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스트레이트마이어의 유산

2010.03.13 22:39

DJUNA 조회 수:3135

사람들은 작가를 고독한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작가란 사람들은 캐릭터 선정에서부터 줄거리와 문체까지 모두를 책임집니다. 세상은 오래 전에 분업체계로 접어들었는데도, 작가는 여전히 가내 수공업을 고집합니다. 엘러리 퀸이나 공쿠르 형제처럼 '공저' 형식으로 내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현대에 와서도 많은 작가들은 여전히 그 작업들을 혼자 감당합니다.

여기서 '모든' 대신 '많은'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에 주목하시길. 작가들의 분업 체계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중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할리우드를 보세요. 각본가 하나로 영화가 완성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영화가 올라갈 때 크레딧에 이름이 오르는 작가는 대표 작가일뿐, 유일한 작가는 아닙니다.

요샌 작가로 명성을 떨치거나 후대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꼭 자기가 직접 작품을 쓸 필요도 없습니다. 오늘 소개할 에드워드 스트레이트마이어 Edward Stratemeyer는 그 사실을 입증한 인물입니다.

에드워드 스트레이트 누구? 물론 여러분은 그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를 겁니다. 부끄러워 할 필요 없습니다. 미국 사람들 중에서도 스트레이트마이어가 누군지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으니까요.

기초적인 자료부터. 스트레이트마이어는 1862년에 태어나 1930년에 죽은 약삭빠르고 영리한 작가였습니다. 그는 1890년부터 소년 독자들을 위한 잡지에 연재물을 내거나 싸구려 펄프 픽션 시리즈를 내면서 작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스트레이트마이어라는 남자의 장점은 작가로서의 독창성 따위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그렇게까지 대단한 작가는 아니었죠. 하지만 그는 그의 독자들이 무엇을 좋아하는 지 알았고 대중문화와 유행에 민감했습니다.

1905년, 스트레이트마이어는 스트레이트마이어 신디케이트라는 회사를 세웠습니다. 여기서 그의 천재적인 장사꾼 기질이 드러납니다. 그는 직접 책을 쓰는 짓 따위로 시간 낭비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대신 그는 수많은 유령 작가들을 고용해서 자기가 만들어낸 간단한 줄거리에 맞추어 대신 소설을 쓰게 시켰습니다. 그는 작가한테서 받아든 원고를 자기 식으로 편집해서 다양한 필명들로 출판했습니다. 유령작가들은 평생 자기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고 원고료를 일시불로 지급받았고요.

이 회사는 그가 죽은 뒤에도 여전히 잘 돌아갔습니다. 스트레이트마이어가 30년에 죽자, 그의 딸인 해리엇 S. 애덤즈가 회사를 물려받았는데, 이 할머니가 1982년에 죽을 때까지 스트레이트마이어 신디케이트가 만들어낸 시리즈는 자그만치 150여편에 달합니다.

스트레이트마이어 신디케이트가 만들어 낸 시리즈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로라 리 호프라는 필명으로 나온 '밥시 쌍둥이'이라는 시리즈가 있습니다. 낸과 버트라는 쌍둥이 남매가 어린이다운 여러 모험담을 벌인 다는 이야기인 이 시리즈는 아마도 스트레이트마이어 신디케이트 역사상 가장 수명이 오래된 작품일 거예요. 1992년에 시리즈는 끝났지만 1904년에 시작했으니 거의 1세기를 끈 셈이죠. 빅터 애플턴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톰 스위프트라는 발명가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도 있습니다.

그러나 스트레이트마이어가 만들어낸 시리즈 중 가장 성공적인 것들은 청소년용 추리소설들입니다. 혹시 캐롤린 킨이나 프랭클린 딕슨이라는 이름을 들어 본 적 있는지요? 못 들어 봤다면 '하디 형제'나 '낸시 드루'는 어떤가요? 아하, 이제 여러분들의 귀가 뚫리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은 낸시 드루를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책에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소녀 탐정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니까요.

태어난 것은 하디 형제들이 먼저입니다. 1926년 스트레이트마이어는 아주 소박하고 단순한 생각을 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문학계에서는 추리 소설이 대유행이었습니다. 어른들이 좋아한다면 아이들에게 추리소설을 주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담?

스트레이트마이어는 그렇게 머리를 굴리지 않고 하디 형제들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들의 성격은 그렇게까지 독창적이지 못했습니다. 조와 프랭크 하디라는 형제들이 있는데, 이들의 아버지는 유명한 탐정입니다. 이들은 아버지가 맡은 사건에 종종 아마추어 자격으로 끼어들어 사건을 해결합니다.

하디 형제들이 성공하자, 스트레이트마이어는 시장을 넓히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역시 그의 아이디어는 단순했습니다. 남자애들이 하디 형제들을 좋아하니까 여자애들에게도 하디 형제 비슷한 걸 안겨주자. 그러자 낸시 드루가 나왔습니다. 유명한 변호사를 아빠로 둔 18세의 아마추어 소녀 탐정이 이곳저곳을 누비며 사건을 해결한다는 설정이 말이죠. 낸시 드루는 스트레이트마이어의 마지막 창조물이었습니다. 그는 첫번째 낸시 드루 소설이 출간되기 직전에 죽었습니다.

스트레이트마이어의 문학적 업적은 어떤 것일까요? 작가로서 그는 대단한 글을 남기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현대 페이퍼북 시장의 산업화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습니다. 지금도 미국 서점 시장에 넘쳐나는 시리즈 물이니, 영화 소설들이니 하는 것들은 모두 스트레이트마이어가 고안해낸 산업 체제 안에서 공장생산되고 있습니다.

공장생산이라고 하니까 기분 나쁘게 들립니다. 하지만 이 말에 지나치게 민감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트레이트마이어는 어린 독자들에게 상당히 유익한 책들을 제공했습니다. 이것들이 걸작들이라고는 하지 않겠어요. 저도 낸시 드루나 하디 형제들의 책들에는 아주 만족하지 않으니까요. 만족하기엔 지나치게 공식화된 액션과 터무니 없이 많은 느낌표들로 도배된 책들이죠. 하지만 적어도 그 책들은 잘 만들어진 공장 생산품들이었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는 즐거움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몇몇 책들은 그 이상의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용맹한 소녀 탐정 낸시 드루는 20세기를 뛴 수많은 맹렬 페미니스트들에게 비전을 제공해주고 롤모델이 되어 주기도 했으니까요.

스트레이트마이어 영감의 유산은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있습니다. 낸시 드루와 하디 형제들은 여전히 새 시리즈에 등장하고 있고, 여러분은 아무 외국어 서점에서 그 책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마 어린 시절 텔레비전 앞에 붙어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용감한 형제]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하디 형제 시리즈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군요. (01/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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