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에 따르면 문학 장르는 텍스트보다는 텍스트를 읽는 방법에 달려있습니다. 그는 이러한 자기 주장을 설명하기 위해 가상의 추리 독자를 끌어들였습니다. 그는 막 [돈 키호테]를 읽는 중입니다. 그는 '만차 지방의 어느 마을에...'를 읽고 그 사건이 만차 지방에서 일어난 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 이름을 기억하고 싶지는 않다...'를 보고는, 왜 세르반테스는 생각하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의심합니다. 그리고... 뭐 이런 식으로 이어지죠. 왜? '추리 독자는 원래 불신과 미심쩍은 마음, 특히나 의심스러운 눈으로 책을 읽는 독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보르헤스보다 훨씬 먼저 이러한 독자들의 독서법을 간파한 인물이 있습니다. 그는 미국의 유머 작가 겸 만화가인 제임스 서버로, 그의 작은 걸작인 [맥베드 사건의 수수께끼]는 한 번쯤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이 단편에서 화자는 영국의 어느 호텔에 투숙하고 있는 미국인 여성을 만납니다. 열광적인 추리독자인 그녀는 [맥베드]를 읽고 매우 불만족스럽습니다. 우선 그녀는 맥베드 부부가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는 겁니다! 그들이 진짜 범인이라면 그렇게 가장 의심받는 위치에 있지는 않을테니까요. 추리소설의 공식에 따르면 그런 인물들은 범인이 아닙니다.

그럼 누가 범인일까요? 뱅쿠오? 그러나 그는 두 번째로 살해당합니다("그 부분은 정말 훌륭해요. 맨 처음 살인범이라고 의심받는 사람은 항상 두 번째 희생자가 된답니다!") 말콤과 도널베인? 그러나 추리소설의 살인범은 도망가지 않습니다. 그럼 범인은 맥더프가 틀림없습니다! 우선 그는 처음으로 시체를 발견했습니다. 게다가 그는 중요인물입니다(추리소설의 살인자는 주요 등장인물 중 하나여야 합니다.) 게다가 그의 시체를 발견한 후 읊어대는 길고 장황한 대사를 보세요. 사전에 연습한 게 분명합니다!

그러나 미심쩍은 부분이 있습니다. 왜 맥베드는 뱅쿠오의 유령을 보고 겁에 질렸고 레이디 맥베드는 몽유병에 걸렸을까요? 우리의 추리 독자에 따르면 그 역시 공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우선 맥베드의 경우, 애당초 유령 따위는 없었습니다. 그는 아내가 살인범이라고 의심하고 그녀를 지켜주고 의심을 자기 쪽으로 돌리기 위해 거짓으로 유령을 본 척 했던 것이죠. 레이디 맥베드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녀 역시 남편을 지켜주기 위해 몽유병에 걸린 척 한 거랍니다. 증거도 있어요. 몽유병자들은 레이디 맥베드가 그러는 것처럼 촛불을 들고 다니지 않습니다. 그 여자는 멀쩡하게 깨어있었음이 분명해요!

그럴싸하지 않은가요, 흠?

화자는 그 부인과 만난 뒤, [맥베드]를 다시 읽고 새로운 범인을 지적합니다. 그가 지적하는 범인이 누구인지는 독서 욕구(제임스 서버의 단편집은 꽤 여러 편이 번역되어 있고 대부분 이 단편을 수록하고 있습니다)를 자극하기 위해 말하지 않겠습니다. 단지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위에 자세히 요약한 열성 독자의 추론이 더 그럴 듯한 것 같군요.

2.

[맥베드 사건의 수수께끼]의 종결부에서 화자는 [햄릿]을 사야겠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햄릿]에도 [맥베드]와 같은 숨겨진 비밀이 있는 것일까요?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이 덴마크의 음울한 성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는 사람은 서버 뿐만이 아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움베르토 에코는 젊었을 때 다음과 같은 소설을 구상한 적 있습니다. "호레이쇼와 그의 친구는 유령의 문제를 풀기 위해 P백작을 부른다. P백작은 괴팍하고 둔감한 신사. 이 P백작에 맞서는, FBI의 정신을 지니는 덴마크인 직업 경호대의 젊은 장교. 이야기의 줄거리는 전형적인 비극의 구조를 따른다. 가족들을 모두 모아놓고 수수께끼를 해명하는 P백작. 살인범은 햄릿이다. 그러나 햄릿은 죽고 없다."

에코는 체스터튼이 그와 같은 가능성을 암시한 것을 본 적이 있다고 합니다. 기억이 뚜렷하지 않아 확신할 수는 없으나 아마도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도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여러분이 관심을 둘 바는 아니지만 저 역시 그런 내용의 짧은 추리 소설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햄릿이 의심을 받을까요?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1) 우선 그는 살인동기가 가장 뚜렷합니다. 희곡 전체를 통해 분명하게 드러나 있지만, 그는 강한 외디푸스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마마보이입니다. 따라서 그와 아버지 사이의 관계는 결코 좋을 수 없었죠. 아마도 그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독차지하고 싶었을 겁니다. 게다가 아버지를 먼저 죽이고 나중에 삼촌을 살인범으로 몰아붙이면 자기가 왕이 될 수도 있죠.

(2) 둘째, 그는 삼촌 살인범 가설의 가장 유력한 증인입니다. 모두들 유령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유령의 증언을 들은 사람은 햄릿뿐이에요. 다른 사람들이 들은 것은 유령의 '맹세하라!'라는 소리뿐입니다. 그러나 그 정도는 약간의 복화술로 충분히 조작 가능해요. 잊었나요? 햄릿은 배우들과 어울려다니며 그들에게서 별별 것들을 다 배웠습니다. 아마도 유령도 가짜였을 걸요. [곤자고의 시역]을 연기한 배우 중 햄릿 부왕과 똑같이 생긴 배우가 한 명 있잖아요! 유령이 가짜라면 다음과 같은 의문이 제기될만 합니다. 어떻게 그는 살인사건의 정황을 그렇게 자세히 알 수 있었을까요? 바로 자기가 그 살인을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3) 게다가 이 필요 이상으로 잔인한 연쇄 살인은 이 사건에 정신병자가 개입되어 있음을 암시합니다. 그렇다면 혹시 햄릿은 정신병자가 아니었을까요? 그랬음이 분명합니다. 아마도 그 자신도 그것을 알고 있었을 겁니다. '미친 사람 행세'는 자신의 광기를 감추기 위한 교묘한 작전이었을 수도 있어요. 생각해보세요. 심지어 오필리아마저도 햄릿의 '연기'에 속았잖아요. 그가 그렇게까지 좋은 배우였을까요? 그리고 커튼 뒤에 숨은 코르넬리우스를 찔러죽이는 장면을 보세요. 그 때 햄릿은 분명히 연기를 하고 있지 않았답니다.

(4) 그렇다면 클로디어스는 왜 미친 조카의 만행을 지켜보고만 있었을까요? 아마도 양심의 가책 때문일 겁니다. 우리는 그가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였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만약에 그가 왕이 되고 싶어서 그 살인을 방치했다면? 그럴 듯하지 않은가요?

이 가설의 유일한 단점은 햄릿이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살해당했을 때에 그는 유학 중이었지요. 그러나 추리 독자들은 알리바이 때문에 오히려 그를 더욱 의심스러운 인물로 볼 겁니다. 원래 훌륭한 살인범들은 대부분 멋진 알리바이를 조작하기 마련이니까요. 아마도 진지하게 수사를 하고 나면 햄릿이 어떻게 알리바이를 조작했는지 밝혀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3.

슬슬 여러분의 눈에 의심이 쌓이기 시작하는군요. 이미 [리처드 3세]가 살인범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넘쳐흐릅니다. 그렇다면 [오델로]의 살인도 단순한 치정사건이 아니라, 요직에서 무어인을 몰아내려는 음험한 정치적 음모의 결과가 아니었을까요? 이렇게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니 [리어 왕]도 겉보기처럼 간단해 보이지 않는군요. 이렇게 계속 하다가는 [12야]나 [뜻대로 하세요] 심지어 [한 여름 밤의 꿈]에서도 숨겨진 비밀을 발견하게 되는 게 아닐까요? (98/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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