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두기 비디오 (2003)

2010.03.20 19:21

DJUNA 조회 수:3074

감독: 윤준형 출연: 조연호, 양아람

목두기[―뚜―][명사]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귀신의 이름.

[목두기 비디오]는 우연히 여관방 몰카에 찍힌 정체불명의 뿌연 영상에서 출발합니다. 이 영상이 유령이라고 믿고 그 정체를 밝히기 위해 여관을 찾은 다큐멘터리 팀은 여관 주인이 부산 폐가를 물려받은 적 있으며 그 폐가에서 20년 전에 한 고등학생이 어머니와 동생을 죽이고 자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유령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사건을 재검토하던 다큐멘터리 팀은 진상이 다른 곳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요.

"[블레어 위치]의 아류잖아"라고 간단히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꼭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요? [블레어 위치]가 공포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결합을 처음 시도한 것도 아니잖아요. 게다가 [목두기 비디오]는 지금까지 나온 [블레어 위치] 패러디들과는 달리 진지하게 자기 방향을 찾고 있습니다. 가짜 다큐멘터리라는 공통점만 빼면 [목두기 비디오]는 [블레어 위치]와 전혀 다른 영화입니다. 기원부터 다르니까요. [블레어 위치]가 레너드 니모이가 해설을 맡았던 [In Search of...] 시리즈의 영향을 받았다면 [목두기 비디오]는 [그것이 알고 싶다]나 그와 비슷한 방식으로 초자연현상을 다룬 국내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흉내내고 있지요. 보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뿌리가 처음부터 존재하고 있었던 겁니다.

영화 전체가 숲에서 발견된 필름과 테이프로만 구성된 [블레어 위치]와는 달리 [목두기 비디오]는 아주 짧고 모호한 몰카 동영상 파일을 초반에 던져놓고 그 이미지를 분석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둘 다 보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방향은 다르죠. [블레어 위치]를 보는 관객들은 보이지 않는 것들에 겁에 질린 캐릭터들에 동화됩니다. 하지만 [목두기 비디오]의 시청자들은 영화가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동안 몰래 훔쳐본 흐릿한 유령의 얼굴에 서서히 지배됩니다.

이 유령을 다루기 위해 만든 이야기가 과연 영화의 의도와 얼마나 어울렸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영화가 다루는 살인사건은 그 자체만 따진다면 무리 없는 퍼즐 미스터리입니다. 주인공 원혼의 존재 이유를 제공할만큼 충분한 비극적인 정서도 갖추고 있고요. 하지만 이 이야기엔 세 가지 꽤 심각한 단점이 있습니다. 첫째, 미스터리가 너무 쉽습니다. 유령이 왜 부산의 폐가가 아닌 서울의 여관에 나타났는지만 생각해도 모든 게 풀리지요. 둘째, 이 영화의 복잡한 멜로드라마는 윌키 콜린즈의 소설엔 어울릴지 몰라도 진짜 다큐멘터리인 척하는 영화의 소재가 되기엔 조금 작위적입니다. 세째, 끝에 가서 너무 완벽하게 진상이 해결되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요구하는 모호한 분위기가 많이 죽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의 불길한 호러의 맛은 예상외로 강합니다. 아무리 이것이 가짜 다큐멘터리라는 것을 알아도 말이에요. 아마 이 작품이 가장 관음적인 느낌이 강한 매체인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사람들을 엿보는 유령을 겹겹의 매체들을 통해 우리가 다시 엿본다는 다중의 관음적 설정 속에서 이 인공적인 멀티미디어 파일 조각이 서서히 귀기를 갖추어 가는 과정은 재미있기도 하지만 섬뜩하기도 합니다.

단점들을 지적하기는 쉽지만 [목두기 비디오]는 여전히 괜찮은 시도입니다. 전 잠재적인 인터넷 시리즈의 파일럿으로도 잘 먹힐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누가 알겠어요? 일이 제대로 풀리면 조PD와 양AD가 한국판 멀더와 스컬리가 되어 또다른 목두기들의 원한을 풀어주러 돌아다닐지요. (0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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