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스폰지밥 SpongeBob SquarePants (1999- )

2010.03.20 18:44

DJUNA 조회 수:6028

출연: Tom Kenny, Rodger Bumpass, Bill Fagerbakke, Carolyn Lawrence, Clancy Brown, Mr. Lawrence, Lori Alan, Mary Jo Catlett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이민 온 왈러비와 그의 친구들에 대한 텔레비전 시리즈 [로코와 그의 친구들 Rocko's Modern Life]의 작가 겸 프로듀서였던 스티븐 힐렌버그는 원래 해양생물학자였습니다. [로코와 그의 친구들]이 종영된 후, 그가 그의 전공을 살려 바다 동물들에 대한 시리즈를 만들고 싶어했던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요.

제가 해양 생태계에 대한 그의 전문 지식에 대해 먼저 언급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그의 최고 히트작인 [보글보글 스폰지밥(EBS 제목은 [네모네모 스폰지송])])에 나오는 말도 안되는 생태계 묘사와 작가의 전문 지식을 연결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를 더 진행하기 전에 이점만은 분명히 하죠. 힐렌버그가 그리는 엉터리 세계는 무지와 무심함의 결과가 아니라 다루는 대상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전문가가 공들여 창조한 의도적인 넌센스라는 걸요.

[보글보글 스폰지밥]의 무대는 비키니 환초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비키니 바텀 Bikini Bottom이라는 작은 도시입니다. 우리의 주인공 스폰지밥(스폰지송)은 유진 H. 크랩스(집게사장/게걸사장)라는 탐욕스러운 게가 경영하는 The Krusty Krab(집게리아/게걸네 버거 천국호)이라는 패스트푸드 식당의 요리사로 일하는 노란 스폰지입니다. 스폰지밥은 2층짜리 파인애플 안에서 살고 꼭 고양이처럼 행동하는 달팽이인 게리(핑핑이/달퐁이)를 키우고 잠수복을 입은 텍사스 다람쥐인 샌디 칙스(다람이/파다), 머리나쁜 불가사리인 패트릭 스타(뚱이/별가)과 친구 사이이며 불평쟁이 오징어 스퀴드워드 텐타클즈(징징이/깐깐징어)와 이웃입니다. 아, 이름 쓰기가 정말 힘들군요. 맨 처음에 쓴 건 오리지널 이름이고 괄호 안에 첫번째로 쓴 건 JEI 스스로방송 것이며 마지막은 EBS 것입니다.

[보글보글 스폰지밥]의 스토리는 힐렌버그의 전에 참여했던 [로코와 그의 친구들]과 기본적으로 같습니다. 무대를 바다밑으로 옮기고 주인공들을 해양 동물로 바꾸었을 뿐 비키니 바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현대 미국 사회의 우스꽝스러운 변형입니다. 단지 왈러비나 거북이, 개구리와 같은 동물들과 그린 카드나 홈 쇼핑 채널과 같은 미국 현대 사회의 사실적인 요소들을 결합하며 그 대조를 즐겼던 [로코와 그의 친구들]과는 달리 [보글보글 스폰지밥]은 '원형'인 미국사회의 단면을 그렇게까지 사실적으로 다루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패스트푸드점과 운전면허학원 같은 무대가 등장하지만 이들은 모두 어린이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극단적으로 단순화되어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그 단순화의 방식입니다.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를 다루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지요. 현대 미국 애니메이션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그 아이러니입니다. [파워 퍼프 걸]이나 [덱스터의 실험실]과 같은 시리즈들을 보세요. 이들은 모두 극도로 단순한 줄거리와 스타일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이 모든 건 영리한 어른들이 만들어내는 복잡한 문화적 인용과 농담, 아이러니의 결합입니다.

하지만 [보글보글 스폰지밥]의 이야기는 조금 다릅니다. 네, 이 시리즈 역시 그렇게 직설적이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현대 미국 문화에 대한 풍자도 섞여있고 [배트맨] 시리즈에서부터 그리스 신화에 이르는 다양한 문화적 인용이 들어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보글보글 스폰지밥]이 겉으로 내세우는 소박한 교훈을 농담으로만 삼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게 또 솔직하기만 한 교훈인 것도 아니고요.

대표적인 예가 스폰지밥의 직장인 패스트푸드점을 다루는 방식입니다. The Krusty Krab의 사장인 유진 H. 크랩스는 탐욕스러운 자본가이고 스폰지밥은 제대로 된 월급도 받지 못하고 부림을 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게살 버거 Krabby Patty Burger는 건강에 유해하기 짝이 없는 미국 패스트푸드의 전형이고요.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 스폰지밥은 행복하기만 합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것도 즐겁고 게살 버거를 만드는 것도 즐거우며 (심지어 스폰지밥은 게살 버거를 만들기 위해 한동안 사장에게 돈까지 주었답니다!)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하늘을 찌릅니다.

이건 풍자의 방식일까요? 물론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 전도된 세계에서 미국 자본주의 사회의 무시무시함과 비인간성에 대한 거울상을 발견하고 스폰지밥의 행복에서 현실의 고통을 읽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은 스폰지밥이 아니라 투덜쟁이 직장 동료이며 이웃인 스퀴드워드 텐타클즈입니다.

그러나 이 시리즈를 이런 식의 풍자와 비판으로만 접근하는 건 옳은 일이 아닙니다. 그건 힐렌버그의 의도도 아니고 이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제대로 감상하는 방법도 아닙니다. 노동의 행복, 일상의 작은 것에서 기쁨을 찾아내는 능력, 우정의 중요성, 친절함의 가치와 같은 것들은 이 시리즈에서 여전히 중요합니다. 이러한 믿음이 매정한 현실 세계와 그 현실 세계를 변형시킨 비키니 바텀이라는 환상적인 공간을 통과하는 동안 부조리하고 종종 파괴적인 유머를 창출해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주제에 대해 시리즈는 진지합니다. 적어도 여러분은 스폰지밥이 그런 소박한 믿음에서 '깨어나길' 바라진 않을 겁니다.

이런 접근법은 시리즈의 유머와도 연결됩니다. [보글보글 스폰지밥]의 코미디는 순박하고 단순하지만 그와 동시에 난폭하고 부조리합니다.

우선 첫번째 성격부터 언급하겠습니다. [파워 퍼프 걸]이나 [덱스터의 실험실]과는 달리 [보글보글 스폰지밥]은 인용과 패러디에 그렇게까지 힘을 주지는 않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수퍼 영웅들이 등장하는 미국 만화책에 익숙치 않다면 [덱스터의 실험실]의 유머를 많이 놓치게 될 겁니다. 하지만 [보글보글 스폰지밥]을 보면서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시리즈에서 사전 지식은 큰 비중을 차지 않습니다. [보글보글 스폰지밥]의 유머가 집중적으로 비트는 것은 도서관의 지식이 아니라 우리의 살고 있는 세계의 일상적인 상식입니다.

무대가 되는 비키니 바텀 자체가 우리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입니다. 이곳은 물 속이지만 물고기를 포함한 시민들은 모두 걸어다닙니다. 아무도 헤엄을 치지 못하는지 조금이라도 높은 곳에 올라가면 다들 떨어질까봐 질겁을 하지요. 게다가 물 속인데도 불구하고 또 그 밑에 물이 존재하는 것 같단 말이에요. 결정적으로 네모로 자른 주방용 스폰지인 스폰지밥이 바다 밑에서 뭘하고 있단 말입니까?

이런 부조리함이 말썽꾸러기 작은 소년과 같은 스폰지밥의 모험담과 결합하면 코미디는 [보글보글 스폰지밥] 특유의 향취를 풍기게 됩니다. 스폰지밥의 시점에서 그의 모험담은 단순합니다. 뭔가 좋은 일을 하면 상을 받고 잘못된 일을 하거나 실수를 저지르면 벌을 받거나 끝에 가서 새로운 교훈을 얻지요. 스폰지밥은 대부분의 시간을 이 단순한 법칙을 따르며 행복하게 지냅니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단순하고 행복한 스폰지밥의 세계를 공유하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에겐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리지 않습니다. 특히 스폰지밥의 운전면허학원 강사인 포피 퍼프 부인(퐁퐁부인/빵빵부인)과 이웃인 스퀴드워드는 대표적인 피해자들이지요. 포피 퍼프 부인은 스폰지밥을 우리가 알고 있는 기준과 상식에 맞추는 게 직업이자 임무인 교사입니다. 당연히 스폰지밥을 뒤에서 남몰래 밀어주는 자연 법칙의 공격을 받게 되지요. 스퀴드워드는 이 시리즈에 나오는 캐릭터들 중 가장 지식인에 가까운 캐릭터이며 예술가인 척하는 스노브입니다. 허세와 규격화된 현실 인식은 이 세계에서는 모두 위험합니다. 스폰지밥의 세계는 표리가 거의 완벽하게 동일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위장된 구석이 있으면 쉽게 파괴되거든요.

[보글보글 스폰지밥]의 코미디는 순진한 이상과 구멍투성이의 상식이, 컬러풀한 환상과 지루한 현실이 맞붙어 싸우는 링입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이 코미디를 보고 웃는 건 서글픈 일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스폰지밥의 이야기를 넌센스로 받아들이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 그 소박한 진실이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에서는 제대로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니까요. (03/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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