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텔레포트머신 만들기.

2012.03.25 00:05

듀프 조회 수:1844

천재 과학자였던 그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사람들은 '이동'을 하는데 쓸데없는 에너지를 소모해야 할까? 미국과 한국에 연달아 강연이 잡혀 있던 터라 그가 있던 유럽에서 미국으로 갔다가 다시 한국행 비행기를 타면서 다시 한번 투덜거렸다. 거기에 쓸데없는 테러로 인해 양국의 보안 레벨은 더이상 오를수 없을 만큼 오른 상태. 그의 짜증도 오를수없는 수준에 까지 다다르고야 말았다. 그는 연구소로 돌아가면 텔레포트에 대한 이론은 다시 정립해야 겠다고 다짐하였다. 순회 강연을 마치고 연구소로 돌아왔을 때, 그는 그를 반겨주는 순돌이에게 인사를 하는 채 만 채하고, 연구실로 들어가서 연구를 시작하였다.

 

일반적으로 텔레포트는 자기의 신체를 현재 위치가 아닌 자기가 원하는 위치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자신의 모습 그대로에 대한 정보를 읽어내고, 그대로 전송하여 원하는 위치에 복원 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다가 문득 의문이 들었다. 정보로 환원된 자신이 과연 자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럼 원본은? 텔레포트에 대한 캐캐묵은 딜레마에 빠진 그는 한동안 그 늪에서 헤어나올 줄을 몰랐다. 정보로 환원하고 복원 시키는 과정이 그리 힘 든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지금 그가 생각하는 이론대로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다만, 문제는 그 이후이다. 그렇게 복원시키고 나면 대체 원본과 전송본의 차이는 무엇으로 구분을 할 수 있느냐는거지.

 

우선 일부터 하고, 고민은 나중에 하자는 신념에 따라 그는 차근차근 텔레포트에 대한 이론을 정립해 나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험용 텔레포트 머신을 만들어 낼 수가 있었다. 다행스러운 점은 원본을 정보로 환원시켜나가는 과정에서 원본은 형채도 알수없이 분해가 되기에 결국에는 전송본만 남는 다는 점이었다. 그는 고민을 할 여지가 한가지 줄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하지만 찝찝함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대체 나란 존재는 겨우 디스크 한장에 담기는 정보에 불과하다는 것인가? 보험을 틀 필요는 대체 왜 있는데? 매일매일 백업 시켜놓으면 되지.

 

이런 고민을 하는 와중에 냄새를 맡은 다국적 기업의 개들이 그에게 일종의 협상을 제안하였지만, 그는 친히 그 과정을 인터넷에 공개하며 그들을 병신이라고 공식 선언함으로써 일말의 의혹조차 남기지 않는 행적을 보였다. 생각해보시길. 텔레포트가 말이 되? 하지만 그의 실험실에는 텔레포트 머신이 이미 완성이 된 상태였다. 물체, 생물, 인간 모든 시험이 끝났고, 이제 상용화만 남은 상태였다. 그는 생애에서 네번째로 오랜 시간동안 고민을 하였다. 그리고 결정했다.

 

벌써 사십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그는 이제 80이 다되갔지만, 그의 모습은 쉰살때와 달라진 것이 없었다. 마치 시간을 멈춰버린 양 그의 얼굴에서는 주름살 하나 달라진 것이 없어보였다.

요즘에는 시간이 멈춰버린 사람들이 유행인 모양이었다. 다만 그것이 세계의 각국에서 권력과 재력을 움켜진 이들사이에서만 유행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는 사십년 전 그날 텔레포트머신을 파기하기로 결정하였다. 현대의 기술로 단 하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정보의 전송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한두번의 전송이라면 괜찮겠지만, 수십번 수백번의 전송을 하다보면 오차가 쌓이고쌓여 결국 파멸할게 뻔하기 때문이다.

수십번이아니더라도, 한두번이라도 확률은 엄연히 존재하는 법이기에 그런 확률의 모험의 목숨을 맡길 수는 없었다.

그런 그의 생각이 바뀐것은 거의 70번째 생일날 찾아온 암 선고였다. 암중에서도 지독하다는 췌장암이였고, 전이가 심해 현대 기술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없다는 말에, 그는 절망 하였다. 그리고 시간을 되돌리는 타임머신이라도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하였다. 시간을 빨리 돌려 미래로 가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였다. 그러던중 30년 전에 개발한 텔레포트 머신이 떠올랐다. 정확히 말하면 텔레포트머신에 저장되어있는 자신의 정보가 떠올랐다. 그는 5년간의 혼신을 다한 연구 끝에, 전송후 복원시 기억데이터만을 남기고 신체 데이터를 대체하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그리고 스스로 첫번째 실험자가 되었다. 그에게는 더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에...

 

그 결과가 현재이다. 5년동안의 혼신을 다한 연구는 생각보다 많은 빈틈을 만들었고, 생각보다 많은 파리들이 냄새를 맡고 달려들었다.

그는 적당한 당근과 적당한 채찍을 거쳐 파리들을 어르고 달랬다. 몇몇은 제거하였고, 몇몇은 반신불구로 만들었다. 그래도 그럭저럭 원하는 그림이 만들어져서 결과에 큰 불만은 가지지 않기로 하였다.

 

그는 한동안은 이렇게 살아 갈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텔레포트 머신이 전송중 고장나거나, 아니면 사고로 자신의 신체 데이터에 문제가 생길 때가 자신의 마지막일 것이 될 것이다. 부디 신이 나를 도우기를. 그는 그렇게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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