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너머에는 Outside Over There (1981)

2010.02.11 19:44

DJUNA 조회 수:5152

Maurice Sendak (글/그림)

이번에 소개할 [저 너머에는 Outside Over There]은 일반적으로 모리스 센닥의 3부작으로 알려져 있는 그림책의 마지막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기들의 신부로 삼으려고 고블린들이 갓난아기를 납치하자 언니인 아이다가 구출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은 앞의 두 작품과 몇가지 차이점을 보입니다. 우선 주인공과 배경의 차이를 들 수 있습니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맥스와 [깊은 밤 부엌에서]의 미키가 현대의 미국에 사는 남자 아이라면 [저 너머에는]의 주인공 아이다는 18세기(아마도)의 영국에 사는 여자아이입니다. 맥스와 미키의 모험은 자발적이며 경쾌한 것이지만 아이다의 모험은 고블린들에게 납치당한 여동생을 구출하는 위급하고 중대한 목적을 지니고 있습니다. 맥스와 미키의 세계는 꿈과 현실이 엄밀하게 구분되어 있어서 주인공들은 모험을 끝내고 안전한 현실 세계로 돌아올 수 있지만 아이다의 세계는 환상과 현실 세계가 똑 부러지게 구분되어 있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화풍이 앞서 작품들과 다릅니다. 보다 사실적이고 입체적이지요.

이 차이점의 이유를 들라고 한다면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여주인공에게 위험한 모험을 시킨 것은 그와 언제나 작업을 같이 했었고 그의 모든 책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편집자인 어슐러 노르드스트롬의 영향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녀의 페미니즘적인 시각은 하퍼-콜린즈 사의 그림책들에 많은 영향을 끼쳤고 이 점은 센닥 자신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앞의 작품들과는 다른 성격의 내용은 소녀 주인공에 직접적인 감정 이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그가 이 작품 구상 전과 작업 도중 했던 다른 일들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는 그림 동화집의 몇몇 작품에 일러스트를 그렸고 모짜르트의 오페라인 [요술 피리]의 미술을 담당했습니다. 이 두 작업의 영향은 모두 [저 너머에는]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화풍도 마찬가지지요. 하지만 화풍에 대해서는 줄을 바꾸어 좀 더 길게 이야기해야겠습니다.

제가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센닥을 존경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아이들'을 위해 그림을 그린다는 점을 언제나 잊지 않으며 각 작품마다 최상의 효과를 내기 위해 기꺼히 자기 자신을 감출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언제나 성실한 장인으로 남으려 합니다. 서툴게 예술가 티를 내면서 일부러 자신의 손톱 자국을 책마다 각인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책들은 언제나 존경스러울 만큼 멋진 다양성을 가지는 것이죠. 물론 그는 뛰어난 예술가이기 때문에 그의 숨결은 그가 손을 댄 모든 책들에 묻어 있습니다. 그로서는 잃은 게 없는 셈입니다. 우리나라의 일러스트 작가들도 그의 이런 점을 본받았으면 좋겠군요.

유감스럽게도 [저 너머에는]은 아직 번역본이 나와있지 않습니다. 빨리 나오기를! (95/02/1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