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인 더 워터 Lady in the Water (2006)

2010.03.21 07:26

DJUNA 조회 수:6542

M. Night Shyamalan (글), Crash McCreery (그림)

M. 나이트 샤말란의 [레이디 인 더 워터]는 한국인 아줌마가 들려주는 '동양의 민담'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 중국이나 한국에서 그런 식의 민담이 존재하는 건 불가능하죠. 고유명사들이 동양에서 나올 수 있는 종류가 아니고 스토리 없는 설정에 불과하잖아요.

그래도 샤말란은 포기할 수 없었나봅니다. 적당한 한국이나 중국의 민담을 찾아 영화에 끼워맞추는 대신, 그는 영화에 나올 법한 동화를 직접 썼어요. 그리고 [레이디 인 더 워터] 영화에서 크리처 디자인을 맡았던 크래쉬 맥크리에게 삽화를 맡겨 그림책을 만들었지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샤말란의 그림책은 영화의 이야기 자체를 다루지는 않습니다. 이 영화에는 클리블랜드 힙이나 스토리 같은 캐릭터는 등장하지 않아요. 아니, 어떤 캐릭터들도 등장하지 않지요. 나오는 건 기본 설정들입니다. 화자는 '너'라는 지칭되는 어린이에게 영화에 나왔던 기본 설정들을 이야기해줍니다. 나프가 누구고 스크린트가 누구고... 뭐, 그런 것들 말입니다. 그 때문에 이 이야기는 동화보다는 떠도는 도시전설처럼 읽힙니다. 도시전설치고는 지나치게 복잡하지만요.

설정은 뻔합니다. 그래도 이 그림책은 [레이디 인 더 워터] 영화보다 여러 모로 낫군요. 일단 그의 자포자기한 심정과 비평가들에 대한 증오심이 훨씬 잘 통제되어 있습니다. 설정 역시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지만 나쁜 스토리와 얽혀 있는 것보다는 설정만 있는 게 낫죠. 게다가 크래쉬 맥크리의 그림이 썩 좋습니다. 샤말란의 좋은 영화 장면들처럼 차갑고 조용하며 조금은 오싹해요.

그래도 제대로 된 스토리가 없는 건 아쉽습니다. 샤말란이 뭐라고 주장하건 설정은 이야기가 아니에요. 특히 이런 그림책을 읽는 어린 독자들에겐 막연한 '너'에게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에 대한 흐릿한 경고보다는 진짜 이야기가 더 좋을 걸요. (07/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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