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12 19:06
보풀, 보푸라기란 말이 있다. 그리고 그 단어와 비슷하게,
옷 소매나 이음매 부분에서 미처 다듬어지지 않은 실쪼가리가
삐져나와 있을 때가 있다. 그 실쪼가리를 손가락으로 돌돌
말아서 쑥 뽑아내어 처리할 수 있다면 괜찮은 편이다. 어중
간한 길이라면 그것조차 안되기 때문에 뭔가로 잘라내거나 라
이터로 태워내야하지만, 대개는 그런 수고를 들이는 게 귀찮
아 그대로 놔둔 채로 다니게 된다. 그러나 그대로 놔둔
다면 그 실쪼가리는 결코 쉽게 없어지지 않고 간혹 삐져나와
신경을 거슬리게 하거나 몸을 간지럽히기 마련이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옷이 헌 옷이 되어 버릴 때가 됐을 때. 문득 그런 실쪽가
리가 눈에 들어와 손가락을 내뻗어 그것을 뽑아내려 한다면
이미 헐거워진 실은 너무도 쉽게 쏙 빠져나온다. 그동안의
거슬림으로 귀찮아하던 자신이 참 바보처럼 느껴질 만큼.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실쪼가리는 대개 후, 불거나 손가락에서 떼어내버리게
마련이고 방청소를 하게 될 때면 머리카락과 먼지 뭉치에 묻
혀 나오게 된다. 그리고 그때서야 실쪼가리는 그 방구석의
뭉치들과 함께 비로소 쓰레기통에 안착할 수 있게 된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도서관에선, 무슨 이유가 있든말든, 말은 해주지 말았으
면 좋겠다니까요."
그렇게 도서관에서 소곤이며, 불평하던 당신의 첫 모습이
떠오른다. 그 도서관, 어느 책상 앞에 앉은 채로, 나는 그
실쪼가리 당신을 떠올리고 있다. 알고 있을까. 당신이 멍청
이란 것. 당신도, 당신의 친구들조차 몰랐던 것이겠지만,
나만은 알 수 있었다. 뱉어내는 말들은 일견 그럴싸했지만,
그 말들은 언제나 그 실쪼가리처럼 하릴없이 스쳐지나곤 했다.
누군가 표시해둔 책갈피 끈을 봤을 때, 나는 그런 당신을
문득 떠올렸다. 기억의 책장에서 그리 하듯.
책갈피 끈을 책 바깥으로 밀어내고, 나는 책을 읽기 시작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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