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Amber Benson 출연: Jasmine Hyde, Rory Kinnear, Leslie Phillips, Joe McFadden, Emma Samms, Anthony Daniels, Paterson Joseph, Roy Skelton, Elliot Falk

1.

앰버 벤슨과 크리스토퍼 골든이 윌로우와 타라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두 편의 만화책을 내놓자, BBC에서는 그들에게 [버피]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한 온라인 프로젝트를 의뢰했습니다. 하지만 벤슨과 골든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그들만의 오리지널 프로젝트를 제안했지요. 그 결과가 앰버 벤슨과 크리스토퍼 골든이 각본을 쓰고 벤슨이 직접 감독한 인터넷 드라마 [알비언의 유령들: 유산]입니다.

[알비언의 유령들]의 무대는 19세기 초의 영국입니다. 우리의 주인공인 타마라와 윌리엄 스위프트 남매는 유명한 마술사인 할아버지 러들로우 스위프트가 사실은 정말 마법사였으며 사악한 초자연적인 힘으로부터 영국을 지키는 수호자였다는 걸 알게 됩니다 엉겁결에 할아버지로부터 능력을 물려받은 타마라와 윌리엄은 채 익히지도 못한 마법으로 세상의 운명을 건 전장에 나서야 합니다. 다행히도 이들에겐 생전에 꽤 유명했던 세 유령들과 할아버지의 친구라는 정체불명의 인물 나이젤 타운센드가 후원자로 버티고 서 있었지요.

2.

[알비언의 유령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이 작품의 매체가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플래시 애니메이션 시리즈라고 말하면 간단할 것 같지요? 하지만 그렇지가 않답니다. 이 시리즈는 사실 라디오 방송을 목적으로 한 오디오 드라마이고 그 위에 덧입혀진 애니메이션은 인터넷 사용자들을 위한 덤입니다. BBC 라디오에서는 인터넷 시대로 접어든 뒤 이런 식의 하이브리드 작업을 조심스럽게 시도해왔는데, [알비언의 유령들]은 그 두번째 작품입니다.

결과는 조금 어정쩡합니다. 우선 장점부터 언급하겠어요. [댄저 마우스] 시리즈의 제작사인 코스그로브 홀에서 담당한 이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디자인과 성격 묘사는 그럴싸합니다. 중간중간에 삽입되는 괴물들도 잘 디자인된 편이고요.

하지만 이 시리즈의 애니메이션은 말 그대로 덧입힌 것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의도한 작품들과는 달리 분명한 한계를 드러냅니다. 종종 지나치게 정적이고 소위 '대갈치기'라고 하는 얼굴 클로즈업이 너무 많지요. 액션 묘사도 부족한 점이 많은데, 이게 과연 플래시 애니메이션의 한계인지 단순히 경험 부족인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전 반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보다 더 나은 플래시 애니메이션들을 많이 봤지만 BBC의 첫번째 하이브리드 시도였던 [닥터 후] 에피소드보다 훨씬 낫다는 것 역시 사실이거든요.

[알비언의 유령들]의 드라마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그냥 오디오만 틀어놓는 편이 낫습니다. 그 편이 분위기 묘사도 더 그럴싸하고 이야기에도 더 잘 맞거든요. 이 시리즈의 진짜 장점들은 대부분 오디오 드라마의 요소들입니다. 능력있는 좋은 성우들과 피터 그린의 효과적인 음악과 같은 것들 말이죠.

[알비언의 유령들]의 진짜 장점은 오히려 총체적인 데 있습니다. 이 작품은 인터넷 상에서 단순한 오디오 드라마가 아닙니다. [알비언의 유령들]의 공식 사이트는 등장인물 소개, 줄거리 소개, 캐스트와 스탭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토리의 일부를 형성합니다. 타마라와 윌리엄의 후손이라는 타마라 스위프트라는 인물이 7주간의 (원래 5주 계획이었지만 후반 애니메이션 작업이 늦어져서 2주 연장되었답니다) 연재 도중 꾸준히 웹사이트를 운영하며 방문객들에게 자기가 발견한 정체불명의 물건들에 대해 물어왔거든요. 방문객들은 그 수수께끼들을 하나씩 풀어가며 고대 영국에서부터 현대로 이어지는 긴 이야기의 설정에 실시간으로 동참할 수 있었습니다.

3.

작가 겸 감독이 [버피] 배우이고 공동 각본가가 [버피] 소설 작가이며 이들이 BBC에서 이 프로젝트를 맡게 된 것도 순전히 그들과 [버피]와의 연관성 때문이기 때문에 우린 자연스럽게 [알비언의 유령들]에서 [버피]의 영향을 찾게 됩니다.

그리고 정말 [알비언의 유령들]에서는 [버피]적인 특성이 꽤 많이 발견됩니다. 영국 취향(단지 이 경우 배우들이 진짜 영국인들입니다!), 블랙 유머, 독살스러운 대사들, 뱀파이어와 유령들이 부글거리는 설정, 지옥문, 세상 종말을 막으려는 소수의 주인공들... 여기엔 보다 은밀한 암시들도 있습니다. 주인공인 타마라와 윌리엄은 타라와 윌로우의 이름을 살짝 바꾼 것 같지 않나요?

이야기의 설정은 재미있기도 하고 위태롭기도 합니다. 제목에도 나오는 '알비언의 유령들'이 특히 그렇죠. 여기에선 바이런 경과 보디시아 여왕, 넬슨 제독의 유령들이 등장해 위기에 빠진 스위프트 남매를 돕는데, 매 연재분마다 유명 인사들의 유령들이 한 명씩 등장하는 설정은 어딘지 모르게 영국 역사 퀴즈쇼 같습니다. 대충 이런 식이에요. "악! 유령이다!" "윌리엄, 저 분은 영국의 위대한 시인인 바이런 경이셔!" "악! 벌거벗은 여자 유령이다!" "윌리엄, 저 분은 이세니족의 여왕인 보디시아이셔!" 왜 알비언의 유령들이 모두 전설적인 유명인사들이어야 하는 건지, 전 아직도 모르겠답니다. :-)

하지만 벤슨과 골든은 이 유령들에게 상당히 그럴싸한 성격들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보디시아 여왕은 엄숙한 리더이고, 넬슨 제독은 성질 나쁜 투덜쟁이 영감이며... 그 중 죽은 뒤에도 바람둥이 기질이 동해 스위프트 남매 모두에게 수작을 거는 바이런 경은 걸작입니다.

다른 인물들도 모두 분명한 성격을 부여받고 있습니다. 강단있는 리더 기질인 타마라와 호들갑스러운 어릿광대인 윌리엄은 모두 개성적인 인물들입니다. 수수께끼의 인물 나이젤 타운센드는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이고 그의 정체가 서서히 밝혀지는 스토리라인은 세상의 운명을 건 전투보다 더 흥미롭습니다.

4.

[알비언의 유령들: 유산]은 설정과 주인공들이 소개되는 일종의 파일럿 에피소드입니다. 전투는 일단 끝났지만 전쟁이 끝난 건 아니죠. 스위프트 남매에겐 남은 임무가 아직도 많습니다.

이 작품의 미래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시리즈가 계속 이어진다고 해도 꼭 지금과 같은 매체로 이어지지 않을지도 몰라요. 어떻게 보면 이 시리즈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아직 성취되지 않은 매체 탐색의 가능성일 겁니다.

어떤 매체로건 시리즈가 이어진다면 이야기와 설정이 더 발전할 수 있을 겁니다. 잘 못한다면 열성적인 미국인 영국 숭배자들이 만든 영국 역사 퀴즈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잘 한다면 수천 년의 역사를 배경으로 깐 거창한 서사시가 될 수도 있겠죠. 두고봐야 할 일입니다. (03/06/17)

기타등등

1. BBC의 공식 사이트는 여기 있답니다.

2. 벤슨과 골든은 지금 [알비언의 유령들] 중편 소설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의 첫번째 장은 7월 중순에 선보일 거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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