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1999 Space: 1999 (1975-1977)

2010.03.17 22:22

DJUNA 조회 수:3526

출연: Martin Landau, Barbara Bain, Barry Morse, Nick Tate, Zienia Merton, Tony Anholt, Catherine Schell, Prentis Hancock, John Hug, Anton Phillips, Jeffery Kissoon, Yasuko Nagazumi

1.

[Stingray], [Thunderbirds]와 같은 수퍼마리오네이션 Supermarionation 시리즈들로 명성을 얻은 게리 앤더슨은 70년대부터 슬슬 실사 시리즈로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습니다. 그 첫 시도는 80년대의 '미래'를 무대로한 외계인 침략 SF 시리즈인 [UFO]였지요.

앤더슨이 아내인 실비아 앤더슨과 함께 다음 작품으로 내세운 시리즈가 바로 오늘 다룰 [스페이스: 1999]였습니다. 원래 이 작품의 아이디어는 [UFO]의 차기 시즌으로 계획되었던 모양이에요. [UFO] 시리즈의 비밀 조직인 SHADO의 달기지가 외계인의 공격을 받던 중 달이 궤도에서 이탈한다는 아이디어였지요. 이게 나중에 독립된 시리즈의 씨앗이 되었던 것입니다.

[스페이스: 1999]의 기본 설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시리즈는 1999년의 미래에서 시작됩니다. 달에는 알파 달기지라는 거대한 구조물이 세워져 있고 300명의 사람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근처의 핵폐기물 저장고가 연쇄폭발을 일으키면서 달이 궤도에서 이탈하게 되지요. 알파 달기지 사람들은 막 부임한 사령관인 코닉의 지휘 아래 통제 불능의 우주 여행을 하면서 필사적인 생존의 모험을 벌입니다.

[UFO]와는 달리, [스페이스: 1999]는 고생이 많은 시리즈였습니다. 일단 영국 텔레비전 역사상 최고의 제작비를 들인 작품이었기 때문에 행보가 쉽지 않았어요. 1973년부터 촬영을 시작했지만 1975년까지는 방영되지도 못했고요. 1시즌과 2시즌으로 넘어가는 과정 중 수많은 사람들이 떨어져 나갔고 앤더슨 부부는 시리즈 중간에 이혼했답니다. 알파 달기지와 함께 비틀거리며 항행하던 [스페이스: 1999]는 결국 시즌 2를 끝으로 시청률 하락 때문에 종영되었습니다. 승승장구하던 앤더슨의 경력도 이 시리즈 이후 주춤해졌고요.

2.

[스페이스: 1999]는 자기모순적인 시리즈였습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비주얼로 묘사한 [플래시 고든]이라고 할까요? 시리즈는 응큼하게도 하드 SF의 절제된 이미지로 무장되어 있었지만 정작 하는 이야기는 무례할 정도로 비과학적이고 황당했습니다.

이 시리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 비과학적인 요소들을 지적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습니다. 일단 달궤도가 핵폐기물의 폭발에 의해 궤도에서 이탈했다는 설정 자체가 넌센스입니다. 게다가 이 시리즈의 달은 마치 초광속 비행이라도 하는 것 같습니다. 아니, 그 보다 더 이상해요. 일주일 중 6일은 광속의 수천 배나 되는 속도로 항행하다가 그럴싸한 태양계를 만나면 갑자기 속도를 태양계 탈출 속도보다 약간 빠른 정도로 떨어뜨리는 것 같거든요.

테크놀로지도 수상쩍습니다. 일단 알파 달기지 사람들은 인공 중력을 통제할 줄 아나봅니다. 달기지 주변에 인공 중력을 통제하는 중력탑들이 서 있지요. 하지만 이 기술은 정작 우주선에는 이용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지구 수준의 인공 중력과 달의 저중력 상태를 오가는 묘사가 덜컹거리기 그지 없습니다. 알파 달기지의 우주선인 이글 역시 뭔가 이상합니다. 기본적으로 대기없는 저중력상태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된 우주선들이지만 당연하다는 것처럼 원거리 우주 여행을 하고, 대기 안의 비행기처럼 유려한 회전 운동을 하는 데다가, 지구 크기의 행성에서도 아무런 문제없이 이착륙을 하거든요.

외계인들은 어때요? 이들은 모두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지구인 백인들입니다. 사실 이들은 몇몇 알파 달기지 사람들보다 영어를 더 잘합니다. 외계인 역 배우들은 모두 잘 훈련된 영국 전문 배우들이었지만 알파 달기지 사람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상당수는 비영어권에서 온 외국인들이었거든요 (특히 이탈리아 배우들이 많습니다.) 외계인들은 종종 귀찮은지 가짜 귀를 다는 수준의 분장도 하지 않아서 종종 시청자들은 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Death's Other Dominion]의 지구인 생존자들을 처음부터 지구인들이라고 생각한 시청자들은 별로 없었을 겁니다.

애당초부터 게리 앤더슨의 아이디어가 아직 우주여행의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이 은하를 가로지르는 대여행을 한다는 것이었으니 이런 대조는 시작부터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아주 기초적인 과학까지 무시한 이런 설정은 이야기 전개에 심각한 폐해를 입혔습니다. 몰입을 방해했고 주제를 약화시켰으며 드라마의 당위성을 떨어뜨렸죠.

3.

[스페이스: 1999]의 가장 소란스러운 논쟁거리 중 하나는 1시즌과 2시즌의 비교입니다. 두 시즌의 차이는 거의 하나의 시리즈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극단적입니다. 많은 배우들이 교체되었고, 남은 캐릭터들의 성격도 조금 바뀌었으며, 심지어 세트와 의상 디자인도 바뀌었지요.

이런 변신은 떨어지는 시청률을 끌어올리려는 2시즌의 새 제작자 프레드 프리버거 영향력 때문이었습니다. 1시즌이 너무 어둡고 묵직하기만 하다고 생각한 그는 시리즈에 유머를 불어넣고 모험을 조금 더 컬러풀하게 만든 뒤 약간의 섹스를 첨가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덕택에 2시즌이 시작되자 캐릭터들은 70년대식 유치찬란한 음악을 배경으로 깔면서 연애질과 농담따먹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여자 승무원들이 스커트를 입기 시작한 것도 이 때쯤이고 특별한 이유도 없이 비키니 차림의 여자 배우들이 레크리에이션 센터를 어슬렁거리는 장면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 때쯤이었어요. 2시즌부터 레귤러가 된 변신 외계인 마야 역시 모자란 '섹스 어필'을 커버하기 위해 등장했다고 보면 됩니다. 결정적으로 1시즌의 엄청난 사망률이 2시즌에 들어와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이 시리즈의 팬들은 종종 어느 시즌이 우월하냐를 두고 논쟁을 벌이는 모양인데, 전 1시즌이 여전히 낫다고 생각합니다. 시리즈를 관통하는 절망감이 더 잘 표현되었고 SF적 디테일도 그럭저럭 더 낫거든요. 덜 재미있었을지는 몰라도 이야기의 설정에 더 충실했고 솔직했습니다. 비교적 정통적인 배경 음악이나 표현 방식 역시 70년대 유행을 따랐던 2시즌보다 덜 낡아보이고요. 결정적으로 전 마야의 설정이 그렇게 맘에 들지 않습니다. 캐릭터 자체나 배우에 유감이 있는 건 아니에요. 문제는 변신 외계인이라는 설정이 허망할 정도로 손쉬웠고 황당했다는 것이죠.

4.

지금까지 이 시리즈를 놀려대기만 했는데, 슬슬 [스페이스: 1999]라는 작품의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장점을 언급할 때가 된 것 같군요. 그건 바로 특수 효과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 시리즈의 진짜 스타는 특수 효과 담당자였던 브라이언 존슨이었습니다.

우선 [스페이스: 1999]가 매우 게리 앤더슨적인 배경을 깐 작품이라는 걸 지적해야겠습니다. 한마디로 이 작품은 새 장난감들을 받아가지고 신나게 노는 남자 아이의 놀이와도 같았습니다. [스페이스: 1999]에서 정말 중요한 건 인간들이 아니라 쿨하게 디자인된 거대한 기계들의 상호작용이었습니다. 이런 느낌은 앤더슨이 수퍼마리오네이션을 제작하던 당시부터 서서히 굳어졌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긴 그 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요. 인형들의 움직임이 비교적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주인공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탈 것 안에 앉아 기계를 조작하며 보냈거든요.

[스페이스: 1999]는 그런 기계들의 댄스가 절정에 달한 작품이었습니다. 역시 아까 위에서 언급한 브라이언 존슨의 공로 덕택이었지요. 알파 달기지는 그의 걸작이었습니다.

존슨의 테크놀로지는 지금의 눈으로 보면 소박하고 거의 원시적이었습니다. 대부분의 특수 효과들이 줄에 매단 미니어처 모형에 의해 이루어졌으니까요. 종종 우린 이글을 매단 줄까지 볼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믿음직하게 디자인된 기계들과 그것들을 다루는 거장다운 손길이 결합하자 최종 결과물은 놀라울 정도로 성공적이 되었습니다. 특히 이글은 아직도 SF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우주선들 중 하나입니다. 아마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어떤 인간 캐릭터들보다도 더 인기가 있을 걸요.

[스페이스: 1999]는 그에게 과도기적 작품이었습니다. 일단 이 시리즈의 디자인이 그가 참여했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영향을 받았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 시리즈를 통해 그가 얻은 경험이 그의 아카데미 수상작들인 [에일리언]이나 [제국의 역습]에 반영된 것 역시 사실이지요.

5.

[스페이스: 1999]는 앞으로 어떻게 기억될까요? 제대로 된 SF의 걸작으로 기억될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그러기엔 과학적 기반이 너무 약하니까요. 하지만 떨어져나간 달이 우주여행을 한다는 과격한 설정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키고 있습니다. 알파 달기지나 이글의 디자인은 그 이후 수많은 SF 영화에 영향을 끼쳤고요. [스페이스: 1999]을 한마디로 요약정리한다면, 야심과 아이디어가 능력과 당위성을 넘어선 흥미로운 난장판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03/02/25)

기타등등

알파 달기지는 그 뒤로 어떻게 되었을까요? 1999년 8월 27일, 로스앤젤레스의 [스페이스: 1999] 컨벤션에서 [Message From Moonbase Alpha]라는 제목의 7분짜리 단편이 소개되었습니다. 산드라 베네스가 녹화한 마지막 메시지의 형식을 취한 이 단편에 따르면 그 뒤로 알파 달기지 사람들은 20년 동안 우주를 떠돌아다니다가 결국 테라 알파라는 행성에 정착한 모양입니다. 이 단편은 그 뒤로 저작권 문제 때문에 보여지지 않다가 올해 프랑스에서 나온 DVD 세트에 수록되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4 스타 워즈: 클론의 전쟁 Star Wars: Clone Wars (2003) [30] file DJUNA 2010.03.20 4781
73 스타워즈 트랜스포머 - AT-AT 드라이버 Star Wars Transformers - AT-AT Driver (2007) [17] DJUNA 2010.03.21 4705
72 스타워즈 트랜스포머 - 스노우스피더 Star Wars Transformers - Luke Skywalker & Snowspeeder (2007) [216] DJUNA 2010.03.21 8252
71 스타워즈 트랜스포머 - 엑스 윙 Starwars Transformers - X Wing Fighter (2006) [209] DJUNA 2010.03.20 5900
70 스타워즈 트랜스포머 - 타이 파이터 어드밴스트 Star Wars Transformers - Darth Vader / Tie Fighter Advanced (2006) [11] DJUNA 2010.03.20 4313
» 스페이스: 1999 Space: 1999 (1975-1977) [3] file DJUNA 2010.03.17 3526
68 시간 여행자의 아내 The Time Traveler's Wife (2003) [22] file DJUNA 2010.03.21 4687
67 실용 문학 DJUNA 2010.03.13 2211
66 아쿠아마린 Aquamarine (1992) [2] file DJUNA 2010.03.20 3038
65 알렉의 얼굴 [15] file DJUNA 2010.02.05 2538
64 알비언의 유령들: 유산 Ghosts of Albion: Legacy (2003) [209] file DJUNA 2010.03.17 4953
63 알프레드 히치콕 극장: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 Alfred Hitchcock Presents: Lamb to the Slaughter (1958) [19] file DJUNA 2010.03.21 3825
62 알프레드 히치콕 극장: 복수 Alfred Hitchcock Presents: Revenge (1955) [1] [30] file DJUNA 2010.03.20 5430
61 알프레드 히치콕 극장: 브레이크다운 Alfred Hitchcock Presents: Breakdown (1955) [27] file DJUNA 2010.03.20 3161
60 알프레드 히치콕 극장: 원 모어 마일 투 고 Alfred Hitchcock Presents: One More Mile to Go (1957) [20] file DJUNA 2010.03.20 3429
59 앤서니 브라운의 킹콩 Anthony Browne's King Kong (1994) [12] file DJUNA 2010.03.20 4457
58 앤티 메임 Auntie Mame: An Irreverent Escapade (1955) [2] file DJUNA 2010.03.17 200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