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의 결혼식 The Rabbit's Wedding (1958)

2010.03.14 21:53

DJUNA 조회 수:7797

가스 윌리엄즈의 귀여운 그림책 [토끼의 결혼식]은 의인화시킨 두 마리의 토끼를 내세워 사랑과 결혼에 대해 소박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아주 귀엽게 생긴 하얀 토끼와 까만 토끼입니다 ([스튜어트 리틀]이나 [샬롯의 거미줄]을 보신 분들이라면 가스 윌리엄즈가 얼마나 털달린 동물들을 잘 그리는지 아시겠지요.) 어느날 아무 걱정 없이 놀던 두 마리의 토끼들에게 이상한 변화가 생깁니다. 까만 토끼가 하얀 토끼와 영원히 함께 하고 싶다는, 낯설고 이상한 감정을 느꼈던 것이죠. 한참 고민하던 까만 토끼는 하얀 토끼에게 자기 감정을 고백합니다. 하얀 토끼는 까만 토끼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둘은 숲 속의 동물 친구들 앞에서 행복한 결혼식을 올립니다.

도대체 탓할 구석이 없는 예쁜 이야기지요? 하지만 [토끼의 결혼식]은 이 작품이 출판된 58년에는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품이었습니다. 주인공이 '하얀 토끼'와 '까만 토끼'라는 것이 문제였지요. 네, 그들의 결혼을 인종간의 결혼으로 이해했던 것입니다. 특히 59년도 알라바마 주의회에서는 '반인종분리주의적이고 공산주의적'이라는 이유로 주 도서관에서 추방시키려는 시도까지 있었답니다! 그런 시대에서 벗어난 게 얼마나 다행인지요!

요새 [토끼의 결혼식]은 다른 각도로 읽히기도 합니다. 이 작품에는 주인공 토끼의 성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습니다. 까만 토끼가 암컷일 수도 있고 하얀 토끼가 암컷일 수도 있죠. 아니면 둘 다 암컷이거나 둘 다 수컷이거나. 다시 말해 이 작품은 동성애 결혼에 대한 옹호로도 기능할 수 있습니다.

[토끼의 결혼식]에 대한 모든 논쟁이, 서로에 대한 사랑만이 행복의 전부인 동화적이고 예쁜 캐릭터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시작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소름이 끼칩니다. 우린 정말 무서운 세상에 살고 있어요. (01/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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