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Paul Stewart 출연: Sarah Marshall, Robert Sampson, Charles Aidman

리처드 매서슨의 단편을 각색한 [리틀 걸 로스트]의 도입부는 오싹합니다. 평범한 집안의 평범한 아빠가 딸이 밤에 깨어나 우는 걸 듣고 일어나 침실로 갑니다. 하지만 침실은 텅 비어 있고 겁에 질린 딸의 울음소리는 집 안 허공에서 울려요.

아빠인 크리스는 이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물리학자인 친구 빌을 부릅니다. 어떻게 크리스가 이 일에 물리학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하긴 이럴 때 잠옷차림으로 찾아와 줄 수 있는 물리학자 친구가 있다는 것 자체가 괴상한 일인지도 모르죠.

어떻게 된 일일까요? 고전적인 SF 아이디어입니다. 아이는 그만 침실 벽에 생긴 차원의 문으로 쓸려갔던 거예요. 빌은 이에 대해 여러 그럴싸한 이론을 제시합니다. 물론 요새 시청자들에게는 그리 잘 먹히는 소리가 아닙니다. 당시에도 말은 안 됐어요. 그래도 당시 시청자들은 요새 사람들보다 관대했습니다. 그리고 이 에피소드에서 과학은 별로 안 중요해요. 중요한 건 신비스러운 상황 속에서 딸을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부모의 공포와 노력인 겁니다. 동화 속의 요정과 도깨비가 5,60년대 SF의 언어를 입고 딸을 납치해간 거죠.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딸을 찾는 부모의 처절한 노력을 그리게 되는데, 아마, 여러분은 이 에피소드의 분위기가 익숙할 겁니다. 바로 스티븐 스필버그가 [폴터가이스트]의 각본을 쓰면서 이 아이디어를 그대로 차용했지요. 이해가 됩니다. 이 에피소드의 특수효과는 심심하기 그지 없거든요. 다른 차원의 세계는 그냥 드라이아이스를 뿌린 어두운 방을 오목 거울이나 볼록 거울에 반사시킨 것에 불과합니다. 보면서 업그레이드하고 싶었을 거예요. 텔레비전 매체의 극저예산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조금 더 상상력을 발휘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특수효과보다 더 이 에피소드를 확실하게 살리는 것은 버나드 허먼의 음악입니다. 단순하게 반복되는 음악이지만 으스스하며 강렬하죠. 30분짜리 텔레비전 에피소드가 허먼의 오리지널 음악을 썼다니, 당시 텔레비전 시리즈는 참 호사스러웠군요.

이 에피소드의 가장 약한 부분은 사라진 어린 소녀의 목소리입니다. 어린 소녀 목소리 역에 진짜 아역배우를 쓰는 대신 어린애 목소리를 흉내내는 성인 연기자를 기용했어요. 그 편이 연기 지도에 편했겠지만 그래도 효과는 처절하게 떨어집니다. (09/11/23)

기타등등

에피소드가 끝나면 로드 설링이 불붙은 담배를 떡 들고 나와 다음 편 예고편을 합니다. 그게 다 끝나면 그가 들고 있던 체스터필드 담배의 광고를 하죠. 정말 옛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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