치로 영훈의 엉덩이를 세게 누르며 허리를 좀 더 자신 쪽으로 끌어당긴다.

 


"담배는 좀 끄지?"


"아직 장초에요"


"지루해서 차도 바꾸는 여자가 담배는 참 아껴"


"난 담배피면서 하는 섹스가 좋... 아..."

 


효선이 마지막 대답을 미쳐 할 새도 없이 영훈의 허리는 부드럽지만 느리고 강한 움직임으로 효선의 깊은 곳까지 밀어붙이기 시작한다. 효선은 이전의 섹스는 금새 잊은 듯 깊은 신음으로 영훈의 움직임에 보답했다.

 

 


해가 막 떠오를 즈음, 예슬이 집에 돌아왔다. 집에 엄마와 아빠가 없었지만 예슬은 크게 당황하거나 실망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 은정의 집에서 자겠다며 나섰지만 예슬은 은정과 아침까지 술만 마시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방에 대충 가방을 집어던지고 침대에 큰 대자로 드러누워 잠깐 생각에 잠긴다.

 


"오빠랑 잘 걸 그랬나?"

 


예슬은 생전 해 본 적 없는 생각이 입밖으로 나왔다는 사실에 놀라는 듯 했다. 물론 집에는 혼자 있었고 아무도 그녀의 이야기를 듣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 번도 남자를 품어 본 적이 없고 한성과는 특히 자 본 적이 없는 예슬은 왜 순간 그런 생각을 했는지 궁금했다. 그러다 이내 진정하고 다시 천장을 바라보며 멍하게 생각에 잠긴다.


쌍꺼풀 없는 큰 눈, 오똑한 코, 자작나무처럼 가늘고 긴 팔과 다리... 예슬은 다시 한 번 화들짝 놀라며 침대에서 일어난다. 아주 잠깐 섹스를 생각하며 아랫도리가 뜨거워짐을 느꼈지만 그 순간 떠오른 얼굴이 한성이 아닌 스치고 지나간 그 남자였다는 것에 놀랐다.


예슬이 그 남자와 스치고 지나간 시간은 남녀가 첫 눈에 반하는 유치한 설정이 적용되기에도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되새겨보면 첫 눈에 반해 '사랑'을 느끼기엔 짧은 시간이었지만 첫 눈에 반해 '섹스'를 느끼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마치 스키니한 핫팬츠와 배와 옆구리가 드러난 얇은 셔츠를 입은 아이돌 걸그룹 멤버가 섹시한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혈기 왕성한 젊은 남자가 느낄 수 있는 것, 예슬은 그런 것을 느끼고 있었다.


생각이 깊어질수록 예슬은 서서히 오른손을 아랫도리로 가져가기 시작했다. 하프를 연주하는 손가락처럼 부드럽지만 강하게 힘을 준 예슬의 가운데 손가락은 팬티 위로 부드럽게 흐르며 스스로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손은 브래지어 위로 부드럽게 흐르며 가슴을 압박했다. 그러다 손가락은 컵을 젖히고 발레리나의 발짓처럼 부드럽고 강한 힘으로 젖꼭지를 자극했다. 잠시 후, 하프가 소리를 내듯 예슬은 옅은 신음소리를 내며 스스로의 연주에 답했다. 그 순간에도 예슬의 머리 속에는 한 남자의 모습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며칠 뒤, 영훈은 학교 연구실에서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중 3번 '라 캄파넬라'를 틀어놓은채 악보를 보고 있었다. 아름답지만 어딘가 불안한 앞날을 암시하는 듯한 선율. 촛불 앞에서 춤추는 나방, 그리고 그것을 멀리서 바라보니 꽃을 향하는 나비와 별 다르지 않은 모습. 불안과 공포, 비극은 조금 멀리서 바라보면 아름다운 수채화와 다를 바 없다. 그리고 잠시 후 나비인지 나방인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촛불로 들어왔다.

 


"선생님, 페이지터너 왔습니다"


"들어오라고 해요"

 


문이 열리고. 붉은 색과 흰색, 푸른 색이 현란하게 엉킨 체크무늬 셔츠와 심해의 색처럼 짙은 청바지를 입은 승현이 들어왔다. 팔꿈치까지 걷어올린 셔츠 아래로 보이는 승현의 팔은 하얀 피부를 가진 여자의 젖가슴처럼 푸른 핏줄이 옅게 보였고 흰 피부와 대비되며 '엘비라 마디간'의 소녀처럼 청순한 성욕을 불러 일으켰다. 천박해 보이지 않을 만큼만 달라붙은 청바지는 가늘지만 강한 허벅지를 유난히 부각시키며 아이러니한 남성성을 강조했다. 짙은 갈색을 띈 승현의 머리는 아래로 곧게 뻗어 있었지만 그의 육체만큼이나 가녀리고 부드러워 보였다.


승현이 들어오는 순간, 영훈의 다리 사이의 그것은 영훈 자신도 의식하지 못할 만큼 미세하게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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