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레드 히치콕 극장: 브레이크다운 Alfred Hitchcock Presents: Breakdown (1955)

감독: Alfred Hitchcock 출연: Joseph Cotten, Murray Alper, Lane Chandler, Marvin Press, Harry Shannon, Forrest Stanley, Aaron Spelling, Alfred Hitchcock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브레이크다운]의 주인공인 윌리엄 캘루는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유치하다고 생각하는 냉정한 사업가입니다. 어느 날 그는 차를 타고 가다가 엄청난 교통사고를 당합니다. 그는 간신히 깨어나지만 온 몸이 마비되어 눈도 깜빡할 수 없죠. 그러는 동안 그의 차와 옷을 약탈하러 온 탈옥수들이나 나중에 차를 발견한 보안관, 시체 안치소의 검시의는 그를 시체 취급하고요. 그는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손가락 하나를 이용해 필사적으로 그들에게 자기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리려하지만 그 모든 시도들은 허사로 돌아갑니다. 절망한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전까지는요.

도입부에서 히치콕이 소개하는 것처럼, 루이 폴락의 단편을 각색한 이 작품은 교훈극입니다. 그것도 아주 야비하고 사디스틱한 교훈극이죠. 냉정한 사업가를 극단적인 상황에 던져넣고는 그가 절망해서 눈물을 흘릴 때까지 밀어붙이는 거예요. 보고 나면 '감정을 표현하는 게 중요한 거구나'라는 생각보다 '참 작가가 못됐다'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히치콕이 이 원작을 맘에 들어한 것도 이해가 돼요.

이 작품에서 영화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은 공간과 시간을 다루는 방식입니다. 히치콕은 경력 내내 이들을 제한하고 통제하는 실험들을 해왔는데, [브레이크다운]은 그 극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캘루는 방 안이나 보트 위에 갇힌 게 아니라 꼼짝도 하지 못하는 자신의 육체 안에 갇힙니다. 당연히 연기도 제한됩니다. 조셉 코튼은 이 영화에서 기가 막힌 연기를 보여주지만, 실제로 그 '연기'의 대부분은 움직이지 않는 그의 얼굴을 찍은 스틸 사진들에 의해 표현됩니다. 물론 그에 대비되는 절절한 나레이션이 삽입되긴 하지만요.

그렇게 영화적으로 보이지는 않지요? 사실 그렇습니다. 원래 폴락의 단편은 라디오극으로 먼저 각색되었다고 합니다. 코튼은 그 라디오극에서도 목소리 출연을 했고요. 하지만 히치콕의 손을 거치자 육체적인 움직임이 극도로 제한된 이 이야기는 다이나믹한 작은 영화로 다시 탄생합니다. 역시 영화는 편집의 예술입니다. 한 영화가 만들어지기 위해 꼭 편집의 재료가 되는 영상이 움직일 필요는 없는 것이죠. 크리스 마르케가 7년 뒤 보다 순수한 형태의 실험 영화인 [환송대]로 증명했듯이요.

한 가지 더. 히치콕은 에피소드가 끝나자 루이 폴락의 이야기를 텔레비전 제작자인 자신의 입장에 교활하게 대입시키는 재주를 부립니다. 참 뻔뻔스러워요, 이 영감. 그의 다음 대사를 들어보세요. "He reminded me of my own situation. Imagine if you can, the terror of being inside a television set knowing that any moment the viewer may shut you off and being powerless to prevent it. And I go through this every week." (05/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