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봄밤에 수다: 김예리 2탄

2010.08.04 06:12

봄밤 조회 수:12983

(1탄에서 이어집니다)

 

지금까지 독특한 배역을 많이 했죠. 기면증, 해리성 정체 장애, 미혼모, 선생님이랑 연애하는 고딩... (이렇게 나열하니 또 깔깔 웃는다) 어떻게 배역에 접근을 하나요? <바다 쪽으로, 한뼘 더>를 할 때 원우는 계속 병을 안고 살고 있으니 자신의 병에 대해서 잊고 있다가 병세가 도지면 푹 꺾이는 기분을 느끼는 아이일 거라고 해석하신 것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네, 그 땐 그렇게 생각을 했어요. 대부분은 상상을 하죠. 자료를 찾아보기도 하고, 귀향의 소연 같은 경우는 미혼모인데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이 실제로 있어요. 지금은 좋은 분 만나서 잘 살고 계신데... 그때 얘기 듣고는 도움을 받았죠. 소연이는 원치 않는 환경에서 구석으로 몰리는 아이였거든요. 그렇게 이해를 했어요. 내가 아니라 내 환경이 변하는 거면 그걸 그냥 받아들이면 되겠구나, 하고.

이모미 같은 경우는 윤성호 감독님이랑 얘기도 많이 했어요. 얘 성격이 도대체 어떤 거예요? 이런 식으로(웃음). 저는 정신이 이상한 한 사람으로 보이기보다는, 물론 연결은 되어 있겠지만요. 알파와 베타 두 사람이 각각 다른 ‘사람처럼’ 보이게 하려고 했어요. 베타 같은 경우는 제 여동생 생각을 많이 했어요. 동생이 “언니 돈 많이 벌어서 나 좀 잉여롭게 살게 해줘” 이러거든요. 사실 처음부터 알고 한다기보다는... 연출하실 때 감독님들도 찍어가면서 아 이렇게 가야겠구나 잡히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도 오히려 찍는 과정에서 이해하는 게 있어요.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의 이모미 베타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는 영화랑 다르게 작업했나요.

네, 드라마처럼 빠르게 찍었어요. B캠도 썼고. 그리고 카메라를 ‘이렇게’ 쳐다보면서 카메라를 의식하는 연기도 하는 거라서. (웃음) 재밌었어요 그거.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다들 복싱 동작을 하잖아요. 저 그거 보고 울컥 했어요. 아 우리 모두 이렇게 삽질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구나, 하는 느낌? 그런데 이모미 베타가 혼자 시크하게 헤드폰 끼고 딴짓하더라고요. 그 장면에서 예리 씨는 무슨 생각 하셨나요.

무슨 음악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음악 들으면서 보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춤을 추는 거 같은 느낌. 한 명씩 한 명씩 춤추는구나, 그러면서.

 

정말 이모미 베타답네요.

네. 그러게요. (웃음)

 

참,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시즌 2는 아직 계획에 없나요?

네, 아직 구체적으로는... 안 그래도 윤성호 감독님이 전화해서 만나자고 하던데, 그래선가. (웃음)

 

자기가 출연한 영화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드나요.

다 제가 해서 그런지 그냥 다 저 같아요. (막말을 한다든지 그런 걸 보면) 아 제가 그런 사람은 아니예요.(웃음) 그렇지만 이런 것도 내 어느 면에 있을 수도 있겠지, 그러면서 현실에서 못 하는 걸 하는 즐거움도 있구요.

 

(찍사를 가리키며)저 분은 동기들 작품에서 연기를 하는데 주로 연쇄살인마, 양아치 역이예요.

(막 웃는다. 이미 찍사를 보면 자동으로 웃고 있다) 아 저 그런 것 못해봐서 해보고 싶어요. 학생이어도 침 찍찍 뱉고, 욕도 하고 못되게 구는 거. 담배 막 이렇게 털고 (담뱃재를 비벼 끄는 게 아니라 손가락으로 털어내는 동작 해보인다- 아 그렇게 하는 거 힘들더라구요, 하자) 네, 이게 많이 해봐서 익숙해진 사람이 아니면 힘들어요. 저도 담배피우는 연기 할 때 해 봤는데 잘 안되더라구요.

 

담배 피우는 연기 힘들지 않았어요?

힘들진 않은데, 저는 그냥 피우는 건데 진짜 피우는 사람들이 볼 때 진짜 같을지 잘 모르니까... (갑자기 천진난만하게) 저는 디스플러스가 잘 맞는 거 같아요! 한국인이라 그런가. 아니면 말보로 레드. 좀 센 그런 거.하하. 던힐, 레종 이런 건 별로더라고요. (다 피워보셨네요. 하자) 네, 하나씩 다 피워봤어요. 사람들 거 ‘읃어’ 피고.

 

 

남은 올 한해에는 어떤 작품들을 하게 될까요?

박찬경 감독님(박찬욱 감독의 동생이다)이랑 7월말까지 작업하고요. (안양의 여자들에게 일어난 일에 관한 작품이라고 한다. 픽션과 논픽션을 섞은 형태인데 김예리는 일종의 정보전달자 역할이라고.) 또 강진아 감독님이 들어가시는 작품이 있는데 1회차 출연! (웃음) 그리고 <계절>이라는 작품 찍으신 배종대 감독님이라고 있는데 느낌이 좋았거든요, 그래서 8월 중순쯤 같이 작업할 거 같고, 10월에 (무용) 공연 하나 할 거 같고요. 그리고 임오정 감독님이랑 여배우 장편. 꽃비(김꽃비)랑 채은 언니(이채은)랑 해요.

 

인디계의 <여배우들>이네요?

네, 원래 그게 여배우들 나오기 전부터 기획한 건데요. 에이 우리 따라한 거 같겠다, 진짜 잘 써야겠다, 그러죠.

 

아, 전 <여배우들>은 별로였어요. 그 좋은 배우들을 데리고 어찌...(갑자기 흥분하는 봄밤) 제가 윤여정 씨 팬이거든요. 진짜.

저 미장센에서 윤여정 선생님 만났잖아요. 뒷풀이에 오셨는데 막 두근두근(진짜 흥분한 듯) 해가지고 가서 “저 이번에 심사위원 특별상 연기부문 받은 김예립니다.” 인사하면서 “술 한잔 따라주세요”이랬어요. 술을, 따라드린 것도 아니고 따라달라고... 그러면서 “오늘을 기억하겠습니다” 했더니 “제가 기억해야죠” 해주시더라고요.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김민희 씨가 심사위원으로 왔는데 저한테 막 “너무 예뻐요~ 예뻐 예뻐” 하는데 누가 누구보고 예쁘다는 거야. 훅 파인 드레스 입고 머리 길어가지고 “난 여배우야” 하는 듯이 와서 제대로 쳐다볼 수도 없는데 나보고 예쁘다고 하지마 >.< 당신이 더 예쁘다고!

 

미장센 영화제가 재미있었나 보네요.

네! 정말 재밌었어요!

 

 

 

최근에 본 제일 재미있었던 영화는?

<하나 그리고 둘>을 최근에 봤는데 좋았구요.

(망설이다) 아 이런 말 해도 되나? 드래곤 길들이기요. (셋이 마구 열광한다)

제가 또 고양이를 기르거든요. 9년째 기르고 있는데 이제 할머니가 돼서. (웃음)

그분이 갱년기시라, 사람을 엄청 타고, 눈 맞추고, 잘 때 몇 번씩 깨우고 그래요. 그럴 때 보면 아 참 많이 늙었구나 싶은 게...

 

옛날엔 도도했나 봐요.

네, 조이라고 되게 이쁜 남자애 있는 집에 보낸 적이 있어요. 시집 보낸 건데, 그 때는 막 엄마가 다시 가니까 쳐다보지도 않고 (눈을 도도하게 내리깐다) 이렇게 쳐다보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열심히 찾아서 보여준다) 진짜 이쁘죠?

 

고양이 이름이 뭔가요?

금손이요.

 

특이하네요. 누가 지었나요?

엄마가 인터넷을 찾으시더니... 금손이 숙종이 키우던 고양이 이름인데요. 그 고양이가 숙종을 엄청 따라서 임종할 때 지키고 그랬대요. 그걸 엄마가 보시고선 그래, 이거다! 그러면서...(웃음)

저희는 개를 키우면 자꾸 죽거나 도망가거나 해서 포기했거든요. 그런데 금손이는 9년째 같이 살고 있으니까 엄마가 그러시죠. “내가 전생에 너한테 무슨...”

그러면서도 요번엔 먹고 싶은 사료가 뭐니? 간식 뭐줄까? 막 물어보세요. 까다롭거든요. 미용도 엄마가 직접 하세요. 마취를 해야 하는데 마취 한 번 했더니... 원래 몇 시간 지나면 다 풀려서 밥 먹고 그냥 씩씩하게 다니고 해야 하는데 얘는 이틀 사흘이 지나도 옆으로 걷고 이불 속에 들어가서 시들시들하고 그런 거죠. 병원에 연락했더니 아니래요, 그럴 리가 없다고. 그래서 저희가 연기한다, 와 얘 연기한다... 그랬죠.

그런데 얘가 똑똑해요. 문이 열리면 앞발을 쏙 밀어 넣어서 문을 열거든요. 무지 기특했는데 꽃비네 가니까, 세상에! 꽃비네 고양이가 두 마린데 걔네는 완전 천재인 거예요. 한 마리가 점프를 해서 문고리를 돌리고, 살짝 열리면 다른 한 마리가 잽싸게 열어요. (웃음)

 

이야기하다 보면 엄마랑 가족들이랑 되게 친한 느낌이네요.

네. 엄마랑도 친하고, 남동생 여동생이랑도 친해요. 어렸을 땐 (사촌)언니오빠 영향을 많이 받아서 초등학교 때 에반게리온을 뗐죠. 동방불패 보면서 ‘우왁’ 하고. 저는 순정만화는 별로 안 좋아하고 나루토, 원피스 같은 거 좋아해요. 요즘 뭐 만화책 보신 거 있어요?

(저희는 최근에 <고스트 바둑왕>에 빠져서...라고 대답하니 무릎을 찰싹 친다) 아, 그게 언제 건데!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좋아하시나봐요.

네. <에반게리온: 파>도 왕십리 아이맥스 가서 두 번 봤어요. 동생들이랑 와- 이러면서. 끝나고 사람들이 막 나가는 거예요. 아 이 사람들아, 예고해준다고, 서비스 해준다니까. (웃음)

 

(찍사가 끼어든다)저는 정통파라 바뀐 ‘파’는...

저는 다 좋아요. 너그럽거든요.

아! 저 엑스파일도 좋아했어요. 밤 11시 넘어서 하는데 안 자고 다 기다렸다 보고,

 

 

 

(이후로는 한 마디만 던지면 척하면 척이다. 찍사랑 둘이 완전 신났다.)

나디아... 나디아 좋죠! 플루토... 아톰을 죽이다니, 대단한데! 총몽 보세요... <총몽>요, 봤죠. 에이 왜 그러세요? (웃음) 애니메이션 어딨어? 이러면서 막 찾아 보고 그랬어요.

<얼라이브> 보세요. 재밌어요. SF인데, 미래에 사람들이 다 진화를 해서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되요.(엑스맨 비슷한데요) 네, 그런데 그렇게 1:1로 싸우고, 망토 휘날리면서 짠~ 그런 게 아니라 다른 느낌이에요. 더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 저 진짜 만화 좋아해요. 가리지 않고 다 봐요. H2도 좋아하고...

 

아, H2! 이제 저도 좀 얘기할 수 있겠네요(웃음) 전 순정만화 파라서..중학교 때 친구들이 대여점에서 빌려다 돈받고 빌려주고 또 그 돈으로 빌려오고 그랬어요.

근데 저는 학교 다닐 때 아무도 제가 보는 걸 안보는 거예요. <헌터 헌터>를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웃음)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으니까...) 그렇죠.

 

미드는 뭐 좋아해요?

음... 프렌즈 좋아했는데....

 

어떤 캐릭터가 좋아요?

피비요. 피비 너무 사랑스러워요.

 

(소심하게 프렌즈 얘기를 꺼냈다가 하우스와 CSI를 거쳐 신나게 수다를 떨더니, 갑자기 조심스레 목소리까지 낮춰 물어본다.)

혹시 그거 아세요? 빅뱅....

 

빅뱅이론! (셋이서 좋아 죽는다. 김예리 진짜 깔깔대고 신나게 웃는다)

아 제 주위에 그거 아는 사람 별로 없는데. 

 

(이쯤 되니 인터뷰고 뭐고 잊고 탁자를 치며 레너드, 레너드, 레너드, 세 번 부르는 봄밤. 김예리는 뒤로 거의 넘어갈 지경이다)

레너드 너무 좋아! 그거 너무 재밌어요. 제 여동생이랑 남동생이 그런 걸 좋아해서 많이 보여주거든요. 저는 뭐 요즘 뭘 하는지 이런 거 돌아가는 거 잘 모르니까...

남동생이 군대 가고 나서 아이팟에 빅뱅이론이 깔려 있는데 제가 뭔지 모르고 그냥 지웠어요. 그니까 휴가 나와서 (사색이 된 얼굴표정 흉내) 누나! 이러길래 제가 "야 이 영화 재밌어 ‘다이너마이트’(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 하면서 겨우 진정시켰어요.

 

정신없이 웃고 떠드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3시간이 지났다. 김예리가 다음 약속을 위해 일어나야 할 시간. 아...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하지, 내가 망연자실하자 질문을 그냥 건너뛰고 스스로 마무리멘트를 해버린다!

 

 

저는, 아직까지 영화하는 거 되게 신나요! 이건 비밀인데요. 이런 얘기 해주니 또 좋대. 좋죠? (웃음) 엄마가 제가 무용 말고 다른 걸 자꾸 하니까 걱정이 돼서 점을 봤대요. 그랬더니 지금 엄청 신나 있으니까 일단 그냥 하게 하라고 그랬대요.

영화를 이렇게 시작한 게 참 좋구나... 하는 생각을 해요. 비슷한 또래와 같이 시작해서, 같이 늙어가고... 그러다보면 5~60대가 되어서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 얼굴이 되게 빠르게 변하는 것 같아요. 그게 영화에서 다 기록으로 남잖아요. 나의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과 변화하는 과정을 기록하는 게 좋아요. 이런 행운을 몇 사람이나 경험할까요?

 

인터뷰: bombam(magictrain03@naver.com)

사진: gun

카메라 제공: 고독이

 

*AS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새롭게 김예리에 대해 알게 되신 분, 예전부터 궁금한 게 있었던 골수 팬 여러분, 인터뷰가 왜 이따위냐고 실망하신 분들 모두 댓글로 질문을 달아주세요. 김예리 씨가 직접 이메일로 답변을 작성해 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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