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6-6

2011.06.09 00:05

볼리바르 조회 수:1715

6월의 심야지만 세시간 넘게 비춘 조명에 눈이 따갑다.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땀이 입술에 닿아 찝질한 맛이 난다. 교체되어 들어온 까닭에 유니폼은 멀끔하지만, 깨끗한 채로 덕아웃에 돌아가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다.

 

성호 대신 들어가. 뛰는것만 생각 해.

 

팀이 한점 뒤지고 있다. 주자가 줄줄이 나가고도 홈으로 들어오지 못하길 몇 번. 넉점이나 도망간 상대를 바로 앞 공격에서 동점으로 따라잡았다. 하지만 그 회에 상대는 한 점 더 달아난다. 엘지는 강하다.

 

6-5.

 

엘지의 신인 투수가 씩씩하게 던지고 있다. 기세 좋은 신인은 겁도 없다. 상대에게 목덜미까지 잡혔다가 형들이 벌어준 천금같은 한 점을 지키려고 던지는 신인. 그 신인이 던지는 공에 성호 형의 방망이가 돌아간다. -! 안타, 선두 타자 1, 아웃 없이 9회 초 선두타자 출루.

 

성호 대신 들어가. 뛰는것만 생각 해.

 

알겠습니다. 고개를 주억거리고 1루로, 성호 형이 씩 웃는다. 뛰자, 2루로 가야 한다.

 

투수 와인드 업,

관중의 함성이 터진다.

 

잠실은 넓다.

중견수가 잡는다.

 

달린다.

2루수 포구,

내 발도 들어간다.

세이프.

 

관중의 함성이 더 크게 터진다.

 

김경언.

아웃.

 

투아웃.

6-5.

 

, , 세 번째 공이 포수 가랑이 사이로 굴러간다.

 

뛰어서 3.

 

 

스트라이크 두 개가 연달아서 들어온다.

 

파울.

 

헛스윙 한번, 범타 하나로 경기가 끝날까. 끝나겠지.

? 입 밖으로 말이 나올뻔 했다.

 

달려.

 

달리겠습니다.

 

달렸다.

 

 

6-6!

 

아웃 콜.

 

감독이, 코치가 달려나온다.


오늘은 잠을 못 자겠다.



-.


야왕은 한 시합을 잃고 천심을 얻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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