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티 메임 Auntie Mame: An Irreverent Escapade (1955)

2010.03.17 09:32

DJUNA 조회 수:2003

Patrick Dennis (글)

지금은 어느 정도 명성이 식었고, 남아있는 명성 자체도 로잘린드 러셀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에게 반쯤 빼앗긴 상태지만, 패트릭 데니스 (에드워드 에버렛 태너 3세)의 소설 [앤티 메임]은 1955년 출판되었을 때 굉장한 베스트셀러였습니다. 이후에 나온 로잘린드 러셀 주연의 연극과 영화, 안젤라 랜즈버리 주연의 뮤지컬, 그에 바탕을 둔 루실 볼 주연의 뮤지컬 영화 그리고 지금 계획 중이라는 텔레비전 영화는 모두 소설의 엄청난 성공을 따라 나온 것들이죠.

[앤티 메임]은 화자인 패트릭 데니스가 그의 고모 메임 데니스(패트릭 데니스의 실제 고모인 마리온 태너가 모델이라고 합니다)와 관련된 모험담을 회상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에피소드 위주이기 때문에 요약은 쉽지 않군요. 그래도 대충 설정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시카고 사업가의 아들인 패트릭은 아버지가 죽자 뉴욕에 사는 고모 메임 데니스의 밑에서 자라게 되고, 메임의 괴팍한 라이프 스타일은 늘 두 사람을 온갖 황당한 소동 속으로 집어던진다는 거죠.

[인 & 아웃]의 작가 폴 러드닉은 [앤티 메임]의 서문에서 이 작품을 'America's diabolical answer to Mary Poppins'라고 했고, 카밀 라팔리아는 'the American Alice in Wonderland'라고 했는데, 둘 다 그럴싸하게 잘 맞는 말이지만, 전 폴 러드닉 쪽에 조금 더 쏠립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는 달리, [앤티 메임]에서 일어나는 모든 소동의 원인은 앤티 메임이라는 캐릭터에 있습니다. 메리 포핀스가 시치미를 떼고 마법을 부리는 유모라면, 앤티 메임은 당연하다는 듯 자신의 괴팍함을 세상에 대고 휘두르다가 소동을 일으키는 편이죠.

앤티 메임은 정말 굉장한 인물입니다. 실제 세계보다는 와이드 스크린 테크닉칼라 화면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죠. 메임은 매력적이고 스타일리쉬하고 지적이고 편견이 없고 위트 넘치며 종종 날카로운 통찰력도 발휘하는 사람이지만, 그만큼이나 상식이 부족하고 세상의 모든 일에 필요 이상으로 극적으로 반응하며 종종 한심할 정도로 닳아빠진 스노브이기도 합니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그냥 별일 없이 지나칠 사소한 상황도 메임이 개입되면 어처구니 없는 드라마/코미디가 됩니다. 혼전임신한 비서를 데리고 조카의 기숙학교가 있는 마을에 쳐들어와서는 브리지 상대와 쇼핑 대리인을 시키려고 조카를 밤마다 기숙사에서 빼돌리다 선생한테 들키자 선생까지 공범자로 만들어버리고, 조카의 대학 친구와 몰래 데이트하다가 기숙사 점검에 걸릴까봐 조카 문 앞에서 사정을 하는 이 아줌마를 어떻게 봐주어야 할까요?

다행히도 메임의 자유분방함은 종종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합니다. 역시 고정 관념에 방해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지요. 인종차별 감정으로 똘똘 뭉친 반유태주의자들인 장래 사돈 집안과 정면 대결하는 후반부의 에피소드는 다른 에피소드에 비해 조금 직설적이고 유머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캐릭터에는 완벽하게 맞습니다.

55년에 출판되었을 때, [앤티 메임]은 보수적인 50년대 미국 사회를 사는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해독제였습니다. 메임 데니스의 요란한 이미지는 당시 사람들이 살고 있던 (또는 살고 있다고 믿었던) 안전한 세계를 뒤집어 엎는 것이었습니다. 패트릭 데니스는 각 에피소드의 도입부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기사에 실린 '잊을 수 없는 인물'의 평범하고 모범적인 삶과 메임의 대책없는 모험담을 비교하며 일부러 그런 안정된 세계를 놀려댑니다. 이 책이 그처럼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도 당시 미국 독자들이 메임 데니스라는 캐릭터의 아슬아슬한 좌충우돌을 지켜보며 해방감을 느꼈기 때문일 거예요. 일본 여자에서부터 남부 아가씨까지 당연하다는 듯 이미지를 바꾸어가는 메임 데니스의 변신은 수많은 드랙 퀸들에게 영향을 주기도 했습니다.

패트릭 데니스의 스타일은 메임 데니스의 캐릭터와 교활한 대위법을 이룹니다. 데니스의 문체엔 메임 데니스가 자서전 [버팔로 갈]에 썼을 법한 과장법과 요란함은 없습니다. 반대로 그는 차분하고 종종 매정할 정도로 냉정합니다. 덕택에 그는 메임 고모에게 쓸려가는 일 없이 일어나는 모든 소동을 상당히 정확하게 묘사해냅니다. 특히 그가 잡아내는 2차 세계대전 이전 뉴욕의 풍속 묘사는 굉장히 정확하고 흥미로운 정보를 잔뜩 담고 있습니다.

[앤티 메임]은 50년대에 일단 자기 역할을 했습니다. 지금 와서 보면 이 작품은 어느 정도 시대의 유물처럼 보여요. 하지만 데니스의 위트 넘치는 경구들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그가 제공해주는 20세기 초의 호사스러운 상류 사회 묘사는 독특한 향수를 느끼게 하며 결정적으로 앤티 메임이라는 캐릭터의 강렬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습니다. (02/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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