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04 22:51
옆지기가 갑자기 지리산 다녀 오자 해서 겁결에 주말을 이용, 그냥 다녀 왔습니다. 던지니 받아야죠 험..백무동 한신계곡 세석 장터목 천왕봉 다시 장터목 하동바위 코스로 걸었습니다.
1. 한 8-9년 만에 간 듯 합니다. 별 ㅈㄹ 같은 세월을 겪었다 생각하고 있었는 데 지리산도 그걸 겪었더군요. 40대 까지 마음의 고향으로 생각하던 그 곳이 아니었습니다. 철저히 관리되어서 거의 동물원화한 자연을 거기서 보았습니다.
2. 오히려 대피소로 표현되는 인간들의 관리가 아직 미치지 않는 내려 오는 길에서 가장 기쁨을 느꼈습니다. 길 가까이 피어 있는 이름 모를 꽃이나 늠름한 나무들이 햇빛들과 어울리는 광경은 아직도 어딘가에 지리산이 살아 있음을 믿게 합니다. 제주도에서 본 곶자왈이 거기도 여전히 살아 있었습니다.
3. 이제는 지리산도 나이 든 사람들 천지입디다. 젊은 분들은 보기 힘들어요. 늙어 가는 게 싫다고 표가 나는 나이든 양반들이 활개치는 공간들이 지리산이 되버렸어요 하하하.
4. 내려와서 점심먹으러 몇군데 물색하다 정말 맛있는 나물밥하는 곳을 찾아서 갔습니다. 산에만 댕긴다고 산에 기대어 사는 마을들을 놓쳤던 게 참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몇년 전 들렀던 매동 마을 고사리 할머니께서 "우리 마을에 사무장 자리 비었는 데 그거 좀 하지" 했던 권유를 그냥 웃어 넘겼던 제가 바보입니다. 걍 도법스님 바지 가랑이 잡고 살걸..
5. 그냥 고민이 되요 더 이상 가지 말까 지리산.